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는 마흔살, 애늙은이 열세살의 동행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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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없는 마흔살, 애늙은이 열세살의 동행 12

용감한아줌마 16 2363

1월 3일

내가 타고온 999 VIP 버스가 날 떨어뜨린 곳이 어딘지 솔직히 모르겠다.
짐도 무겁고 추잡스런 몰골로 버스 타기 싫어서 그냥 택시정류장으로 갔다.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뚝뚝을 타고 빠져 나가는 현지인들이 상당수 된다.
그런데, 이상하다???  한참을 기다려도 들어오는 택시가 보이질 않는거다.
택시정류장에 택시가 없으면 어쩌라구???? 
현지인들이 자꾸만 밖으로 빠져 나가길래 따라가 봤다.
그제서야 왜 택시가 보이지 않는지 알았다.

큰길에서 택시가 유턴해서 터미널 택시정류장으로 들어오는건데, 유턴하기 전에
사람들이 택시를 잡아타고 갈길을 가더라....  그럼 나두 따라해야지.
"카오산~~"
"300밧"
"뭐?  300밧?"
유들유들한 비릿한 미소를 날리면서 너무 뻔뻔하게 말한다.  아휴~ 정말이지.....
난 내가 외국인이라 미터를 켜지 않고 흥정을 하는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현지인들도 한참 실갱이를 하기도 하고 가격이 안맞는지 택시를 그냥 보내기도 하더라.

난 바쁠것도 없고 남는게 시간이라 그냥 버텼다. 
큰길을 빼곡히 메우고 있던 사람들이 대충 빠져나가고 나니, 택시기사가 미터로 가더라.
카오산까지 거금 92밧 나왔다.

당연히 방이 있을줄 알았던 뉴씨암3 에서 퇴짜를 맞은 나는 오방콕, 타라, 비만인...
7~8 곳을 전전해야 했다.  맘에 드는곳은 방이 없고 방이 있는곳은 맘에 안들고.
차라리 여행사에서 2000밧대의 호텔 바우처를 끊는게 낫겠다 싶은 순간, 맘에 드는 숙소를
찾았다.  쌈쎈에 있는 RAJATA Hotel 에 들어가 객실을 보는 순간 바로 OK!!!
객실 천정이 높고 넓고 밝고(특히 화장실) 에어컨도 있구  천정에 커다란 팬까지 달려 있어서....
난 에어컨 바람 싫어해서 천정에 팬 달린 객실을 아주 좋아라 한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OK~~ 

쌈센까지 온김에 태사랑에서 유명한 다른 숙소도 구경해 봤다.  시간이 아주 많이 남아서~~~
루프뷰에 가봤더니 사람이 참~ 많다.  한국사람이 많다... 아침식사 시간이어서 그런듯. 
치앙마이나 라오스에선 한국사람들끼리 아는체를 많이 하는데, 여기에선 완전 쌩~~ 깐다.
아주 깨끗하다.  종업원들은 약간 친절하다.  안쪽에 있어서 조용할 것두 같구.  80점?

씨리반타이에도 갔다.  진짜루 시간은 많구 할일이 없어서~~~는 아니구, 라오스에서 만났던
여학생을 다시 만났는데 그애 방구하는데 같이 따라 가 본거다.
일반 가정집처럼 편안한 느낌이 들더라.  외관상으로~~
막상 방을 보고 나니 솔직히 난 많이 불편해 보였다. 
2인실 방에 덜렁 메트리스 2개뿐!!!  정말 아무것도 없다.  화장실은 공용이구...  방음도 안될듯??
젊은 사람들은 오히려 서먹서먹하지 않고 정보 교환도 하구 좋을 수도 있을것 같은데,
나처럼 나이도 있고 애까지 딸려 있으면 좀 불편할듯 싶더라. 
숙소 고르는 기준이나 관점은 사람마다 다르니까~~~
같이 간 여학생은 맘에 든다면서 전화번호 남기고 왔다.
참!  씨리반타이 옆 구멍가게(?)에서 태국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봉지커피를 마셨다. 
봉지가 찢어지지 않는게 신기할 뿐이다....

대충 씻고 나니 딱히 할일이 없다.  쇼핑 좋아하는 울아들이 이 기회를 놓칠리가 없지.
"엄마, 오늘이 일요일인데 짜뚜짝 여는날 아닌가?"
얘는 지가 기억하고 싶은건 정~말로 잘 기억한다.
점심을 놓칠듯 싶어서 간단한 먹거리(빵,사탕,어포,과자)를 싸들고 짜뚜짝으로 go~~

한번 와 봤다고 자신있게 갔다.  처음 왔을때 털뭉치 인형을 샀던 가게로 자신있게, 당당하게.....
일주일 사이에 상점이 이사 갔나보다.  도저히 못찾겠더라. 
도로 이름으로 길찾는걸 귀신같이 해내는 울아들도 시장에선 나하고 별 차이 없는듯 ㅎㅎ
시장안에 상점이 차별성이 없다.  왜 내눈에 전부다~~  거기서 거기로 보이는건지....
그 와중에 울아들 자기가 업어갈 녀석들을 찾아냈다.
유리로 만든 코끼리3종 세트~~  쬐그만게 잘못 건드리면 깨질것 같구만 기어이 그걸 산다.
집에 도착할때까지 어찌나 애지중지 모시던지...  요녀석들 아들방 장식장에 고이 모셔져 있다.

돌아오는 길 버스정류장에서 난 마음이 꼭 맞는 쇼핑동지를 만나게 되었다.
혼자라서 심심하다며 말을 걸어온 Y.
27살이라는 직장인 Y 는 나이보다 한참 어려보이고 아주 예쁘장하게 생겼다.
보통 얼굴 예쁜 애들이 성격은 나쁜데 Y 는 얼굴보다 성격이 더 예쁘더라.
알고 보니 오늘 치앙마이에서 방콕으로 내려온 거였다.  이건 우연인가? 필연인가?
우리는 바로 마음이 맞아 내일을 "쇼핑하는날" 로 합의를 보고 아침에 다시 만날것을 약속...

허걱!  침대에 누워 자려고 보니 아들 온몸에 땀띠가 나 있는거다.
오늘 하루종일 너~~무 덥다고 느꼈는데, 애 몸은 참으로 정직하다.
난, 처음에 빈대한테 물린줄 알고 식겁했다는 ㅋㅋ 
850밧짜리 숙소에 빈대가 있다면 안되는거 아닌가???
3년전엔 4월 혹서기에 왔었는데, 그때도 안나던 땀띠가....  솔직기 나두  덥긴 했었다.
나중에 알았는데 요며칠이 이상고온 현상이 나타났다구....  지구가 망하려나 보다.
요때에~~ 한국엔 폭설이 왔다지?  밖에 나가면 인터넷같은거 안해서 몰랐다.

너무 피곤해서 맛사지도 못받고 그냥 자버렸다.  맛사지 받아야 하는데~~~


16 Comments
쩡이^^ 2010.02.01 15:50  
언니~
짜뚜짝 또 가셨구나..ㅎㅎ
저도 코끼리 모양으로 만든건 왜 그렇게 사고 싶던지..ㅋㅋ
티슈커버랑 열쇠고리랑 가방이랑 몇개 사왔는데 영~쓸모는 없네요..ㅠㅠ
언니 여행기도 이제 거의 끝나가네요..ㅠㅠ아쉽...
마지막까지 힘내세요!!
용감한아줌마 2010.02.02 10:57  
코끼리 좋아하는건 울아들하고 똑같네???
우리집에도 서랍장 구석에 모셔져 있는 짜뚜짝 물건이 몇개 있지 ㅋㅋ
쩡이의 응원에 힘입어 남은 여행기도 열심히~~ 써 보려구.
곰돌이 2010.02.01 15:54  
글을 읽으니...

용감한아줌마 님께서 하신 행동이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집니다 ^^*


아드님이 땀띠난 이유는...

동포들은,  폭설로 고생하고 있는데..... 따땃한 나라에서 여행하고 있어서....

는 아니겠지요 ? ^^;;



땀 났는데,  목욕 안하고 계속 돌아다니셔서겠지요 ^^*


그나저나... 그 터미널에서 처음에 만난 택시기사는 너무했군요...ㅜㅜ
용감한아줌마 2010.02.02 10:59  
앗! 저의 실체를 파악하신건가요???
그날따라 유난히 덥더니만 결국 땀띠로 도배를 했네요. 
근데, 한국 오니까 싹~~ 사라졌다는.....

택시기사가 정말 심하긴 했죠???  욕좀 했습니다. 한국말로 ㅋㅋ
열혈쵸코 2010.02.01 20:18  
RAJATA Hotel 제 취향이네요. 이번에 쌈센에서 머무려고 하는데 얼마주셨는지요?
저도 시간에 여유가 있으면 용감한 님처럼 쌈센숙소투어 해보려구요.
글로만 읽던 곳을 직접 보는 것처럼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도 없을 것 같아요.

짜뚜짝같이 재미있는 곳은 시간날때마다 가주는 게 예의인 것 같습니다. ㅋㅋㅋ
아드님이 쇼핑의 달인인 듯 합니다. ^^
용감한아줌마 2010.02.02 11:07  
하룻밤에 850밧이었어요.  조식 불포함.  루프뷰보다 비싸더라구요...
비싸서 그런건지 투숙객들이 대부분 나이가 좀 있어 보이더라구요.

전 시장보다는 마트를 좋아하는 편이데...  담번엔 아들하고 따로 쇼핑을 해야 할듯 ㅋㅋ
민베드로 2010.02.02 01:41  
삼센의 라차타 호텔...
현지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호텔인데
가격이 그렇게 비싸던가요?
850밧?  400밧 내외였던걸로 아는데
성수기라 그런가?

짜뚜짝에 두번 가셨군요.
정말 아드님은 쇼핑을 좋아라 하는가 보네요.
저도 좋아는 하지만 그정도는 아닌 듯.

새로운 인연이 나오네요. Y

다음 여행기도 기대할게요.
12편을 한번에 다 읽었네요.^-^
용감한아줌마 2010.02.02 11:09  
400밧???  그 가격이라면 정말 대박입니다.
제가 있는동안엔  나이드신 외국인들이 많던데요? 현지인은 못 본듯해요.
울아들은 물건을 사는것도 즐기지만 윈도우 쇼핑에도 일가견이 있답니다 ㅎㅎ

Y 하고는 하루종일 쇼핑을 했죠....
민베드로 2010.02.02 19:54  
그 앞에 나컨핑크호텔도 있죠.
같은 수준의 호텔인데요. 가격을 보면 라차타가 좀 더 좋을지도

나이드신 외국인들이 많은 이유..
알거 같아요. 아이하고 같이 다녀오셔서
말씀드리기 곤란한 부분이 있지만..ㅋㅋ

그래도 요즘은 여행자들도 많이 찾기는 하는거 같아요.^-^
용감한아줌마 2010.02.03 11:02  
나이든 외국인이 많은 이유가 뭘까요???
몹쓸 호기심때문에.....
민베드로 2010.02.06 09:59  
음...이건 모두다 그런건 아닙니다.
라차타, 나컨핑크, 쑥바쌋 이런 호텔들은 게스트하우스로 지어진 것이 아니라
현지인들의 러브호텔로 이용되던 곳인데
여행자들이 많이 이용하다보니...
저렴한 호텔로 이용되고 있지요.

그래서 나이든 서양외국인들이 젊은 태국 여자들을
술집이나 클럽등에서 데리고 오는 경우가 가끔 있는거 같습니다.
카오산이나 람푸트리보다는 보는 눈이 덜 하겠지요.
가보셨다니 주변 분위기가 조용하고
사람이 별로 없는건 아시겠지요.^^;

나이든 외국인들이 다 그런건 아닙니다.
대부분은 평범한 여행자겠지요.
가끔 있는데 다른 곳보다는 많다? 그정도일거 예요.

제가 직접 본적도 있거든요. 툭툭타고...
바로 마당까지 들어가더군요.
아마도 주차할 곳도 넓은 것으로 생각이 듭니다.

그런 이유가 조금은 있을 거라는 것이예요..ㅋㅋ
애니스타 2010.02.02 12:45  
용간한 아줌마님의 여행기를 정말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매번 정말 센스있고 재미나게 쓰시는 것 같아요.
용감한 아줌마라는 닉네임은 참 잘 어울리시고, 철없는 마흔살?? 에이..정말요^^?

태국의 택시기사님들 중에서도 좋으신 분들이 많은데
가끔 그렇게 말도안되게 흥정하시는 분들..운전 위험하게 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네요..
300바트라니...정말 너무하셨다~;;

다음 여행기도 잘 읽겠습니다~!
용감한아줌마 2010.02.03 11:04  
아이 키우다 보면 저절로 용감해지더라구요....
아이와 수준이 같아 지니 철없는 마흔살도 맞구요 ㅋㅋ
미소네 2010.02.02 12:53  
미소네 이용해주시던  아주머니 참  반갑군요 .

이야기도 재미있구요

치앙마이에서 좋은 기억 많이 간직하시길 ...또한 건강하실때 많이 다니셔요

훗날 미소네에서 차한잔 할 기회가 있겠지요..
윤곰돌 2010.02.04 21:45  
ㅍㅎㅎ 언니 저를 너무 미화시킨거 아닌가요???
용감한아줌마 2010.02.05 13:32  
아니야~~
자기는 정말로 예뻤다니까~~  성격도 딱 내스타일이구 ㅋㅋ
열심히 일하구 올해 또다시 님만해민을 찾는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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