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여친을 만나러~ 8.
요즘은 시간이 없어 글을 쓰기가 무척 어렵네요.
기왕 시작한거 마무리를 지어야 할 시간인 듯 싶습니다.^^
....
밝게 환한 방콕의 태양은 오늘도 활짝 떠 오르네요. 분명 한국에서 본것과 같은 위치, 같은 시각..
아무리 눈으로 거리를 측정해 보려해도 같은 거리 같습니다. 그런데 온도는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일까요? ^^; 덥습니다요...
이제부터는 혼자입니다. 갑자기 혼자로 남는다는게 무척 낯설어 집니다. 나의 그녀는 오토바이 택
시를 타고 방콕 어디론가 사라져가고 전 그냥 멀어져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볼뿐 입니다.
5분만에 밀려오는 그리움~ 그리고 외로움???.... 이래서 어떻게 한국으로 돌아갈런지...
무슨말인지 모르는 TV를 바라보다 방바닥에서 일어납니다. 샤워를 하고 나갈 채비를..
평생 기억에 남을 버스... 70번 버스..
아침 10시가 안된 시각.. 변두리라 그런지 아무도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이 없습니다. 나 홀로 아침
한적한 거리에 서서 버스를 손들어 세워 탑니다. 아~ 아침부터 운이 좋군요. 버스가 무료 버스입
니다. 가끔씩 파란색 글자로고를 창문에 길게 써 붙인 버스가 바로 정부에서 무료로 운행해 주는
버스죠.
오늘의 목표는 룸피니 공원입니다.
먼저 방파콕에서 70번버스로 탁신역으로 이동해 다시 BTS로 살라댕역으로 이동, 걸어서 공원을 돌
아오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가이드북 지도와 그녀들에게 물어봐 확인한 것처럼 큰 다리를 건너자
마자 바로 내리면 그곳이 사파탁신 역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사파탁신이 있는 그 다리를 건넌게
아니라 한블럭 전에서 크룽텝다리를 건넜더군요. 그걸 몰랐던 그 순간 무지 당황했었습니다.
내린곳에서 기웃거리다 국수 한그릇 먹고.. 물어보니 버스를 타고 5정거장 정도를 더 가야 한다고..
다시 버스타고 로빈슨백화점에서 내렸습니다. BTS 사파탁신 역으로 올라갔더니.. 전철 플랫폼이
좀 이상합니다. 오고가는 방향이 있을텐데.. 그냥 한방향으로 승강문이 열리는 구조... 일하는 사람
에게 물어봤더니 맞다고는 하는데.. 가만 쳐다보고 있자니 오고가는 기차가 신호에 맞게 교대로
같은 승강장을 이용하더군요. 사고 안나려나... 흠~ 살라댕까지 3정거장쯤..
살라댕역에서 내리니 바로 센트랄 콤플렉스인가 하는 쇼핑센터 문앞입니다. 각층마다 쇼핑상가
들이 있고 전자제품 코너도 있고.. 실내가 시원하길래 그냥 쉬엄쉬엄 구경하며 지나갔습니다.
다시 뜨거운? 룸피니 공원을 향하여 걸어가고..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아래 목뒤가 뜨끔뜨끔? 구워
지는 느낌이 듭니다. T_T
한적한 공원을 혼자돌아 나옵니다. 사실 뭐 볼것은 없지만 그냥 잔디밭과 광장, 호수들이 방콕시내
에 한가한 그런 장소를 제공해 줍니다. 검은 썬그라스 외국인 미녀, 미남 커플이 누워 책도 읽고
잠도 자는데 왠지 멋지다는 생각이.. 그러나 현지인이 그러면 왠지 좀.. 하는 생각이... ^^;
땀이 주르르 흐르고 더위도 식힐겸 밴치에 앉아 전화를 겁니다..
"탄~~ 뭐해??"
"일하고 있지 뭐.. 오빠는 뭐해? 혼자 있어??"
"오브코스.. 룸피니 공원에 왔는데 더워서 못 걷겠다.. 심심한데 지나가는 아가씨랑 대화라도...^^"
"...(죽을래??)"
룸피니 야간시장이 있는 방향으로 걸어와 다시 살라댕역쪽으로 걸어옵니다.
걷다가 눈에 띄는 노천 식당에 앉아 한 젊은 친구가 새우가 들어있는 거므스름한 볶음밥... 그걸
나도 손가락으로 가르켜 먹고...
살라댕역앞 세븐일레븐에서 환타 딸기맛 들이키고.. 한국에선 환타도 안마시지만 딸기맛 붉은 환
타도 못 본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그게 입에 잘 맞고 잘 들어가네요. 17바트. 자주 마셨습니다.
탁신역에서 내려 버스정류장을 지나다가 문뜩 PC방이 생각나 중딩애들이 바글거리는 PC방에 들
어갑니다. 어여쁜 아가씨한테 한자리를 얻어 게임하느라 와글대는 애들 틈바구니에 앉았습니다.
MSN을 실행시켜 ID와 패스워드를... 오.. 그녀가 접속해 있군요. 태국사람들도 MSN을 즐겨합니다.
그녀 역시 친구나 업무상 MSN을 자주 사용하죠. 야후는 안쓰더군요.
"야 뭐햇?? 나 없을때 딴 남자들이랑 채팅하냐??"
"아.. 오빠 -_-; 뭔소리여.. 나 바쁘게 일하는데...(사돈 남말하셔~) "
"나 PC방에 들어왔다. 여긴 너무 시원해서 천국같다... 애들이 좀 많네.."
한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금방 시간이 가는군요..
그동안 함께 지낸 이야기.. 나에 대한 느낌..
"이젠 오빠에 대한 느낌을 솔찍히 이야기 해 줄래?"
"응~ 나 이젠 오빠 확실히 알겠어.. 믿을수 있고. 정말 좋아해~~"
"^^; 오케오케~~ 땡큐땡큐~"
이젠 정말 안심이 되는군요. 젠틀?하게 굴었던 결과가 만족스럽네요.^^; 이렇게 그녀의 마음을 확
신?하게 되어 기쁩니다.^^ 다시 버스를 타고 그녀의 콘도로 돌아갑니다.
오후 4시가 넘은시각, 버스안에는 평범한 보통의 태국 사람들로 거의 차더군요. 어린 중딩 학생들
부터 대학생들, 남녀노소.. 한국과 똑 같은 생활모습니다. 뭐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그들의 눈에는
내가 어떻게 비칠런지.. 그녀와 매일 함께 다녀서 그랬는지 처음으로 혼자 버스손잡이 붙들고 서
있는 낯선 버스안.. 마침 전화가 오길래 시선 느끼며 똑 같은 초간단 영어로 대화도 주고받고.. ^^;
태국인들의 퇴근시간들은 보통 5시라고 하더군요. 일찍들 퇴근하네요.
5시 10분. 탄이가 올때가 됐군.. 20분.. 30분.. 그런데 왜 안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시간이 넘었는데...
잠시후 그녀가 들어왔는데 바리바리 로터스에서 구입한 쇼핑비닐이 꽉 차있군요. 배추와 각종
채소, 태국향신료, 소스, 어묵, 고기, 라면등등.. 그리고 나 줄 얼음 한봉지..
"뭐 할라고??"
"응.. 샤부해줄께..."
조미료를 넣은 국물을 끓여 각종 야채들을 넣어 데쳐 먹고, 고기랑 계란연두부, 어묵등등도 데쳐서
칠리핫소스에 찍어먹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샤부샤부라 하면 보통 채소랑 소고기 채끝이나 등심등
얇게 슬라이스 해서 살짝 데쳐 소스랑 먹는데.. 여기선 소고기가 아닌 돼지고기를 넣어 먹는군요..
먹을만 합니다. ^^
얼라들이랑 깔깔대며 배추도 잘라 넣고.. 계란에 돼지고기 반죽, 재잘재잘 거리며 먹고, 먹은 뒤
함께 설겆이도 하고.. 재밌는 시간들입니다. 콘도라고 해서 우리나라 대명콘도, 현대콘도, 한화콘
도 뭐 이런거랑은 거리가 멀고 작은 아파트, 빌라같은 것도 못 되고.. 그냥 복도식 건물에 방하나와
베란다 수도시설, 실내 화장실 딸린 공동주택들 입니다.
싱크대도 없고, 냉장고도 없습니다. 정수기는 물론이고 세탁기도 없고..그저 TV하나뿐.. 의자 없이
바닥에 앉아서 해결하는 스타일..^^; 방은 넓습니다.. 가구가 없으니 넓은것인지.. 선풍기 하나랑
수도꼭지 하나.. 이렇게들 다 잘 사는듯..
이곳 게시판등에서 보면 콘도렌트 비용이 한달에 10,000바트인가.. 아주 싸야 7~8,000정도 하던데
요. 이사람들은 완전 네이티브 로컬인들 입니다. 집세가 2천바트 더군요. 전기세, 물세, 각종 공과
금 등등.. 800바트 안쪽.. 마침 청구서가 그날 왔길래 제가 직접 봤습니다. 둘이서 반반 분담..
한끼 식사에 아침은 건너뛰고? 점심, 저녁은 25~30바트 국수나 볶음밥류.. 좀 비싼건 40~50바트..
물 10바트정도 이것도 집에서는 큰 병으로 몇 통씩 사다놓고 마시더군요. 버스비 5~7바트. 음료수
나 군것질도 거의 없고.. 맥주도 전혀 안마시고.. 하루에 총 100바트 정도로 생활합니다. 그러니
한국사람이 태국가서 현지인처럼 산다는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겠죠? 전 대략 200바트 정도면 살수
있을것 같았습니다. 35바트 맥주한캔, 17바트 콜라한병, 8바트 얼음가득한봉지.. 기타 꼬치같은 군
것질..^^ PC방 10~20바트, 전화 5~10바트.. 저에게 생존 필수 항목들 일겁니다.
....
그렇게 하루를 마감하고 다음날도 같은 날의 반복입니다.^^
또다시 날은 밝아 그녀와 친구는 직장에 출근하고..
오늘은 쇼핑만 하러 나가기로 결정했습니다. 너무 더워 이글거리고 화끈거리는 거리에서 더이상
내 얼굴과 목을 태우고 싶지가 않았죠. 다시 같은 버스.. 같은 거리.. 이젠 완전 익숙한 곳...
방파콕 로터스에 들어가 쇼핑을 합니다.
그녀의 방 TV가 10년이 넘었는데 작고 휘어진 브라운관에 썩 좋지 않은 상태였었는데.. 그래서 TV
나 하나 사줄까 하고 기웃거려 봅니다. 흠.. 21인치정도 제일 저렴한게 4,000바트 정도 하는군요.
어느새 난 내가 태국사람처럼 같은 지출단위를 생각하고 있다는걸 느꼈습니다. 4,000바트가 작은
돈이 더이상 아니었죠. 왠만한 작은 한달치 작은 월급일 정도...(좀 모자라겠지만..)
'그래.. 좀 살다가 나랑 결혼하면 한국에서 좋은거 볼텐데...' 희안한 위안을 애써 떠올리며 돌아섭
니다. 대신.. 과자, 쵸콜릿밀크 진공팩으로 된걸 마구 담습니다. 아침마다 빈속에 출근하느니 그거
라도 좀 마시라고... 약 1,000바트 정도 과자류, 초콜릿, 사탕등으로 채웠습니다. 그리고 작은 손거
울.. 화장대도 없이 손바닥만한 받침대도 없는 주머니 거울로 벽에 기대어 화장하더군요.. 왠지 안
스러워 받침대 달린 조그만거 하나 넣었습니다.^^
내가 있을때 시원한 물이라도 퇴근했을때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아이스박스를 집어 들었으나
도저히 차도 없는 이곳에서 버스로 가져갈 엄두가 안나 포기.. 큰 거울이라도 하나 벽에 붙여주고
싶었지만 그것도 포기... T_T;
포장해 주는 비닐이 공짜더군요. 우리처럼 50원씩 받는거 없이 마구마구 주네요..
그때서야 알았습니다. 1,000바트어치 과자를 사면 부피가 얼마나 커진다는 걸... T_T; 그것 말고도
람부탄도 사고 빵도 조금사고.... 손가락 마디마디 비닐봉지가 줄줄이 걸렸습니다. 여기선 한국
만큼 큰 쇼핑 비닐봉투가 없네요..
...
"오늘은 마지막 날이잖니.. 그래서 오빠가 너 친구한테 미안해서 저녁 살께.."
"알았어 오빠.. 친구한테 말해 놓을께.. 뭐 먹을까?"
"그래도 오빠가 좀 미안해서 사는건데 좋은데로 좀 가보자.. 제발 ~~~"
"알았어 오빠 근사한데 가자~"
"OK~ 씨유~~"
그녀의 방 한구석에 과자를 잔뜩 쌓아놓았습니다. 가져오기가 너무 힘들어서 그렇지 수북한 과자
를 보면서 빙그레 미소가 떠오릅니다. 무한정 유통기한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동안 퇴근후 집에
서 즐겁게 먹을테죠.. 아침에도 쵸코밀크팩 하나씩 마시고 나갈수도 있을테고.. ^^
TV를 보면서 기다리다 그녀의 노크를 듣고 방문을 열었습니다.
"오빠 가자~~ 얼른 나와!!"
"알았어.. 가자~~"
-_-; 방에는 안들어오는군요. 밖에 서서 나오라고 부릅니다.
"어디로 갈까??"
"응.. 오빠 우리가 정했어.. 맛있는데로 가자~"
그녀의 동네에도 정원이 있는 괜찮아 보이는 네온등이 켜진 그런 음식점이 있었습니다. 약간 고급
스럽다고 느껴져 그곳에 가자고 했더니.. 더 좋은 곳이 있다고 하네요.. 고고~~
택시를 타고 달립니다. 많은 음식점들이 지나가네요.. 흠.. 고속도로 같은데도 좀 달립니다.
100바트 정도 내외 나온걸로 봐서 아주 먼거리는 아닙니다만... 나름 꽤 달려온 거리입니다.
눈앞에 왠 쇼핑센터가 보이는군요.. 센트랄 람마II 나중에 구글맵에서 찾아봤더니 서쪽 한참 변두리
코너쪽이더군요. 방콕도 정말 넓습니다. 큰 도시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영화관도 있고 각종 체인점
음식점들도 많습니다. 수끼를 지나... 그녀들이 고른곳은.. 무슨 부페식 포트.. 물 끓여 고기 같은거
데쳐먹는 샤부... 또 샤부~~~ T_T;
아.. 얘네들 왜 이러나...
"제발 좀 다른데 비싼데좀 가보자~~"
"오빠 우린 여기가 좋아... ^^"
T_T;; 이 사람들 어지간히 데쳐먹고 익혀먹고 찍어먹는걸 좋아하네요...
김치도 있고, 이곳 게시판에서도 읽었던것 같은데요.. 체인점으로 이백여 바트쯤? 일인분에..
부페식으로 고기 같은거 끓는 포트에 데쳐 먹는거.. 롤링 밥같은것도 있고, 아이스크림도 있고..
흠.. 거절하기도 어렵고. 그 넓은 식당코트들 중에 꼭 이런데 데쳐먹는데만 오는 이유가 뭔지... T_T
그래도 잘 먹었습니다. 배부르네요..^^
쇼핑센터를 주욱 걸어다니면서 구경했습니다. 사람은 좀 적지만 시내의 쇼핑센터들과 같습니다.
유난히 밀집된 핸드폰 상점들에서는 많은 시간을 들여 구경과 질문, 재잘재잘, 만지작만지작..
영화관이 나오길래 아바타 안본 그녀 친구에게 보고오라고 우린 다른거 볼테니... ^^; 염장질인지
모르겠지만 그녀가 결사 거부~ 그냥 주욱 걸어다녔습니다. 역시 그녀에게 뭐 하나 사주고 싶었지
만 줄기차게 거절...
그렇게 또 하루의 저녁은 접어들어갑니다.
시간은 점점 흘러 8시반도 지났고..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됩니다. 이제 마지막 밤인데...흠..
어디가서 그녀랑 이야기라도 좀 더 나누고 좋네 싫네 아쉽네 마네.. 뭐 이런 이야기좀 진지하게 하
고 싶은데.. 둔한건지, 모르는 건지.. 그런 시간을 못 가졌습니다. 어디가서 맥주한잔 하면서 이야기
하자고 이전부터 말해봤지만.. 무조건 술 못 마신다고 거절만 하고.. 갈곳도 모르고.. 또 없습니다.
내 눈이 나빴는지.. 정말로 방콕 변두리동네 에서는 한잔하면서 이야기 나눌 곳이 없었습니다..
동네에 좀 카페 같은곳 그런데라도 있으면 좋겠는데... 이너무 거리엔 밤이 되면 죄다 불끄고 자러
가는지... 들어갈 곳도 없습니다. 물론 제가 그런곳을 못 찾는 것이고 그녀 또한 그런곳을 안 다녀
본건지 무드가 없는 것인지.. T_T;
중고딩 애들마냥 빨빨거리고 공원같은데서 이야기 나누고 깔깔거리는 그런 시간은 절대 가질수가
없더군요. 그저 밖에서는 먹고 일보고.. 끝나면 바로바로 집으로 돌아가야 하더군요.. 흠...
"나 맥주한잔 하고 싶은데.. 어때?"
"오케이 우리 집앞에 있는 세븐일레븐에서 사가자~~"
눈치 없는 그녀~~ -_-;
그렇게 결국 집으로 나란히 돌아왔습니다.
그녀 친구가 있으니 그녀를 붙잡고 하소연 하면서 그립네 마네, 어쩌네 할수도 없군요..
"우앗~ 오빠 저게 다 뭐야??"
"응.. 나 오늘 로터스 가서 저거 다 사온 거잖아... ^^"
"오빠 태국과자 정말 좋아하는 구나. 저걸 다 한국에 가져가려고???"
-_-
"저건 다 네꺼야. 저녁에 과자 좀 먹고 살좀 더 쪄라~ 아침에 코코넛이라도 꼭 마시고 알았지??"
옆에 있던 친구도 놀라서 웃습니다.^^
"친구는 주지말고 너만 다 먹어야야돼.. 알았지??"
"에잇~ 돼지같으니라구.. 살이나 팍 쪄라~~~" 그녀 친구가 한마디 거듭니다..^^
"알았어.. 친구도 쬐끔만 줘~~"
그런 시간도 잠시..
아주 아무렇지도 않게, 평상시와 똑같이 그냥 그렇게 씻고 TV를 보고 누웠습니다. -_-;
친구가 잠시 없는 시간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다 그녀에게 아쉬움을 말했습니다.
"탄아~ 오빠 내일이면 돌아간다. 알고는 있니?? 오빠는 왜 이리 슬프지?"
"........."
"오빠는 이렇게 슬퍼서 울것 같은데.. 나좀 보고 말좀 해봐라~~~ 내일 한국가면 언제다시 보냐"
"........."
"나 이제 돌아가면 매일매일 그리워서 슬플거야. 우리 매일같이 함께 일어나 밥먹고 웃고 돌아다니
고 이야기 나누고 그랬는데 난 못 잊을거야. 넌 어떨것 같아? 그 동안 있었던 일들 다 기억나?"
"........."
그러면서 조용한 그녀를 향해 돌아 누우며 눈을 바라보자..
그녀가 울고 있군요.. 조용히 눈물 줄기가 그녀의 눈에서 또르륵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오.. 이런~~
그녀 역시 친구랑 있어 말은 못하고, 내색도 못하고... 그러다가 내 이야기를 듣고선 소리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던겁니다. 무심한 넘~ 이라고 생각했던 내 가슴이 잠시 짠~ 해집니다.
이쯤되면 저도 슬퍼져야 되겠죠? 함께 울어주면 더 멋진 분위기가 되겠죠?
그런데 왜 전 빙그르르~ 미소가 떠올랐는지.. 아마도 내심 슬퍼하는 그녀를 보며 만족감을 느꼈는
지도 모릅니다...
순진하고 맹~하기까지 한걸까? 혼자 생각도 했었는데 미안해 지네요..
"이런 바보~ 왜 울엇! 바보야~" 한국말로 그녀에게 말을 해주며 한손으로 눈물을 닦아 주었습니다.
"바보 바보"하면서 그리곤 조용히 그녀를 감싸 안아주었습니다...
그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 '바보'라는 단어를.....
그냥 아무말도 안하고 소리를 참으며 눈물만 흘립니다.
"이런 바보~~" 누가 바보인지...
............
기왕 시작한거 마무리를 지어야 할 시간인 듯 싶습니다.^^
....
밝게 환한 방콕의 태양은 오늘도 활짝 떠 오르네요. 분명 한국에서 본것과 같은 위치, 같은 시각..
아무리 눈으로 거리를 측정해 보려해도 같은 거리 같습니다. 그런데 온도는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일까요? ^^; 덥습니다요...
이제부터는 혼자입니다. 갑자기 혼자로 남는다는게 무척 낯설어 집니다. 나의 그녀는 오토바이 택
시를 타고 방콕 어디론가 사라져가고 전 그냥 멀어져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볼뿐 입니다.
5분만에 밀려오는 그리움~ 그리고 외로움???.... 이래서 어떻게 한국으로 돌아갈런지...
무슨말인지 모르는 TV를 바라보다 방바닥에서 일어납니다. 샤워를 하고 나갈 채비를..
평생 기억에 남을 버스... 70번 버스..
아침 10시가 안된 시각.. 변두리라 그런지 아무도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이 없습니다. 나 홀로 아침
한적한 거리에 서서 버스를 손들어 세워 탑니다. 아~ 아침부터 운이 좋군요. 버스가 무료 버스입
니다. 가끔씩 파란색 글자로고를 창문에 길게 써 붙인 버스가 바로 정부에서 무료로 운행해 주는
버스죠.
오늘의 목표는 룸피니 공원입니다.
먼저 방파콕에서 70번버스로 탁신역으로 이동해 다시 BTS로 살라댕역으로 이동, 걸어서 공원을 돌
아오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가이드북 지도와 그녀들에게 물어봐 확인한 것처럼 큰 다리를 건너자
마자 바로 내리면 그곳이 사파탁신 역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사파탁신이 있는 그 다리를 건넌게
아니라 한블럭 전에서 크룽텝다리를 건넜더군요. 그걸 몰랐던 그 순간 무지 당황했었습니다.
내린곳에서 기웃거리다 국수 한그릇 먹고.. 물어보니 버스를 타고 5정거장 정도를 더 가야 한다고..
다시 버스타고 로빈슨백화점에서 내렸습니다. BTS 사파탁신 역으로 올라갔더니.. 전철 플랫폼이
좀 이상합니다. 오고가는 방향이 있을텐데.. 그냥 한방향으로 승강문이 열리는 구조... 일하는 사람
에게 물어봤더니 맞다고는 하는데.. 가만 쳐다보고 있자니 오고가는 기차가 신호에 맞게 교대로
같은 승강장을 이용하더군요. 사고 안나려나... 흠~ 살라댕까지 3정거장쯤..
살라댕역에서 내리니 바로 센트랄 콤플렉스인가 하는 쇼핑센터 문앞입니다. 각층마다 쇼핑상가
들이 있고 전자제품 코너도 있고.. 실내가 시원하길래 그냥 쉬엄쉬엄 구경하며 지나갔습니다.
다시 뜨거운? 룸피니 공원을 향하여 걸어가고..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아래 목뒤가 뜨끔뜨끔? 구워
지는 느낌이 듭니다. T_T
한적한 공원을 혼자돌아 나옵니다. 사실 뭐 볼것은 없지만 그냥 잔디밭과 광장, 호수들이 방콕시내
에 한가한 그런 장소를 제공해 줍니다. 검은 썬그라스 외국인 미녀, 미남 커플이 누워 책도 읽고
잠도 자는데 왠지 멋지다는 생각이.. 그러나 현지인이 그러면 왠지 좀.. 하는 생각이... ^^;
땀이 주르르 흐르고 더위도 식힐겸 밴치에 앉아 전화를 겁니다..
"탄~~ 뭐해??"
"일하고 있지 뭐.. 오빠는 뭐해? 혼자 있어??"
"오브코스.. 룸피니 공원에 왔는데 더워서 못 걷겠다.. 심심한데 지나가는 아가씨랑 대화라도...^^"
"...(죽을래??)"
룸피니 야간시장이 있는 방향으로 걸어와 다시 살라댕역쪽으로 걸어옵니다.
걷다가 눈에 띄는 노천 식당에 앉아 한 젊은 친구가 새우가 들어있는 거므스름한 볶음밥... 그걸
나도 손가락으로 가르켜 먹고...
살라댕역앞 세븐일레븐에서 환타 딸기맛 들이키고.. 한국에선 환타도 안마시지만 딸기맛 붉은 환
타도 못 본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그게 입에 잘 맞고 잘 들어가네요. 17바트. 자주 마셨습니다.
탁신역에서 내려 버스정류장을 지나다가 문뜩 PC방이 생각나 중딩애들이 바글거리는 PC방에 들
어갑니다. 어여쁜 아가씨한테 한자리를 얻어 게임하느라 와글대는 애들 틈바구니에 앉았습니다.
MSN을 실행시켜 ID와 패스워드를... 오.. 그녀가 접속해 있군요. 태국사람들도 MSN을 즐겨합니다.
그녀 역시 친구나 업무상 MSN을 자주 사용하죠. 야후는 안쓰더군요.
"야 뭐햇?? 나 없을때 딴 남자들이랑 채팅하냐??"
"아.. 오빠 -_-; 뭔소리여.. 나 바쁘게 일하는데...(사돈 남말하셔~) "
"나 PC방에 들어왔다. 여긴 너무 시원해서 천국같다... 애들이 좀 많네.."
한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금방 시간이 가는군요..
그동안 함께 지낸 이야기.. 나에 대한 느낌..
"이젠 오빠에 대한 느낌을 솔찍히 이야기 해 줄래?"
"응~ 나 이젠 오빠 확실히 알겠어.. 믿을수 있고. 정말 좋아해~~"
"^^; 오케오케~~ 땡큐땡큐~"
이젠 정말 안심이 되는군요. 젠틀?하게 굴었던 결과가 만족스럽네요.^^; 이렇게 그녀의 마음을 확
신?하게 되어 기쁩니다.^^ 다시 버스를 타고 그녀의 콘도로 돌아갑니다.
오후 4시가 넘은시각, 버스안에는 평범한 보통의 태국 사람들로 거의 차더군요. 어린 중딩 학생들
부터 대학생들, 남녀노소.. 한국과 똑 같은 생활모습니다. 뭐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그들의 눈에는
내가 어떻게 비칠런지.. 그녀와 매일 함께 다녀서 그랬는지 처음으로 혼자 버스손잡이 붙들고 서
있는 낯선 버스안.. 마침 전화가 오길래 시선 느끼며 똑 같은 초간단 영어로 대화도 주고받고.. ^^;
태국인들의 퇴근시간들은 보통 5시라고 하더군요. 일찍들 퇴근하네요.
5시 10분. 탄이가 올때가 됐군.. 20분.. 30분.. 그런데 왜 안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시간이 넘었는데...
잠시후 그녀가 들어왔는데 바리바리 로터스에서 구입한 쇼핑비닐이 꽉 차있군요. 배추와 각종
채소, 태국향신료, 소스, 어묵, 고기, 라면등등.. 그리고 나 줄 얼음 한봉지..
"뭐 할라고??"
"응.. 샤부해줄께..."
조미료를 넣은 국물을 끓여 각종 야채들을 넣어 데쳐 먹고, 고기랑 계란연두부, 어묵등등도 데쳐서
칠리핫소스에 찍어먹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샤부샤부라 하면 보통 채소랑 소고기 채끝이나 등심등
얇게 슬라이스 해서 살짝 데쳐 소스랑 먹는데.. 여기선 소고기가 아닌 돼지고기를 넣어 먹는군요..
먹을만 합니다. ^^
얼라들이랑 깔깔대며 배추도 잘라 넣고.. 계란에 돼지고기 반죽, 재잘재잘 거리며 먹고, 먹은 뒤
함께 설겆이도 하고.. 재밌는 시간들입니다. 콘도라고 해서 우리나라 대명콘도, 현대콘도, 한화콘
도 뭐 이런거랑은 거리가 멀고 작은 아파트, 빌라같은 것도 못 되고.. 그냥 복도식 건물에 방하나와
베란다 수도시설, 실내 화장실 딸린 공동주택들 입니다.
싱크대도 없고, 냉장고도 없습니다. 정수기는 물론이고 세탁기도 없고..그저 TV하나뿐.. 의자 없이
바닥에 앉아서 해결하는 스타일..^^; 방은 넓습니다.. 가구가 없으니 넓은것인지.. 선풍기 하나랑
수도꼭지 하나.. 이렇게들 다 잘 사는듯..
이곳 게시판등에서 보면 콘도렌트 비용이 한달에 10,000바트인가.. 아주 싸야 7~8,000정도 하던데
요. 이사람들은 완전 네이티브 로컬인들 입니다. 집세가 2천바트 더군요. 전기세, 물세, 각종 공과
금 등등.. 800바트 안쪽.. 마침 청구서가 그날 왔길래 제가 직접 봤습니다. 둘이서 반반 분담..
한끼 식사에 아침은 건너뛰고? 점심, 저녁은 25~30바트 국수나 볶음밥류.. 좀 비싼건 40~50바트..
물 10바트정도 이것도 집에서는 큰 병으로 몇 통씩 사다놓고 마시더군요. 버스비 5~7바트. 음료수
나 군것질도 거의 없고.. 맥주도 전혀 안마시고.. 하루에 총 100바트 정도로 생활합니다. 그러니
한국사람이 태국가서 현지인처럼 산다는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겠죠? 전 대략 200바트 정도면 살수
있을것 같았습니다. 35바트 맥주한캔, 17바트 콜라한병, 8바트 얼음가득한봉지.. 기타 꼬치같은 군
것질..^^ PC방 10~20바트, 전화 5~10바트.. 저에게 생존 필수 항목들 일겁니다.
....
그렇게 하루를 마감하고 다음날도 같은 날의 반복입니다.^^
또다시 날은 밝아 그녀와 친구는 직장에 출근하고..
오늘은 쇼핑만 하러 나가기로 결정했습니다. 너무 더워 이글거리고 화끈거리는 거리에서 더이상
내 얼굴과 목을 태우고 싶지가 않았죠. 다시 같은 버스.. 같은 거리.. 이젠 완전 익숙한 곳...
방파콕 로터스에 들어가 쇼핑을 합니다.
그녀의 방 TV가 10년이 넘었는데 작고 휘어진 브라운관에 썩 좋지 않은 상태였었는데.. 그래서 TV
나 하나 사줄까 하고 기웃거려 봅니다. 흠.. 21인치정도 제일 저렴한게 4,000바트 정도 하는군요.
어느새 난 내가 태국사람처럼 같은 지출단위를 생각하고 있다는걸 느꼈습니다. 4,000바트가 작은
돈이 더이상 아니었죠. 왠만한 작은 한달치 작은 월급일 정도...(좀 모자라겠지만..)
'그래.. 좀 살다가 나랑 결혼하면 한국에서 좋은거 볼텐데...' 희안한 위안을 애써 떠올리며 돌아섭
니다. 대신.. 과자, 쵸콜릿밀크 진공팩으로 된걸 마구 담습니다. 아침마다 빈속에 출근하느니 그거
라도 좀 마시라고... 약 1,000바트 정도 과자류, 초콜릿, 사탕등으로 채웠습니다. 그리고 작은 손거
울.. 화장대도 없이 손바닥만한 받침대도 없는 주머니 거울로 벽에 기대어 화장하더군요.. 왠지 안
스러워 받침대 달린 조그만거 하나 넣었습니다.^^
내가 있을때 시원한 물이라도 퇴근했을때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아이스박스를 집어 들었으나
도저히 차도 없는 이곳에서 버스로 가져갈 엄두가 안나 포기.. 큰 거울이라도 하나 벽에 붙여주고
싶었지만 그것도 포기... T_T;
포장해 주는 비닐이 공짜더군요. 우리처럼 50원씩 받는거 없이 마구마구 주네요..
그때서야 알았습니다. 1,000바트어치 과자를 사면 부피가 얼마나 커진다는 걸... T_T; 그것 말고도
람부탄도 사고 빵도 조금사고.... 손가락 마디마디 비닐봉지가 줄줄이 걸렸습니다. 여기선 한국
만큼 큰 쇼핑 비닐봉투가 없네요..
...
"오늘은 마지막 날이잖니.. 그래서 오빠가 너 친구한테 미안해서 저녁 살께.."
"알았어 오빠.. 친구한테 말해 놓을께.. 뭐 먹을까?"
"그래도 오빠가 좀 미안해서 사는건데 좋은데로 좀 가보자.. 제발 ~~~"
"알았어 오빠 근사한데 가자~"
"OK~ 씨유~~"
그녀의 방 한구석에 과자를 잔뜩 쌓아놓았습니다. 가져오기가 너무 힘들어서 그렇지 수북한 과자
를 보면서 빙그레 미소가 떠오릅니다. 무한정 유통기한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동안 퇴근후 집에
서 즐겁게 먹을테죠.. 아침에도 쵸코밀크팩 하나씩 마시고 나갈수도 있을테고.. ^^
TV를 보면서 기다리다 그녀의 노크를 듣고 방문을 열었습니다.
"오빠 가자~~ 얼른 나와!!"
"알았어.. 가자~~"
-_-; 방에는 안들어오는군요. 밖에 서서 나오라고 부릅니다.
"어디로 갈까??"
"응.. 오빠 우리가 정했어.. 맛있는데로 가자~"
그녀의 동네에도 정원이 있는 괜찮아 보이는 네온등이 켜진 그런 음식점이 있었습니다. 약간 고급
스럽다고 느껴져 그곳에 가자고 했더니.. 더 좋은 곳이 있다고 하네요.. 고고~~
택시를 타고 달립니다. 많은 음식점들이 지나가네요.. 흠.. 고속도로 같은데도 좀 달립니다.
100바트 정도 내외 나온걸로 봐서 아주 먼거리는 아닙니다만... 나름 꽤 달려온 거리입니다.
눈앞에 왠 쇼핑센터가 보이는군요.. 센트랄 람마II 나중에 구글맵에서 찾아봤더니 서쪽 한참 변두리
코너쪽이더군요. 방콕도 정말 넓습니다. 큰 도시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영화관도 있고 각종 체인점
음식점들도 많습니다. 수끼를 지나... 그녀들이 고른곳은.. 무슨 부페식 포트.. 물 끓여 고기 같은거
데쳐먹는 샤부... 또 샤부~~~ T_T;
아.. 얘네들 왜 이러나...
"제발 좀 다른데 비싼데좀 가보자~~"
"오빠 우린 여기가 좋아... ^^"
T_T;; 이 사람들 어지간히 데쳐먹고 익혀먹고 찍어먹는걸 좋아하네요...
김치도 있고, 이곳 게시판에서도 읽었던것 같은데요.. 체인점으로 이백여 바트쯤? 일인분에..
부페식으로 고기 같은거 끓는 포트에 데쳐 먹는거.. 롤링 밥같은것도 있고, 아이스크림도 있고..
흠.. 거절하기도 어렵고. 그 넓은 식당코트들 중에 꼭 이런데 데쳐먹는데만 오는 이유가 뭔지... T_T
그래도 잘 먹었습니다. 배부르네요..^^
쇼핑센터를 주욱 걸어다니면서 구경했습니다. 사람은 좀 적지만 시내의 쇼핑센터들과 같습니다.
유난히 밀집된 핸드폰 상점들에서는 많은 시간을 들여 구경과 질문, 재잘재잘, 만지작만지작..
영화관이 나오길래 아바타 안본 그녀 친구에게 보고오라고 우린 다른거 볼테니... ^^; 염장질인지
모르겠지만 그녀가 결사 거부~ 그냥 주욱 걸어다녔습니다. 역시 그녀에게 뭐 하나 사주고 싶었지
만 줄기차게 거절...
그렇게 또 하루의 저녁은 접어들어갑니다.
시간은 점점 흘러 8시반도 지났고..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됩니다. 이제 마지막 밤인데...흠..
어디가서 그녀랑 이야기라도 좀 더 나누고 좋네 싫네 아쉽네 마네.. 뭐 이런 이야기좀 진지하게 하
고 싶은데.. 둔한건지, 모르는 건지.. 그런 시간을 못 가졌습니다. 어디가서 맥주한잔 하면서 이야기
하자고 이전부터 말해봤지만.. 무조건 술 못 마신다고 거절만 하고.. 갈곳도 모르고.. 또 없습니다.
내 눈이 나빴는지.. 정말로 방콕 변두리동네 에서는 한잔하면서 이야기 나눌 곳이 없었습니다..
동네에 좀 카페 같은곳 그런데라도 있으면 좋겠는데... 이너무 거리엔 밤이 되면 죄다 불끄고 자러
가는지... 들어갈 곳도 없습니다. 물론 제가 그런곳을 못 찾는 것이고 그녀 또한 그런곳을 안 다녀
본건지 무드가 없는 것인지.. T_T;
중고딩 애들마냥 빨빨거리고 공원같은데서 이야기 나누고 깔깔거리는 그런 시간은 절대 가질수가
없더군요. 그저 밖에서는 먹고 일보고.. 끝나면 바로바로 집으로 돌아가야 하더군요.. 흠...
"나 맥주한잔 하고 싶은데.. 어때?"
"오케이 우리 집앞에 있는 세븐일레븐에서 사가자~~"
눈치 없는 그녀~~ -_-;
그렇게 결국 집으로 나란히 돌아왔습니다.
그녀 친구가 있으니 그녀를 붙잡고 하소연 하면서 그립네 마네, 어쩌네 할수도 없군요..
"우앗~ 오빠 저게 다 뭐야??"
"응.. 나 오늘 로터스 가서 저거 다 사온 거잖아... ^^"
"오빠 태국과자 정말 좋아하는 구나. 저걸 다 한국에 가져가려고???"
-_-
"저건 다 네꺼야. 저녁에 과자 좀 먹고 살좀 더 쪄라~ 아침에 코코넛이라도 꼭 마시고 알았지??"
옆에 있던 친구도 놀라서 웃습니다.^^
"친구는 주지말고 너만 다 먹어야야돼.. 알았지??"
"에잇~ 돼지같으니라구.. 살이나 팍 쪄라~~~" 그녀 친구가 한마디 거듭니다..^^
"알았어.. 친구도 쬐끔만 줘~~"
그런 시간도 잠시..
아주 아무렇지도 않게, 평상시와 똑같이 그냥 그렇게 씻고 TV를 보고 누웠습니다. -_-;
친구가 잠시 없는 시간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다 그녀에게 아쉬움을 말했습니다.
"탄아~ 오빠 내일이면 돌아간다. 알고는 있니?? 오빠는 왜 이리 슬프지?"
"........."
"오빠는 이렇게 슬퍼서 울것 같은데.. 나좀 보고 말좀 해봐라~~~ 내일 한국가면 언제다시 보냐"
"........."
"나 이제 돌아가면 매일매일 그리워서 슬플거야. 우리 매일같이 함께 일어나 밥먹고 웃고 돌아다니
고 이야기 나누고 그랬는데 난 못 잊을거야. 넌 어떨것 같아? 그 동안 있었던 일들 다 기억나?"
"........."
그러면서 조용한 그녀를 향해 돌아 누우며 눈을 바라보자..
그녀가 울고 있군요.. 조용히 눈물 줄기가 그녀의 눈에서 또르륵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오.. 이런~~
그녀 역시 친구랑 있어 말은 못하고, 내색도 못하고... 그러다가 내 이야기를 듣고선 소리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던겁니다. 무심한 넘~ 이라고 생각했던 내 가슴이 잠시 짠~ 해집니다.
이쯤되면 저도 슬퍼져야 되겠죠? 함께 울어주면 더 멋진 분위기가 되겠죠?
그런데 왜 전 빙그르르~ 미소가 떠올랐는지.. 아마도 내심 슬퍼하는 그녀를 보며 만족감을 느꼈는
지도 모릅니다...
순진하고 맹~하기까지 한걸까? 혼자 생각도 했었는데 미안해 지네요..
"이런 바보~ 왜 울엇! 바보야~" 한국말로 그녀에게 말을 해주며 한손으로 눈물을 닦아 주었습니다.
"바보 바보"하면서 그리곤 조용히 그녀를 감싸 안아주었습니다...
그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 '바보'라는 단어를.....
그냥 아무말도 안하고 소리를 참으며 눈물만 흘립니다.
"이런 바보~~" 누가 바보인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