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표를 찾아서 - 12. 파도에 부치는 편지 from 하딘
안녕! 잘지내지?
3개월 만에 다시 하딘HaTihn에 들렀어.
이곳이 이름난 휴양지도 아니고 명승지도 아닌데,
길은 멀고 날은 저물어서 머무르기 위해 들렀어.
그래서 바다가 잘보이는 곳에 여장을 풀었지.
온종일 바다가 보이고 파도소리가 들리는 과분한 곳이야.
아! 덤으로 등대가 있네.
오늘같이 파도가 높은 날에는 더욱 소중할 것 같아.
누군가에게 생명같은 빛이 되고 나침반이 되겠지.
어두울 수록 밝을 테고, 길을 잃을 수록 선명할 것 같아.
한 사람에게라도 그러고 싶은데, 여전히 난 어둡고 선명하지 못해.
바람이 거치니 파도가 높네.
파도가 높은 탓에 그 흔한 고기잡는 배도 보이지 않고,
조개를 캐려 모래를 뒤집는 아낙네도 없어.
거센 바람과 질주하는 파도,
그리고 세상의 모든 소리를 흡수하는 파도와 지면의 마찰음 뿐.
이런 류의 쓸쓸함을 너와 함께 하고 싶지만...
이 정도의 바람과 파도라면 금새 너에게도 전해질 것 같은데...
다정한 너이니 바람과 파도에 답장을 부칠테고
나는 네가 가지는 또다른 쓸쓸함 조금이라도 읽을 수 있겠지.
어, 저기 사람이 있었네.
누군가에게 빛이 되고 나침반이 되어주는 사람이겠지.
잠들기 전에 나를 나에게 물어봐야겠어.
나도 너에게 그런 의미가 될 수 있을지를.
안녕! 또 소식 전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