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ter Together ::: story 002. CNX to P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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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tter Together ::: story 002. CNX to PAI

케이토 20 3434


5월 12일_
Blind date with "P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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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말했지.

"잊기 어려운 곳이 있어, 그래서 더 보여주고 싶은 곳이 있어."

대체 어떤 곳이기에...
태국 북쪽의 빠이라는 작은 마을이 그토록 마음에 남아있나요.

"어떤 기억이 있기에 그토록 잊기 힘들어 매번 그 곳으로 돌아가나요?"

잊기 어렵거나 힘든게 아니라, 단순히 "좋아해." That's it.
누구나 가슴 한구석에 보석같은 장소 하나쯤은 있는거잖아요?


질투...
아니 어쩌면 단순한 "부러움."



"빠이에 놓고 온 처자식이 있어."
"그 처자식이랑 지금 나랑 대면 시키려는거야 시방?...머리채 잡을 준비 하나요?"


나는 아무래도 감상적이 되기엔 성격이 너무 시트콤 지향의 집안에서 자랐어.


.
.
.


내가 모르는 타인의 기억. 타인과의 기억.
바라건데, 이 여행이 끝나면 부디 내가, 그리고 당신이 조금 더 자유로워지길.



+



아직 치앙마이, 아침.


8시 무렵에 일어나 군장을 꾸리고 빠이로 이동할 준비를 한다.
하지만 그전에, 방콕으로 돌아갈 "기차표"를 사기 위해 썽태우를 타고 기차역에 들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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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으로 돌아가는 날이 16일 이니까 12일인 오늘 기차표를 사도 넉넉할거라는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
"없다."


있어도 시간대가 우리의 경로와 맞지가 않는다.
어머, 미네랄.


"Kat, 야간버스는 싫으시죠?"

"뭐 상관 없긴한데 기차가 로망이죠."

"근데 아무리 시간을 맞춰보려고해도 기차는 조금 무리다, 어쩌지?"

"어쩌긴요, 야간버스 타야죠. 아님 우아하게 아침 비행기. 근데 비행기는 이제 그만."


늘 쾌적한 여행을 지향하는 나때문에 시작하는 날부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제와 말하건데, 쾌적한 여행을 지향하게 된 건 최근이고.
배낭보다 캐리어가 예쁘다는 이유로 캐리어녀가 되었을 뿐인데.

죽음의 구간이었던 맬번-시드니를 주파하던 12시간짜리 그레이하운드 버스도 타본 나에게
10시간도 안되는 야간버스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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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치앙마이 기차역. 근데 표는 왜 없는건데...



"그럼 이러고 있을때가 아니라 버스터미널로 move, m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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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완전 맛있던 생망고주스를 마시고 버스터미널로 이동해 10시 30분에 올거라는 로컬버스를 기다린다.

...라기 보다는 기다렸었다, 고 해야하나.
도착했을때 앞에 서있던 미니버스가 10시 30분 버스라고는 생각도 못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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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터미널에서 "하염없이,"라는 단어를 온 몸으로 체험한 날.



 
11시가 다 되서야, 
"나 그때 파타야 갈때도 버스가 늦게 오긴 했는데- 이건 뭐...오긴 오는거냐?!"



그제서야 우리가 탈 버스는 12시 30분에 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남는 시간을 터미널에서 보낼 수 없으니 일단 점심을 먹으러 근처를 배회하다가,
노란 건물이 마음에 들어 NICE라는 식당에 들어가 까우만까이와 팟 까파오 무쌉으로 배를 채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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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터미널 근처의 "NICE"라는 로컬식당에서 먹은 점심-



방콕으로 돌아갈 야간버스의 시간대를 알아보고 이동경로를 다시 생각해본다.

그리고,

또.

기다린다.



.
.
.




여행이 시작된지 이틀동안 이동만 하는 일정에 자꾸 처진다.
12시간 30분에 걸쳐 도착한 치앙마이에서 또 네시간에 걸쳐 빠이...
아 정말 빠이빠이하고 싶은 일정...

하지만 나는 이번 여행에 관한 아무런 플랜도 세우지 않았으므로. 
그냥 멍하니 더위에 익숙해 지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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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 30분.

제대로 달리기는 하는걸까, 라는 의문이 들게 생긴 빨간 버스가 눈앞에 나타났다.

이 것이 말로만 듣던 로컬버스...
말도 안되는 외관과 할말을 상실하게 한 내부를 보자니 웃음만 난다.
하하하...

"이 것은 내가 80년대에 외할머니댁 근처에서나 보던 버스 잖아요...?"

바닥에 널부러진 짐들 사이로 무거운 다리를 들어 겨우 넘어가 자리를 잡고,
오늘따라 더욱 거대해 보이는 나의 배낭은 앞좌석 아무 곳에나 뒹굴거리게 던져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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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그렇게...PAI를 만나러 간다.

하지 말았어야 할, 약간의 기대를 안고.




20 Comments
민베드로 2010.05.23 17:06  
선 리플, 후 감상...
사진 한장 보았는데 먹먹하네요..
역시 사진작가님이세요^-^

케이토님 군대다녀오셨군요..ㅋㅋ 군장을 싸다니...
빠이로 가는 기억 그 빨간 버스..
짐이나 사람이나 구분이 안가는 평등한 버스..

그래도 해가 중천에 떠있음에도
차 문 두개를 훤히 열고 달리니 너무 시원하던 그 기분
잊을 수가 없네요..
케이토 2010.05.23 17:21  
중간에 비까지 내려 제대로 익사이팅한 경험 하고 왔답니다. 하하하...


제가 군대 갔다왔냐는 말 많이 듣는지 어찌 아셨어요 -ㅁ-;;;
너무 전문용어를 썼나봅니다 ㅎㅎㅎ
사실 제가 나온 학교 사진과가 "사진체육학과"라는 별명이 있는 곳이어서 -_-;;;
쓸데없이 건강합니다. ㅋㅋ 힘없으면 카메라 못들어요 ㅋㅋ
zoo 2010.05.23 17:33  
저는 왜!! 이 좋은  사진과 글을 보면서도 음식사진에만 하트뿅뿅이 될까요?ㅠ.ㅠ
반성중...ㅠ.ㅠ
배고파요^^ 그건 그렇고~ 첫사진 느낌이 아주 좋아요^^
케이토 2010.05.23 17:41  
저도 음식 사진 찍을때가 제일 즐거워요 ㅎㅎㅎ

첫사진은 동행 해주신 분류가 다른 분(...)이 작년에 찍어오신 사진이랍니다 ;-)
저 사진 보고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다녀오고야 말았네요...^^
날자보더™ 2010.05.23 19:57  
이런 미네랄...치앙마이~방콕간 기차표는 그렇게 귀하디 귀한 것이었군요!


저도 첫번째 방갈로사진 참 맘에 쏙 드네요.
케이토 2010.05.24 00:28  
동행인이 "이럴수가..."라며, 황당해 하던데,
원래는 그리 귀한게 아니었을지도 몰라요 ㅇㅅㅇ;;;
그 그래도 미네랄 ;ㅂ; ㅋㅋ

동행인의 사진이 저의 마음만 움직인게 아니로군요 ;-)
열혈쵸코 2010.05.23 20:40  
미네랄은 웃음을 주는군요. ^^
이번에는 음식사진을 보고 감탄했습니다. 너무 정갈하고 맛있게 보입니다.
케이토 2010.05.24 00:29  
스타크래프트 하시는 분들은 게임 하실때마다 웃으실지도 ㅋㅋ

저...음식사진 찍는걸 제일 좋아해요...그보다 먹는걸 더 좋아한답니다 (...)
애정을 담은 사진! ;-)
어라연 2010.05.23 21:18  
분명히 읽기는 미네랄로 봤는데..

머릿속에는 다른 세글자로 들려오는 이 환청이라니...ㅋㅋ..
케이토 2010.05.24 00:30  
그쵸..어순이 뭔가 바뀌면서 익숙한 그말이 생각이 나는거지요 ㅋㅋ
제 맘이 전해졌나요? ㅋㅋㅋ
동쪽마녀 2010.05.23 21:21  
그러게요.
미네랄이 웃음을 줄 수도 있네요.ㅋㅋ
꽤 일찍 예매를 하러 가셨는데도 표가 없었다니,
역시 치앙마이--방콕 기차편은 로망일 수 밖에 없겠어요.^^
저 역시 이 좋은 케이토님 사진들을 보면서 다짐하는 것은
이 번에 가게 되면 기필코 저 '팟 카파오 무쌉'을 꼭 먹겠어, 였다는 것.
죄송하기 이를 데 없사옵니다.
케이토 2010.05.24 01:40  
3~4일 전이면 충분할거라는 예상을 완전 뒤엎었답니다...-_ㅠ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꼭 기차코스를 이용해보고 싶어요,
침대칸이나 밤샘 기차로 이동해 본 기억은 한번도 없거든요...
어째서인지 늘 야간버스인생 (...) 버스가 저를 부르나봐요 -_ㅠ...

팟 카파오 무쌉, 전 이름도 모르고 먹었다가 이번에 태사랑을 통해 알게 되고,
자신있게 주문했어요 ;-) 히히.
민베드로 2010.05.25 11:35  
케이토님 여행사진게시판에 사진 올리신거 보고
이번 편을 다시 보러 왔어요.
NICE라는 식당...제가 선지국을 먹었던 식당이더라구요.
벽에 붙어 있는 타일과
식탁을 보고 알았지요.

저는 왜 식당에 갈 때
식당이름은 관심이 없을까요?
먹는게 우선이긴 하지만..ㅋㅋ
케이토 2010.05.25 11:39  
하하하...같은 곳을 다른 시간에 다른 메뉴로 경험하셨군요 ;-) 신기해요.
바깥에서 찍은 사진도 있는데, 맘에 들지 않아서 올리지는 않았어요 ㅎㅎ
노란 건물이 인상적인, 그 곳 맞죠? ^^
민베드로 2010.05.25 11:47  
노란 건물이었는지는 생각이..ㅋㅋ
그렇게 대리석으로 된 식탁이 흔하지는 않은거 같아요.
아니 태국에서는 흔한가?^^;

벽면이 타일이고 요리사 그림이 있었습니다.
저는 메뉴선택의 실패...
케이토님의 선택은 훌륭하신 듯 해요...
케이토 2010.05.25 11:52  
날이 더우니 차가운 대리석 식탁을 쓰는게 아닐까요 ^^ ㅎㅎ

저도 뭔가 인상적인 그림을 본 것 같은데...
음 지금 잘 생각이;;; ㅎㅎㅎ

선택은..태사랑을 탐독하고 간 결과랄까요 ㅎㅎㅎ 맛있었어요 ;-)
블루파라다이스 2010.05.26 02:08  
올초.. 기차로 한번 가볼려고 마음만먹고

못갔던 치앙마이와 빠이....

케이토님 글을 보니...

급 후회가 되네요.....

저는 언제쯤 치앙마이라는곳엘 가볼 수 있을지요???
케이토 2010.05.26 12:17  
불현듯, 그 곳으로 떠나게 되시리라 생각합니다 ;-)
저도 다음에 가면 꼭 기차를 타고 싶어요...
이번에 방콕으로 돌아갈때 어찌나 아쉽던지..

치앙마이 가시게 되면, 좋은 사진들 많이 부탁드려요!
저는 빠이에서 카메라가 개미테러 당해서 치앙마이 가서
내내 뿔난상태라 사진들이 별로에요 ㅠㅠㅠ
루비소녀 2010.05.27 01:52  
팟 카파오 무쌉,,,

예에전에....처음 태국놀러갔을때,,

파타야 산호섬에서 신나게 놀고있을때 일행분이 시켜준음식이었는데..

꿰이띠여우와 카우팟만 먹던 저에게는 너무 매웠어요 ㅠ.ㅠ

어?달걀후라이는 안올려주던가요?ㅎㅎ

암튼,,,,매워서 다시는 시켜먹지않는 음식,ㅎㅎㅎ

그나저나,,,치앙마이는  의외로 추워서 깜짝놀랐다는,,,

그치만,,방향치에게는 오히려 방콕보다 길찾기가 어렵더라구요...

한겨울에 더운나라가니,,뱅뱅 돌기만 하고....

무언가는 해야겠다는 강박관념에,,,일행 가이드만 죽어라 하고왔네요...

,,연말쯤에는 홀로 쓩~~하고 떠나야 겠어요

하루종일 게으름피고 먹고자고,,ㅎㅎㅎㅎ
케이토 2010.05.27 13:00  
달걀후라이는 안올려주더라구요 ㅋㅋ
저는 매운거 먹을때 맵다 맵다 하면서도 끝까지 먹어요 ㅋㅋ
일단은 팟 까파오 무쌉을 좋아하기도 하구요 ㅎㅎ

저는 치앙마이가 방콕보다 더 더웠어요 ㅠㅠ 겨울에 가면 조금 괜찮겠죠? ㅋㅋ
연말쯤에 가신다니 부럽습니다 ㅠㅠ 홀로 떠나는 여행이라...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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