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가족의 짧고도 길었던 태국여행 - 방콕에서 깐짜나부리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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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가족의 짧고도 길었던 태국여행 - 방콕에서 깐짜나부리로 2

끝까지 다 써서 올렸는데 내용이 너무 길었는지 잘렸네요.
뒷부분 마저 올립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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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한 쪽에 허벅지 정도까지 오는 작은 풀도 있다.

아마 유아용 풀일 거다.

물에 들어가서 놀기에는 쌀쌀한 날씨여서인지
수영장에는 썬탠 하는 서양 아저씨 말고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첨엔 덜덜 떨며 물에 들어오기 싫어하던 어른들도
한 번 물에 들어와서 적응이 되니 조금씩 흥이 나신다.

나는 개헤엄 강습에 들어간다.

혀 까지 내밀고 영구와 땡칠이의 개처럼 헥헥대며 강습하는 내 모습에 어른들, 즐거워하신다.


뒷쪽으로 보이는 수영장은 깊이가 6피트이다.
수중 달리기 시합 삼매경에 빠져 계신 어른들.
역시 나이는 못 속이는지 큰 이모가 꼴등이시다.
시합에는 가족도 친구도 없다. 모두가 경쟁자일 뿐 ㅋㅋ
(참고로 입고 계신 옷은 물놀이 전용 옷이다. 샤워하고 저 옷으로 갈아입고 들어가서 노셨음
 다른 수영장이나 바닷가에서 찍은 사진도 모두 똑같이 저 옷이다)

수영장에서 1시간 정도 놀다 보니 어느덧 오후가 다 지나간다.

저녁엔 야시장 구경을 가기로 한다.

 

 다른 어른들 나오시길 기다리며 숙소 입구에서  한 컷.
 저 반질반질한 돌 통로를 지나 문을 열고 들어가면 리셉션이 있다.


갈 때는 모두들 웃으시며 기대감을 안고 가신다.

하지만 야시장에 도착하자마자 급 피로해하시며 10분도 돌아보지 않고 주저앉아 버리신다.

원래 저녁은 ‘더 리조트’에서 분위기 있게 먹으며 생음악도 즐겨보려 했지만
어른들, 어서 집에 가기만을 원하신다.

“물에서 노는 것이 보통 대간헌 것이 아녀. 그냥 밥이나 사 가지고 가서 저녁이나 먹자”

결국 찹쌀밥과 꼬치 구이 등 몇 가지 반찬을 사 가지고 숙소로 돌아온다.

어른들 각자 가방에서 반찬을 꺼내기 시작하는데..

큰 이모 : 1kg는 되어보임직한 된장, 고추장 팩과 김튀김

작은 이모 : 김튀김, 청량고추오이장아찌

고모네 : 깻잎 김치, 직접 담근 볶음 고추장

야시장에서 사 온 반찬과 함께 내 놓으니 온 방 안이 다 꽉 찰 지경이다.

그렇게 뭘 싸오시지 말라고 말씀을 드렸음에도 정말 못 말리는 분들이다.

그래도 역시 밥심인지 어른들은 한국 음식을 드시고서야 기력을 되찾으신다.


이모들은 식사가 끝난 후 바로 취침에 들어가시고
우리 부모님과 고모네는 고스톱을 치신다며 자리를 펴신다.

앞뒷집 살면서 한가로울 땐 늘 모여서 고스톱을 치시는 분들이면서
태국까지 와서도 고스톱을 끊지 못하신다.

하긴 나도 여행 때마다 빼 놓지 않고 가지고 다니는 게 화투와 윷놀이 세트이니..


판 벌리신 어르신들.
덕분에 난 구경하면서 개평 얻어 먹었다.


평화로운 깐짜나부리의 밤이 깊어간다.

몸은 천근만근인데 이런저런 생각에 잠이 오질 않는다.

낮에 보았던 아빠의 숱이 많이 없어진 머리, 엄마의 아픈 무릎이 아른거린다.

또 아이처럼 들떠서 설레고 좋아하던 어른들의 모습도 떠오른다.

이렇게 좋은 걸 맨날 나 혼자서만 즐기고 누렸었다니.

여기 있는 동안 열심히 섬겨드리며 즐겁게 해 드려야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해본다.

짝짝 들어맞는 화투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이 들고, 그렇게 짧고도 길었던 하루가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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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은 제가 여행 가기 전에 작성했던 루트 및 예상 비용에 관한 것인데
필요하신 분은 다운 받아서 보세요.
예정대로 움직이거나 예산을 사용하진 않았지만 크게 벗어나진 않았습니다.



7 Comments
열혈쵸코 2010.02.07 23:52  
어르신들께서 제대로 노실 줄 아십니다. 수중달리기까지 하시고...
유쾌하신 분들이라 여행내내 웃음이 끊이지않았겠습니다. ^^
stopy 2010.02.09 20:08  
수중달리기는 저의 제안으로;;
정말로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은 여행이었어요.
열혈초코님, 글마다 댓글 달아주시고 감사해요^^
misosoup 2010.02.08 08:46  
어르신들 좋아하시는 모습에 제가 다 뿌듯해지고 그러네요(니가 왜! 뭘했다구! 퍽!ㅡ.ㅡ;)

호텔방에서 몰래먹는 한국음식, 너무 맛있지 않으셨어요?ㅎㅎㅎ(전 한국음식 마니아~)
stopy 2010.02.09 20:10  
ㅎㅎ 저도 이렇게까지 먹어본 적은 없는데 이번에 먹어보니 맛있긴 하더라구요.
misosoup님이 그냥 암꺼나에 쓰신 글 읽었었어요.
저는 원래부터 토속적인 음식을 좋아했는데 그건 지금도 변하지 않네요.
뭐 암거나 가리지 않고 잘 먹긴 하지만요..^^
A형오지랖퍼 2010.02.11 01:31  
어른들과 한 여행인데도 참 재미있네요.^^ 저희 모친은 생각보다 몸이 약하셔서 해외여행 같은 건 꿈도 못 꾼답니다...ㅠㅠ 참 착한 따님이시네요, 저랑은 달리...;;; 뒷편도 기대할게요~
날자보더™ 2010.04.24 21:07  
고스톱판...어르신들은 정말 여행가셔서도 저렇게 노시는걸 좋아하시더군요.
저도 이번 여행때 밤이면 밤마다...
★보보★ 2010.08.03 14:14  
가족 간의 사랑이 느껴집니다~구수한 사투리도 정감하구요~^^어른신들 사이가 너무 부러워요~~뒷글이 아직 올라오지 않아 기다리고 있는 1인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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