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는 마흔살, 애늙은이 열세살의 동행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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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없는 마흔살, 애늙은이 열세살의 동행 9

용감한아줌마 20 2321

"엄마, 난 태국이 넘~~ 좋아.  따뜻한 나라에서 살고 싶어....."
비행 스케줄 바꿔서 며칠만 더 있다 가자고 조르던 녀석이, 오늘도 스키장에서 내려올줄 모른다.
사람처럼 간사한 존재가 없다더만, 옛말 틀린거 하나도 없네...
난, 오늘도 따뜻한 태국을 그리워하면서~~~

12월 31일

난, 정말로 하고 싶지 않지만.....  아들은 꼭 해야만 한다는 트레킹!!!
고민 많이 했다.  1박 2일과 1일 중에 어떤걸로 해야할지....
여름에 운남성에서 호도협 트레킹을 하면서 저질체력의 한계를 느낀 나는 1일 트레킹으로 결정....
그런데, 아들이 문제다.  죽어도 하룻밤 자야 한다고 우겨대는데, 똥고집이 말이 아니다.
내가 다른건 몰라도 잠만큼은 편하게 자고 싶은데~~
결국, 금빛 안장 두른 나무 코끼리 하나 사주는 조건으로 1일 트레킹으로 합의에 성공.

세븐일레븐에서 사다 놓은 빵으로 대충 아침을 떼우고 픽업 차랑에 올랐다.
다름 사람들을 픽업하려 가는 모양인데, 느낌이~~~ 불길하다(?)
"엄마, 저기는 J 형이 머무는데 아닌가?"
"야!  이 골목에 게스트하우스가 얼마나 많은데..."

허걱!!!
"누~~나~~"
"너!!!  너 진짜로 나만 쫓아 다니는거지???"
우리는 분명히 다른 여행사를 통해서 트레킹 예약을 했다.
더 기막힌 건 J는 우리보다 100밧이나 싸게 예약을 했다는 사실...
똑같은 상품인데, 어떻게 이럴수가... 
일인당 100밧이면 200밧이나 바가지???  200밧이면 홈마사지에서 1시간 맛사지 받을수 있는데...
머리위에서 100밧짜리 2장이 동동동 떠다녔다 ㅋㅋ

우리의 동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1일 트레킹 내용 사실 별거 없다.   내가 경험한 트레킹 내용을 보면,

1. 레프팅
   건기라 그런가?  물도 별로 없고 물살도 세지 않아서, 그냥 고무보트 타기였다.
   우리나라의 동강 레프팅을 상상했다면....  꿈 깨시길..   하나도 안 무섭다.
   빠져 죽을까봐 구명조끼에 헬멧까지 썼는데, 참으로 민망 ㅋㅋ
   방비엥에서의 카약킹보다 더 심심하다.  완전 실망!!!

2. 폭포에서 놀기???
    경관이 빼어나게 아름다운건 아니고, 그냥 놀기 좋은 곳이다.
    문제는 추워서~~~
    그래도 경험 삼아 물에 뛰어 들어보긴 했다.  나말구 J 가.....  난 수영 못한다.
    수영 잘하고 물 좋아하는 울아들도 구경만 했다.  추우니까 ㅋㅋ

3. 코끼리 타기
    이걸 왜 했나 싶다.  
    서양애들은 좋다고 들떠서 사진도 찍고 노래 불러가면서 생쇼를 하더만....
    울아들이 동물을 좋아는 하는데, 보호하는데는 관심이 없다.

4. 트레킹???
   동네 야산 같은 곳을 40여분정도 열심히 걸었다.  시퍼런 바나나 한번 따 봤다.
   아들이 코끼리 준다고 쟁여 놓은걸 버렸다가 무지하게 구박 받았다.
    험난한 호도협 트레킹 경험이 있는 나에겐 정말 별거 아니었다.
    이걸 왜 한거지???

5. 대나무배 타기
    이건 또 뭐니???  
   주변 경치가 아름다우니 경치 감상하면서 유유자적하게 즐기라는 뜻인듯 한데,
   난 방비엥에서 하루종일 배타면서 아름다운 산수감상 실~~컷 한 사람이다.
   난 졸았다...
 
6. 목긴마을
    자신들의 고유한 풍습이 관광상품이 되어버릴 수 밖에 없는 카렌족....
    난 맘이 아프다.  울아들이 꼭 직접 보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없이 가게 되었지만,
    씁쓸한 마음만 가득 안고 돌아 왔다.
  
결과적으로 고가의 비용을 지불했지만, 만족도는 상당히 낮은...
다른 사람들 말을 들어보니 1박 2일 트레킹은 꽤 괜찮은 듯 한데, 난 트레킹은 이제 안할것 같다.
함께 간 J 와 아들도 트레킹에 살짝 실망한 모습이 보인다. 
그래도 J 는 나보다 100밧 싸게 했잖아?  

대충 씻고 발 마사지 받고 다시 빠뚜타페로 갔다.
밤에 아주 큰 행사가 열린다고 해서 구경하려구....
1월 1일 새해가 되면 보신각에서 종치고 새해를 맞이하듯이.
언제 설치되었는지 타페앞에 큰 무대가 있고 가수인듯한 사람이 반짝이 옷 입고 노래도 부르고,
어린이들이 나와서 춤도 추고....  큰 축제인가 보다. 거리 가득 사람들이 넘쳐 나고....

새해 소원을 비는 등들이 하늘 높이 날아 오르는데, 멀리서 보면 별들이 총총이 빛나는 것처럼
보인다.  가끔은 하늘로 올라가다 전기줄에 매달리기도 하고 그냥 곤두박질쳐 땅에서 장렬히 전사하기도 한다.  난 너무 피곤해서 맛사지만 받고 쉬려고 했는데, 아들이 사려져 버렸다.
"누나!  이런날을 어떻게 그냥 보내요???"
그러구선, 아들하고 사라져 버렸다.  나만 버려두고....

난, 서울에서도 보신각 종치는것도 안 본다.  우리집에서 택시로 20분이면 가는데도 불구하고....
한겨울에 추워 죽겠는데, 그것도 오밤중에 거길 왜 가는데???
그렇게 보고 싶으면 TV로 보면 되잖아...  소파에 누워서~~
이런 내가 남의 나라에서 새해 축제 보겠다고 1월 1일 0시 될때까지 기다린다는게 말이 돼???
말이 안되는 일이 벌어진거지....

그렇게 1월 1일을 치앙마이에서 맞게 되었다. 
엄청난 불꽃들과 함께...  돈좀 썼나 보다.  하늘만 쳐다 보느라 목 빠지는 줄 알았네...
불꽃놀이가 장관을 이루고 사람들 표정이 좀전 12월 31일보다 밝아진 듯하다.
모두들 새해를 향한 꿈들을 꾸고 있겠지? 에구!  한살 더 먹었구나..
올 한해도 열심히 살구, 아들 손잡고 또 비행기 타게 해주세요~~~
작년엔 베트남 달랏에서 새해를 맞이했었는데, 올해는 치앙마이구나... 내년엔 어디???

"엄마! 진짜루~~ 마흔살 된거 축하해"
내 아들이지만 참 밉상 발언이다. 
엄마가 나이 적어 낼때 항상 만으로 쓰는거 알면서...
생일케익에 촛불들은 30살에서 멈춘걸 알면서....

J 와 함께 사라졌던, 아들은 형님으로부터 나무로 만들어진 오토바이를 한대 선물 받았는데,
아주 입이 귀에 걸렸다. 누가 보면 생일인줄 알겠네...  J가 동생이 없다더니 울아들을 참
예뻐라한다. 외로움이 많은 성격인듯 한데 앞으로 남은 일정을 어떻게 이겨낼지 걱정도 되구해서
밥이라도 한끼 챙겨서 먹여야 할 듯 싶었다. 
항상 우연히 마주치기만 했던 J와 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일 6시에 다시 만날 약속을 하고,
각자 갈길로~~~~

이렇게 허무하게 한살을 더 먹다니....  난 내인생에 40은 없을줄 알았는데  ㅋㅋ

20 Comments
월야광랑 2010.01.23 16:51  
아드님이 선물공세에 상당히 약하군요. ^>^
용감한아줌마 2010.01.24 15:42  
쇼핑 좋아하는 아들답죠???
고은솔 2010.01.23 20:33  
와 ~~여행기 잘 쓰시네요 ~
아들과 엄마 ~~
음~~
29일쯤  혹시 치앙마이 미소네서 만났던  용감한 엄마 ~ㅎㅎ
카메라 들고 자유여행하던 50대 부부기억 하실려나 ..
미소네서 타페쪽으로 게스트하우스 옮기시더니
즐겁게 여행하셨나요?

우린 연말과 새해 치앙라이에 가서 보냈다요 ,,
용감한아줌마 2010.01.24 15:45  
기억합니다.  두분 정말 부러웠는데~~~
치앙라이에 계셨군요... 
두분의 여행기도 올려 보세요...  많은 분들이 부러워할걸요???
전설속의날으는까칠한닭 2010.01.23 20:45  
30일날 숙소가 어디셨어요?

31일 당일트레킹 가시면서 픽업차량에 "J"군을 본거 같은데.....?
용감한아줌마 2010.01.24 15:47  
진짜로 J 를 보셨나요???

숙소 명함이 어디 있는지 몰라서....  이름이 뭐였더라??
central....  뭐였던가 같은데요.  다시 갈일 없을 듯해서 까먹어버렸네요 ㅋㅋ
동쪽마녀 2010.01.23 20:47  
저도 용감한아줌마님처럼 그랬어요.
마음은 아직도 친구들과 떡볶이 먹던 고등학생 언저리인데요.^^
그래도
마흔은 좋은 나이인 것 같습니다. 
건강 늘 지키셔서
아드님과 이렇게 좋은 여행 많이 많이 다니시고,
좋은 여행기 많이 많이 올려주세요.
파이팅입니다!^^
용감한아줌마 2010.01.24 15:49  
마흔이 좋은 나이라고 말씀해 주시니 힘이 납니다.
체력 유지를 위해  가족들 모두 보약 한재씩 먹기로 했지요~~
바비88 2010.01.24 00:02  
여행기 잘보고 있습니다. 저희는 가족이 3년째배낭여행을 다닙니다.  올해는 2월19일 치앙마이로 출발이네요. 울 아들들 3,5학년 인데  치앙마이 트레킹 엄청기대하고 있답니다. 1박2일로 잡고 있구요.. 용감한 아줌마님  글 너무 재미있게 봤네요.. 처음 치앙마이2일 잡았는데  님글 보고 4일로  늘였어요. 일주일 여행인데, 치앙마이, 방콕 이정도면 되겠지요?
  더 늙기전에  많니많이 다닐라고 오늘도 컴 앞에서..배낭여행이란게 그냥은 안되더라구요..
 재미있는 여행기 또 기대할께요...
용감한아줌마 2010.01.24 15:50  
많은 사람들이 트레킹은 1박 2일을 추천하더라구요... 
트레킹할 때 밤에 많이 춥다고 하니까 아이들 내복 꼭~~ 챙기시구요.
바비88 2010.01.24 01:47  
참, 글고, 나이트사파리 추천하시던데 아이들이 있어서 가볼까하는데요.. 치앙마이에 있는 동물원에 가서 나이트 사파리 신청하면 되나요? 어찌하는지.. 사실 여기서도 동물원갈수 있는데 거까징 가서 동물원.. 이리 생각했는데 나이트사파리라 해서 솔깃.. 좀 갈쳐주시면 감솨..함다.
용감한아줌마 2010.01.24 15:55  
나이트사파리 여행사 통해서 일인 750밧~800밧입니다.  좀 비싸죠??? 
아이들이 동물을 정~~말로 좋아한다면 추천이구요, 그저 그렇다면 가격의 압박이....
입장료는 500밧이던데, 픽업비용이 250밧인가봐요....
시내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던데, 쌩테우기사와 협상 가능하면 개인적으로 가는것 도전해 보시는것도 나쁘진 않을듯.... 
나이트 사파리도 좀 추웠는데, 혹시 모르니 긴옷 준비하세요...
열혈쵸코 2010.01.24 23:42  
언젠가 할 트래킹을 위해 정보를 모으고 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굉장히 허무하게 느껴지는 1일 트래킹이로군요.
저도 추위를 엄청 타는 관계로.. 좋은 때를 모색중입니다. ^^
용감한아줌마 2010.01.26 11:26  
넵~~  좀 허무했습니다.
요즘이 좀 추워서 그렇지 트레킹하기엔 좋은 날씨라고 하더라구요.
내복 싸들고 주머니 난로 준비해서 도전???
고은솔 2010.01.24 23:59  
아~~~기억하시는구나 ..
어쩜 글을 그렇게 맛깔나게 잘 쓰세요
전 글재주가 없어 그냥  카메라도 다 담기만 했어요 후후..

소모임방에 (좋은생각)
쌍끌라부리 봉사활동팀과 동행해서  갔다온 사진과 글만 우선 올렸어요
용감한아줌마 2010.01.26 11:27  
소모임방에서 활동하고 계시는군요....
꼭 들리겠습니다.
쩡이^^ 2010.01.25 16:35  
ㅎㅎㅎ
언니...완전 웃겨요...ㅎㅎ
저도 제 인생에 30은 없을 줄 알았는데 어느덧 30 중반에 근접하고..ㅠㅠ
엄마 마흔살 된거 축하해...ㅎㅎㅎ완전 빵터졌어요...
그런건 축하 안해줘도 되는데...ㅠ
저도 나이 쓸 때 무조건 만으로, 그리고 생일 안지나면 절대 한살 더 먹은걸로
안쳐요...ㅠ우리나라 태어나자마자 한 살 먹는거 너무 못마땅해요...ㅎㅎ
그나저나 J군과는 보통 인연이 아니군요...ㅎㅎㅎ
용감한아줌마 2010.01.26 11:30  
쩡이는 완전 내 스타일이야~~~
혹시 서울 오면 연락 꼭 해.  수다좀 떨게...
J와 난 인연을 넘어 필연으로 가고 있는 중 ㅋㅋ
민베드로 2010.02.02 01:14  
일일투어 레프팅..ㅋㅋ
우기에도 물 별로 없어요.
코끼리덩 떠다니고..

뱀이 나타나서 무서웠던 기억이..ㅋㅋ
자세히 보니 저는 레프팅은 안했군요.
대나무배만 탔다는..
저희는 정말 싼 일일투어여서
600밧이었나?^^

J청년과는 정말 인연이네요.
약속도 안했는데 그렇게 만나고^-^
용감한아줌마 2010.02.03 11:06  
코끼리덩은 저도 봤어요 ㅋㅋ
J는 지금 캄보디아에서 헤매고 있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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