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 리뻬 - 지금 천국에 와 있습니다.
지금 천국에 와 있습니다. 아직까지도 사람들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는 꼬 리뻬에 와 있습니다. 꼬 리뻬에 관한 글을 여기 태사랑에서 읽고 더 이상 망가지기 전에 빨리 가보자는 심정에 치앙마이를 포기하고 이 곳에 왔는데.... 정말 후회가 없습니다. 세상에 이런 천국이 다 있을까요?
1. 교통편
제주항공 오후 8시출발, 방콕 공항 밤 12시 도착. 공항에서 노숙 후 아침 6시 30분발 에어아시아를 타고 핫야이 공항에 도착. 여기에서 미니버스를 9시경 타고 빡바라 선착장에 도착한 것이 10시 30분. 이후 11시 30분발 스피드보트를 타고 섬에 도착하니 1시 15분경. 리뻬 섬 앞에 있는 해상 선착장(?)에서 코 앞에 있는 리조트 앞 까지 배를 타고 이동.
아.... 제 앞에 왠 가족이 떼거리로 탔는데 정말 짜증나 미쳐버리는 줄 알았습니다. 억세게 시끄러운 말투로 자리를 계속 옮겨가며 떠들고 의자를 들썩이는데 정말 한 대 쳐버리고 싶을 지경이었습니다. 온 가족이 해외여행 처음해서 너무 신나 그러려나 보다 하고 꾹 참았습니다. 신발을 벗는 것도 모잘라 양말까지 벗어버리는 바람에 발 냄새가 진동을 했구요. 하이킥에 나오는 해리를 닮은 여자애는 도대체 왜 그렇게 시끄러운 것인지... 부모가 별로 뭐라고 하지도 않더군요. 제주항공의 좁은 좌석은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었지만 (싸잖아요! 왕복 27만 6천원이라는 횡재를 했습니다!) 정말 사람들이 짜증나는 것은 대책이 없었습니다. 제 옆에 앉아계시던 태국 아줌마가 한국사람들을 어떻게 생각했을까요? 반면 옆 자리에 앉으셨던 두 모녀는 어찌 그리도 예절 바르신지.... 정말로 비교되었습니다.
방콕공항은 정말 춥더군요. 1층에서 3층으로 올라갈 수록 추워지는데 또 올라갈 조용한 바람에 저와 제 친구는 조용한 것을 선택했습니다. 치러야 했던 댓가는.... 열대의 나라 태국에서 셔츠 두 겹에 패딩잠바 후드까지 눌러쓰고 담요덮고 차디찬 철재 의자에서 잠을 청했던 것입니다. 그래도 할 만 했습니다. 다만 다음에도 이럴 경우가 오면 시중에 파는 은색나는 휴대용 돗자리를 가져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거 깔고 바닥에서 자면 따뜻한 완전 평면에서 수면을 취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2. 꼬 리뻬
높은 건물이라고는 하나도 없고 휘황찬란한 조명도 하나도 없는 이 곳에는 모두가 조용합니다. 자동차래봐야 오토바이 몇 대만 있는 것 같고요. 밤에는 하늘에서 별이 정말로 쏟아집니다. 초등학교에서 보았던 별자리를 여기에서 확인해보니 너무 신기하군요. (저는 서울 출신입니다.)
꼬 리뻬 앞 바다의 수질에 대해서는 워낙 많은 분들이 칭찬을 하셨을 것이기에 여기에서 길게 쓰지는 않겠습니다. 무조건 일단 와서 보세요. 그동안 보았던 씨밀란, 끄라비, 피피... 다 갖다 버려야 합니다. -_- 끄라비와 피피는 좋은 수질에 석회절벽에 빚어내는 수려한 풍광을 즐길 수 있어 좋지만 꼬 리뻬의 바닷물에 비하면 피피는 입 한번 행군 물 수준입니다. 어종도 훨씬 더 풍부할 뿐만 아니라 산호도 정말 다 살아있습니다. 심지어 제가 머물고 있는 꼬 리뻬의 파타야 해변에서조차도 살아있는 산호를 볼 수 있습니다. 참고로 이 파타야 해변이 이 동네에서 제일 지저분한 해변입니다.
우기에 접으들면 파도가 세져서 이 곳에 오는 것 조차 힘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꼬 리뻬로서는 지금이 최성수기일텐데 무슨 성수기에 이렇게 사람이 없는지 신기할 정도입니다. 끄라비의 비수기 보다도 사람이 없어요. 저희는 오늘 스노클링 투어를 했는데 저희 포함애서 딱 네 명이 한 배에 탔습니다. 다른 코스로 가셨던 한국분들은 아예 단 두 분이 타셨더군요. 이렇게 사람 자체가 적으니 스노클링 투어 하면서도 굳이 몇 시까지 배로 돌아와라 하는 말도 없습니다. 시계 안 보고 산지 정말 오랜만이었습니다. 내일은 이 섬에서만 죽치고 있을테니 더더욱 시계가 필요 없겠죠. (한국시간으로는 오늘이군요.)
물가는 듣던대로 비쌉니다. 모든 것이 육지보다 비쌉니다. 육지에서 파는 제일 싼 태국 생수를 빡바라에서는 6개에 30바트에 파는데 여기에서는 55바트에 팝니다. 컵라면은 육지에서 파는 제일 싼 것이 여기에서는 육지에서 제일 비싼 것의 값을 받습니다. 만일 과자 같은 것을 많이 드실 분이시라면 육지에서 어느 정도 간식거리를 사오시는게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지인들을 돕고 싶으시면 그냥 오셔도 되겠죠. :-) )
음식 나오는 속도는 태국에서 최고로 느린 것 같습니다. 어제는 너무 배가 고팠는데 음식 주문했다가 나오길 기다리다가 죽어버리는 줄 알았습니다. 옆 숙소 나무에 열린 과일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결국 테이블에 있는 캐첩으로 허기를 급히 달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태국에서는 음식이 늦게 나오는 편이기 때문에 절대로 배고픈 상태에서 음식을 시키면 안 되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 곳은 꽤 인내심을 필요로 합니다. 저희는 아예 오늘은 수시로 간식을 먹고 밥 먹기 몇 십분 전에는 아예 라면 반 봉지를 먹고 나왔습니다. -_-
여행기에서 읽은 대로 이 곳의 음식점 물가는 좋은 자리 나쁜 자리를 따지지 않습니다. 골목 구석에 있는 집이 바닷가의 분위기 좋은 집 보다 비싼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추천해드리는 곳은 파타야 해변 서쪽 끝에 자리한 다야 리조트의 식당입니다. 분위기도 아주 좋고 다른 집보다 속도가 다소 빠른 편이며(?) 음식은 정말 맛있습니다. 가장 피해야 할 곳은 그 옆에 위치한 시타 리조트의 식당입니다. 쓸데 없이 값만 두 배 비싸고 10프로까지 봉사료인지 세금인지가 붙어버리니 피하시기 바랍니다. 음식도 그저 그래요.
제가 다녀본 태국 남부 지역(푸껫, 끄라비 등)은 밤에도 매우 습한 곳이었는데 이 곳은 하나도 덥지 않습니다. 낮에도 햇살이 따갑다는 생각은 들지만 후텁지근한 느낌은 전혀 없었습니다. 저는 피부 보호 차원에서 흰색 긴팔을 입고 다녔는데도 그렇습니다. 밤에는 오히려 서늘하기 까지 합니다. 우리나라 9월 초반 정도랄까... 이 곳의 대다수 숙소에 에어컨이 없는 이유를 알았습니다.
다른 태국지역과 마찬가지로 여기도 백인들이 많이 와 있습니다. 다만 끄라비 같은 곳은 완전 스칸디나비아인들과 독일인들이 점령해버린 반면 이 곳은 그나마 국적이 다양합니다. 놀러 온 태국인들도 눈에 띄고요. 신기한 건 세계 어디를 가나 눈에 보이는 일본인들과 중국인들을 아직 한 명도 못 보았다는 것입니다. 한국사람들은 은근히 좀 있더군요. 이탈리아 애들은 여기에서도 시끄럽게 떠들고 꼭 담배를 피우댑니다. 배 위에서 피운 담배는 살짝 남몰래 바다에 버려주는 센스까지.... 유럽에서 하던 짓과 똑같습니다. -_- 그래도 푸껫 빠통 비치에서 길거리 개들과 호형호재하는 것들과 비교하면 이 곳에서는 모두가 그나마 제대로 된 인간처럼 행동합니다.
만일 꼬 리뻬에 갈까 말까 망설이시는 분들은 꼭 오시길 바래요. 아... 정말 천국입니다. 내일 모레 떠나기가 두려워집니다. 그래도 또 다른 차원으로 즐거운 방콕이 있으니 설레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