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처럼...(13) Pai(빠이)란...?
눈뜨고 있어도 코 베일것만 같이 정신없이 돌아가는 대한민국의 행자들에게
몇 해 전부터 태국북부의 작은 마을 <Pai>는 흡사 마음속의 파라다이스와 같다는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졌다.
그에 혹해서 빠이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고 나도 그 중 한사람이 되겠다.
(사실 전주 한쪽 구석에서 대한민국의 번잡함에 넌더리가 났다고 한다면...좀 오바인가?)
느즈막하게 아침을 먹고, 여행사를 통해서 예약해둔 빠이行 aya미니버스를 타러가기 위한 픽업을 기다린다.
치앙마이에서 빠이로 가는 방법은 우리처럼 미니버스를 이용하거나(150밧~200밧), 직접 치앙마이 아케이드에서 표를 구해서 빠이터미널로 가는 방법이 있다.
우린 소중하니까...前者를 택해본다. 훗...
(미니버스가 출발하는 치앙마이역. 북부지방답게 레드셔츠의 기세가 대단하다.)
태국 여행 좀 했다하는 사람들에게 "태국하면 뭐가 가장 떠오르시나요?"라고 물으면
열에 한 둘은 "아마...쎄븐 일레븐의 <띵똥>소리 아닐까요?"라고 대답할 것 같다.
(현재 나도 여행중에 줄기차게 이용하고 있는 쎄븐일레븐. 우리나라와 달리 태국의 쎄븐일레븐은
여타 슈퍼마켓보다 물건이 저렴하고, 또한 우리나라 편의점처럼 없는게 없다.
물, 우유, 요구르트, 냉커피, 슬러쉬, 아이스크림...무려 손톱깎이까지...우리가 산 것들이다)
잠시 딴데로 샜다.
다시 빠이로 향하는 이야기.
10시반에 픽업차가 와서 타고 치앙마이역에 도착하여 11시 빠이행 미니버스에 오른다.
세븐일레븐에 물을 사러 갔다가 띵똥소리를 잠시 감상하고 오느라 제일 마지막에 탔더니...
짐짝과 함께하는 제일 마지막칸 자리이다. 이모님들은 조수석에 이미 자릴 잡으셨고...
조카가 차를 탔는지만 고개 휙~돌려 확인하곤 그만이다...럴수럴수 이럴수가!!!
제목: 순돌이와 함께하는 Pai가는 버스여행!
(맨 마지막 짐짝과 같이 앉으려니 옆에 앳된 소녀가 아기를 안고 앉아 있다.
나: 혹시...니 애니?
소녀: 응
나: ...(잠시 깜놀...애가 애를 낳았단 게 이런 경우구나)...
아기 레알 귀여워.
소녀: 고마워 (미소)
저 아기는 3시간 반 동안의 좁고 고된 버스여행에도 한번도 찡그리거나 울거나 떼쓰지 않았다.
정말 말 그대로 <순돌이>이다.
얼마나 귀엽고 순하고 예쁜지 모르겠다.
간첩같기도, 잠자리 같기도한 나를 보고도 <너는 누구고 어디서 왔느냐!!!>란 듯이 열심히 쳐다보더니
내 손가락을 꽉 쥐어보기도(힘이 아주 장사다), 그걸 입에 가져가서 무슨 맛이 나는지 간을 보기도 한다.
배고프면 얌점히 우유를 먹고, 졸리면 자고...
순돌!!
너는 레알 세상의 모든 엄마들의 로망이로구나!!!
저 손톱깎이는...
순돌이 엄마한테 빌린 것으로서 너무 자라서 어찌할바를 모르겠던 나의 손톱에 광영을 주었다.
(짜잔~)
(차는 중간에 휴게실에 들러 잠시 휴식을 취한다.)
(거기서 아야의 오토바이를 하루 렌트하는데 추가 6시간 무료쿠폰이 달린 Pai맵도 받고 말이지)
그렇게 3시간 반
드디어 Pai다!!!
순돌이 엄마와 순돌이는 이제 안녕!!! 그렇게만 자란다면 해탈에 이르는건 시간문제야...(내가 봤을땐)
우리 숙소는 빠이의 aya영업소에서 대략 250여미터 쯤 떨어진 Baan Pai Village이다.
sawadee.com에서 예약, 결재를 했고...앞으로 3박을 할 예정이다.
숙소사진1: 처음 묵어보는 방갈로type의 room.
내부의 좁아터짐(딱 2인용방에 매트리스까지 놓으니 발딛을 곳이 부족함)에 잠깐 놀랬지만
이내 이모들의 집중공격이 우려되어 "이거 정말 새로운데?"를 연발한다.
숙소사진2: 아, 이 미친듯한 사진빨...사실 숙소전경은 저러하지만...저러하지만...저러하다. -_-;
계속 사진을 올리면서 쳐다보고 있으려니 그곳의 (열악한) 기억이 희미해지려고 하네...
숙소사진3: 진실을 이야기해야한다.
내가 태사랑의 쟁쟁한 추천군들을 모두 제끼고 콕 찍어 예약한 곳이지만
① 찌질한 수압 (머리를 감을 수 없을지경)
② 아까도 말했다시피 좁아터진 내부
③ 깨끗하지도 않은데다가 매일 치워주지도 않는 룸의 청결상태
④ 대체 웃음은 어디다가 팔아먹었는지 항상 뚱한 표정으로 제공되는 서비스
⑤ 기타 빼먹고 말하지 않은 심란함
나, 잘못한것 같아. 하지만 어쩌랴...3박 비용을 한국에서 이미 카드로 쏴버린것을...
우리 영감이 주문처럼 하는 이야기를 나도 주문처럼 외어야겠다.
" Don't worry~ Be happy~"
나는 저렇게 죙일 주문을 외우고 있으면 되는데...이모님들은...? 이모들은 어쩐다...?
(그래서 밤이면 밤마다 치는 고스톱에서 왕창 잃는다. 물론 이길 실력이 안되는 것도 있고...)
자,
짐을 풀었으면 일단 나가자! <심란할때는 가출이 최고>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이렇게 동네길을 걷다보면)
(이런곳도 나온다. 열심히 마누라 밥먹이느라 일하고 있는 영감을 떠올리면서...사진을 찍고있으려니
어떤 팔랑아저씨가 "여기 뭐하는데죠?"라고 묻길래
싸가지없이 턱으로 표지판을 가리키니...
"아...(뭐 이런...)"하고 지나간다.
그래, 나 외쿡와서도 法院건물이나 구경하는 여자다!!)
제목: Pai스러움이란...?
(빠이 동네구경을 하다보니 문득 통영의 "동피랑마을"이 떠오른다)
그래...나도 영어라면 이제 신물이 나려고 해...
그렇다고 태국말만 쓰겠다고 한다면 나보고 이만 한국으로 고 어웨이하라는...?
걷는 김에 강변쪽으로도 가본다.
저렇게 멀쩡해 뵈는 숙소도 많은 것을...(쓰읍~)
해가 진다.
우리 숙소는 식당도 겸한다.
멀리 가기엔 다리가 아파서 오늘 저녁은 숙소에서 떼운다.
앗, 의외로 괜챦은 밥 맛!!
그리고, 이어지는 Pai 밤마실...
(응...여기는 이렇구, 저기는 저렇구...솰라솰라)
보자마자 영감을 떠올리게 했던 그 무엇!
너의 정체는 무엇이냐! 오늘은 내가 현찰이 없으니 우리 내일 다시 만나기로 하자!!
찌질한 수압으로 샤워를 하려니 죽을 맛이다.
그래서 대충하고 침대에 누워 기절한 척 하다가 잠이 든다.
아직 맹위를 떨치는 <빠이의 매력>을 나는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