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ter Together ::: story 004. 빠이, 정전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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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tter Together ::: story 004. 빠이, 정전된 밤.

케이토 39 3586

 

road to Pai...기억들,

빠이로 가는 로컬버스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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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나의 여행은, 5월, 12일_




잠으로 점철된 네시간이 지나자 내 앞에 PAI가 와있다.

로컬버스 안에서 느끼던 감상적인 기분은 접어두고,
배낭을 들쳐메자 다시 짜증이 밀려온다. 


 
무거워.
더워.
여긴 어디?
나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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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YA옆에 있는 노란 은행 앞에 짐을 내던지고 바이크를 빌리는 그를 기다린다.
다시보니 짐이 정말 심플하다...노련한 백팩커 KAT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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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YA옆에 있는 노란 은행. 잠이 덜깨서 있는대로 짜증이 났던지라 오만상을 찌푸리고 앉아있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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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앉아있던 곳의 맞은편 풍경_ 줄을 잘 맞춰 놨길래 이뻐보여서 ;-)
 
 

 
여러나라의 말들이 들려온다.
여러나라 사람들이 지나간다.
웃고 있거나, 피곤해 하고 있거나, 무표정이거나.
모두 저마다의 감상을 가지고 이 곳에 와있겠지.

궁금하지는 않다.

내 여행의 주인공은 나니까.
 
 
 
빠이...
나는 어떤 감정을 가지고 이 곳을 마주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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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크를 빌려 묘기라도 하듯 배낭을 싣고, 메고,

"어디서 묵을지 생각해 봤어요? 좀 둘러볼래요?"

라는 말에 시내와 시내에서 조금 벗어난 외곽을 구석구석 훑고 나서야 내가 말한다,

"타운에 있을래요, 조금 벗어나니까 너무 멀다."
 


 

17:00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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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하우스 안쪽 정원_

 
빠이강 근처에 있는 Baan Suan Rim PAI에 체크인을 하고 짐을 내려놓고 나서야,
조금은 여유가 생기는 기분이다.

오늘, 정전 중이라던데..다섯시 반쯤 들어온다고...

선풍기도 안돌아가고 물도 안나오고. 
씻고 싶은데. 
 
 
그래놓고 600밧? (소리가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나는 너무 피곤 했던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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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가 들어올 때까지 바이크를 타고 가까운 곳을 둘러보기로 하고,
필름카메라 하나만 달랑 챙겨서 가볍게 바이크 뒤에 올라탄다.
마을의 이곳 저곳을 바이크를 타고 둘러본다.
 
 
아기자기하다...
오래전에 몇주간 머물렀던 남반구의 red cliff라는 마을이 겹쳐 보인다고 하면, 조금 과장일까.
 
 
 
우리가 가장 먼저 들른 곳은 빠이 저녁시장, (16:00부터 일몰무렵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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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이유에서인지, 나는 이번 여행에 잠자는 강아지 사진을 잔뜩 찍어왔다 (...왠지 편해보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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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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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다니다 불량해 보이는 음료를 발견한다. 군것질 대마왕 KAT은 그냥 지나치지 않는게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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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 수 없었으므로 색깔보고 고른 음료....무슨 맛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맛있었다.
블루베리도 아닌것이...타로맛인가? (...)
 
 
어느 나라를 가도 가장 생기발랄한 곳이 바로 시장인 것 같아,
어딜 가도 꼭 들러보게 되는 곳인데, 빠이의 시장도 역시 들러보니 사람냄새가 물씬 났다 ;-)
 

 
"지금 쯤이면 시간이 딱 맞겠네..."

"어디가는데요?"


"일몰보러."
 


 
시장 구경을 적당히 마친 후, 달콤한 음료까지 먹고는 이동 중 피로로 인한 짜증이 사그라 들었다.
"일몰보러," 라는 말에. 목적지도 묻지 않은 채 그냥 바이크에 올라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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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저녁 바람을 맞으며 빠이 캐년으로 가는 길-
 
 
시간 감각을 상실해가고 있던 중이라 얼마나 걸렸는지 짐작도 안가네...
한참을 바람을 맞으며 달려가다가 쓰레기통을 못찾아 손에 들고 있던,
시장에서 마셨던 음료 뚜껑이 바람에 날아간다...; 안녕-;;;
(뚜껑은 수습 못했지만 나머지는 쓰레기통 찾아서 잘 버렸습니다)

 
 
얼마나 달렸을까?
드문드문 바이크 탄 여행객들이 반대 방향에서 지나쳐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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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위의 표지판에 PAI CANYON이 보인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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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세계 3대 CANYON이라는 빠이캐년이야, 올라가보면 그 규모에..."

"규모에..?"

"이런...캐년, 소리가 절로 나올거야."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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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이캐년 올라가는 길, 도로시가 사자랑 걸어 올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던 길...



 
마치 오즈의 마법사에나 나올 것 같은 길을 따라 올라가니,
이미 자리를 차지한 몇몇의 사람들이 모두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소박한 규모의 빠이캐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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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길을 걷기 위해서는 인디아나 존스한테 빙의라도 당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한테는 너무 좁은 길;)

 

 
"이런....캐년......소리가 절로 나오기는 하네요, 이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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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 같은 하늘, 석양에 물들어 가는 빠이캐년은, 정말 예뻤다. ;-)



어린시절 아빠와 함께 여행했던 미국 서부,
아마도 그가 말한 3대 캐년(진짜 그런게 있긴 해?)에 들어갈 
그랜드 캐년을 처음 봤을때와는 사뭇 다른 소박한 감동이 밀려온다.
일부만 똑, 잘라 옮겨 놓은 듯한 소박함.


해가 지는 방향에 드라마틱하게 물들어 가는 하늘을 보며 셔터만 연신 눌러대는 나,
반대쪽 하늘이 더 예쁘다며 그 곳을 바라보며 정신을 잃어가는 그.
 

아무런 인공적인 소리도 없던 그 공간에서 바라 본 일몰은...
당분간 잊기 힘든 감동이 되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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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뻐요...예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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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완전히 저물기 전에 자리를 털고 일어나 타운으로 돌아오는 길,
아직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이상하네? 정전 되도 한시간이면 늘 불이 켜지곤 했는데...오늘 유난히 긴데요?"


타운으로 돌아오니 모두 어둠 속에서 무언가를 먹고 있다.
빛이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등장한 가스등이 타운의 일부만을 밝히고 있을 뿐이다.


집에 돌아와 그야말로 "쫄쫄쫄" 나오는 샤워로 대충 땀을 닦아내고,
간단하게 요기를 한 후에 정전 된 빠이 타운의 일부가 되기로 한다.


빛을 잃은 마을의 하늘을 올려다본다.


쏟아질 것만 같은 별....
언젠가 이런 풍경을 본 적이 있어...
이 곳은 아니었지만....


나는 이 순간에 JJ아저씨의 목소리를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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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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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잔, 할까요?"



로띠를 사먹고 근처에 있던 노천 테이블에 앉아 모히토를 마시고,
집 근처의 버팔로 힐에 앉아 쌩쏨 버킷을 마시며 지금까지의 감상을 짧은 대화로 이어나간다.

이런 분위기라면, 음악이 있어야 하는데.

랜턴과 가스등, 빨간 초에만 의지해 배경음악 없는 영화를 찍는다.



"이런 분위기라면, 역시  JJ아저씨 목소리여야만 하는데.... 
  Jack Johnson은 나의 여행길에 동행하기 위해 
 노래를 해주는 느낌이 들어서 여행을 떠나면 더 듣고 싶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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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ffalo Hill_





22:30 PM



드라마틱하다, 라는 말을 몇번이나 더 쓰게 될까?


뭔가 깜빡깜빡 하더니 전기가 들어온다.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환호와 박수.


"유난히 길다 했더니 다들 신났네-"


그 순간, 내 귀에 들려오는 익숙한 기타소리, 
그리고 그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


In times like these... In times like those...what will be will be...
and so it goes and it always goes...on and on and on and on and on and on....it goes,
uhmmm hmm hmmm...
 

눈물이 날뻔했다.

Jack Johnson을 이 상황에서....
(On and On 앨범 첫 곡인 Times like these)

이 곳, 태국 PAI. 내가 처음으로 발걸음을 한 곳...
우연히 지나가다가 들어온 PUB에서 작은 촛불에 의지해 대화를 나누다 문득,
목소리가 듣고 싶다...고 생각했을 뿐인데,


빛을 되찾은 동시에 그 목소리를 듣게 되다니. 기적에 가까운 우연 ;-)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에 한동안 그 자리를 뜰 수 없었다.
앨범채로 다 들려주었거든...



.
.
.
 

 
밤은 길다.


그리고, 이제서야 비로소 시작되는 느낌에...
나는 한동안 이 평온한 시간이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나즈막히 지금 내 곁의 그에게 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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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깊어서야 불이 켜진 빠이 ;-) 우리의 밤도 이제부터 시작인거다. 후후후.




39 Comments
Naresuan 2010.05.25 02:41  
사진들이 완벽 그 자체군요... 빠이여, 영원하라~
케이토 2010.05.25 02:43  
동행인이 그러더군요, 단 한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은 제 모습이 보인다고-;;;
집착일까요, 이런거...
Naresuan 2010.05.25 02:56  
동행인은 케이토님을 신으로 보셨겠군요...

아마도 자체 발광도 하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뭐든 집중할수 있으면, 새로운 것을 발견할수 있는 법이죠...

아마도, 이번 여행으로 케이토님은 많은 영감을 얻으셨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케이토 2010.05.25 03:04  
잃고 온 것이 있다면 지나간 시간들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왔습니다 ;-)
그리고...말씀 해주신 대로...많은 것들을 얻어가지고 왔지요.
그게 무엇인지는 아직 저도 정확히 모르겠지만, 무언가 채워져 가는 기분이 들어요...
다크호순 2010.05.25 05:02  
전 요런 사진 언제 찍어 보나요?ㅠㅜ
9월엔 빠이를 꼭 가렵니다...
케이토 2010.05.25 11:15  
빠이에 가시면 찍을 수 있습니다 ^^;
9월에 꼭 많은 이야기들을 담아오시길 기대하겠습니다 ;-)
sarnia 2010.05.25 05:39  
예전에…… 홍상수 감독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라는 영화를 처음 봤을 때 문득 든 생각이,
저 감독 저래 영화 만들어서 밥 먹고 살겠나 하는 것 이었어요.

두 번째로 든 생각은 한 컷이 아주 긴 신을, 그것도 스토리가 없는 일상을 연기해야 하는 배우들도 참 고달프겠다……  감독과 배우의 의사소통이 참 어렵고 복잡하겠다는 생각도.

그 뒤로 나는 이 지루하기 짝이 없는 영화를…… 한 여섯 번쯤 보았나? 신기한 것은 보는 동안에는 전혀 지루하지가 않더라구요. 

내가 ‘빠이 찬사’에 관한 글을 처음 읽은 건 태사랑에서도 활동하시는 어느 분의 블로그에 아주 우연히 들어가서 (실은 쌩클라부리 찾다가)였는데 (이 분의 여행단상도…참 명품입니다)

왜 많은 분들이 빠이를 좋아하는 건지 잘 느낌이 전달되지 않아요. 가 봐야 어떤 느낌이 오려나?
케이토 2010.05.25 11:21  
음...저는 찬사를 할 만큼 이 곳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객관적인 아름다움과는 별개로..
뭔가 그 아름답고 조용함을 제가 너무 늦게 알게 된게 잘못이었을지도 모르지요.
방콕에 돌아가서 친구가 북부 여행은 어땠냐고 물었을 때, 치앙마이가 더 좋았어,
라고 대답했어요. 이유를 설명하다가 내가 듣던 것과는 다르다..라고 했더니
친구가 그러더군요. "too business" 그게 싫었던거지? 라더군요...그 말이 맞는 듯...

아마 천천히 말씀드리겠지만...저도 가서 눈 앞의 아름다움은 좋았지만,
떠나면서 신기하게도 아쉬움은 없었답니다...

아마, 가보시면 sarnia님만의 느낌을 찾으실 수 있지 않을까요 ^^!
간접보다야 직접경험이 훨씬 와닿으니까요, 제가 그랬거든요 ;-)
전설속의날으는까칠한닭 2010.05.25 08:38  
버팔로 힐과 그옆집 버팔로 익스체인지를 가셨네요~!

작은 촛불하면..
케이토 2010.05.25 11:23  
나 힐에서 한잔 했지요 ;-)
근데 다음날은 갑자기 담장을 허물더군요-;;;;

정전 된 밤도 꽤 운치있었어요...더 길어졌다면 아마 힘들었을 수도 있지만요 ^^
옌과제리 2010.05.25 09:14  
정겨운 사진이군요..
가고싶은곳중의 한곳을 사진으로 대신해봅니다..
케이토 2010.05.25 11:24  
제 부족한 사진이 옌과제리님의 마음을 잠시나마 대신할 수 있어 기쁩니다,
저는 아마...저만의 보석을 찾기 위해서라도 더 많은 곳을 다녀야 할것 같아요...
민베드로 2010.05.25 11:33  
케이토님 이번 편도 잘 읽었습니다.
케이토님의 여행기에서는 여백의 미가 느껴지는군요.
무엇인가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저는 글 쓰면서 여행의 순간순간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는거 같은데...그게 제 성격인거 같기도 해요.^^;

사진도 너무 좋고 필름카메라의 매력일까요?
아무래도 작가님의 감성이 묻어나는 거겠죠.
케이토 2010.05.25 11:46  
아아..개인적인 감상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 것 같아
이제 좀 사실적인 이야기들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동만 열몇시간 동안 하는 여행이 너무 오랜만이라 지나치게 감상적이 된 것 같아요.

몇번이나 갔던 곳은 이제 그냥 익숙함에 기록도 기억도 일상처럼 되버리지만,
아무래도 이 곳은 처음이었기에 더 많은 것들을 담고 싶어 했던 것 같습니다...

아날로그의 따뜻함이라는게 이런거구나, 하는 걸 새삼 느꼈어요 저도 ;-)
디지털과 두가지 다 병행해서 찍어가지고 왔더니 비교가 확실하게 되더라구요-;;;
동쪽마녀 2010.05.25 12:03  
빠이엔 가지 않으리라 굳은 결심을 한 터라 빠이 여행기도 안 보는데,
케이토님 사진이 너무 보고 싶어서 냉큼 들어왔습니다.
잘 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말씀하신 '도로시와 사자가 걸어나올 듯한 길'은 한 번 보고 싶구먼요.

케이토님의 사진을 보면서 항상 드는 생각은
내가 보는 세상도 과연 이토록이나 다채롭고 비비드할까, 하는 것입니다.
언제나 내 눈 속에 들어선 세상은 무채색 아니면 흑백인 것은 아닐까,
그래서 삶도 여행도 그토록이나 전투적 혹은 방어적인 자세,
늘 무미건조한 모노톤인 것은 아닐까.

언제나 따뜻함이 깃들어 있는 케이토님의 사진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었어요.^^
도로시가 2박 3일 수련회를 가서 무척 쓸쓸해 하고 있는 동쪽마녀였습니다.ㅠ
케이토 2010.05.25 13:17  
동쪽마녀님 어째서 빠이는 가지 않기로 마음먹으셨는지 여쭈어도 될까요.
저도 당분간은...그럴것 같지만 떠나기 전에는 가장 궁금한 곳이었거든요 ;-)
동쪽마녀님의 도로시가 저 풍경을 같이 보셔도 참 좋을것 같아요 ^^

저는...제 건조한 삶을 유일하게 다채로운 색으로 입혀주는게...
여행과 사진이었어요 ^^ 가장 좋아하는 상황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을 하고 있어서...
아마 그렇게 보였나봐요...

너무 외로워 마시고,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시길 ;-)
동쪽마녀 2010.05.25 15:14  
제가 빠이에 가지 않으려는 이유는
가장 원초적인 것이 '반발심' 입니다.
태국인들도 많지만 외국인들도 많은 곳이라고 들었거든요.
태국 어느 도시를 간들 외국인이 없겠으랴마는
그렇게 대놓고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곳은 싫어서요.
제가 바다 쪽을 찾지 않는 이유도 비슷해요.
더구나 빠이는 작은 읍내에 불과한 곳이라고 들었거든요.
그만한 경관을 가진 장소는 굳이 빠이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있을텐데 싶어서예요.
어떤 곳인지 내 눈으로 확인해야 이런 선입견도 풀리겠지만,
항공편을 이용해야만 갈 수 있는 제 입장에서는 (죽일 놈의 멀미 때문입니다ㅠ)
그렇게까지 해서 갈 만한 가치가 과연 있는 곳일까 싶은 강한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인지라.

가장 좋아하는 상황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다니,
인류의 로망이잖아요.
생계를 위한 일상에서 벗어난 여행에서만이라도
케이토님과 같은 여유를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습니다.^^
케이토 2010.05.25 15:49  
저는 어릴때 멀미가 무진장 심해서 차냄새만 맡아도 먹은걸 다 확인 했었는데...
그걸 고친게 여행에서 였습니다 ㅋㅋ 차가 아니면 이동불가의 곳을 끌려다니다 시피
여행을 하다가 돌아오니 지금은 저 로컬버스 안에서 샌드위치도 먹을 수 있어요 ㅋㅋ
크게 맘먹고 멀미안녕을 도전해 보시라고 권하면 너무 무모한가요 ^^
언젠가는 느낌이 온다면, 마음이 끌린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시리라 믿습니다 :-)

저는 사진 이전에 여행이었지만...지금은 함께 할 수 있어 너무 좋답니다 ^^
동쪽마녀 2010.05.25 16:18  
케이토님 말씀이 정답이네요.
누가 뭐라든 "끌리지 않기" 때문에 제가 안 가는 것이겠지요.
멀미.ㅠㅠ
저를 너무 사랑해서 절대 놔줄줄 모르는 멀미랑
인제는 그만 이별하고 싶은데 말이지요.ㅠㅠ
케이토 2010.05.25 21:43  
아마 "꼭" 보고 싶어서, 만나고 싶어서 가는 길이라면,
멀미도 잠깐 이별해주지 않을까요 ;-)

글고보니 저는 애기때 비행기에서도 그렇게 멀미를 해댔는데 -.-;;;
잘끌려다닌거 보면 역시 여행이 더 좋았던거예요...그런거예요 ㅎㅎ
요술왕자 2010.05.25 12:18  
빠이도 이제는 비수기 평일에 가야 그나마 있을만 하더라고요...
현지인들로 빽빽한 거리 한켠에 앉아 있으면 왠지 내것을 빼앗긴 기분이랄까?
내가 이방인인데도 말이죠...
케이토 2010.05.25 13:55  
제가 어떤 기대를 가지고 있었나봐요...그것 때문에 생각했던 것과
조금 거리가 있어서 그 묘한 이질감이 저를 괴롭혔나 봅니다.

저는 이번에 빠이를 다녀오고 치앙다오를 꼭 가야겠다고 굳게 결심했어요...
Erik 2010.05.25 13:00  
태국내 다른 도시들은 가 본적이 없어서 주의깊게 읽어보게 되네요.
역시 여행기며 여행사진이며 진면목은 대리만족 ^0^

어째 사진들이 모두 수채화 같데요~~  분위기 넘 좋은 사진들이네요..
케이토 2010.05.25 13:56  
푸켓에만 계시다고 하셨었지요? ^^;
저도 방콕 파타야 이후 처음이라...슬쩍 긴장하고 있었어요. ;-)

필름카메라로 찍었는데...저도 제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색감이 너무 예뻐서 놀랐답니다 ^^
물론...공개불가의 말도 안되는 노출의 사진들도 줄줄 ㅋㅋㅋㅋ
날자보더™ 2010.05.25 20:26  
색이 좀 빠진듯한 사진이 잡지를 한장두장 넘기듯이 참 편안하고 편안하네요.

전 Pai의 매력을 잘 못느끼고 온 사람 중 하나라...차라리 이렇게 여행기를 보고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게 더 나은 곳도 있다...라고 생각해요.
나이들어가니 되레 사람이 버글버글 거리는 곳이 좋아지더군요.
영감 퇴직무렵 즈음 마나님들 맘이 그렇다던데...곧 우리 영감이 퇴직하려나...?

댓글이라고 쓰고 나니...헛소리 작렬이군요. 용서하세요~
케이토 2010.05.25 21:56  
가기전에 남들 안쓰는 필름만 가지고 골라서 테스트를 했었는데
죄다 실패하고 도박하는 심정으로 모두가 좋다는 필름만 들고가게 되었답니다.
남들이 많이 쓰는건 많이 쓰는 이유가 있더라구요, 딱 제가 원하던 색감이 나오는거 있죠 ;-)

저는 수상한 필름들로 테스트 하면서,
나는 왜 같은 카메라로 저런 색이 안나올까 하면서 좌절했었는데 -_ㅠ...

빠이....저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렇다고 내 마음에 들어오지는 않는구나...라는 감상이었어요.
남들의 보석이 제 보석이 될 수는 없으니까요. 개인의 취향이죠 ㅎㅎ

저는 소박한 걸 좋아하지만 아무래도 "시골마을" 보다는 "지방소도시" 타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전 지금까지의 짧은 여행경력으로
가장 좋아하는 곳이 "고베" 거든요 (...)

아니 아직 한창이신데 퇴직이시라니요 ㅋㅋㅋ
zoo 2010.05.25 20:45  
이런...캐년...ㅎㅎ 너무 재밌어요.
저도 글 읽어가며 어떤 캐년일까 기대했는데...제가 본 그랜드 캐년과는 거리가 있네요.
힘든 하루에 긴 정전까지 경험하셔서 힘드셨겠지만 사진과 글은 참 운치있고 좋네요^^
케이토 2010.05.25 21:59  
뉘앙스에 따라 묘한 느낌이 나는 ㅋㅋㅋ

캐년이라는 말에...그랜드 캐년부터 떠올리는 경험의 무서움.
빠이캐년을 먼저 봤다면 그랜드 캐년이 무서웠을 지도 몰라요 (...)

갠 블로그에 올린 글을 옮기는지라...
너무 감상적이고 개인적이고 늘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걱정입니다 ㅠㅠㅠ
열혈쵸코 2010.05.25 22:48  
왠지 빠이가 그냥 그런 케이토님 마음이 이해가 될 것 같아요...
아직 안가보았기에... 다음에 치앙마이 갈때 가겠지만...
저도 너무 많은 기대는 안하려고 한답니다.

오늘도 멋진 사진... 편안한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
케이토 2010.05.25 23:45  
열혈쵸코님에게는 저와는 또 다른 이야기를 선사해 주겠지요, 그 곳이 ;-)
지금 빠이 이야기는 모두 마무리 지어놓은 상태라 사실 홀가분 합니다. 호호호.

기대감...기대감이라고 하신다면 제가 했던 "어떤" 막연한 기대는,
잘 마무리 짓고 왔습니다. 아름다운 마무리 ;-)
블루파라다이스 2010.05.26 02:41  
시장... 사람사는 느낌이 나서 저도 참 좋아라 하는곳 입니다..

빠이의일몰...

너무 예쁘게 담아오셨네요...

낮과는 다른.... 어둠에 둘러싸인 저녁...

어둠의 도시를 밝히는 작은촛불...

나름은 운치가 있네요....

거기다 Jack Johnson의 맑은 기타소리까지 있다니...

참 감미롭습니다~
케이토 2010.05.26 15:42  
그 적절한 소란스러움 조차도 사랑스러운 곳이 시장이 아닐까 합니다 ;-)
빠이의 저녁은 정말...아름다웠습니다,
제가 제대로 담아오지 못한 것 같아서...다른 이유가 아니더라도,

일몰 만큼은 잊기 어려울 정도의 감동이었어요 ^^
세븐 2010.05.27 20:11  
빠이...
각자 취향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봅니다..

태국 친구들은 빠이에 대한
맹목적 사랑을 가지고 있는듯 보입니다...

그땐,
내가 왜 왔는가?.. 내가 이런 분위기를 즐기기엔 늙었나??
정말 덧정 없더라구요.. 해서 당분간 안 가리라 했습니다..

전, 반 크라팅에 있었는데..
그 반 크라팅이 그립고... 아야 써비스 맞은편 카이양 맛도 그립고..

3월초에 너무 더워서
빠이가 정겹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지금 서서히 듭니다..
그저 흐느적 거리는 그런 분위긴...하지만

12/30~1/2일까지 다시 반크라팅에다 예약했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란 생각이...아마 살면서 적어도 한두달 지내야 하는곳 그런곳이 빠이일듯..
케이토 2010.05.28 13:21  
더 오래 머물렀다면, 아니면 처음 발걸음을 했던 이번에 혼자 그 곳에 갔다면
다른 감상을 가지고 왔을지도 모르겠어요, 근데 저는 그렇더라구요...
제가 있을 곳은 아니라는 생각... ^^
바우야놀자 2010.06.06 12:50  
바람불 때 저 빠이캐년을 건너가면 정말 스릴 있어요.
바람에 벗겨지는 밀집모자 잡으려다 함께 날아갈뻔 했답니다.
케이토 2010.06.06 14:57  
저는 한 세걸음정도 옮겼다가 도저히 못건널 것 같아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어요..;;
다음에 좀 더 강인한 심장을 가지고 꼭 건너보고 싶어졌어요. 좀 아쉽더라구요 ^^;
Lantian 2010.08.08 18:54  
저는 저 정전인 상태서 가스등만 켜둔게 너무 보기 좋네요.
아 오해하진 마세요 ^^;; 정전이어서 좋은게 아니라.. 뭐랄까..
갑작스러운 헤프닝이지만 어쩐지 빠이에 대한 특별한 추억을 만드신것 같아서요.

정전 하니까 저도 예전에 기숙사 있을 때, 여름에 전기를 너무 많이 틀어서 기숙사 전체가 불이 나간적이 있었어요. 거기다 때아닌 비까지 추적추적오구요
그래서 결국엔 다들 양초나 손전등 들고 우르르 몰려나와서 맥주파티를 벌였던 기억이 나네요. ㅋㅋ 공포와 호러서스펜스 이야기도 함께 곁들여서요 ㅋㅋㅋㅋㅋ
기숙사에서 찍는 전설의 고향 나름 유치하지만 재밌었어요 :)

그나저나 저는 빠이를 언제쯤 가볼까요 ㅎㅎ
케이토 2010.08.22 10:34  
빠이, 하면 정전된 밤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거 있죠. 이래서 첫경험이 중요한가봐요 ;-)
다음에 언제 가게 될런지는 저도 기약이 없지만 ... 아주 오래오래 여행을 하다가
그 근처를 지나간다면 "잠깐 들러볼까...?" 하는 마음이 들지도 모르겠어요.
그 마음이 들때 란티엔님과 그 곳에서 우연히 만난다면 그 것도 무척 즐겁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정전과 비 ... 역시 무서운 얘기 하기에 최적의 조건이 아닐런지 ㅋㅋㅋ
불행(?)히도 빠이의 정전된 밤은 무척 덥기만 ㅋㅋㅋ
푸른고독 2012.05.17 00:24  
오토바이를 못타는데 PAI CANYON까지 석양을 보러갈수 있을런지..
심히 걱정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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