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는 마흔살, 애늙은이 열세살의 동행 12
1월 3일
내가 타고온 999 VIP 버스가 날 떨어뜨린 곳이 어딘지 솔직히 모르겠다.
짐도 무겁고 추잡스런 몰골로 버스 타기 싫어서 그냥 택시정류장으로 갔다.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뚝뚝을 타고 빠져 나가는 현지인들이 상당수 된다.
그런데, 이상하다??? 한참을 기다려도 들어오는 택시가 보이질 않는거다.
택시정류장에 택시가 없으면 어쩌라구????
현지인들이 자꾸만 밖으로 빠져 나가길래 따라가 봤다.
그제서야 왜 택시가 보이지 않는지 알았다.
큰길에서 택시가 유턴해서 터미널 택시정류장으로 들어오는건데, 유턴하기 전에
사람들이 택시를 잡아타고 갈길을 가더라.... 그럼 나두 따라해야지.
"카오산~~"
"300밧"
"뭐? 300밧?"
유들유들한 비릿한 미소를 날리면서 너무 뻔뻔하게 말한다. 아휴~ 정말이지.....
난 내가 외국인이라 미터를 켜지 않고 흥정을 하는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현지인들도 한참 실갱이를 하기도 하고 가격이 안맞는지 택시를 그냥 보내기도 하더라.
난 바쁠것도 없고 남는게 시간이라 그냥 버텼다.
큰길을 빼곡히 메우고 있던 사람들이 대충 빠져나가고 나니, 택시기사가 미터로 가더라.
카오산까지 거금 92밧 나왔다.
당연히 방이 있을줄 알았던 뉴씨암3 에서 퇴짜를 맞은 나는 오방콕, 타라, 비만인...
7~8 곳을 전전해야 했다. 맘에 드는곳은 방이 없고 방이 있는곳은 맘에 안들고.
차라리 여행사에서 2000밧대의 호텔 바우처를 끊는게 낫겠다 싶은 순간, 맘에 드는 숙소를
찾았다. 쌈쎈에 있는 RAJATA Hotel 에 들어가 객실을 보는 순간 바로 OK!!!
객실 천정이 높고 넓고 밝고(특히 화장실) 에어컨도 있구 천정에 커다란 팬까지 달려 있어서....
난 에어컨 바람 싫어해서 천정에 팬 달린 객실을 아주 좋아라 한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OK~~
쌈센까지 온김에 태사랑에서 유명한 다른 숙소도 구경해 봤다. 시간이 아주 많이 남아서~~~
루프뷰에 가봤더니 사람이 참~ 많다. 한국사람이 많다... 아침식사 시간이어서 그런듯.
치앙마이나 라오스에선 한국사람들끼리 아는체를 많이 하는데, 여기에선 완전 쌩~~ 깐다.
아주 깨끗하다. 종업원들은 약간 친절하다. 안쪽에 있어서 조용할 것두 같구. 80점?
씨리반타이에도 갔다. 진짜루 시간은 많구 할일이 없어서~~~는 아니구, 라오스에서 만났던
여학생을 다시 만났는데 그애 방구하는데 같이 따라 가 본거다.
일반 가정집처럼 편안한 느낌이 들더라. 외관상으로~~
막상 방을 보고 나니 솔직히 난 많이 불편해 보였다.
2인실 방에 덜렁 메트리스 2개뿐!!! 정말 아무것도 없다. 화장실은 공용이구... 방음도 안될듯??
젊은 사람들은 오히려 서먹서먹하지 않고 정보 교환도 하구 좋을 수도 있을것 같은데,
나처럼 나이도 있고 애까지 딸려 있으면 좀 불편할듯 싶더라.
숙소 고르는 기준이나 관점은 사람마다 다르니까~~~
같이 간 여학생은 맘에 든다면서 전화번호 남기고 왔다.
참! 씨리반타이 옆 구멍가게(?)에서 태국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봉지커피를 마셨다.
봉지가 찢어지지 않는게 신기할 뿐이다....
대충 씻고 나니 딱히 할일이 없다. 쇼핑 좋아하는 울아들이 이 기회를 놓칠리가 없지.
"엄마, 오늘이 일요일인데 짜뚜짝 여는날 아닌가?"
얘는 지가 기억하고 싶은건 정~말로 잘 기억한다.
점심을 놓칠듯 싶어서 간단한 먹거리(빵,사탕,어포,과자)를 싸들고 짜뚜짝으로 go~~
한번 와 봤다고 자신있게 갔다. 처음 왔을때 털뭉치 인형을 샀던 가게로 자신있게, 당당하게.....
일주일 사이에 상점이 이사 갔나보다. 도저히 못찾겠더라.
도로 이름으로 길찾는걸 귀신같이 해내는 울아들도 시장에선 나하고 별 차이 없는듯 ㅎㅎ
시장안에 상점이 차별성이 없다. 왜 내눈에 전부다~~ 거기서 거기로 보이는건지....
그 와중에 울아들 자기가 업어갈 녀석들을 찾아냈다.
유리로 만든 코끼리3종 세트~~ 쬐그만게 잘못 건드리면 깨질것 같구만 기어이 그걸 산다.
집에 도착할때까지 어찌나 애지중지 모시던지... 요녀석들 아들방 장식장에 고이 모셔져 있다.
돌아오는 길 버스정류장에서 난 마음이 꼭 맞는 쇼핑동지를 만나게 되었다.
혼자라서 심심하다며 말을 걸어온 Y.
27살이라는 직장인 Y 는 나이보다 한참 어려보이고 아주 예쁘장하게 생겼다.
보통 얼굴 예쁜 애들이 성격은 나쁜데 Y 는 얼굴보다 성격이 더 예쁘더라.
알고 보니 오늘 치앙마이에서 방콕으로 내려온 거였다. 이건 우연인가? 필연인가?
우리는 바로 마음이 맞아 내일을 "쇼핑하는날" 로 합의를 보고 아침에 다시 만날것을 약속...
허걱! 침대에 누워 자려고 보니 아들 온몸에 땀띠가 나 있는거다.
오늘 하루종일 너~~무 덥다고 느꼈는데, 애 몸은 참으로 정직하다.
난, 처음에 빈대한테 물린줄 알고 식겁했다는 ㅋㅋ
850밧짜리 숙소에 빈대가 있다면 안되는거 아닌가???
3년전엔 4월 혹서기에 왔었는데, 그때도 안나던 땀띠가.... 솔직기 나두 덥긴 했었다.
나중에 알았는데 요며칠이 이상고온 현상이 나타났다구.... 지구가 망하려나 보다.
요때에~~ 한국엔 폭설이 왔다지? 밖에 나가면 인터넷같은거 안해서 몰랐다.
너무 피곤해서 맛사지도 못받고 그냥 자버렸다. 맛사지 받아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