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waken
아마도 넌 아래층 기사아저씨나 직원에게 언제즈음 휴게소에 도착할지를 묻고서 올라오는 길이었겠지.
지리했던 버스.
20분 간격으로 시계를 확인해봐도 열시간도 넘게 남은 도착예정시간.
더디만 흘러갔던 그 순간.
통로를 지나던 너와 눈이 마주쳤어.
네가 먼저였는지, 아니면 내가 먼저 미소지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난 네 웃는 모습이 귀엽다고 생각했어.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mp3 배터리가 도착할 때까지 버텨줄 수 있을까하는 작은 우려. 마음이 닳는 듯한 기분. 채우는 뿌리 없는 마음. 어디로든 갈 수 있을 것 같은 바람에 나부끼는 마음.
이렇게 여행에 익숙해지는 3일째구나. 조금씩 밤 버스가 마음에 들기 시작했을 때
네가 카드를 들고서 통로 맞은편 의자에 앉았지.
가벼운 인사와 통성명, 재미 없었던 포커.
이제는 그리 순진하지 않은 나는 대화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대뜸 전화번호를 가르쳐달라는 네가 조금 우스웠어. 혼자 여행하는 동양 여자아이가 그리 쉽게 보이나 살짝 기분이 상하기도 했고. 잘라 거절하긴 그래서 그냥 네 번호를 알려달라 노트를 건네주었는데
서툰 한자와 영어로 네 이름을 쓰고 의미를 설명하고 전화번호를 적더니 핸드폰을 꺼내 번호를 하나하나 확인하는 네 모습이 가벼워보이지는 않아 상했던 마음은 누그러들었어.
그냥 그 뿐이었는데.
아직도 알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아.
마음이 거짓말을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순간의 충동들에 태울 것을 마련해 주는 것인지, 핑계거리가 되어주는 것인지.
시간이 지나면 정말 보이게 되는걸까.
너는 어떻게 그리도 네 감정들에 대해서, 결정에 대해서 확신할 수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