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는 마흔살, 애늙은이 열세살의 동행 9
"엄마, 난 태국이 넘~~ 좋아. 따뜻한 나라에서 살고 싶어....."
비행 스케줄 바꿔서 며칠만 더 있다 가자고 조르던 녀석이, 오늘도 스키장에서 내려올줄 모른다.
사람처럼 간사한 존재가 없다더만, 옛말 틀린거 하나도 없네...
난, 오늘도 따뜻한 태국을 그리워하면서~~~
12월 31일
난, 정말로 하고 싶지 않지만..... 아들은 꼭 해야만 한다는 트레킹!!!
고민 많이 했다. 1박 2일과 1일 중에 어떤걸로 해야할지....
여름에 운남성에서 호도협 트레킹을 하면서 저질체력의 한계를 느낀 나는 1일 트레킹으로 결정....
그런데, 아들이 문제다. 죽어도 하룻밤 자야 한다고 우겨대는데, 똥고집이 말이 아니다.
내가 다른건 몰라도 잠만큼은 편하게 자고 싶은데~~
결국, 금빛 안장 두른 나무 코끼리 하나 사주는 조건으로 1일 트레킹으로 합의에 성공.
세븐일레븐에서 사다 놓은 빵으로 대충 아침을 떼우고 픽업 차랑에 올랐다.
다름 사람들을 픽업하려 가는 모양인데, 느낌이~~~ 불길하다(?)
"엄마, 저기는 J 형이 머무는데 아닌가?"
"야! 이 골목에 게스트하우스가 얼마나 많은데..."
허걱!!!
"누~~나~~"
"너!!! 너 진짜로 나만 쫓아 다니는거지???"
우리는 분명히 다른 여행사를 통해서 트레킹 예약을 했다.
더 기막힌 건 J는 우리보다 100밧이나 싸게 예약을 했다는 사실...
똑같은 상품인데, 어떻게 이럴수가...
일인당 100밧이면 200밧이나 바가지??? 200밧이면 홈마사지에서 1시간 맛사지 받을수 있는데...
머리위에서 100밧짜리 2장이 동동동 떠다녔다 ㅋㅋ
우리의 동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1일 트레킹 내용 사실 별거 없다. 내가 경험한 트레킹 내용을 보면,
1. 레프팅
건기라 그런가? 물도 별로 없고 물살도 세지 않아서, 그냥 고무보트 타기였다.
우리나라의 동강 레프팅을 상상했다면.... 꿈 깨시길.. 하나도 안 무섭다.
빠져 죽을까봐 구명조끼에 헬멧까지 썼는데, 참으로 민망 ㅋㅋ
방비엥에서의 카약킹보다 더 심심하다. 완전 실망!!!
2. 폭포에서 놀기???
경관이 빼어나게 아름다운건 아니고, 그냥 놀기 좋은 곳이다.
문제는 추워서~~~
그래도 경험 삼아 물에 뛰어 들어보긴 했다. 나말구 J 가..... 난 수영 못한다.
수영 잘하고 물 좋아하는 울아들도 구경만 했다. 추우니까 ㅋㅋ
3. 코끼리 타기
이걸 왜 했나 싶다.
서양애들은 좋다고 들떠서 사진도 찍고 노래 불러가면서 생쇼를 하더만....
울아들이 동물을 좋아는 하는데, 보호하는데는 관심이 없다.
4. 트레킹???
동네 야산 같은 곳을 40여분정도 열심히 걸었다. 시퍼런 바나나 한번 따 봤다.
아들이 코끼리 준다고 쟁여 놓은걸 버렸다가 무지하게 구박 받았다.
험난한 호도협 트레킹 경험이 있는 나에겐 정말 별거 아니었다.
이걸 왜 한거지???
5. 대나무배 타기
이건 또 뭐니???
주변 경치가 아름다우니 경치 감상하면서 유유자적하게 즐기라는 뜻인듯 한데,
난 방비엥에서 하루종일 배타면서 아름다운 산수감상 실~~컷 한 사람이다.
난 졸았다...
6. 목긴마을
자신들의 고유한 풍습이 관광상품이 되어버릴 수 밖에 없는 카렌족....
난 맘이 아프다. 울아들이 꼭 직접 보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없이 가게 되었지만,
씁쓸한 마음만 가득 안고 돌아 왔다.
결과적으로 고가의 비용을 지불했지만, 만족도는 상당히 낮은...
다른 사람들 말을 들어보니 1박 2일 트레킹은 꽤 괜찮은 듯 한데, 난 트레킹은 이제 안할것 같다.
함께 간 J 와 아들도 트레킹에 살짝 실망한 모습이 보인다.
그래도 J 는 나보다 100밧 싸게 했잖아?
대충 씻고 발 마사지 받고 다시 빠뚜타페로 갔다.
밤에 아주 큰 행사가 열린다고 해서 구경하려구....
1월 1일 새해가 되면 보신각에서 종치고 새해를 맞이하듯이.
언제 설치되었는지 타페앞에 큰 무대가 있고 가수인듯한 사람이 반짝이 옷 입고 노래도 부르고,
어린이들이 나와서 춤도 추고.... 큰 축제인가 보다. 거리 가득 사람들이 넘쳐 나고....
새해 소원을 비는 등들이 하늘 높이 날아 오르는데, 멀리서 보면 별들이 총총이 빛나는 것처럼
보인다. 가끔은 하늘로 올라가다 전기줄에 매달리기도 하고 그냥 곤두박질쳐 땅에서 장렬히 전사하기도 한다. 난 너무 피곤해서 맛사지만 받고 쉬려고 했는데, 아들이 사려져 버렸다.
"누나! 이런날을 어떻게 그냥 보내요???"
그러구선, 아들하고 사라져 버렸다. 나만 버려두고....
난, 서울에서도 보신각 종치는것도 안 본다. 우리집에서 택시로 20분이면 가는데도 불구하고....
한겨울에 추워 죽겠는데, 그것도 오밤중에 거길 왜 가는데???
그렇게 보고 싶으면 TV로 보면 되잖아... 소파에 누워서~~
이런 내가 남의 나라에서 새해 축제 보겠다고 1월 1일 0시 될때까지 기다린다는게 말이 돼???
말이 안되는 일이 벌어진거지....
그렇게 1월 1일을 치앙마이에서 맞게 되었다.
엄청난 불꽃들과 함께... 돈좀 썼나 보다. 하늘만 쳐다 보느라 목 빠지는 줄 알았네...
불꽃놀이가 장관을 이루고 사람들 표정이 좀전 12월 31일보다 밝아진 듯하다.
모두들 새해를 향한 꿈들을 꾸고 있겠지? 에구! 한살 더 먹었구나..
올 한해도 열심히 살구, 아들 손잡고 또 비행기 타게 해주세요~~~
작년엔 베트남 달랏에서 새해를 맞이했었는데, 올해는 치앙마이구나... 내년엔 어디???
"엄마! 진짜루~~ 마흔살 된거 축하해"
내 아들이지만 참 밉상 발언이다.
엄마가 나이 적어 낼때 항상 만으로 쓰는거 알면서...
생일케익에 촛불들은 30살에서 멈춘걸 알면서....
J 와 함께 사라졌던, 아들은 형님으로부터 나무로 만들어진 오토바이를 한대 선물 받았는데,
아주 입이 귀에 걸렸다. 누가 보면 생일인줄 알겠네... J가 동생이 없다더니 울아들을 참
예뻐라한다. 외로움이 많은 성격인듯 한데 앞으로 남은 일정을 어떻게 이겨낼지 걱정도 되구해서
밥이라도 한끼 챙겨서 먹여야 할 듯 싶었다.
항상 우연히 마주치기만 했던 J와 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일 6시에 다시 만날 약속을 하고,
각자 갈길로~~~~
이렇게 허무하게 한살을 더 먹다니.... 난 내인생에 40은 없을줄 알았는데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