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는 마흔살, 애늙은이 열세살의 동행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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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없는 마흔살, 애늙은이 열세살의 동행 7

용감한아줌마 17 2158

내가 왜 여행기를 쓰기 시작했을까?   은근히 힘들다....  
초절정 건망증 때문에 가물가물해진 기억을 되살리려니 머리에서 쥐가 날 지경이다. 
여행이란것이 어떤 커다란 의미를 갖고 있지 않아도,  대단한 추억거리가 아니어도....
그~~냥 좋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 시작한 일인데, 에궁!! 힘들다.


12월 29일

쌩테우에서 내리는 순간 J 를 또 만났다.  진짜루.....
멀리서 두손 흔들면 날 반기는 J
"누~~나~~~   어디 가세요???"
J는 참 밝게 웃는다.  사랑 많~이 받고 자란듯 하다.
"또 보네?  숙소 알아보려구....."
우린 그렇게 넌 너 갈길 가구, 난 나 갈길 간다.....  그러면서 헤어졌는데,
이때까지 난 몰랐다.  J 에게 나만을 향한(?) 네비가 작동 중이라는 사실을....

발품 팔기를 한시간 반만에 드디어 숙소를 구했다.
로밍롯지 호텔 있는 거리의 한적한 골목에서....  
태국계 일본인 남편과 일본인 부인이 운영하는 곳인데, 건물은 낡았지만 깨끗하게 관리가 잘 되어 있구, 무엇보다 울아들이 사랑하는 나이트바자가 가까워서...   

치앙마이에서 남들은 무엇을 하면서 놀지???
우아하게 브런치 먹고, 낮에는 더우니까, 푹~~ 쉬다가 밤이 되면 슬슬 놀 준비를 해야하는것 같더라.....  그래서 우리도 밤에 놀러 나갔다.  어디로???  "나이트 사파리"

앞서 말했듯이 난 동물이라면 질색인 사람이다.
아들 어린시절에 동물원 가는 일이 내게는 극기 훈련이었으니까.  입구에서 가족사진 한장 찍고 남편이 아들 델꼬 다니면서, 열심히 놀아줬다.  난 휴게실에서 커피마시구...
그런 내가...  치앙마이까지 와서 동물원엘 갔다.  아들이 웬수(?)다.

입구로 들어서면 정면에 크리스마스트리 큼지막하게 장식되어 있고 분수대가 있다. 
요기선 사진 한장 찍어 줘야 한다.  남들도 다 그렇게 한다.  우린 건너 뛰었다.   왜?
방금전에 코끼리가 덩치만큼 푸짐하게 응가 해놓은걸 봤으니까.  엄청나게 많이~~
새끼 백호하고 인사하고 온 사이에 감쪽같이 치워 놓았지만, 우린 알고 있다....
지금 밟고 있는 곳이 응가가 있던 곳이라는 걸 ㅋㅋ  너희들 똥 밟았어... 

첫번째 트램을 타면 초식동물들을 보는 거다.  
입구에 들어서니 트램이 우릴 기다리고 있는게 보인다.  잽싸게 올라 탔다.
이내 출발하고 들리는 가이드 목소리....  아~ 정겹다..  그러나 하나도 못 알아 듣겠다. 태국어!!!
그제서야 아차 싶어서 팜플렛을 보니, 영어가이드가 있는 트램은 시간이 정해져 있었다. 에궁~
입구에서 우릴 데려간 드라이버가 친절하게 팜플렛에 한번더 영어가이드 트램 시간을 적어 주었건만, 그러면 뭐하냐구....  난 지금 유창한 태국어를 듣고 있는데.

뭐 별 내용 있겠어?  얘는 어느 나라에서 온 무슨 동물이구요, 뭘 먹구 살아요... 
쟤들은 한 가족인데요, 새끼가 몇 마리나 되요.....   뭐 대충 이런 내용 아니겠어?
다행히 영어로 동물들 이름 다~~ 씌여 있으니까, 그냥 눈으로 보면 되는 거지 뭐...
요렇게 아들한테 변명했다. 
똘똘한 울 아들 태국어도 알아듣나?   남들 웃을때 따라 웃기까지 한다? 

두번째 트램은 맹수가 사는 곳이다.  동물 싫어 하는 나도 요건 쬐금 흥미가 당긴다는.....
에버랜드 사파리에서 잠만 늘어져라 자고 있는 사자들을 보고 급 실망했던 기억이 ㅋㅋ
이번엔 영어가이드가 있는 트램으로 잘 골라 탔다. 실수 없이... 
동물원에 가면..  사자도 있구, 호랑이도 있구.....  또 뭐가 있었지?  기억이 안난다.
애가 엄청 흥분하면서 동영상도 찍고 했는데, 난 도대체 뭘 본거지?
내 옆에 중년의 외국인이 가이드 한명 동행하고 앉아 있는데, 거 참 어른이 그 나이에 동물원에 혼자 온걸 보니 동물을 정~말로 사랑하는가 보다.

분수쇼도 보고 대충 인증샷도 몇장 찍고....   아들은 아주 신났다.  아빠한테 문자를 날리는데,
"아빠, 나이트 사파리에 왔는데 완전 재밌어.  동물들이 잠도 안자고 막 돌아다녀..."
기가 막히는 문자다. 돌아다니는 동물들이 신기하니?  너무 당연한거잖아???
얘가 한국에서 한낮에만 사파리를 보게되니 열심히 잠만 자는 동물들에 질렸구나 ㅋㅋ
난 뭘 봤는지 기억도 못하는데, 아들이라도 즐거웠다니 엄마가 보람을 느낀다.

외국까지 와서 무슨 동물원???  하는 부모님들이 있다면 한번쯤 생각해 보시라 말하고 싶다.
애들은 어디까지나 애들이다.  애들 눈높이에 딱 맞는곳이 동물원인듯 싶다.

아들을 위한 동물구경도 끝나고 다시 돌아온 님만해민....
누가 수질관리를 이렇게 잘 해 놓은거야? 
멋드러진 외제차에서 내리는 태국청년의 외모가 심상치 않다. 
한국의 클럽에 나타나도 1급수에 해당하겠는걸???
님만해민에서의 마지막을 이 잘생긴 청년이 장식하는구나..... 아~ 그림의 떡!!

그림의 떡을 열심히 쳐다보기만 하는 내 현실은???
17밧짜리 토스트 한쪽 먹어보겠다고 10여분 넘게 목빠지게 기다리고 있다.
무슨 토스트 가게에 이렇게 사람이 많은건지...  이름까지 적어 놓고 기다린다.
내 이름은 "Toui" 라고 씌여져 있다.  분명히 choi 라고 말 했는데....
배가 고파서 맛있는건지, 원래 맛있는건지 모르겠지만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몬 토스트" 최고예요.... 

17 Comments
쩡이^^ 2010.01.18 14:07  
ㅎㅎㅎ
오늘도 1등이닷!!ㅎㅎ
아드님 총기가 흐르더니 태국어까지 잘 알아듣는거예요??ㅋㅋㅋ
싱가폴에서 나이트 사파리 갔을때 동물들 다 자고 있던데..ㅠ
저희는 그날 언니한테 추천받고 비행기 시간 늦을까봐 몬 토스트 못 먹었어요..ㅠ
몬 토스트 먹으러 꼭 치앙마이 다시 가야겠어요...ㅋㅋ
그리고 여행기 읽을수록 j청년 더 궁금하네요..ㅋㅋ
용감한아줌마 2010.01.20 12:21  
싱가폴에서 나이트 사파리 못 갔다고 아들이 3년을 궁시렁거려서....

J의 사진이 몇장 있는데, 공개 해 볼까나....
쩡이^^ 2010.01.20 16:18  
네~~ㅎㅎ
이젠 그냥 우리의 지인같이 느껴지는 J...
치앙마이 길에서 우연히 마주치길 바랬던 J...
사진공개 요청요!!!
곰돌이 2010.01.18 16:15  
ㅎㅎㅎ.

여행기 올리기 힘드시지요..^^;;

나중에 올리려면,  더 힘들고...

그래서,  전 여행기를 안올립니다. ^^;;

다른 사람들한테만 올리라고 채근하고...

-> 아주 못된 심보임....



그래도,  여행기 올리시면서,  여행을 추억하는 재미가 있지요 ?

다른 분들께,  좋은,  여행정보도 제공하고요...^^*
용감한아줌마 2010.01.20 12:23  
넵... 힘들어요.  하지만,
여행을 추억하는 재미가 있는것도 맞아요.
곰돌이님 응원에 힘입어 계속 갑니다....
영준맘 2010.01.18 17:32  
너무 재미있게 보고있어요^^*
용감한아줌마 2010.01.20 12:23  
아이디를 보니 저처럼 아이와의 여행을 꿈꾸거나 이미 경험하신분???
재밌게 읽어 주셔서 감사 ㅋㅋ
piri 2010.01.18 18:47  
우앙~ 나이트사파리 재밌어보여요! 다음에 꼭 가야겠어요^^
저는 어른이지만 동물 보는 게 좋아요! 나중에 제 아이가 동물원 안 좋아하면 엄청 서운할 것 같아요 ;ㅂ;
용감한아줌마 2010.01.20 12:29  
자신을 꼭 빼닮은 아이와 손잡고 동물원가면 흐뭇하실거예요...
아이가 동물원 싫어하면???  좋아할때까지 델꼬 다녀야죠~~~
열혈쵸코 2010.01.19 02:40  
나이트사파리인데 동물들이 활동하고 있으니, 더 신기했을 것 같습니다.
시장에 박물관에 동물들까지 좋아하는 아드님은 완전 여행체질이네요. ^^
용감한아줌마 2010.01.20 12:32  
그러게요?  동물들이 왜 잠을 안잤을까요?  낮잠을 재웠나? 초저녁이라서?
아들은 갈수록 여행체질이 되어가는데, 엄마는 힘들어서 죽겠어요...
이젠 혼자 가라고 해야 할 듯..
월야광랑 2010.01.21 00:50  
혹시나 아드님에게 관대하신 이유가 수많은(?) 비밀(?)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 (먼산)
뭐 귀엽고 재치있는 아드님인 것 같아서 관대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
용감한아줌마 2010.01.21 13:36  
아이가 하나이다 보니 그냥~~ 너그러워집니다. 
아무래도 아이가 여럿 있는집보단 엄마의 몸과 마음이 편하다보니 화낼일이 별루 없는듯...
월야광랑 2010.01.21 14:15  
뭐 그러셔도 될 것 같은데요. 이야기를 읽다 보면, 아드님이 나름대로 사려깊고 그런 듯 한데요.
뭐 애늙은이라고 하셨지만, 버릇없고 그런 것 보다는 나름대로 남(어머니)을 배려할 줄 알고, 같이 즐길 줄 아는 아드님이 귀여워 보이는데요. ^.^
민베드로 2010.02.02 00:37  
치앙마이에서 못가봐서 아쉬웠던 곳이
동물원입니다. 제가 갔을 때
팬더곰 새끼가 태어나서
태국이 경사 분위기였거든요.

지금은 많이 컷겠네요.
팬더곰은 못보셨나요?
중국에서 빌려와서 태어난 새끼는
태국 거라던데..ㅋㅋ
용감한아줌마 2010.02.03 11:09  
팬더는 일반 동물원에 있었나???
나이트 사파리에서는 못 본것 같기도 하구.....  기억이 가물가물~~
아아이참 2010.02.03 15:31  
타패 근처 숙소 이름하고 가격 알 수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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