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개념 무계획 초보 베트남 여행기 3-1. 달랏에서 달랏대학교 한국학과 학생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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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개념 무계획 초보 베트남 여행기 3-1. 달랏에서 달랏대학교 한국학과 학생을 만나다.

공담 6 4017
무이네에서 출발한지 6시간여 만에 달랏에 도착했습니다. 휴지로 얼굴을 닦아
보니 워.... 엄청난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더군요. 많이 피곤했습니다. Mr. Binh
이 데려다 준 숙소에서 우선 하루를 묶었습니다. 가격은 6불. 굉장히 착한 가격.

방에 들어갔는데 침대가 2개에 꽤 넓었습니다. 베렌다도 있구요. 그런데
전반적으로 좀 지저분했습니다. 베렌다쪽 문틈으로 개미도 많이 보이고 화장실
에서 샤워하는데 샤워기 호스와 꼭지가 쉽게 빠지고 수건은 지저분하고....
좀만 청결에 신경쓰면 굉장히 좋은 숙소였을텐데 안타깝더군요.

몹시 피곤했는데 잠은 푹 자질 못했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전에 검색했던
정보를 토대로 방안 호텔로 향했습니다. 물어보니 방이 있더군요. 처음엔 주인
아줌마 아니라 일하는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절 맞았는데 7불 부르더군요.
방을 봤는데 대만족~! 묶기로 결정하고 전날 묶었던 숙소에 있던 짐을 옮겨
왔습니다.

체크인을 하면서 주인아줌마가 보이길래 난 한국인이고 한국 웹사이트에 어떤
사람이 여길 추천해서 왔다고 했더니 한국인 많이 온다고 하면서 반겨주더군요.
보통 베트남에선 여권을 맡기라고 하는데 방안 주인 아줌마는 여권 보여달란
소리도 안하더군요. 한국인 이미지가 좋은 모양입니다. ^^:


vanan1.jpg

(van an 베란다. 조기 보이는 의자는 불편하니까 방안에 있는 등받이 의자 갖고 나와서 맥주 한잔 하면 좋더군요.)


vanan2.jpg

(van an 방안 --;)


vanan3.jpg

(van an 화장실과 옷 수납장)


그리고 달랏에서 방잡을땐 굳이 에어컨 따지지 않아도 될 것 같네요. 밤엔
춥습니다. 자다 일어나 긴팔 입고 잘 정도로요.

환전도 할겸 숙소에서 나와서 호수 거쳐서 시내로 들어가는데 호수가 너무
멋있더군요. 은행에 가서 환전을 하는데 직원 3명을 거칩니다. 사인도 6번인가
했습니다. --;


cafe1.jpg

(달랏 시내 카페)


cafe2.jpg

(달랏은 사람 없고 오토바이도 없이 건물만 있다면 아시아 어느 국가의 도시가 아니라
서구 어느 국가의 작은 도시라고 해도 믿을 것 같아요.)

그리곤 반미를 사 들고 호수를 산책했습니다. 별다른 일 하지도 않고 단지 호수
주변 산책하다가 비어있는 벤치에 앉아서 느긋하게 호수를 보며 반미를 먹는데
아.... 정말 그리 좋을 수가 없더군요.


lake1.jpg

(쑤언 흐엉 호수. 쑤언 흐엉은 한자 춘향을 베트남말로 읽은 것. 즉, 춘향 호수.)


lake2.jpg


lake3.jpg


lake4.jpg

(처음으로 베트남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매일 이 호수를 산책하고 싶어서요.)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 있죠. 여행도 그런 성질의 것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전 제가 호수를 좋아하고 산을 좋아하는지 이번 여행을 통해 확실히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여행에서 무엇을 원하는지도 어렴풋이 느끼게 된 것
같구요. 제가 원했던 것이 뭐 그리 대단한게 아니더라구요.

매일 반복되는 일상,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올 때 몰려드는 피곤함,
업무를 수행하면서 받게 되면 각종 스트레스, 무언가에 쫓기는 듯한 생활....

단지 이런 것들에서 한걸음 벗어날 수 있는 조금의 느긋함과 여유가 제게
얼마나 큰 만족감을 주는지 알게 되었지요.

쑤언 흐엉 둘레가 7Km라고 합니다. 호수가 너무 좋길래 한바퀴 다 돌았죠.
2시간이 넘게 걸리더군요. 나중엔 다리가 살짝 아프기까지....ㅋ


yeon.jpg

(베트남 연. 사진 찍기 직전에 꼬마가 갑자기 연을 위로 확 올리는 바람에.... --;)

쥬스 한잔 사마시면서 슬슬 동선을 짜기 시작했습니다. 북쪽에 있는 사랑의
계곡부터 보고 밑으로 죽 훑어 내려오는 것으로 동선을 정하고 달랏 관광을
시작했습니다.

길을 걸으면서 말을 거는 세움 기사한테 나 어제 6시간 동안 오토바이 타고
왔다. 엉덩이 상태가 심하게 안좋아서 오늘은 오토바이 못탄다 했더니 주변에
있던 세움 기사들이랑 같이 껄껄껄 웃더니 더 이상 안붙잡더군요.

좀 전에 환전했던 은행을 지나쳐 가는데 문이 잠겨 있습니다. 점심시간인데
문을 완전히 닫아 버립니다. 셔터 완전히 내립니다. 좀 황당하더군요.

여기서 잠깐 베트남의 하루 일과를 살펴보겠습니다. 베트남의 하루 일과는 한국과
비교했을 때 일찍 시작해서 일찍 끝납니다. 이른 아침에 노점상들 자리에 들어서곤
하는데 특별히 부지런해서라기 보다 그들이 하루 일과를 일찍 시작하기 때문인 것
같네요. 참고로 공공기관도 아침 7시 반에 일과 시작합니다. 그리고 점심 시간이
11시부터 오후 1시반까지 입니다. 밤엔 일찍들 자더군요. 달랏에선 평일 밤 11시면
거리에 사람 보이질 않았습니다. 주말에도 12시 지나니 도시는 정적 그 자체....

시간대별 기온도 한국과 다릅니다. 아침이 한국과 같은 아침이 아닙니다. 베트남
날씨는 오전에 한창 더웠다가 오후에 흐린 날이 많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오전
햇볕이 오후 햇볕보다 훨씬 따가울 때가 많지요.

이 얘기는 제가 달랏에서 암것도 모르고 다니다 굉장히 심하게 탔기 때문에
말씀드리는 겁니다. 제가 느끼기엔 달랏이 햇볕은 따가와도 습도는 낮은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특별히 덥다고 느끼지 못하고 아침부터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녔는데 저녁때 돌아와서 보니 살이 탄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익었더군요.
아플 정도로요.

오전에 돌아다닐 때 햇볕 좋은 날씨 특히 주의하세요. 아침부터 굉장히 햇볕이
따갑습니다. 한국의 아침이랑 판이하게 다릅니다.

fishing1.jpg

(춘향 호수에서 정오 즈음에 한가롭게 낚시하고 있는 사람들. 부러울 따름입니다.)


fishing2.jpg

(역시 같은 시간대에 낚시하고 있는 사람. 역시 부러울 따름입니다.)

다시 달랏 관광 얘기로 돌아와서.... 지도를 보고 사랑의 계곡쪽으로 길을 가다가
린손사 잠깐 들렀습니다. 들렀다 나와서 사랑의 계곡쪽으로 길을 가는데 학교
가 여러개 있더군요. 지도엔 달랏 대학만 표시되어 있기 때문에 학교 많은 줄은
미쳐 몰랐죠. 여러 학교를 지나고 길을 계속 가는데 좀 넓은 공간에 자리 잡은
학교가 보이길래 여기가 달랏 대학이냐고 물었더니 하이 스쿨이랍니다.


temple.jpg

(릿손사.)


대체 달랏 대학은 어디야 --; 암튼 길을 계속 가다 보니 왠지 대학같은 건물이
보이긴 하더군요. 달랏 대학을 지나면 사랑의 계곡은 다 찾은거나 마찬가지~.

대학같아 보이는 건물을 지나 좀 더 걸어 가다 오토바이 옆에 서 있는 할아버지
한 분이 보였습니다. 세움 기사분인 줄 알고 확인 차 물어봤죠. 길을 가르키며
이 쪽이 사랑의 계곡 가는 방향 맞느냐. 할아버지 영어가 전혀 안되십니다. 잠깐
동안 서로 다른 나라말로 떠들다 알았다면서 얘기를 끝마쳤는데 옆에 마스크 쓴
여학생이 머뭇거리며 서 있더군요.

나 : "메이 아이 퀘스쳔?"

여학생 : "웨어 아 유 프롬?"

나 : "암 프롬 코리아."

여학생 : "안녕하세요."

나 : "씬 짜오~ 한국말 잘 하시네요."

여학생 : "아 전 달랏대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한국어학과 3학년
학생입니다."

헉 이럴 수가~ 속으론 이건 기적이야 라고 생각했습니다.

나 : "헛! 정말이세요.... 아 반갑습니다. 정말 반갑습니다.
한국말 정말 잘하시네요."

여학생 : "아니요 보통입니다. 잘하는 건 아닙니다"

나 : "아뇨 굉장히 잘 하시는데요. 혹시 시간 있으세요? 제가 물어볼 게 좀 있는데
시간 되시면 어디 앉아서 얘기라도 좀...."

여학생 : "아 네 괜찮습니다."

이렇게 해서 우연히 학국학과 학생을 만났습니다. 속으로 이건 복권 맞은거나
다름없는 가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달랏 대학 학생이 만이천
그 중에 한국학과 학생은 이백명이라고 하더군요. 3학년은 47명이구요.

200/12000 약분해서 1/60. 음.... 복권 당첨 확율 만큼은 아니군요. --;
어쨌든 60분의 1. 60명 중에 한명인데 처음으로 길가는 학생 잡고 길을 물으려
했는데 한국학과 학생이라니.... ^^;

그리하여 달랏 대학 쪽으로 이동해서 카페로 들어갔습니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데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의사소통에 전혀 지장이 없더군요. 학생 이름은 융이었구요.
자취하는데 곧 시험 기간이라 도서관에 가려던 중이었다고 했습니다. 공부하는 시간
뺐는 것 같아 좀 찔렸습니다. 그런데 달랏에선 학국사람 보기 힘들다고 한국 사람 만나서
자기도 반갑다고 하더군요. 비자프리 기간이 15일 뿐이라 달랏은 건너뛰는 사람도 있다고
얘길 했죠.

들고 있던 학국어교재도 구경하고 제가 필요한 질문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현지인이 더
잘 알 것 같아서 달랏에서 꼭 가봐야 할 곳 추천해 달라고 했습니다. 죽 적어 주더군요.


book1.jpg

(달랏대학교 한국학과 3학년 한국어 교재.)


book2.jpg

(한국어 수업은 모두 5 과목.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문법이라고 하네요.)

그러던 와중에 밖에선 비가 내렸습니다. 오후에 비가 온건데 춥습니다. --;
카페에서 3층, 창문이 없는 곳에 앉았는데 춥더군요. 비가 와서 뜻하지 않게 길게
얘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얘기가 길어지던 중에 주말이라 시간 된다면서 융이 먼저
괜찮으면 자기가 내일 가이드를 해주겠다고 합니다. ㅠ.ㅠ 아 정말 이리 고마울
수가!!!! (융과 만날 날이 금요일이었습니다.)

물론 처음엔 오늘도 시간 많이 뺐어서 미안한데 정말 그래도 괜찮냐고 다시 한번
물었죠. 융이 하는 말이 한국인과 만날 기회가 없는데 만나서 반갑고 그리고 제가
외국인이기 때문에 도와줘야 한다고 하더군요. 아 정말 착한 학생입니다.

비가 그칠 생각을 안합니다. 그래서 제가 고맙다고 밥사겠다고 해서 밥 먹으러
갔습니다. 여행에서 맛있는 현지 음식 먹는 거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고 말하고
맛있는 곳 소개해 달라고 했더니 자신있게 근처에 있는 식당으로 안내를 하더군요.


nem.jpg

(넴 으엉.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표기할 수 있겠지만 융이 적어준 한글대로 표시하겠습니다. 넴 루이와 다른 점은 넴 루이는 다 싸서 스프링롤 형태로 나오지만 넴 으엉은 사진에 보이는 하얀 종이 같은 것, 반짱에 원하는 걸 싸서 먹지요.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양도 무지 많더군요. 가격도 1인당 만오천동~! 참 착한 가격.)


nemrestaurant1.jpg

(바로 그 넴 으엉 가게.)


nemrestaurant2.jpg

(달랏 대학 앞에 5거리에서 가깝습니다. 찾기 쉬워요.)


che.jpg

(넴 으엉 먹고 바로 맞은 편 가게 가서 쩨으 먹었습니다. 제가 콩을 싫어합니다. 첨엔 콩 들어간다고 해서 불안했는데 연유맛이 많이 나더군요. 토란도 들어가구요. 맛있습니다!)


cherestaurant.jpg

(쩨으는 이 집이 제일 유명하답니다. 그 날 비가 와서 넴 으엉 바로 맞은편 가게 가서 쩨으 먹은거였구요. 이 집은 가깝지는 않은데 넴 으엉 맞은편으로 길 건너서 달랏 대학 반대편 길, 호수가는 길 쪽으로 좀만 가다보면 보입니다. 간판에 che 보이네요.)



쩨으를 한 그릇 뚝딱 비웠더니 융이 한그릇을 더 시키더군요. 제가 배불러서 그만
먹겠다고 했더니 융이 돈 때문이면 자기가 낼테니 더 먹으라고 합니다. 이리 난감
할 수가.... ㅜ.ㅜ 아니 그런게 아니라 정말 배불러서 못먹겠다고 했습니다.

쩨으까지 먹었는데도 비가 그칠 생각을 안합니다. 밥먹으면서 제가 달랏 대학 구경
시켜달라고 해서 그렇게 하기로 했었는데 비때문에 포기했습니다. 결국 담날 아침 8시에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습니다.

헤어지면서 친구들 다 데리고 와도 괜찮다고 얘기했습니다. 한국학과 학생이면 몇명이라도
상관없다고 맛있는거 살테니까 다 와도 된다고 호기있게 얘기 했습니다. ^^;
정말 너무 반가웠거든요.

그리하여 베트남에서 처음으로 바가지와 흥정과 언어소통 문제로부터 완전하게
해방된 행복한 관광을 하게 됩니다.

대신 원래 계획했던 이지라이더와의 여행은 포기하게 되었지요. 지도를 잃어버려서
설명하기 참 힘든데 큰 베트남 지도에 소수민족 마을, 폭포, 코끼리 등등 관광할 만한
곳을 조그맣고 네모난 아이콘으로 표시한 지도가 있습니다. 그 지도를 보면 달랏에서
냐짱 구간에 소수민족 마을하고 폭포인가 하나 있었고 냐짱 반대쪽, 즉 달랏 서쪽이
되겠죠. 그 쪽에도 폭포하고 코끼리 탈 수 있는 곳 등이 나와 있었습니다.

다음에 베트남 여행하게 되면 그땐 이지라이더와 달랏 서쪽 구경하고 돌아와서 하루
쉰 다음 냐짱 이동하면서 소수민족 마을이랑 폭포 구경할 생각입니다.


내용이 너무 길어져서 다음날 달랏 관광 얘기는 나눠서 해야 될 것 같네요.

6 Comments
indiedna 2008.06.09 11:30  
  앗.. 절단신공이 여기서.. ^^
한국학과 학생들과의 여행, 다음편도 기대됩니다.
dandelion 2008.06.09 11:36  
  와~ 여행기 잘 읽고 있습니다.정말 좋으셨겠네요~ ^^* 베트남 다녀온지 3년정도 된것 같은데 여전히 비엣남이 그립네요... 다음 여행기도  기대할께요
JASON` 2008.06.09 12:56  
  달랏의 차분한 분위기가
느껴 집니다.
다음 편 기대합니다.
파자마아줌마 2008.06.22 16:59  
  재밌어여...^^달랏...가보고싶어졌어요..이번여행때..도전해봐야겠어요^^
큰언니 2008.06.24 17:33  
  소수민족 마을은 허가증이 있어야 들어가기 때문에 일반이지라이더들은 못들어가고 라이센스가 있는 오토바이 기사(이분도 이지라이더인가?암튼 영어는 더 잘합니다) 들어가셔야 하고 달랏에서 이지라이더는 하루에 150,000동정도 합니다(요건 작년 7월에 제가 갔을 때 기준)
꿈과희망 2008.07.19 20:22  
  저도 달랏 대학 투어를 했는데 구경만 언어의 장벽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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