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처럼...(19) 이번엔 치앙마이 쇼핑이다
원래 오늘은 치앙마이에 가면 한번씩 해보는 것으로 각광받고 있는
<쿠킹클래스>에 참가해보려고 했었다. (900밧)
그런데 며칠 전부터 괜시리 하기가 싫은거다.
난 태국요리를 먹기만 좋아하지 만들기 좋아할 것 같지 않다.
사실 주부구력 만 7년차 임에도 한국음식 만드는 것도 좋아하지 않쟎아?
더군다나 돈 들여서 한국요리학원에 다녀본 일도 없고...
여기서 쿠킹클래스를 듣는건 우리집 냉장고속에서 신음하고 있는 음식재료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그래서 치앙마이 쇼핑몰에선 어떤 것들을 팔고 있나...살펴보러 가기로 했다.
그니까...쇼핑하러 갔다 이말이다.
우리 숙소인 Na Thapae Hotel은 쁘락뚜타패에서 가깝고, 따라서 Amora Thapae호텔에서도 가까우며,
그 아모라 타패호텔로 에어포트플라자(치앙마이공항 근처의 대형쇼핑몰이다)의 셔틀이 온다.
(셔틀이 미니버스 정도는 아닐까 예상했건만 예상과 달리 고급시트(?)가 깔린 썽테우가 온다.
아모라 타패가 첫 stop이었고 이후 근처 호텔들에서 손님들을 하나 둘씩 태우고...결국 도착!)
이렇게 입구쪽에 내려주면...에어컨이 션하게 쏘아대는 신천지에 들어가는 것이고,
입구에서 몇발자국 걷고 있자면 화려한 물건들이 <사왓디캅~ 나를 사세요~>라며 손짓을 해대며,
그런 유혹은 가뿐히 물리치면서 <59밧>이라고 걸린 손수건 한 장은 구입해주므로써
"내가 뭐 window shopping만 하려고 한 것은 아니야"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게 되었고,
결국은 또 와코루매장이 있는 로빈슨으로 무의식적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
갑자기 학교에서 중딩들때문에 십년은 늙어가고 있을 똘이엄마(친정언니) 생각이 난다.
'그래, 속옷선물을 해주겠어. 다만, size를 모르니...전화통화가 됐을 경우에만!!'
(덧붙임: 똘이엄마는 휴대폰 안받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하는 사람이다. 분명 이번에도...!!!)
"여보세요~ 어, 날자보더™냐???"
똘이엄마는 선물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문득 명동 스킨OO라는 화장품가게에서 물건을 고르던 태국츠자들이 떠오른다.
이것저것 구경하고, 발라보고, 자기들끼리 의논하고...
옆에서 그들의 그런 모습을 재미있게 구경하며(사실은 힐끗거리며)
'왜 저렇게 오랜시간 고르고 또 고를까...?'
생각했었는데...
지금 이렇게 쇼핑을 하면서 충분히 이해가 간다.
일단 모든 상품이 외국어(친절히 쓰여져봤자 영어)로 표기되어있고,
대량으로 구입하며,
선물용이라면 받을사람의 취향이나 size나 피부타입등을 떠올려봐야하고
그래서 나도 지금 이모들과 무슨 반상회도 아니고...무척 굼뜬 쇼핑을 하면서
옆에서 쇼핑을 거들고 있는 점원언니들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있는 中이다.
자, 이제 우리 점심 먹읍시다!!
다시 에어포트플라자로 넘어와 B1로 내려가니 저런 신천지가 펼쳐진다.
우리나라에 있는 Marche는 그저 흉내내기에 불과한 것이고, 여기 진정 시장통에서 골라먹는 저렴한 한끼식사들이 즐비하다. 다만 외국인들이 여기까지 와서 그다지 밥을 먹지 않는 모양인지...메뉴판이 태국어 일색이다. 그래도 나에겐 <손가락>이 있으니!!
한참을 저 국수집을 주시한다.
상당히 많은 현지분들이 저기서 국수를 잡수신다. 맛집인 것이다 (이젠 느낌으로 안다).
바로 앞까지 가서 사람들이 먹는 모습을 관찰한다.
(식사하던 현지분들이 꽁지머리 외국인의 시선을 부담스러워하시기 시작한다 )
보다못한 주인 아주머니가 뭘 원하냐고 물으시는 듯하다.
"전 fish ball이 들어간 noudle-soup을 먹고 싶어요!"
못알아 잡순다.
하지만 말했듯이 나에겐 <손가락>이 있다.
이거(어묵)+저거(닭육수로 보이는 것)+그거(밀가루 국수인 바미 말고 쌀국수) 주세요~
OK!! (너 꽤 똘똘해 보이는 까올리인데???)
나 매우 뿌듯하다.
그래서 먹게된 어묵국수다 (25밧)
훌훌훌 마시게되는 그런 맛이다. 한그릇 더 먹고 싶었지만 반대편 어디에선가 점심을 잡숫고 있을
이모들의 근황을 살피러 가야한다.
이모들은 돈까스 비슷한 것들을 아주 깨끗이 비우고 계신다.
이젠 나의 도움없이 이런 푸드코트에서 식사주문쯤은 이모들에게도 <껌>인듯 하다.
그렇게 쇼핑과 식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셔틀스케쥴을 살펴보니 대략 20여분을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땡모반 하나를 사들고 1층에 올라가서 이모들이 화장실에 간 사이 잠시 벤치에 앉아 있는다.
그때 한 유니폼을 입은 남자직원이 옆에 걸터앉는다.
청년: "어디서 왔나요, 마담?"
나 : "전 한국에서 왔지요. (굳이)North는 아니에요."
청년: "아, 그러세요? 즐거운 여행하고 계시나요?"
나 : "네...
(중략)
"그런데 치앙마이가 고향이세요?"
청년: "아니요, 전 매홍쏜출신이지요. 매홍쏜은 말이죠...(솰라솰라)"
아...나 왜 자꾸 매홍쏜 출신자만 만나게 되는고냐...
(참고: 빠이캐년에서 매홍쏜자랑하시던 노점상 아저씨)
언제고 매홍쏜에 꼭 가봐야겠다. 저렇게들 자기 고향자랑에 침이 마르니...
셔틀시간이 다 되어서 밖으로 나오니...완전 사우나이다.
문득 돌아보니 <도이창커피점>이 보인다. 저기 커피맛이 끝내준다던데...
난 아이스커피는 별로 안좋아하는 사람이고, 하지만 이 사우나같은 날씨에 hot커피를 마실 의욕도 없어 그냥 돌아선다.
생각해보니 오늘은 치앙마이 마지막날이다.
내일 우리는 푸켓으로 가는거야.
덕수궁 돌담길을 떠올리게 하는 치앙마이의 성벽을 따라 걸어보다가,
古都답게 시내 여기저기에 있는 왓을 뚤레뚤레 구경하며 숙소에 다다른다.
오늘은 정말 별거없이 지나가고 있다.
치앙마이...6박이나 했는데 크게 기억나는 건 없네.
하지만 뭔지...또 오고 싶은 은근한 그런 매력이 있다. 이번엔 new번화가란 님만해민도 가보지 못했쟎아?
다음에 매홍쏜에 가보기 위해서라도 꼭 다시 들르게 될것 같은 치앙마이.
저녁밥은 번잡하게 먹고 싶지 않아서
태사랑에서 읽은 적이 있는...먹고나면 버거킹 햄버거는 아주 우스워 진다는 <Mike's Burger>에서
take-out해다가 먹어보기로 한다.
(우리 숙소에서 korea house쪽 soi를 지나 더 윗쪽으로 올라가면 있는 mike's 버거.
가격은 그렇게 아름답진 않다. 포장하기 전 내용물의 부피는 그럴싸하군...니가 그렇게 맛으로 유명해???)
우리의 저녁밥은 저렇게 만들어져 포장되었고...
숙소에 가져와서 먹은 <소고기스테이크&머쉬룸어쩌고저쩌고>는...별루다!
가격이 아름답지 못해서 더 별루다!
나 치앙마이에서 한끼에 50밧 이상 내고 끼니를 해결해선 안될 것 같애.
이상하게...비싼것들이 맛이 없다. -_-;
내 식성을 더 저렴하게 만든 치앙마이...
이렇게 쁘락뚜타패와 해자 근처에 앉아서 한참을 바라보는 것으로 작별을 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