철없는 마흔살, 애늙은이 열세살의 동행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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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없는 마흔살, 애늙은이 열세살의 동행 1

용감한아줌마 23 4822

솔직히 컴맹이라 사진도 못올리지만, 여행기를 한번 써보려구요.
요즘은 문화가 많이 바뀌어서 가족 여행을 자유롭게 많이들 다니는데, 아빠들이 바빠서 쉽지가 않아요. 그래서 저처럼 아이랑만 여행을 계획하거나 꿈을 꾸는 분들이 있다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서 평범한 저의 여행기록을 남겨 볼까합니다.

12월 23일

밤톨만한 아들이 학교 들어가기만을 손꼽아 기다린 나는 일년에 한번씩 비행기를 타기 시작했다.  아들녀석이야 학교 빼먹는 즐거움에 좋다고 따라다녔지만, 난 남편이 혼자서 여행하는걸 죽어라 반대하기 때문에 아이 교육상 할 수 없이 가는거라 피곤하지만 따난다고 ㅋㅋ

울아들이 4학년이 되는해 부터 우리의 좌충우돌 동남아 자유여행이 시작되었다.
드디어 아들이 배낭을 짊어질만큼 자랐기 때문에....
그동안 트렁크에 내짐과 아이짐을 구겨 넣고 다녀야 해서 많이 불편했었다.

올해는 말로만 듣던 꿈의 라오스를 꼭 가보고야 말겠다는 굳은 의지를  품고 내게 너무도 저렴한 항공권으로 손짓하는 베트남항공을 질러버렸다.
난 베트남 항공권을 사랑하기로 했다.  태국에 라오스까지 다녀올수 있는 황금같은 기회를 주었으니.....  나이가 있다보니 남들이 육로로 이용하는 태국 - 라오스 구간을 항공으로 가야했다.(5년만 젊었어도 도전해 보는 건데....)
물론 하노이에 하룻밤 묵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으나 이정도 쯤이야 참을 수 있지.

8일간의 라오스 여행을 마치고 방콕 수안나폼공항에 도착하니 11시가 조금 넘었다.
3년전에 온가족(친정 식구들) 이끌고 처음 발을 내딛으며 좋아라 했던 곳인데, 또다시 보게 되니 반가움이 2배로구나.  내배낭은 6.5kg 아들배낭은 5kg 누가보면 3박 4일 여행다녀오는 줄 알겠다.  그러나 무시하지 마시라...  있을건 다 있다.  하물며 울 아들은 일교차가 심하다는 트레킹에 대비하여 내복도 싸가지고 왔다.

말로만 듣던 셔틀버스를 타고 556번 버스를 타고 카오산까지 무사히 입성~~
내가 봐도 참 많이 늘었다.  친절한 안내양에게,
"카오산!!  2명"
예전엔 버스 타는 것도 두려워서 몇번이고 확인을 했건만, 이제 동남아 여행 3년차가 되다보니 느긋해졌다.  한번 와본 곳이라고 헤매지도 않고 내가 예약한 "다이아몬드 하우스"를 찾았다.  여기서 헤매지 않았다는 말은  울아들이 지도를 잘 보았다는 말이다.
하나님께서 내게 아주 크나큰 은혜를 배푸셨는데, 그건 바로 타고난 길치의 재능을 주셨다....
난 낮에 간길을 밤에 가면 당연히 길을 읽고 헤매인다.   밤에 간길을 밤에 갈때??  지나가는 길에 상가가 문이라도 닫으면 바로 그 지점에서 길을 잃는다.  아들 없으면 호텔 못찾아 길에서 밤 샐수도 있다.....  그래도 카오산에서 길을 잃지는 않는다 ㅋ ㅋ

"다이아몬드 하우스"  듣던대로 개미 코구멍만하다.  호기심에 한번 자 볼 생각이 아니라면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  세면대의 수도 꼭지 모양이 좀 독특했던거로 기억이 되고, 이층침대가 아주 쪼금 맘에 들었던듯 하다.  창문이 없는 스탠다드룸은 낮인지 밤인지 구분이 되지 않아 다음날 체크아웃 시간이 거의 다 되어 눈을 뜨는 불상사가 생기기도 ㅋㅋ

크리스마스가 가까웠음에도 카오산은 생각보다 조용하다.  작년 이맘때 베트남에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수 있게 온 거리 가득 전등을 밝히고 장난이 아니었는데...  여긴 불교 국가라서 조용한건가???

아들과 난 그렇게 먹고 싶던 길거리표 오렌지 쥬스와 팟타이를 들고 방황했다....
"오렌 쮸~~ 뗀 밧~~"  아! 귀에 쏙 들어오는 아주머니의 맛깔스런 영어..

누가 봐도 한눈에 보이는 한국사람들~~  정말 반갑다.  라오스에는 한국 사람이 별로 없어서 외로웠는데, 이곳에 오니 곳곳에서 한국 사람들이 한국말을 한다. 신기하다???
헤나를 하고 싶어서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는데, 아들녀석이 쐐기를 박아서 못했다.
"엄마! 한국가면 겨울이라 긴옷 입는데 그걸 누가 봐 주겠어?? ?"

반싸바이 맛사지집에서 시원하게 타이맛사지를 받고 숙소에 돌아오니 9시가 넘었다.  맛사지집에서 울아들 귀여움 엄청 받는다.   여권에 기록된 나이는 13살인데, 보여지는 액면가는 10살쯤???  쬐금 동안의 외모에 하얀 얼굴...   언니야들이 예뻐라 한다.   나중에 연상이랑 연애할 것 같다.  혹자는 어린이가 맛사지를 받으면 안좋다고 말들을 하는데, 난 그런거 모른다.  매일 받는 것도 아니고 여행기간동안 몇번 받는건데 큰일이야 나겠어?  게다가 얘가 맛사지를 너무 사랑한다.  어린것이 시원하고 좋단다....    엄마 맛사지 받는 동안 호텔에서 TV 보고 있으라고 했더니 자기도 다리가 아파서 맛사지 받아야 한다고 기어이 쫓아오는걸 어쩌란 말인가? 

방콕에서의 첫날은 정말 지루할 만큼 평범했지만, 난 너무 좋았다.  따뜻한 밤기운(?)이 진짜로 좋다.  라오스에선 밤에 얼어줄을뻔 했으니까....  난 많은 관광지를 보고 다니면서 깊은 감명을 받고 수많은 인증샸을 남기는 여행은 해 본 적이 없다.  그냥 평범한 일상이 좋다. 울남편이 말하길...
"도대체 어딜 갔다 온거니?  증거 자료가 없잖아?"

여행이란게 내가 좋으면 그만 아닌가?  난 온몸으로 느끼고 왔는데, 그걸 증거로 보여 달라고 하면 어쩌란 말인가?  울아들은 내맘을 안다.
"아빠! 여행이란게 말로는 설명하기가 힘들어.   그냥 좋은거야. 그냥~~~"
역시 한 수 위다!!! 

23 Comments
6공병 2010.01.11 19:03  
오옷!!! 뭔가 색달라요. 빨리 아들놈 하나 낳아서 델꼬 다니고 싶다.ㅠㅠ
용감한아줌마 2010.01.12 11:00  
엄마보다 철이 든 아들이라 조금 부담스럽답니다...
제류샤 2010.01.11 19:24  
든든한 여행파트너 부럽네요.전 남편하고도 안맞고 딸랑구랑은 좀 심심??하구요.
아들녀석은 아예 줄행랑이고..어릴적 강제로 델꼬 다녔더니 부작용이 심각해요...

가족여행기는 유심히 보는데 다음 이야기 궁금해지네요.
여행기간이 꽤 기신듯도 하고..
용감한아줌마 2010.01.12 11:03  
전 딸이 있었다면 같이 쇼핑여행 다녔을 듯 싶은데요???
관심가져 주셔서 감사드리구요, 아들이 초등6학년이라 좀 길게 놀았습니다. 23일동안.....
유목민짱 2010.01.11 21:48  
부럽네요  울아들도  배낭짐어질나이가 됐는데  한번 시도해봐야겠네요
용감한아줌마 2010.01.12 11:04  
적극 추천 합니다. 
눈에 띄게 변화된 모습을 기대하기 보단 아이의 유년시절의 추억을 더한다는 마음으로......
블루파라다이스 2010.01.12 01:56  
아드님과의 여행...

정말 행복 하셨겠습니다~!!

모자가 배낭을 메고 떠나는 여행~

생각만으로도 멋집니다~!!

다만.. .  크리스마스를 혼자 보내셨을 아버님이...조금 안스러워요...ㅎㅎㅎ
용감한아줌마 2010.01.12 11:05  
남편에게 늘 고맙고 미한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남편이 아들과 여행하는걸 꿈꿔왔는데, 바쁘기도 하고 직업상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못해서 저에게 칼자루를 넘겼지요 ㅋㅋ
taptim 2010.01.12 02:17  
그냥 좋은거야~ ...아드님 명언입니다^^
용감한아줌마 2010.01.12 11:06  
울아들이 넘 조숙해서 큰일입니다 ~~
곰돌이 2010.01.12 14:26  
2편 읽기 전에 댓글 먼저 달아야지요 ^^;;

아버지가 불쌍합니다...ㅜㅜ

저도,  일하느라고  식구들만 여행가는 것을 보곤 하는데....

마음이 아픕니다...
용감한아줌마 2010.01.12 15:41  
남편 은퇴하면 노부부만의 여행을 계획하고 있답니다.
쩡이^^ 2010.01.12 14:46  
용감한 아줌마님!!
치앙마이에서 온천갈때 만났던 한국인 자매들 기억나시죠??ㅎㅎ
저 그중에 언니예요~~(빨간 줄무늬티..ㅎㅎ)
저희 여행갔다와서도 언니(이렇게 불러도 되나>ㅎ)랑 아드님 얘기
진짜 많이 했어요...저희도 여행기나 한번 써볼까 생각하고 있는 중인데
아마 쓰면 치앙마이에서 만난 유쾌한 모자의 이야기가 큰 비중 차지할거라
했는데...ㅎㅎ저 제목만 보고 바로 언니라는 삘~이 와서 동생한테 바로
전화했어요...ㅎㅎ여행기 기대할께요!!
용감한아줌마 2010.01.12 15:44  
당근 기억나죠....  이쁜 언니들 ㅋㅋ
내가 언니들한테 말했던 진짜 웃긴 남학생이 그날 쌩테우기사한테 당해서
온천 구경도 못했다네요???  그 남학생이 바로 J 랍니다.
영준맘 2010.01.16 16:04  
저두 이번에 아들이랑 방콕에 15일간 여행을 한답니다. 근데 아직 아들이 어려서.. 7살인데 언제쯤이면 저렇게 편할수가 있을까요? 한5년은 기다려야겠죠.. 이번에 고생할 작정으로 간답니다^^*
용감한아줌마 2010.01.16 20:16  
울아들 8살에 처음으로 자유여행을 갔었는데, 24인치 트렁크에 32리터 베낭까지 제가 짊어지고 다니느라 고생좀 했습니다.  수영장에서 사용할 튜브까지 들고 다녔다니까요 ㅋㅋ
월야광랑 2010.01.21 00:20  
아드님이 조숙하면 심부름 시키기엔 딱.... (쿨럭)
민베드로 2010.02.01 23:21  
처음부터 다시 읽어 봅니다.
라오스 여행은 어떠셨는지 궁금하네요.

아드님이 참 귀여운거 같아요.
정말 사진도 있으셨더라면 좋았을텐데요.

반싸바이는 마사지 정말 잘하죠.
태국에서 유일하게 받아본(그렇담 비교가 안되는군요..ㅋㅋ)
마사지인데...
그 미소청년은 잘 있는지..

슬슬 배가 고픈데..팟타이가 그립네요^-^
용감한아줌마 2010.02.03 11:27  
라오스에서도 파란만장 했죠 ㅋㅋ

미소청년??  밤톨같이 생긴 청년을 말하는거죠?
영어 좀 하는 인상좋은 청년이요....
아주 잘 있구요, 여전히 친절하답니다.
울아들 전담 맛사지사입니다.
박시원 2010.02.23 20:44  
혹시...
베트남항공이용하셨고 귀여운 아들 녀석이랑 작은 베낭메고 여행다녔던 그 분맞으시죠?
삼센3로드에서 아들데리고 반사바이 마사지 받으러 간다고 인사했던 그분.
위에 쯤에 "어디나 봐도 한국사람..한국말..."이부분에 저에요.
그때 저희들에게 그러셨잖아요
"한국말이다! 한국사람맞죠?? 어머.. 너무 반가워요!!! 호호호호"
이러셨는데!!!
맞죠?
딱 위에서 열줄정도 읽는데 왠지 딱 님이 생각났는데 중간쯤 읽다가 확신이...
그날 저희는 길잃고 계속 걸어서 무척 힘들었을때 만나서 제대로 길게 더 이야기 하고
싶었는데 그러지도 못했네요.
아이와 함께 씩씩하게 잘 헤쳐 가시던데..
여행기 베스트 됐네요
저도 끝까지 읽어 볼꼐요.
푸하하하. 역시 세상은 좁아요!
홀로남 2010.03.22 15:21  
"따뜻한 밤기운(?)이 진짜로 좋다."
이 말에 절대 공감합니다.
★보보★ 2010.03.31 10:22  
쩡이님 여행기 읽다가 용감한 아줌마님이 출현하시기에 모자의 여행기가 너무나 궁금하여 이렇게 들어왔습니다~^^마지막 여행에 대한 꼬맹이의 대사에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저도 20대 때에는 친구들과 다니면서 그렇게나 사진을 찍어댔는데 저번주에 다녀온 태국 7일간의 여행은 사진이 거의 15장도 안되네요^^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없었기에 더 많을 것을 눈과 마음에 담고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한국 온지 몇일 됐는데 왜 이리 아쉽고 또 가고 싶을까요.

친구들은 그러더라구요..또 태국이야?? (작년 12월에 갔었거든요ㅋ-20대 마지막 여행이라며)
그런데 또 태국을 가고 싶네요^^
shtersia 2010.07.02 17:28  
연배가 비슷한 분의 여행기...맘이 가는건 어쩔수 없는 저의 한계인가요?...
잼나게 보겠습니다...
쌩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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