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개념 무계획 초보 베트남 여행기 5. Relax, Just Rela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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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개념 무계획 초보 베트남 여행기 5. Relax, Just Relax.

공담 5 4011

방콕-파타야-치앙마이-빠이에 이르기까지 계속 일행이 생겨서 몰려 다니느라
여행기 쓸 시간이 없었네요.

냐짱에서 저녁시간에 호이안행 슬리핑버스를 탔습니다. 전 회에 언급한 대로
신카페 버스였고 상태 아주 좋았습니다. 차가 조금 막혔기 때문에 슬슬 버스가
이동하는데 이 동네 사람들 슬리핑버스 처음 보는지 지나가는 사람 100%
버스를 빤히 쳐다보더군요.

전 맨 뒤 5명 붙어 눕는 자리 바로 앞 오른쪽 창가였는데 제 앞자리와 그 옆,
그리고 그 옆 1, 2층 모두 일행으로 보이는 현지인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꼬맹이들은 슬리핑버스가 신기한지 아주 신이 났습니다. 불안한 예감은
어찌 틀리질 않을까요. 아니다 다를까 이 현지인 일행들 무지 시끄럽습니다. ㅠ.ㅠ

mp3플레이어를 평소 듣던 크기보다 5-6단계 올려 들어도 떠드는 소리가
들립니다. 장장 12시간 걸리는 거리인데, 잠은 자야할텐데.... 현지인 일행이
모두 잠이 들고 좀 더 시간이 흐른 뒤, 아마 밤 2시 정도에 잠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바로 깊은 잠에 들진 못하고 자는 둥 마는 둥 하는 상태에서 갑자기
또 떠드는 소리가 들립니다. 시계를 보니 5시 30분. ㅠ.ㅠ

그리하여 거의 잠을 자지 못한 상태로 아침에 호이안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가이드북을 보고 대충 신카페 근처 돌아다니다 호이퐁 호텔에 들어갔습니다.
8불 부르더군요. 1층 방인데 들어가보니 낡았다는 인상을 팍팍 풍기는 방이
었습니다. 하지만 더럽진 않았습니다. 직원들도 친절하고 나름 괜찮은 숙소
라는 생각이 드네요. 딱 하루밖에 머물지 않았지만 만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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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이포 호텔. ATM기 바로 옆 골목에 맛있는 노점상이 있습니다. 오후 4시부터
밤11시까지 영업합니다. 여기서 파는 '껌 가' 꼭 맛 한번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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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식당에서 먹은 껌 가.)


호이안에 하루만 묶을 생각이었기 때문에 여느때처럼 서둘기 시작했습니다.
썬크림이 없어서 숙소 앞에 있는 노점상에서 니베아 썬크림 10만동 부르는거
깍아서 8만동에 사서 바르고 볼만 하다는 옛거리를 향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시내 관광을 떠났습니다.

동선을 짜다가 서쪽에 있는 일본다리부터 보고 오른쪽에 있는 옛거리 건물들을
쭉 훑는 것으로 정하고 일본다리부터 가보았습니다. 큰 기대를 하고 갔는데
일본다리를 본 순간 놀랐습니다.

잉? 장난? 대충 이런 말들이 저절로 머리 속에 떠올랐습니다. 전혀 색다른 인상을
받지 못하겠더군요. 사진찍을 필요성도 못느낄 정도로요. 따가운 아침 햇살을
받으며 옛거리로 향했습니다. 좁은 골목길 여기저기에서 공사가 진행 중이더군요.
호치민과 냐짱에서 만난 젊은친구 A, B가 이구동성으로 말했던 것처럼 저 또한
호이안의 옛거리에서 전혀 색다른 감정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호이안 사진은 한장도 없습니다. --; 론리플랫닛엔 호이안이 꼭 가야할
곳이라고 강조를 해놨던데 서양인과 동양인의 시각 차이일까요? 쇼핑이나
맞춤옷 만드는데 전혀 관심이 없는 저에겐 호이안이 가지고 있는 관광지로서의
매력은 빵점이었습니다.

따가운 아침 햇살에 땀은 비오듯이 흐르고 먼지는 휘날리고 피로감은 몰려오고
.... 호이안 거리를 구경하다 도중에 그만두고 숙소로 돌아갔습니다. 샤워를 하고
좀 쉬다 생각을 했지요.

'미썬 얘기들 많이 하는데 가볼까?'

미썬 갔다가 다낭에 있는 참 박물관가면 뭔가 연결이 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미썬에 가면 호이안에서 하루 더 묶어야 할 것 같더군요.

그러다 결정을 내린 것이,

'피곤한데 다 재끼고 다낭이나 가서 차이나 해변이나 구경하고 좀 쉬다 오자'

다낭을 다 돌아보진 못할테니 구경할 곳 한군데, 식당 한군데만 정해서 보고 오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습니다. 구경할 곳은 참 박물관이었고 식당은 100배에 유명하다고
나와있는 조그만 식당이었습니다. 마침 호이퐁 호텔 앞에는 쎄움 기사들이 진을 치고
있네요. 바로 쎄움 하나를 타고 중간에 끄어 다이 해변과 차이나 해변에서 사진 몇장
찍을 거니까 내려 달라고 얘길 하고 오토바이에 올라 탔습니다.

쎄움 아저씨 무지 밟으시더군요. 별일 없으면 무조건 80Km 꾸준히 밟아주시는데
눈이 아파서 주변 구경하기 힘들었습니다. 좀 달렸다 싶었더니 해변도로가 나오더군요.
'아 여기가 끄어다이인가 보다' 속으로 생각하고 내려달라고 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여기가 끄어다이냐고 물어보니 차이나 해변이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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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비취)

그렇습니다. 이 아자씨 영어가 거의 통하질 않았던 것입니다. ㅡ.ㅜ 돌아갈 수도
없고 결국 사진 찍고 차이나 해변 제일 안쪽(다낭에서 가까운 쪽) 해변, 현지인들이
원조 차이나 해변이라고 한다는 미케 해변에 내렸습니다. 호이안에서부터 딱 30분
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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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케 비취. 사람 정말 없었습니다. 다 합쳐 한 네명 있었나.)


미케 해변에 있을 때가 정오 즈음이었습니다. 햇볕은 쏟아지는데 그걸 피할
그림자가 한개도 안보이더군요. 시내를 향해 걸었습니다. 거리 꽤 됩니다.
멈춰 쉬면서 가이드북을 보는데 백화점이 보이더군요. 아 백화점.... 더위에
지친 여행자들의 천국, 에어컨이 있는 바로 그곳. 다른 생각할 겨를도 없이
쎄움 불러서 백화점으로 향했습니다. 이 아자씨 또한 영어가 전혀 되질 않아서
공항 갔다가 여기저기 물어 물어 겨우 백화점에 도착했습니다. 가이드북엔
바이토(Bai Tho Mart)라고 나와 있는데 이름이 바뀌었더군요.

바이토 백화점에 도착해보니 방콕이나 호치민에 있는 백화점과 좀 비교가
됩니다. 2층 마켓 제외하곤 에어컨도 영 시원찮고 4층인가 극장이 있었는데
사람 한명도 안보이고 한국 식당도 있길래 봤더니 손님 한명도 없고....

마켓에 들러서 여행자용 티슈랑 물티슈를 사고 (그동안 여행자용 티슈 전혀
구경을 못했습니다. 물론 있긴 있었겠지만 그곳에 가기까지 많은 난관이....)
둘러보는데 니베아 썬크림이 보이더군요. 가격표를 봤더니 3만5천동.

순간 속에서 튀어 나온 말 '노점상, 이 ㅆㅂㄹㅁ'

일부터 또 샀습니다. 영수증 챙겨서 노점상 보여주려구요.

백화점에서 푹 쉬다가 참 박물관에 갔습니다. 왠지 신비로운 느낌이 들어서
선택한 참 박물관. 돌아보니 인터넷 게임등에서 접할 수 있는 낯익은 이름
들이 많이 보입니다. 그래서 사진 좀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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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건물 정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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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네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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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nesa, The God of Wisd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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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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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ruda, The King of Bir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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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va, The God of Destru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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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마 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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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gas, The Enemies of Garu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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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ksmi, The Goddess of Good Fort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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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hma, The God of Creation. 머리가 4개에 동서남북을 향하고 있다고
하죠. 특이한 머리때문에 알아보기 제일 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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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hnu, The God of Preservation. 신들 더 있는데 너무 많아서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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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로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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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 칠을 하고 있길래 사진을 찍으려 했더니 직원이 와서 가리더군요.
그래도 명색이 박물관인데 시멘트칠이 찔리긴 찔렸나 봅니다.)


박물관 구경을 마치고 강변을 따라 걸으면서 강 구경 좀 하고 근처에 성당이
있길래 잠깐 들러서 구경하고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허름하지만 아주 유명한
식당이라고 소개되어 있는 꽌 미꽝엘 도착해서 미가똠과 사탕수수 쥬스인
느억 미아를 시켰습니다.(미꽝은 다낭의 명물국수) 그런데 제가 정신줄 놓고
응거(NGO) 빼달라는 얘기를 안해서 먹는 내내 죽을 맛이었습니다. ㅜ.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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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꽌 미꽝에서 주문한 미가 똠과 느억 므아.)

업친데 덥친격으로 다낭 한강에 있는 다리 사진찍는데 카메라 배터리가 다
나갔습니다. 예비로 갖고 다니던 배터리도 깜빡 잊고 충전을 안해놨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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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낭 한강변 광고판. 큰 도시답게 대형 광고판이 곳곳에 보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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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똥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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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낭 한강 다리.)

그리하여 선택의 여지없이 오후 4시가 좀 지난 시간에 다시 쎄움타고 호이안
으로 돌아왔습니다. 역시 30분 걸렸구요.

신카페에 내려서 다음날 아침 후에까지 가는 슬리핑버스를 4불에 예약했습니다.
신카페 여직원 '번(아니면 빈)'양, 유난히 장난을 잘 받아주던 이쁜 아가씨였는데
다음날 아침 후에갈 때 안보이더군요. 사진 찍으려고 했는데....

숙소 앞 노점상한테 영수증 보여줬더니 이 넘 환불해 달란 소린질 알고 두 손과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며 나몰라라 하더군요. 이 넘은 영어를 좀 하는 놈이었기
때문에 너 같은 넘 때문에 베트남 한번 온 사람들이 다신 베트남 안온다 한마디
해주고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숙소에 도착했을 땐 정말 너무 피곤해서 잠자기도 힘들더군요. 리셉션 앞 소파
에 퍼진 상태로, 앉은 듯하면서도 누운 듯한 자세로 담배를 피고 있는데 한국분
으로 보이는 사람이 숙소에서 내려와 앉더군요.

큰 키에 장발에 근육질.... 음 왠지 한국인일 것 같은 느낌이 확 오는 그런 사람
이었습니다. 그래서 말을 걸었죠.

"한국분이세요?"

"왓?"

"!!!! (속으론 '흐미....')"

"오, 아 유 코리안?"

"예스 아임 코리안"

"아임 프롬 타이완. 나이스 투 미츄"

그렇습니다. 그는 대만사람이었습니다. 인사 한번 하고 나더니 갑자기 말을
쏟아냅니다. 영어 유창하더군요. ㅠ.ㅜ "스픽 슬로우리 플리즈"라고 말을 한후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콩글리쉬라 무지 답답했을텐데 잘 참고
대화를 이끌더군요.

베트남 온지 얼마나 됐냐고 묻길래 일주일 됐다고 하니까, 호치민, 무이네, 달랏,
냐짱 들렀다 오지 않았느냐고 하더군요. --; 맞다고 하니까 왜 그리 많이 이동했
냐고 돌려가면서 표현을 하더군요. 도시 찍고 이동하고 도시 찍고 이동하고....
대충 그런 얘기였습니다.

심히 공감가는 말이었죠. 맞다고, 너무 여기 저기 많이 가보고 싶은 욕심에
서두른 것 같다고 하니까, 여유를 가지라고 하더군요. 일본인, 한국인, 대만인,
홍콩인은 걸음걸이만 봐도 안다는 말과 함께요. 이 또한 심히 공감하는 말이었죠.

방콕에서 무심코 길을 걷다 보면 주변 사람을 다 추월해서 걷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면서 '아 왜 이러냐.... 여행까지 와서 먼짓이냐, 이러지 말자'라고 속으로
다짐하던 경험이 있었으니까요.

말하다 베트남 비자 프리 기간이 15일뿐이라서 서두를 수 밖에 없었다란 말을
꺼내게 되었습니다. 태국은 90일인데 베트남은 15일 뿐이라 불편하다 대충 이런
말이었는데 비자 프리에 대해서 부러워 하더군요. 대만이 정식 국가가 아닌 걸
깜빡하고 제가 안해도 될 얘기를 했던 것 같습니다.

그 대만 사람은 베테랑 여행자더군요. 한국도 와봤고 아시아는 안가본 국가가
없는 듯 했습니다. 서울에서의 생활이 싫었다. 너무 바쁘고 여유가 없는 삶이
었다. 이런 얘길 했는데 공감하더군요. 현대인의 삶에 대해서 길게 얘기를 나누
었습니다. 얘기 끝에는 여행을 통해서 자신을 잘 돌아보고 돌아가서 전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기 바란다고 덕담을 해주더군요. 매너 좋은 친구였습니다.

한국 대중문화가 아시아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고 배용준 부자라는 얘기도
하고 한국 대기업 부럽다는 얘기도 했었구요.

그 얘기가 끝난 후 한국 상황에 대해 질문을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이명박 어떠
냐고 묻더군요. --; 한국의 정치, 경제 상황에 대해 관심이 많아 보였습니다.

그 동안의 대화는 대충 콩글리쉬라도 억지로 주고 받을 수 있었는데 정치, 경제
얘기는 정말 못하겠더군요. 어휘가 전혀 생각 나지도 않고 해서 정치, 경제 관련
얘기는 좀 하다가 대화가 끝이 났지요.

샤워하러 가겠다고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그 친구가 마지막으로 해줬던 말은
앞서 얘기했던 "여유롭게 여행하라"는 얘기였습니다.

스스로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지만 그 대만 사람이 제 여행의 문제점에 대해
확인 사살을 시켜준 셈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절대 서두르지 않고 여유롭게
여행하기로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샤워를 마치고 그냥 푹 쉬었습니다. 밥먹고 맥주 한잔 하구요. 더 돌아다니지도
않았네요. 이 때가 이번 여행 중 가장 피로감을 느낄 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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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후에행 신카페 버스. 앞에 뭐가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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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이었군요. 무사고 기원향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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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있는데 소란스러워서 깼습니다. 사람들이 우르르 하나도 남김없이 다
나가더군요. 동굴 구경하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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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안에서 등산을.... 저 빛 있는데까지 헉헉거리며 올라가 봤더니 별거
없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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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안돌려 놨군요. --; 동굴 안에 있는 불상들입니다.)

다음 편은, Hue Festival 2008입니다. 후에 도착했더니 마침 축제를 하고 있더군요.

5 Comments
민장식 2008.06.27 20:52  
  내가 제일처음 쓰네.....
잘 읽었구. 참 사진은 카메라를 빌려줬서 월요일날
보내줄께 미안^^. 남은여행 건강하게하구 여행기 잘볼께.
참치세상 2008.06.27 21:55  
  왜 이제야 글올리셨어요,,많이 기달렷는데,,^^
공담 2008.06.28 22:20  
  민장식/ 고마워요 ^^ 그리고 사진은 천천히 주셔도 되요~

참치세상/ 죄송합니다 ^^; 태사랑 접속 상태가 갑자기 안좋아질 때가 있어서 어제, 오늘 글을 못올렸네요. 조만간 마무리 지을께요.
파자마아줌마 2008.06.30 05:00  
  꺄아....제가 조만간 가서 볼곳들인데...공담님 후기 열심히보구있어요...ㅋㅋㅋㅋ
시밀레Lee 2008.07.20 21:54  
  차이나 비취는  낮에는 사람 없구요..이른 새벽이나 저녁에 사람이 많아요....아시겠지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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