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는 마흔살, 애늙은이 열세살의 동행 8
여권에 출입국심사 도장도 마르지 않았건만, 또다시 항공권을 검색하는 이건 뭐니???
올해 중학생이 되는 아들이 착실하게 학교생활 잘~하고 딱 지금처럼만 성적을 유지해 준다면 올여름 방학때 2주간의 해외여행을 보내 주겠다고..... 남편이 말했다.
솔직히 말이야 바른 말이지, 초딩 울아들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어요" 라며 개 풀 뜯어먹는 소리 하고 있지만, 이게 다 엄마의 공이란 말이다. 내가 보기엔 철없어 보여서 그렇지 왕년에 공부좀 했다. 고로 남들 다 돈내고 다니는 수학, 영어 집에서 내가 가르쳤으니.... 당근, 엄마 덕이지....
남편은 열심히 돈 버느라 고생하는데, 엄마하고 아들은 팔자 좋게 놀러 다닌다고 구박(?)하시는 분들이 계서서....
오늘은 제 자랑 쬐끔하고 여행기 시작합니다.
12월 30일
체크 아웃하고 숙소를 옮겨야해서 일찍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부랴 부랴 짐을 싸들고 열쇠를 찾아 헤매던 다는 밤새도록 출입문에 꽂혀 있던 열쇠를 발견했다.
이중으로 문단속을 열심히 하면 뭐하냐구.... 이놈의 건망증 때문에 내가 못살아!!!
3일동안 정든 님만해민을 뒤로 하고~~~ 빠뚜타페로....
어라?? 오늘은 J가 안보인다... 내가 너무 일찍 나타났나??
체크인을 하니, 주인 아줌마가 정~~말 친절하게 맞이해 준다.
누가봐도 일본인이라는 걸 한눈에 알 수 있는 주인 아줌마의 독특한 영어 억양~~
요건 동영상으로 내가 재현을 해야 한방에 이해가 되는데, 컴맹이라 불가능할 듯...
손꼽아 기다리던 싼깜팽온천을 가는 날이다. 드뎌~ 간다...
와롯롯 시장까지 한번에 쭉~~~
누군가 태사랑에 친절히 올려 놓은대로 세븐일레븐도 한번에! 아싸! 오늘 감 좋다....
육교 밑에 노랑 쌩테우가 있어야 하는데??? 없다!!! 이상하다??? 어떻하지???
내가 온천가는걸 어떻게 알았는지, 빨간 쌩테우 아저씨 친절하게 접근해 주신다.
"온천? 이거 타. 온천 가는거야..."
절대로 안탄다. 소문 많이 들었거든... 파란 쌩테우는 또 뭐니?
"온천 가지? 이거 온천 가는건데?"
내가 목욕 가방을 들고 있는것도 아닌데, 이사람들이 어떻게 알았지?
그렇게 어리버리하게 노란쌩테우를 찾고 있는데, 육교아래 음료수랑 기타 잡다한것들 파는 가판대 아줌마가 날 부른다.
"싼깜팽???"
아줌마 영어 한마디도 못한다. 그래도 난 무슨 말인지 다~~ 알아 들었다.
기다리면 쌩테우 온다구, 저쪽 쌩테우는 아니라구.... 완전 감솨..
그래도 혹시 몰라 "50밧??" 하고 물었더니 맞단다.
한참후에 노란쌕 쌩테우가 들어오니 아줌마가 아저씨에게 뭐라뭐라 말하더니 우리보고 타란다.
샤방샤방한(?) 미소를 날리며 쌩테우에 올라탔는데, 그래도 불안하다...
울아들 카메라 들고 나갔다 들어오더니,
"엄마, 혹시 몰라서 차 번호판 찍어 왔어...." 허거덩~ 이 치밀함.... 무서운 녀석....
언제 떠날지 모를 쌩테우에서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내 레이더에 포착되는 너무도 한국인처럼 보이는 뽀샤시한 아가씨 두명!!! 어쭈구리~ 손에 들고 있는책. 태사랑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책이다. 이 아가씨 두명이 바로 요즘 여행기 올리고 있는 "개똥벌레 자매" 들이다.
너무 우연하게 만난 개똥벌레 자매들이 우리와 같은 미소네에 있었다는 사실!!!
어떻게 한번도 만나지 못했던 걸까? 이쁜 언니들 보고 있으니, 추리한 내 모습이 참 거시기하다.
이럴줄 알았으면, 나도 립스틱이라도 좀 바르고 오는건데....
경상도 사투리 팍팍 날려주는 언니들 덕분에 지루하지 않게 온천으로~~~
사실, 아들하고 둘이 여행하다보면 입이 심심할때가 많은데, 오늘은 입 좀 풀었다 ㅋㅋ
온천까지 직행인줄 알았는데, 아저씨 군데군데 들르는 곳이 많기도 하다. 마을 버스 수준이다.
한참을 달려 쌩테우를 세우길래 우린 다 온줄 알고 내리려 했는데, 이상한 곳에 세운다...
도대체 여기가 어디니? 이쁜 언니들 때문에 혹시 우리 이상한데 팔아 먹는거 아냐??
아저씨 우리한테 바나나 말린것 같은 과자 한봉지씩을 건네 주면서 자꾸만 먹으라고 한다.
여기서 와전 소심 트리플 에이형 내성격 나온다. 개똥벌레 자매의 언니도 함께...
"이거 왜 자꾸 먹으라는 거야? 남이 주는 음식 함부로 먹으로 안되는건데... "
"그러게요? 이거 먹으면 나중에 돈 내놓으라고 하는거 아닐까요?
"이거 먹지 말고 들고만 있어. 나중에 돈 달라고 하면 돌려주게...."
으이구~~ 지금 생각해도 참 소심하고 쪼잔하다. 아저씨가 순수하게 친절을 베푼것을...
그렇게 쓸데없는 생각들을 하다보니 온천에 도착!
착실하게 서로 서로 인증샷 쩍어주고, 개똥벌레들(?)은 그냥 온천 구경하면서 발만 담그기로 하고,
우린 수영장으로....
사실은 커플탕으로 가서 사이좋게 온천욕 하려고 했다. 사람 북적거리는거 싫어서....
그런데, 때마침 만난 한국인 아저씨가 그런데 들어가봐야 값만 비싸고 진짜루 온천욕하는 시간은 짧다고 수영장에서 놀것을 추천해 주셔서.... 내가 은근 팔랑귀다.
정~말로 허접한 샤워실에서 대충 수영복 갈아 입고, 수영장으로 들어서니 5~6명쯤 있다.
서양인들로만... 그 사람들 뜨뜻한 온천물에 오래 못 버티고 나간다.
나는 자랑스런 한국인! 싸우나, 찜질방 경력이 얼마인가?
계란 삶은 냄새 나는 수영장에서 수영 솜씨를 한껏 뽐내고 있는 울 아들도 자랑스런 한국인!
멀지만 않다면, 치앙마이 있는 동안 여길 계속 들락거렸을 듯 싶다.
사람이 별로 없으니 엠보싱 내 몸매 맘껏 드러내고 수영복 입었다. 게다가 인증샷까지...
그저 발만 몇번 담근듯 한데 시계를 보니 1시간 30분이나 놀았더라. 난 뜨뜻한 물이 넘 좋~다.
나중에 J 에게 들은 얘긴데, 휴일에는 온천이 그야말로 바글바글... 절대 비추라구!!!
J는 1월 1일에 다녀왔다. 새해 첫날 몸가짐 깨끗이 하려구???
남들 다 먹는 계란도 삶아먹고 발만 담그고 좋아라 하는 개똥벌레들하고 다시 만나서 쌩테우기사를 만나기로 한 곳으로 갔다. 3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우리가 조금 일찍 나와서 기다렸다.
기다리면서도 계속 되는 의심...
"이 아저씨 안오는거 아냐??? "
"아까 그 과자 다 먹었는데, 과자 값 달라고 할지도 몰라..."
사실, 그 과자 온천 입구에서 15밧에 팔고 있더라. 언니들이 배고파서 그냥 먹어 버렸다는....
우리의 소심한 생각이 무색하게 아저씨는 정확하게 3시에 우릴 데리러, 아니 돈벌러 왔다.
돌아가는 길은 정말로 아무곳에나 사람 태우기를 반복했다. 허리도 아푸고 자리도 좁고...
쌩테우가 설때마다 아저씨가 아까 그 과자공장에 세우는건 아닌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와롯롯시장까지 무사히(?) 왔다. 여기서 개똥벌레들과 작별.... 한국으로 돌아간단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J를 못 만났다. 오늘 온천으로 놀러 간다고 하더니만, 별로 넓지도 않은데 못 만났네.... 그새 정이 든건지 하루 못 봤다고 섭섭하다....
하루를 정리하고 아이스크림 한개씩 먹고 있는데, 코앞에서
"누~~나~~~"
"넌... 도대체 나만 쫓아 다니는거니?"
"누나, 오늘 온천 못갔어요.... 쌩테우 기사가요......."
내가 그렇게 노란 쌩테우라고 알려 줬건만, 결국엔 엉뚱한 쌩테우를 타고 가다.... 당했구나..
내가 데리고 갔다올걸 그랬나보다.
그렇게 J의 하소연을 들으며 오늘을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