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남,열흘이 열시간 같았던 태국여행기(5)
1월23일 토요일.
푸켓에 한번 갔다온것 뿐인데 태국에 온지가 어느새 6일째다.
아무래도 태국시계가 한국시계 보다 빨리가는게 틀림없다.그렇지 않고서야~
오늘은 며칠전 동대문에다 예약해 놓은 수상시장 투어를 하는 날이다.
방콕에서 약100키로쯤 떨어진 곳으로 관광객들이 아닌 현지인들이 주로 이용한다지.
주말에만 열린다는 이곳의 이름을 까먹었지만 반딧불이 투어를 겸하는 곳이라면 아실거라 믿는다.
픽업나온 택시로 두시간 남짓 달려서 수상시장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규모가 크지 않았고 수로도 넓지 않았지만 현지인들로 붐비는게 완전 시장통이다.
배에서 파는 음식들도 특별한건 없었지만 그 중 남매가 파는 새우구이와 조개구이를 먹어줬다.
그 이유는 오빠는 새우를 요리하고 여동생은 배 밑창에서 스며 들어오는 물을 그릇으로 연신
퍼내는 퍼포먼스(?)를 연출하기에 시선이 끌려서다.
수상시장은 먹거리 외에는 볼게 없는지라 본격적으로 곳곳을 누비며 주전부리에 열중하여 대략
열가지는 더 먹었을 뱃속에 미안함과 동시에 위대함을 느낀다.(상비약도 일찌감치 떨어지고)
아무래도 내가 전생이 태국사람이였지 않나 싶은게 먹는거 마다 입맛에 맞는다.(불가사의 혀~)
드뎌 해가 질무렵 오늘의 하일라이트인 반딧불이 구경을 위해 배를 타고 가니 드넓은 강이 나온다.
칠흙같이 어두운 밤을 한참을 달려 강기슭에 당도하여 배에 부착된 써치라이트를 나무에 비친다.
나무에는 큼직한 새들이 열매 열리듯 주렁주렁 매달려 잠을 자고 있는게 볼거리를 제공해 준다.
이어서 강기슭 여기저기의 나무엔 반딧불이 반짝이는게 어렸을적 추억을 되살려 주고...
반딧불이가 어느 한곳에 왕창 몰려있는게 아니고 강기슭을 따라 넓게 분포되어 있다.
한가지 더 볼거리는 무심코 쳐다본 밤하늘엔 무수한 별들이 금방이라도 쏟아질것 같더라.
한국에만 있는줄 알았던 북두칠성이 여기선 더 가깝게 보이는게 무공해 자연이 부럽기만 하다.
그렇게 색다른 구경을 잘하고 배에서 하선하여 택시로 향하는데...
대낮에 분명 멀쩡했던 코코낫나무를 누가 톱으로 베어 쓰러뜨려 놨다.
근데...뭐눈엔 뭐만 보인다고 먹는거에 일가견이 있다보니 멀쩡한 코코낫열매가 눈에 띄더라.
시험삼아 열매를 나무에 대고 쳤더니 물이 사정없이 나오는게 왠 노다지냐 싶다.
대충 깨서 먹다보니 목구멍으로 들어가는게 반 흐르는게 반이다.
몇개를 정신없이 마셔대니 두 여자는 깔깔대고 웃는다.
그런데...앗,뜨거! 저쪽 한켠에서 현지인이 이런 나를 예의 주시하고 있었지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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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룬,현지인은 깔깔이 아니라......낄낄대고 웃고있다.(나머지도 들고올걸 그랬나?)
1월24일 일요일.
오늘은 주말에만 열리는 방콕시내에 있는 짜뚜짝시장엘 첨으로 지하철을 이용하여 가보기로 한다.
어제는 오전에 그치던 비가 오늘은 오후까지 장대비가 오더니 시장을 질퍽거리게 하구서야 그친다.
짜뚜짝은 우리의 남대문과 동대문 그리고 인사동과 재래시장을 몽땅 합쳐 놓은듯한 시장이다.
만몇천개가 넘는 점포에 하루 이삼십만명 정도가 다녀간다는 짜뚜짝은 말대로 인파로 넘쳤고,
안내표지판이 있지만 한참 쇼핑을 하다보면 왔던 길도 또 가는 헤매기를 하기도 한다.
두 여자는 값이 싸고 태국스러운 물건을 꼼꼼히 챙겨서 사고 나도 우연히 50리터짜리 독일산
도이터배낭을 말도 안되는 가격으로 득템하곤 잡동사니를 담은 배낭을 므흣하게 짊어지고 다녔다.
다시 집으로 돌아와 여장을 푼 후 저녁을 먹을겸 시내 곳곳에 있는 야시장을 공략하려 출동한다.
근데,여기서 먹는거라면 가리지않는 잡식성인 나에게 의외의 복병을 만날줄이야.
이름하야...똠양꿍!?
아시다시피 새우와 버섯을 주재료로한 국 종류인데 특유의 진한 향에 적응이 안되어 건데기만
건져먹고 포기해야만 했다.
남은 시간,현지인들이 주로 이용한다는 헬스랜드라는 곳에 타이맛사지를 받으러 갔다.(고대하던)
고풍스러운 멋을 풍기는 건물 실내에 들어서니 로비엔 맛사지를 받기 위한 대기자들로 꽉차있고.
삼십여분을 대기한 끝에 안내원을 따라 3층의 VIP룸으로 들어서서 가운으로 갈아 입었다.
잠시 후 세명의 안마사 중 제일 덩치가 좋고 힘깨나 씀직한 안마사가 다가 오더니,
가벼운 눈인사 후 눈을 지긋이 감고있는 나에게 귓속말로 뭐라고 속삭이는게 아닌가...
(오잉~? 태국에도 이 꼰남을 좋아하는 독특한 취향을 가진 여성이?)
그러나 맛사지의 강약을 물어보는거라는 딸의 통역에 좋았다 말았고,스트롱이라고 했다가
나중에 디따 후회했다.
암턴,발끝에서 부터 머리끝까지 자신의 손과 발로 팔꿈치로 팔등으로 때로는 무릎으로...
그야말로 온몸을 이용해서 떡주무르듯 주무른다.
마치 뼈와 살을 분리하는듯한 그리고 뼈의 갯수를 확인하는듯한 맛사지술에 아프면서도
시원한게 정신마져 맑아진다.
마무리로 앉은 자세에서 어깨를 주무르는데 아픈걸 참느라 이를 악물어야 했고...
그렇게 세사람은 두시간 동안을 개운하게 맛사지 받구선 연신 태국말로 컵쿤캅을 외쳤다.
(팁 포함 이만원~!)
한수 더 떠 우리의 김여사는 안마사에게 당신이 맘에 든다며 이름을 아르켜 달랜다.(어쩌라고~)
아뉘,시방 태국이 우리 옆동네로 잠시 착각하고 계신둥?(맛사지를 받더니 정신까지 흐물해진겨?)
그리고 이름을 알켜달라는 저 레퍼토리는 원래 내가 써먹어야 되는건데 이 마눌님이 저작권침해를 해도 유분수지~~
하지만 맘씨 착한 안마사는 자신의 고유번호와 함께 이름을 메모지에 적어준다.
(이름이 찬티녹이라 했던가 잊지 못할꼬얌~)
1층 로비로 내려오니 마지막으로 태국의 전통차를 대접하며 깔끔한 마무리를 해준다.
흠...담번엔 또 김여사는 소꼬리를 고아 먹는데 이어 맛사지를 받으러 태국에 올 태세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