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간의 베트남 남부 일주 - 06 Nha Trang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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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간의 베트남 남부 일주 - 06 Nha Trang 에서

jaime 5 3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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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짱(Nha Trang)에서 첫밤을 보내고, 여행을 가면 언제나 그렇듯, 아침 일찍 아빠만 일어나 호텔 구경, 동네 구경을 나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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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유명한 냐짱 해변을 바로 앞에 끼고 그저 이차선 도로 길 건너에 있을 뿐인 야사카 호텔은 고층으로 올라가 내려다 보자 근사한 뷰를 제공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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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반대편을 내려다 보니 도시 전체의 그림이 눈에 가득 들어옵니다. 이름 난 휴양 도시답게 참 건물도 많고 집도 많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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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어둠 내린 후 늦게 도착해서 잘 살펴보지 못한 호텔 시설들도 돌아 봅니다. 수영장이 무척 근사합니다. 아담하고 깨끗한 유아풀과 함께 있는 수영장에선 냐짱의 바다도 내려다 보여서 어느 화창하고 더운 날 여기서 놀면 정말 좋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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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냐짱에 있는 2박3일 동안 내내 날씨는 잔뜩 흐리고 간간이 비도 내리면서 기온마저 서늘했던 바람에 수영장을 이용할 기회는 없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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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를 등지고 야사카 호텔을 바라보았을 때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Yersin 거리를 타고 올라가 동네 구경도 하고 오늘 저녁 식사를 할 만한 로컬 식당도 물색을 합니다. 한국 여행 책자에 소개되었던 LYS 라는 식당을 눈에 담아 놓고 이 날 저녁에 갔었는데 밤 8시도 안된 시간이었지만 문을 좀 일찍 닫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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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한바퀴 돌고 돌아왔더니 우리 잠춘이들 자다 자다 이제 허리가 아픈지 저들 스스로 잠이 깨어 방긋방긋 웃으며 아빠가 밥 먹이러 데려가 주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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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엄마를 데리고 아침식사를 제공하는 1층 야외 식당으로 찾아갑니다. 이 곳에서 식사를 하고 바로 오늘 하기로 한 섬투어에 나서기 위해 짐을 미리 다 챙겨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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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는 훌륭했습니다. 종류도 베트남식, 아시안식, 서양식 등 다양했고 맛도 꽤 좋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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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라서 좀 덥지 않을까 싶었는데 자연 소재로 시원스레 만들어 놓은 식당 장소도 좋았고, 밥 먹을 때 만큼은, 잔뜩 구름 낀 데다가 비마저 오락가락 하는 궂은 날씨가 되려 다행스럽게도 시원하게 식사를 할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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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사에서 픽업을 오기로 한 시간까지 호텔 여기저기를 하릴없이 거닐며 사진도 찍고 아이들이랑 장난도 치며 시간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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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투어는, 사실상 냐짱에 온 가장 큰 이유, 마마한투어 (Mama Hanh's Tour)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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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아줌마 이름이 '한'씨였나보죠...? 그 아줌마 여행사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지만, 호치키스나 대일밴드처럼 그 투어 이름이 보통명사처럼 남아서 다들 마마한 투어, 마마한 투어 한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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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시간에 봉고가 픽업을 왔는데 날씨가 계속 야리꾸리... 동남아의 우기라는 것이 말이 우기지 흐렸다 맑았다를 반복하는 걸  수차례 경험으로 체득한 터라 날씨가 좀 안 좋아도 쩜따 개겠지 하고 별로 날씨 걱정을 하지 않는데... 이 날은 하루죙일 이랬습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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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짱 시내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오늘 함께 투어할 멤버들을 다 실은 봉고차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선착장에 우리들을 내려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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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착장은 고깃배, 화물선, 마마한투어 배들... 마구 뒤섞인 어수선한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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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이 곳에 가면 마마한투어 관광객들로 들끓고 있다는 여행책자나 TV프로그램에서의 설명과는 달리 우기 중의 궂은 날씨 탓인지 이마에 딱 나 관광객이에요 라고 쓰여 있는 사람들이 썩 많진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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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멤버들은 중국인 커플 2쌍, 베트남 커플 1쌍, 우리 가족, 한국인 커플 1쌍, 오타쿠 또는 히키코모리 기질 농후해 보이는 프랑스 소녀 한명 (영어가 단 한마디도 통하지 않아서 나이 판명 불가), 이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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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는 질질 끌 거 없이 인원수만 확인하고 바로 바다로 떠났습니다. 머얼리 냐짱의 저 유명한 Vin Pearl 리조트의 거대한 글씨가 보입니다. 저어기는 이 투어 가격의 한 열배는 더 써야할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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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에 넘 컸던 탓일까...? 날씨 이유가 많이 작용하긴 했지만 여튼 결과적으로 실망스런 부분이 많았던 이번 투어였지만, 같은 이유에서 빈펄 리조트 안 간 것도 잘 한 것 같습니다. 이런 날씨에 거기 갔으면 돈 좀 많이 아까웠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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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마마한투어류의 투어들은 :
 
스노클링 또는 다이빙 - 점심식사 - 선상 콘서트 (선원들이 그냥 툭탁거리고 노는... 난장판 분위기) - 해상 와인 시음 (바다 가운데 선원 한명이 와인 한병 들고 튜브에 앉아 있고 거기까지 바다에 뛰어 들어서 오는 손님들께는 와인 서비스) - 섬 방문, 자유 시간 - 오후 과일 간식 - 카이뭄 (베트남 전통 대나무배) 체험
 
이렇게 하고 (여기에 중간중간 섬투어 1-2개 추가) 오후 4-5시쯤 호텔까지 바래다 주는 것으로 이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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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하고 가격은 14만동! (한화 약 8천원) 아니 어느 세상 대명천지 하늘 똥구멍 밑에 이런 투어가 다 있을 수 있단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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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 시청률 1위 프로그램 EBS 세계테마기행 中 자전거 여행가인 이창수님의 동남아 섬기행 편에서 이 투어를 처음 보고, 아죠 뒷통수를 한대 얻어 맞는 듯한 충격과 함께, 저 8천원짜리 투어를 해 보기 위해 냐짱에 꼭 가고 싶다는 충동에 사로잡혔더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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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게 산다고 경기도 인근 창고 대방출 하는 곳 가서 오며가며 기름값에 밥값, 들인 시간 등등 따지면 싸게 산 것도 아닌 것인데도 심적인 즐거움에 그 딴 짓을 종종 하는 것처럼, 뭐 그런 실제 비용과는 무관한 신나는 재미를 줄 것이라 생각한 부분도 컸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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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정박 장소. 스노클링 또는 다이빙 포인트 입니다. 다이빙은 됐고, 우리 부부는 한명씩 번갈아 가며 스노클링이라도 하려고 했는데 날씨가 추워서 도저히 힘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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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클링은 장비를 다 제공해 주고 다이빙은 추가요금을 내야 하는데 다이빙을 잘 모르는 제 입장에서도 시설이나 운용하는 모습 등등 고급스러워 보이진 않았지만... 전세계 곳곳의 다이빙을 체험해 봤다는 우리 팀 한국인 부부의 말씀에 따르자면 가격은 괘않은 편이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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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은 한시간 이상 이렇게 좁은 배에 갇혀서 남들 다이빙 하는 것 구경하고 싸 간 망고나 까먹고 이러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의자를 넘고 다니고 배 끝에서 끝까지 왔다갔다 하면서 스스로를 즐겁게 할 줄 아는 아이들의 능력이란... 정말 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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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가운데 핑크색 팬티 입은 남자분. 저거 수영복 아니고 그냥 팬티입니다. 우리 팀 중 베트남 커플 남자분인데 그냥 저렇게 입고 바다 들어갔다 나오고... 다 달라붙고 다 비치는데... 그래서 한국인 부부와 함께 우리들이, '부끄러운 아이' 라고 뒤에서 불렀던. 그런데 베트남 부인 표정은 그런 남편이 자못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워 보이는 그런 표정. 부창부수. 천생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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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기 아니라 그런지 이 선상 다이빙샵 (~샵 이란 말을 붙이기에도 좀 겸연쩍지만..) 일하시는 분들도 심심한 듯. 배와 배 사이 공간에서 손낚시 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아이들도 볼 거리 하나 더 생겨서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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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꾸준히, 서양 분들만 태운 배, 베트남 분들만 태운 배... 마마한투어 배들이 계속 와서 이 다이빙샵을 이용합니다. 베트남어를 모르지만, 아마 저 배는 마마동 투어 인가바여. ^^; 아 참, 생각 외로 마마한 투어 라고 하니 야사카호텔 투어 담당 직원은 한번에 잘 못 알아들으심. 한참 설명 드렸더니 나중엔 알아들으셨지만. 제 발음 문제였을 수도 있구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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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단체 관광이라는 게 또 휩쓸려서 막 하는 것이, 안하고 싶어도 남들 때매 어물쩍 하는 또 그런 맛이 있지 않겠습니까. 우리 투어 팀은 사람들도 다 젊고 좋고 말들도 잘 통하긴 했는데, 또 이런  활동은 약간 시큰둥. 하지만 저어 쪽 배는 다 바다에 스노클링 뛰어드는 분위기. 근데 튜브를 끼고 파닥파닥거리는 모습을 보니 유유자적 스노클링 즐기는 게 아니라 조난 당한 분위기...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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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최고 청정지역 바다라는 전단지 문구와는 달리, 다이빙 하고 돌아오신 우리 한국인 신랑 아저씨, "쓰레기만 실컷 보고 왔어요!" 시계도 안 좋았다는군요. 기껏 이런 데까지 와서 액티비티 안 하고 몸사렸다가 안 좋았다는 사람들 평 듣고 안심하는 소심이들이 주로 하는 말을 아내에게 해 주었습니다, "여보 우리 안 들어가길 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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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빙 마치면 출출할테니 이제 또 맘껏 드세요, 하는 컨셉으로 한상 가득 차려 나온 밥. 긴 의자들을 젖히면 뒤로 젖혀 져서 서로 맞물리며 큰 상이 됩니다. 우리 가족은 물놀이도 안하고 망고랑 과자 까먹고 앉아서 별로 출출하진 않았지만, 음식맛이 좋아서 또 술술 들어갑니다. 밥배는 따로 있당께. 우리 밥보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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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살난 딸은 부모님께 맡겨 두고 왔다는 한국인 부부. 도대체 애기들을 이런 데 데리고 와서 뭘 먹이나 궁금해 했는데, 우리 애들이 걸신 들린 듯 베트남 음식들을 초토화 시켜 나가자 저으기 놀란 눈치. 영양이니 위생이니 생각 안하고 내 숟가락 니 숟가락 할 것 없이 입에 물리며 밥 때마다 다들 배불리 먹고 먹이는 데에만 전쟁을 치루는 우리 부부는 몰랐는데 이게 시각에 따라 신기해 하는 사람도 있겠구나, 처음 생각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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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먹고 잠시 남은 짬에 메뉴로 나온 빵을 가지고 물고기 먹이를 줍니다. 중국인 커플 애들이 우리 아이들을 귀여워 해 줘서 데리고 잘 놀아 주네요. 딱 보니 결혼한 애들 아니었는데, 중국이란 나라를 잘 모르고 뭔가 유교국가라 생각하는 아내는 약간 의외인 눈치였지만, 북경 지하철에서 서로의 볼을 침 잔뜩 발라가며 쪽쪽 빠는 모습 (차라리 입에 키스를 해 다오!), 난징루에서 여친을 무릎에 앉혀 놓고 딥키스를 하는 모습을 본 저에겐 쭝꾹런의 혼전 해외여행, 짜연쓰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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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식사 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 선원들의, 어설프지만 무지 재밌다는 선상 공연(?)도, 바다에 뛰어 들어야지만 먹을 수 있다는 와인 시음도 없이 바로 다음 예정되었던 섬에 도착. 일단 다들 선착장에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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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하거나 혹은 hopefully 개일 수도 있으리라는 동남아의 우기가 적어도 이 날 냐짱에서만큼은 통하지 않았습니다. 주구장창 내리는 빗줄기는 섬에 내렸을 때 피크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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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와서 사람도 없고 그래서 그랬는지, 여기 방문하는 사람들 대상으로 장사를 하시는 듯한 현지분들, 돈 안 받으니까 아무 데나 앉아 쉬라고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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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폭우 수준의 빗속에 으슬으슬 춥기도 추운데다가 파도도 꽤 거칠어서 바다에 뛰어 들지 못하고 캐노피 공간 안에만 있자 아이들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청소를 하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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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에 하나 햇볕은 차치하고 비가 좀 잦기만 해도 바다에 뛰어 들려고 아이들을 수영복으로 갈아 입혀 놨는데 빗줄기는 점점 세어지고... 계속 청소만 하고 있는 아이들한테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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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빗 속, 거친 파도 속에도 뽕뽑자 정신으로 무장한 젊은이들 바다에 뛰어 들어 놉니다. 물을 보니 맑은 날 왔다면 정말 놀기 좋았을 그런 곳 같습니다. 아까 스노클링할 때 진짜 빤쓰 바람으로 들어갔다 와서 모두를 민망하게 했던 베트남 '부끄러운 아이' 는 이 섬에서도 물에 젖어 착 달라 붙은 빤쓰 바람으로 해변을 종횡무진. 그런 남편을 연신 사랑스런 눈으로 바라보는 부인. 베스트 천생연분 커플로 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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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든 뛰어들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던 우리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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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뛰어들기로 하고 뛰어 들었습니다. 사실 큰 아이 돌 되기 전 첫 해외여행 데리고 나갈 때부터 감기 걸린 애를 기어이 데리고 갔었는데, 우리가 언제 감기 걸릴 걸 무서워 해서 뭘 안했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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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이는 바닷속 들어가는 것보다 고운 모래 만지며 놀길 선호해서 아빠는 우산 두개를 떠받들고 왕세자님 노시는데 옥체 보전하실 수 있게 이 한몸 바침. 저 표정 좀 봐라, 내가 지금 무어 하는 짓이야... 라는 말이 귓가에 생생히 들리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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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몸살 걸리기 직전, 이 섬을 빠져 나옵니다. 아이들을 가져 간 큰 수건으로 부리나케 닦여서 마른 옷으로 얼른 갈아 입혀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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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것 하나는 아주 잘 나온 듯. 그래봐야 점심식사와 오후 과일 간식 이게 다 이긴 했지만. 여튼 먹을 건 섭섭하지 않게 양껏 맛있게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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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가이드는 우리를 무슨 양식장 같은 데로 데려가서 이런 저런 생선을 보여 주며 사서 먹으라, 바로 요리해 준다, 이딴 얘기하면서 능글능글 시간을 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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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처음부터 불성실한 태도로 계속 다이빙하라, 성게 사먹어라, 지금은 또 양식 생선 사 먹어라... 하며 배를 못 움직이게 하는 가이드에게 손님들 분노 폭발. 선상 반란 일어나기 일촉즉발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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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무슨, 마.소.연.(마마한투어 소비자고발 연대) 대표처럼 되어서, 우리 팀원들의 불평을 뺀질이 가이드에게 전달.
 
마소연 대표: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뺀질이 가이드: 뭐 사드실 것 같아서 기다려 주고 있지요.

마소연 대표: 아까 왜 찌라시에 나와 있던 선상 콘서트와 와인 시음은 안 했습니까?

뺀질이 가이드: 비가 와서 안했습니다. 아까 말했잖아요?

마소연 대표: 어? 우린 못 들었는데요? (좌중을 돌아보며) 다들 들었어요?

한국커플, 중국커플, 심지어 벹남 커플까지: 아니오! 못 들었어요!
(영어 정말 한마디도 못하는 프랑스 히키코모리 처자만 다 귀찮다는 표정으로 묵묵부답)

뺀질이 가이드: 그럼 뭐 어떡해? 돌아가요?

한국커플, 중국커플, 심지어 벹남 커플까지: 돌아가요, 돌아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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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 부부는 가격이 매우 쌌던 걸로 기억되는 카이뭄(베트남 전통 반구형 대나무배) 타는 체험을 애들에게 시켜 주고 싶었지만 "마.소.연." 대표로서 잠깐 우리 애들 이거 태우자고 그러면 매국노 이완용 취급 받고 배 밖으로 던져질 험악한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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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리 투어는 이렇게 아쉬움에 아쉬움, 노래도 잘하고 영어도 잘하고 농담도 잘했지만 너무 불성실하고 뺀질 거리기만 했던 가이드에 대한 약간의 분노를 남기고 끝나고 말았고, 별로 안 즐거운 분위기에서 봉고 버스를 타고 각자의 호텔로 흩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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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다 보면 항상 만족스러울 수만은 없는 법. 늘 느끼는 것이지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스스로를 즐겁게 만들 줄 아는 아이들에게 가르침을 받습니다. 아이들은 통통배 여행에 맛난 음식, 폭우 속 해수욕과 모래 장난으로 이 투어를 즐겁게 기억하고 있으니, 부모 입장에선 그저 그걸로 좋았던 일일 투어. 이제 추억으로 남겨 두고, 군것질 거리 쇼핑과 저녁 식사를 위해 야사카 호텔 옆으로 붙어 있는 Yersin 거리를 따라 올라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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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서너 블럭만 올라가면 Yersin 거리와 Ly Thanh Ton 거리가 만나는 오거리에, Thank God! 우리 부부가 넘 좋아하는 "현지" 슈퍼마켓이 있습니다. 이름하여 Maximark 냐짱 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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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할 것 없는 일반 슈퍼마켓이고, 한류 열풍 탓인지 역시 한국 과자, 한국 빙과류를 많이 팔던데, 메로나 같은 것들, 요즘 한국 슈퍼에서 30-50% 할인해서 파는 것 감안하면 2-3배 가격으로 판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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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빵류인 파파로띠 지점이 있어서 아내가 신났습니다.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 중. 식어도 나름 맛있는 요 빵, 몇개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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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게 먹을 것을 양손 잔뜩 사들고 맥시마크 문을 나서는데 사건 발생. 어떤 벹남 아주머니께서 하필이면 슈퍼마켓 문 바로 앞 가운데에다가 자전거를 세워 놓았는데 그게 아빠가 옆을 지나가는 동시에 꽈당 넘어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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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ㄱㄱㄱㄱ! 내가 넘어뜨렸나 싶어서 아빠가 잽싸게 넘어진 자전거를 살펴보니 페달이 하나 없습니닷! 핫~! 내가 넘어 뜨려서 페달 나간 거 아녀!?
나중에 아내 얘기가, 아내가 먼저 나와서 저만치서 지켜 봤는데 아빠는 전혀 그 자전거에 닿지 않았다는군요... 쩝. 여튼 머 그건 나중 얘기고 당시엔 이 모든 일이 창졸지간에 벌어져서, 내가 페달 날린 건 줄 알고, 허거덩, 돈 좀 나가겠는데 워쩍혀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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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맞은편에서 구걸 하시던 병약해 보이던 자그마한 할머니, 그 병약함은 어데 갔는지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셔서 아빠를 막 가리키고 삿대질 하시면서 벹남 말로 크게 머라머라 하십니다! "점마가 자전거 넘어 뜨렸어! 내가 봤어! 저 나쁜 식히, 물어내!" 머 이런 뉘앙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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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요러케 판이 좀 커지면 발생하는 현상... 예상대로 동네 사람들이 서서히 우리 가족과 자전거, 구걸 할머니 주위로 몰려 들기 시작하고, 또 어디선가 자전거 주인 아줌마, 아주 짱짱하게 생기신... 나타나서 머라고 막 화를 내십니다.
근데 의외였던 건, 걱정했던 페달은 안 보시고 자전거 손잡이를 막 만지시는데 그게 좀 덜렁덜렁 헐거워 보였는데, 걔를 막 흔들면서 머라시는 것이, 니가 넘어 뜨려서 손잡이 헐거워졌다, 이런 의미...? 이 자전거 첨부터 페달은 이미 하나 없었던 것! 페달도 없이 자전거를 몰고 오시다니... 베트남 자전거 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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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지간 미안하다고 일단 해야 겠다고 판단되어서, 최대한 진심을 담는 느낌으로, "씨인로오이-!" 일부러 기일~게 죄송하다고 베트남어를 했습니다.
한 두어번 반복 했는데도 계속 화내십니다. 그 때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정향 감독의 "집으로" 라는 영화에서 말 못하시는 설정인 주인공 할머니께서 유승호한테 미안하다는 의미로 가슴을 막 문지르신 씬이 기억나면서, 나도 모르게 가슴을 막 문지르면서, "씨이이인~로오오이~!" 를 한 세번 반복 했더니, 계속 입으론 머라머라 하시면서 아주머니 멀리 가십니다. 물론 재미난 구경 흐지부지 끝나자 모였던 동네 사람들도 흩어 졌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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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탈한 마음에, 아내가 또 옆에 와서 당신이 안 건드렸어, 하는 말에 더 허탈해서 발길을 돌리는데, 안 가고 오토바이에 타서 히죽거리며 우리를 쳐다 보던 어떤 아저씨, 가슴을 막 문지르면서, "씨인로오이~!" 하고 내 흉내를 내곤 막 웃습니다.
그냥 있을 수 있는 일이고 친절한 벹남 분들도 많지만, 순간적으론 무척 섭섭하고 서글펐습니다. 혹시 내 맘 속에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못사는 나라 아줌마한테 다구리 당할 뻔 했다 싶은 편협한 소인배 같은 땡깡이 있는 게 아닌가 경계하는 맘도 들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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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애들 앞에서 집으로 의 할머니처럼 가슴을 막 문지르며 "미이~아안~해에~요오~!" 했던 것도 쩜 쪽팔린데 오도바이 아저씨가 흉내까지 내니 더, 아 쉩 내가 왜 그런 쑈를 했댜 싶어서 더 쪽팔리기도 하는 등 복합적인 네거티브한 감정으로 가득한 그 때...! 눈에 쏙 들어오는 간판. "Hien Nhi" 뚜씨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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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사카 호텔에서 불과 한블럭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Yersin 거리와 Hoang Hoa Tham 거리가 만나는 코너에 위치한 로컬식당 Hien Nhi. 이게 식당들 막 있는 거리가 아니라 컴컴한 데 얘만 어색하게 떡하니 있는 분위기인데 사람들도 바글바글한 것이, 저렴한 가격, 값싸 보이는 식기일지언정 깔끔한 위생상태, 무엇보다 아지노모토(베트남 M/S 1위 일본 조미료)를 팍팍 썼건 말건 넘 맛있는 맛. 썰렁한 야사카 호텔 주변 분위기에 한줄기 빛과 같은 식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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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친절한 쥔장과 점원들까지. 맥시마크 앞에서 상처받은 내 영혼, 다른 누구도 아닌 베트남 사람에게서 위로를 받고 싶었는데, 참말로 따뜻하게 위로 받는 느낌이었습니다. 글을 쓰고 있는 이 아빠... A형 남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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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전 음료수로 비아 사이공과 함께 시킨 민트 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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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왕~ 굳 ㅋ 너 왤케 맛있고 시원한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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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함께 마마한 투어를 한 중국애들 커플이 전골요리 먹고 있으면서 여기 맛있어! 하고 불러서 더 신뢰를 가지고 들어온 이 식당. 이어서 나온 볶음밥과 볶음면, 다 수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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쩜 황당했던 건 쌀국수. 향채 우려 낸 국물은 먹어도 향채 자체는 씹는 즉시 저어 밑에서부터 파전 반죽이 올라오는 우리 부부. 운전기사 미스터 쿠오 한테 향채가 뭐냐고 물어보니, "러우(rau)" 라고 알려줬더랬습니다.
그래서 소고기 쌀국수를 시키면서 점원께, 팔로 엑스자를 크게 그리는 바디랭귀지까지, 그것도 우리 부부 둘이 동시에 하면서,
"NO RAU! NO RAU! NO RAU!"
했더니 점원 언니 고개를 갸우뚱 하더니 이윽고 가지고 나온 게 이 희멀건 고깃국물에 면을 넣은 국수. 아니 향채만 빼고 다른 채소는 좀 집어 넣으시지... 아무 채소가 없었음에도 그리 느끼하거나 비리지 않고 맛있었던 국수였지만 아무래도 국물을 끝까지 다 먹을 순 없었음.
나중에 알고보니 rau는 채소를 통칭하는 말이고 향채는 rau thom (러우텀) 이라고 해야 맞습니다.
이러니 점원도 채소는 다 빼주세요! 다 빼주세요! 하고 부부가 같이 손짓까지 해 대며 소리를 지르니, 거 참 이상한 사람들도 있네, 육식주의자인가? 싶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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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식당에서 목격한 벹남판 김흥국 아저씨. 스웨덴에서 온 백인 부부가 식사를 하고 계신데, 어떤 벌겋게 취하신 베트남 아저씨. 자기가 영어 하는 것을 친구들 앞에서 자랑하고 싶은지, 친구들은 그냥 우리 자리 가자 그러는 것 같은데, 굳이 이 스웨덴 부부와 같은 테이블에 앉아 합석하고 술을 권하고 그러시는데, 실은 이 분이 영어를 한다는 게...
"으아~ 마이 후렌드~ 으아~ 유 아 프럼 스웨덴~ 으아~ 위아후렌드 으아~ 으아~ 으아~"
딱 김흥국 아저씨가 으아~ 하는 거랑 똑같음. 거의 으아~ 가 80%. 근데 백인 아저씨 양반이두만요, 인자한 미소를 띄고 다 받아 주십니다. 반면 백인 아줌마는 불쾌한 티 팍팍 내며 나중엔 우리 부부에게 눈짓으로 구원 요청을... 근데 저희도 벹남말 할 줄 몰라서 쫌 전에 맥시마크에서 다구리 당하고 올 뻔 한 사람여요...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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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재미와 맛, 친절로 무장한 Hien Nhi 식당에서 위로를 받고 Yersin 거리를 건너 야사카 호텔 쪽으로 조금만 더 내려오자 Monte Rosa 라는 아주 세련된 느낌의 아이스크림 집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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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후 단 디져트는 유혹이 아니라 인간된 도리라고 믿고 있는 우리 가족. 애써 찾지 않아도 눈 앞에서 떡 버티고 서서 이거 떠먹여 주는 셈인데 지나칠 수 없지요. 뭘 하나 주문했는데 세련된 인테리어와 간판과는 달리 무슨 유치원에서 애들 공작 놀이하듯 책상에 앉아 언니 두분이서 뭘 꼼지락 꼼지락 한참 만드십니다. 아스크림 다 녹겄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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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탁툭탁해서 나온 아이스크림. 아... 아무래도 이런 기술이나 맛은 아직 전수가 안되었다면 어쩔 수 없는 듯. 좀 더 정제된 맛에 익숙해져 버린 우리 입맛에는 좀 수준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었습니다. 죄송하지만 비추. 그래도... 달긴 달았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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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아이들 잘 시간이 약간 남은 탓에 야사카 호텔 꼭대기에 있는 식당에 풀테이블 있었던 것 기억하고 올라 와 아이들과 함께 말도 안되는 포켓볼 게임 좀 치고 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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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 칠 때 제일 나쁜 게 하나 치고 두개 빼는 거랑 다마수 속이는 건데, 얘들은 아빠가 넣은 다마 태연하게 다시 빼서 테이블에 올리는, 이건 뭐 말도 안되는 겐세이 연속 작렬. 네버 엔딩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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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가면 언제든 만나보는 도마뱀 아저씨. 징그러워 보이지만 실은 우리보다 자기들이 우리를 더 무서워 하는 약자들. 오래됐지만 그래도 고급을 지향하는 야사카 호텔 방에도 예외란 없습니다. 몇년 전엔 기겁을 하던 아내도 이제 많이 세련되어 져서 아이들이랑 같이 도마아배엠~ 노래 한번 부르고 잠자리에 듭니다.


우중투어부터 다사다난했던 하루, 노곤한 가운데, 그래도 저녁 맛있고 배불리 먹은 것에 감사하며 마감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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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Comments
dandelion 2011.10.13 13:20  
정말 간만에 올려주셨네요.. ^^*
마마한 투어 저는 잼나게 했었는데.. 날씨가 흐리면.. 정말 재미가 없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드네요.
근데 맥시마크 앞 자전거 사건에서.. 저 많이 웃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 당시에는 저같아서도 정말 놀라고 당황했을것 같지만 제가 이렇게 글로 읽으니.... ㅋㅋㅋ
호텔도 꽤 좋으네요... 담에 다시 가게되면 함 묵어보고 싶어집니다.
jaime 2011.10.14 07:28  
글게요 정말 신날 뻔 했을 투어인데... 넘 아쉬워요
재밌으라고 쓴 글인데 재밌어 하셨다니 감사한 걸요~
로또 2011.10.23 21:25  
작년 11월에 나짱에 갔을 때 너무 추워서 애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여행기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베트남 참 여러모로 좋은 점이 많은데.....
사람들이....
jaime 2011.11.02 21:01  
이게 실은 작년 여행기를 이제 올리는 거라...;;;; 어쩜 저희랑 같이 계셨을 수도 있겠군요. 맞아요 춥기까지 했어요. ㅎ
베트남 사람들 좋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일주일도 안 있어본 주제에 할 말이 없죠 머. 세상 어디나 이런 저런 사람 다 있기 마련. ^^
오쏭 2012.02.10 11:09  
참 애들과 즐거운 여행을 하신것을 보니 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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