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는 마흔살, 애늙은이 열세살의 동행 7
내가 왜 여행기를 쓰기 시작했을까? 은근히 힘들다....
초절정 건망증 때문에 가물가물해진 기억을 되살리려니 머리에서 쥐가 날 지경이다.
여행이란것이 어떤 커다란 의미를 갖고 있지 않아도, 대단한 추억거리가 아니어도....
그~~냥 좋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 시작한 일인데, 에궁!! 힘들다.
12월 29일
쌩테우에서 내리는 순간 J 를 또 만났다. 진짜루.....
멀리서 두손 흔들면 날 반기는 J
"누~~나~~~ 어디 가세요???"
J는 참 밝게 웃는다. 사랑 많~이 받고 자란듯 하다.
"또 보네? 숙소 알아보려구....."
우린 그렇게 넌 너 갈길 가구, 난 나 갈길 간다..... 그러면서 헤어졌는데,
이때까지 난 몰랐다. J 에게 나만을 향한(?) 네비가 작동 중이라는 사실을....
발품 팔기를 한시간 반만에 드디어 숙소를 구했다.
로밍롯지 호텔 있는 거리의 한적한 골목에서....
태국계 일본인 남편과 일본인 부인이 운영하는 곳인데, 건물은 낡았지만 깨끗하게 관리가 잘 되어 있구, 무엇보다 울아들이 사랑하는 나이트바자가 가까워서...
치앙마이에서 남들은 무엇을 하면서 놀지???
우아하게 브런치 먹고, 낮에는 더우니까, 푹~~ 쉬다가 밤이 되면 슬슬 놀 준비를 해야하는것 같더라..... 그래서 우리도 밤에 놀러 나갔다. 어디로??? "나이트 사파리"
앞서 말했듯이 난 동물이라면 질색인 사람이다.
아들 어린시절에 동물원 가는 일이 내게는 극기 훈련이었으니까. 입구에서 가족사진 한장 찍고 남편이 아들 델꼬 다니면서, 열심히 놀아줬다. 난 휴게실에서 커피마시구...
그런 내가... 치앙마이까지 와서 동물원엘 갔다. 아들이 웬수(?)다.
입구로 들어서면 정면에 크리스마스트리 큼지막하게 장식되어 있고 분수대가 있다.
요기선 사진 한장 찍어 줘야 한다. 남들도 다 그렇게 한다. 우린 건너 뛰었다. 왜?
방금전에 코끼리가 덩치만큼 푸짐하게 응가 해놓은걸 봤으니까. 엄청나게 많이~~
새끼 백호하고 인사하고 온 사이에 감쪽같이 치워 놓았지만, 우린 알고 있다....
지금 밟고 있는 곳이 응가가 있던 곳이라는 걸 ㅋㅋ 너희들 똥 밟았어...
첫번째 트램을 타면 초식동물들을 보는 거다.
입구에 들어서니 트램이 우릴 기다리고 있는게 보인다. 잽싸게 올라 탔다.
이내 출발하고 들리는 가이드 목소리.... 아~ 정겹다.. 그러나 하나도 못 알아 듣겠다. 태국어!!!
그제서야 아차 싶어서 팜플렛을 보니, 영어가이드가 있는 트램은 시간이 정해져 있었다. 에궁~
입구에서 우릴 데려간 드라이버가 친절하게 팜플렛에 한번더 영어가이드 트램 시간을 적어 주었건만, 그러면 뭐하냐구.... 난 지금 유창한 태국어를 듣고 있는데.
뭐 별 내용 있겠어? 얘는 어느 나라에서 온 무슨 동물이구요, 뭘 먹구 살아요...
쟤들은 한 가족인데요, 새끼가 몇 마리나 되요..... 뭐 대충 이런 내용 아니겠어?
다행히 영어로 동물들 이름 다~~ 씌여 있으니까, 그냥 눈으로 보면 되는 거지 뭐...
요렇게 아들한테 변명했다.
똘똘한 울 아들 태국어도 알아듣나? 남들 웃을때 따라 웃기까지 한다?
두번째 트램은 맹수가 사는 곳이다. 동물 싫어 하는 나도 요건 쬐금 흥미가 당긴다는.....
에버랜드 사파리에서 잠만 늘어져라 자고 있는 사자들을 보고 급 실망했던 기억이 ㅋㅋ
이번엔 영어가이드가 있는 트램으로 잘 골라 탔다. 실수 없이...
동물원에 가면.. 사자도 있구, 호랑이도 있구..... 또 뭐가 있었지? 기억이 안난다.
애가 엄청 흥분하면서 동영상도 찍고 했는데, 난 도대체 뭘 본거지?
내 옆에 중년의 외국인이 가이드 한명 동행하고 앉아 있는데, 거 참 어른이 그 나이에 동물원에 혼자 온걸 보니 동물을 정~말로 사랑하는가 보다.
분수쇼도 보고 대충 인증샷도 몇장 찍고.... 아들은 아주 신났다. 아빠한테 문자를 날리는데,
"아빠, 나이트 사파리에 왔는데 완전 재밌어. 동물들이 잠도 안자고 막 돌아다녀..."
기가 막히는 문자다. 돌아다니는 동물들이 신기하니? 너무 당연한거잖아???
얘가 한국에서 한낮에만 사파리를 보게되니 열심히 잠만 자는 동물들에 질렸구나 ㅋㅋ
난 뭘 봤는지 기억도 못하는데, 아들이라도 즐거웠다니 엄마가 보람을 느낀다.
외국까지 와서 무슨 동물원??? 하는 부모님들이 있다면 한번쯤 생각해 보시라 말하고 싶다.
애들은 어디까지나 애들이다. 애들 눈높이에 딱 맞는곳이 동물원인듯 싶다.
아들을 위한 동물구경도 끝나고 다시 돌아온 님만해민....
누가 수질관리를 이렇게 잘 해 놓은거야?
멋드러진 외제차에서 내리는 태국청년의 외모가 심상치 않다.
한국의 클럽에 나타나도 1급수에 해당하겠는걸???
님만해민에서의 마지막을 이 잘생긴 청년이 장식하는구나..... 아~ 그림의 떡!!
그림의 떡을 열심히 쳐다보기만 하는 내 현실은???
17밧짜리 토스트 한쪽 먹어보겠다고 10여분 넘게 목빠지게 기다리고 있다.
무슨 토스트 가게에 이렇게 사람이 많은건지... 이름까지 적어 놓고 기다린다.
내 이름은 "Toui" 라고 씌여져 있다. 분명히 choi 라고 말 했는데....
배가 고파서 맛있는건지, 원래 맛있는건지 모르겠지만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몬 토스트" 최고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