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남,열흘이 열시간 같았던 태국여행기(1)
누구는 여행을 마음을 살찌우게 하기 위해서 간다거나 아니면 잠시나마의 일탈을 꿈꾸며 여행을 떠난다던데 내는 그런거 읎다.
걍 갑자기 쌀국수가 급 땡겨서 태국에 열흘 일정으로 다녀오고 싶었던거다.
흠,사실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것이 꼭 태국 이어야만 25% 미만의 항공료와 현지에서의 숙박이
공짜인 고로 온리 타일랜드다.
왜냐면 태국에서 1년여 전부터 근무하는 딸이 있는 관계로다...ㅎㅎ
(딸을 낳으면 뱅기 탄다는 옛말이 신통방통이다)
해서 니 엄마는 작년에 보름씩이나 갔다 왔으니만큼 이번엔 이 아빠가 혼자서 가고 싶다고
올 초부터 강력하게 외쳤다.
그랬더니 딸님 가라사대, 성수기때라 스태프 티켓으론 예약을 해도 제 날짜에 오기 힘들고 엄마랑 같이 안올거면 뭐하러 오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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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질뇬~!
에...또...음...그래서 눈물을 머금고 정확하게 1월17일 일요일 우리의 김뇨사를 대동코 인천공항에 도착해 티켓팅을 하는데,스태프티켓이든 스탠바이티켓이든 뱅기 출발 30분 전에 탑승 여부를 알 수 있는데 오늘은 단체 승객들이 많아서 희박할거라나.(지롤~)
말대로 기다렸지만 결국엔 탑승을 못하고 집으로 처량하게 되돌아 오는데 여름옷을 입었던 터라 밖은 또 왜그리 추운지...쓰벌~!
다시 동네로 늦으막히 돌아와 기분도 꿀꿀한 김에 무슨 태국여행을 하루만에 끝내고 돌아오냐고 놀리는 아파트 주민들을 이끌고 춘자네로 막걸리나 먹으러 가자고 했다.
갔더니 춘자네는(파전집) 문을 닫고 송희네는 만원이고 삼십분을 밖에서 기다렸다 먹으니 오늘
일진이 아무래도 그런가 보다.
담날, 다시 심기일전!
보부도 당당히 인천공항에 재입성해서 티켓팅을 하려 예매표를 창구에 디밀었더니...
아,닝기리~ 오늘도 스탠바이 티켓이 13명이나 밀려있어서 가능성이 제로란다.
기왕 태국으로 초대할거 제대로된 표를 끊어줄 것이지마랴,라고 투덜대면서 방콕에 있는 딸에게 국제전화로 sos를 때렸다.
말단인 딸이 뭔 힘이 있겠냐마는 담당직원이 어디선가 걸려온 전화를 받더니 급하게 수속을
해주곤 티켓을 쥐어주며 시간이 촉박하니 서둘러 가랜다.
시간을 보니 뱅기 이륙 15분 전~!!
한없이 이뻐 보이는 담당직원에게 굽신 거리곤 서둘러 보딩체크를 조마조마하게 마치자 마자
탑승게이트로 뛰기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도 면세점을 통과하는 순간 아들넘 생각에 담배 두보루를 사고 또 냅따 뛰었다.
(김여사는 늦었다고 안절부절이고)
그렇게 간신히 대만 경유 방콕행 에어버스 330 뱅기에 맨 마지막으로 탑승을 하야 자리를 찾아
나란히 앉아 안도의 숨을 쉬고 있는데~
어랍쇼,또다시 항공사 직원이 우리에게 다가 오더니 미안하지만 자리를 양보해 주셔야 겠단다.
강제출국자 두명을 송환하는데 이 두사람을 같이 앉히지 않으면 보안에 문제가 있대나 뭐래나...
당시 상황으론 뱅기에 탄것만도 감지덕지라 군말없이 승락했더니 좌석이 울 김여사는
맨 뒤 꼬리쪽이고 내는 중앙의 날개쪽이다.
언젠가 울 딸년 왈" 신혼부부의 좌석이 어쩌다 나란히가 아닌 앞뒤 좌석일땐 마치 큰 이별이라도 한양 비행시간 내내 손을 앞뒤로 잡고 놓을 줄 몰라 눈꼴 사나왔다고 했었는데...
우린 너무 떨어져 손을 맞잡긴 커녕 얼굴도 못봐 생사조차 확인키 어렵더라.
그러나 이런걸 두고 전화위복이라고 했다지...
가운데 중앙의 내 좌석 양옆엔 이쁜 아가씨들이 진을 치고 앉아있지 뭔가.
하이,익스큐즈미,땡큐를 연발하며 므흣한 기분으로 앉아있으니 우리 김여사의 생사여부는
안중에도 없더라,뭐.
드뎌 에어버스 330은 힘차게 이륙을 하고 어여쁜 타이항공 승무원들의 친절한 기내 서비스를
받으며 우선 먼저 와인을 한잔 마셨다.
또,기내식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마지막으로 위스키를 한잔하니 세상 부러울게 없다.
아 참,양옆엔 파릇파릇한 처자들이 앉아있지,어느쪽 부터 말을 걸까 잠시 행복한 고민을 해보고...
비록 짧은 영어지만 바디랭귀지를 섞어서 하니 신통하게 대화가 이뤄진다.
둘 다 대만 여성으로 컴퓨터 관련 회사에 다니는데 이번에 곤지암에 있는 스키장으로 4박5일
휴가를 다녀가는 중이란다.
30살,27살의 미혼이라길래 또래의 잘 생긴 울 아들넘이 있다고 했더니 핸섬보이냐고 깔깔
대면서도 국제결혼에 거부감이 안드냐고 되묻는다.
사실 이 정도의 심도있는 대화라면 영어실력이 출중해야 하지만 조금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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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한국어 실력이 뛰어난고로 나의 쌍따블베리굿뜨는 괜히 객지에서 고생하지 말고
딴데가서 써먹으랜다.(한국에서 연세대학을 다녔다나)
그렇게 즐건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어느새 뱅기는 대만의 타이페이 공항에 도착을 한다.
아쉽게 대만 처자들과 이별을 하고 다시 탑승을 하니 이번엔 아까와는 반대로 양옆엔 국적불명의 중년 동양남성들이 앉아있는게 주변 환경이 넘 열악한게 아닌가...
뱅기가 다시 이륙하자 또 한번의 기내식을 제공 받곤 이내 좌석 앞에 비치된 모니터로
마이클잭슨의 뮤비를 감상하며 이어폰을 꼽았다.
조금은 지루했지만 그래도 뱅기는 정확히 예정된 시간에 방콕의 수완나품 공항에 도착한다.
딸이 없으면 국제미아가 될게 뻔한 우리 부부이기에 마중나온 딸이 내 딸이지만 이뻐 보인다.^^;
공항을 입국장이 아닌 출국장으로 빠져나와 택시를 잡으면 공항피가 안 붙고 또 미터기를 꺾고
가야만 바가지를 안쓴다는 딸의 말을 들으며 쫄래쫄래 뒤따라 가니 밤 11시 인데도 초여름날의
후덥지근함을 맛본다.
밤늦은 시간이라 뻥뚫린 도로를 냅따 달리는 택시의 미터기를 보니 시속 140키로~ 그야말로
후덜덜이다.
이 동네는 속도제한도 없나 불안한 마음으로 달리는 총알택시 안에서 과속감시 카메라 여부를
밖으로 보지만 안보인다.
그래도 무사히 딸의 거처인 팔람까오로 당도하여 여장을 풀고 간단한 샤워를 마치곤 내일의
방콕을 그리며 바로 잠을 청했다.
투 비 콘테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