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를 빙자한 주뇽이의 북경여행기(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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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를 빙자한 주뇽이의 북경여행기(6)

하로동선 0 3346
-연경현 소학교-

1월22일(목). 그동안 따뜻하던 날씨가 어제 저녁부터 추워지더니 오늘 아침기온은 영하 12도이다. 게다가 바람도 엄청나게 불어서 살을 에는듯한 추위가 옷깃을 파고든다. 그동안은 참 좋았는데...
오늘 오전에는 여기 도심에서 북쪽으로 두시간 정도 올라간 곳에 위치한 연경현의 제2소학교이다. 버스가 달리는데 차창이 꽁꽁 얼어붙어서 밖이 보이질 않는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 드디어 학교 도착. 거리를 보아도 오가는 사람들은 모두 추워서 잔뜩 웅크린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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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중이라 학생들은 없었는데, 선생님들이 나오셔서 우리를 맞아주었다. 운동장에는 400M트랙이 깔려있고, 한겨울임에도 푸른 잔디가 깔려 있는 점이 좀 특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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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를 받고 들어간 학교 건물은 많이 낡아 있었지만 물건들은 사용하는 사람들의 손길에 반질반질해서 정성이 느껴졌다. 그곳 학교의 교장-교감 선생님과 우리 장학사님 간에 서로 기념품을 전달하고 환영의 인삿말을 주고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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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간단히 기념식을 마치고 공개된 곳은 유치원 교실이다. 조립식으로 지어져서 보기에는 좀 남루하였으나 교실 뒷켠에는 아이들의 솜씨가 전시되어 있었다. 그 중 특별히 두보의 시(7언절구)와 이를 소재로 한 그림이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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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나이에도 이런 풍류를 아는지 모르겠다. 어디서 많이 본듯하니 필경 교과서에 실렸던 모양이다. 고등학교 때 말고는 한시를 접한 기회가 없는듯 하다. 그리고 이 학교에는 탁구가 유명해서 아까 교장선생님 말로는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이 와서 지도하기도 한단다. 아닌게 아니라 학교 뒷마당에 탁구대가 높여있는데 때마침 부는 겨울바람에 을씨년스러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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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날씨는 차갑지만 아이들이 있는 곳은 어디에나 이런 "아름다움"이 있는 모양이다. 여기나 우리나라나 유치원 교정의 모습은 다 비슷하니 말이다. 하지만 오늘은 너무 추워서 그런지 아니면 노는 아이들이 없어서 그런지 너무 쓸쓸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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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경학생소년궁전-

오후에는 연경현 박물관에 들렀다. 자금성이 있는 북경이 명나라와 청나라 시대의 도읍이었다면 이곳 연경은 한-수-당시대의 군사전략상의 요충지였다. 물론 북경시의 면적이 우리의 서울과 경기도를 합한 면적이다 보니 연경현도 북경시의 일부이기는 하다. 그리고 이동한 곳은 [연경현 청소년 생활 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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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흥미에 따라 체조, 무용, 서예, 종이공예, 영어 등을 일주일에 한번씩 배우는 곳인데, 우리로 치면 '문화센터'같은 곳이고 북한식으로는 '학생소년궁전'이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은 여기를 학원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좀 씁쓸했다. 보통 '학원'이라고 하면 '입시준비'를 목적으로 와서 배우는 곳이 아닌가?? 여기는 그런 곳은 아닌데...)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더니 벽에 커다란 지도가 붙어있었는데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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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조선"으로 표기된 것은 당연하다해도 "동해"가 "일본해"로 되어 있는것이 아닌가? 모두들 경악했다. 그동안 들은 이야기로는 전세계 지도의 97%가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다고 하더니 정말 그런 모습을 보니 충격적이었다. 뭔가 이의제기를 하고 싶은데 솔직히 여기 우리가 온 목적이 연경현과 경기도교육청의 우호증진과 학생교류인데 이런 말을 꺼내면 상대방이 어찌 생각할지 몰라서 끙끙거리고 있었다. (어제 북경대에서 대기오염에 대해 강의를 들을 때도 요즘 황사먼지와 함께 중국에서 각종 공해물질이 전부 우리나라로 날아와서 우리의 피해가 심각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꾹꾹 참았었다. 시간관계상 학생들도 질문을 다 못해서 몇몇 초딩들은 안타까워서 울고 있는데 교사인 내가 나서는 것도 그렇고, 무엇보다 그런 말을 하면 그 좋던 분위기가 뭐가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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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 학생들이 활동하는 모습을 둘러 본 다음 우리들도 모두 몇 그룹으로 나누어 활동에 참여했다. 그 중 나는 종이오리기를 했다. 뭐 교구라고해봐야 도화지, 연필, 가위 정도가 주어졌지만 모두들 열심히 활동에 참여했다. 이어지는 자유토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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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아이들도 영어를 배우는 중이라 간단한 의사소통이 가능했는데, 난 우리 아이들이 대체 그들과 무슨 이야기를 나눌지 궁금해서 다가가 보았다. 그랬더니...
여기저기서 하는 이야기들은 모두 "독도는 우리땅"이었다. 사실 그들 대부분은 독도가 어디 붙어있는 섬인지도 모르는데, 우리나라 애들은 열변을 토해가며 그들을 설득하고 있었다. 정말 장한 녀석들이다. 하하하!!!
가만 놔두면 언제까지라도 할 태세인 녀석들을 데리고 (우리는 돌아가야 할 길이 멀기에) 다시 숙소로 올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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