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다리와 날자의 방콕 여행기 14 - 아유타야 투어
태국 방콕 여행 2010년 1월 29일 ~ 2월 5일
2월 3일
방콕에 있는 동안, 근교 도시 한두 군데는 가보고 싶었다.
깐짜나부리에 갈 것인가, 아유타야에 갈 것인가
정말 무진장 고민을 했다.
처음에는 두 군데 다 일정에 넣었는데,
그렇게 되면 방콕에서의 일정이 부족하다.
고민끝에 내린 결론은,
나는 역사적인 유물과 유적을 좋아하므로 아유타야로 결정.
깐짜나부리는 아직 가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그래서 아직까지는 그 결정에 후회는 않는다. ㅎㅎ
일일 투어를 신청했다.
우리 숙소가 카오산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던 탓에 새벽 댓바람부터 일어나 차를 탔다.
카오산에 와서도 한참을 기다려서 다른 일행들을 태우고 아유타야에 갔다.
아유타야는 태국의 두 번째 수도였던 도시이다.
하지만 지금은 부서진 유적만 남아있다.
가이드와 함께 다니긴 했지만.....
영어로 진행됐기 때문에.....
가이드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의 상태로 구경했다.
어디가 어딘지, 이젠 전혀 기억도 안 나지만...
대충 사진이랑 가이드북이랑 맞춰서 올려본다.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왓 푸카오텅(Wat Phu Khao Thong).
파란 하늘 배경 덕분에 더욱 빛나던 하얀색이 인상적인 곳이다.
굉장히 높고 까마득해서,
딱 보는 순간 압도 당하는 느낌.
너무 더워서.... 올라가고 싶진 않았지만....
여기까지 와서 아무것도 안 하면 분명 후회할 거란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기에 힘들여 올라갔다.
올라가니 바람이 시원하게 불고,
이런 멋진 풍경이......
역시 올라오길 잘했다.
하지만 이곳에서 정말 기분나쁜 일이 있었는데.
(같은 한국인으로서 좀 부끄러운...)
그분들도 이 글을 보실 수도 있으니 자세히 쓰지는 않겠지만.
정말 딱 한 마디만 하자면.
우리 나라 유적이나 문화재가 소중하듯이 남의 나라 유적도 소중하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국적을 떠나 이건 인류의 재산이니까.
이곳 아유타야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도시 전체가 유적이라....
나뒹구는 벽돌 하나도 예사로 보이지 않는다.
닭장 속이 아닌 세계문화유산에서 여유를 즐기고 계신 닭님들.
어쩌면...
걱정과 근심과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야 하는 현대인들보다
(아무 생각 없는?) 저 닭님들이 더 행복할지도 모르겠다.
잠깐의 자유시간이 있어서 종다리와 나무그늘 아래서 쉬고 있는데
왓 푸카오텅 지붕(?) 위로 새들이 엄청 날아다닌다.
그 모습이 너무 신기해서 어떡해서든 찍어보려고 사진도 많이 찍고 동영상까지 찍었는데
잘 나오지가 않는다.
이 사진만 봐서는.,
전~~~~혀 신기하지도 않을 뿐더러, 새가 있는지도 모르겠다.ㅋ
여긴 아마도... 왓 야이 차이몽콘????
가이드북에는 왓 야이 차이몽콘(Wat Yai Chaimonkhon)이라고 되어 있는데,
내가 찍어온 사진 속 표지판에는 Phra Chedi Chaimonkhon이라고 되어 있다.
둘이 같은 곳을 가리키는 말인 것 같기는 하다.
흰 대리석 와불 Wihan Phra-non이 있다.
이 와불을 지나 돌아가면 왓 야이 차이몽콘이 있다.
바닥에 떨어진 꽃이 운치를 더한다.
사원 주변에는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나무들이 많다.
사원을 그리는 젊은 예술가.
나랑 종다리가 번갈아 사진을 찍고 있으니 '사진 찍어 줄까?'라고 물었는데.
또 나의 못된 편견 때문에 거절을 했지만...
실은 순수한 의도로 물어 본 것 같았다.
코끼리 똥으로 만든 종이에 직접 그림을 그려 팔고 있었는데.
기념으로 두 장 샀다.
이곳엔 불상이 엄청 많다.
사원을 빙 둘러가며 불상이 있다.
다음 간 곳은 왓 라차부라나(Wat Ratchaburana)
건물들이 전부 부서져 있어서 맘이 짠한 곳이다.
저 아름다운 건물을 쁘랑이라고 하는 것 같은데....
전쟁에서 사망한 왕의 두 형을 기리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한다.
여유가 뚝뚝 흐르는 풍경....
하지만 조금만 고개를 돌려도 부서진 유적이 눈에 띈다.
전쟁이 있어서도 안 되겠지만,
아무리 전쟁중이라고 해도 문화적 자산을 부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이건 아유타야의 대표 유적인 왓 마하 탓(Wat Maha That)의 머리 잘린 불상.
잘린 불상의 머리가 어떻게 나무 뿌리 사이로 들어갔는지....
다시 자리를 옮겨 왓 로까이쑤타람(Wat Lokaysutharam)으로 왔다.
커다란 와불상이 있는 곳.
너무 커서 가까이 가면 전체를 찍을 수 없다.
시간이 없어서 들어가 보진 않았지만 이 사원 왓 몽콘 보핏(Wat Mongkhon Bophit)은
연인이 함께 사원에 들어가면 깨진다는 속설이 있다고 한다.
그럼 나랑 종다리는 안 들어가서 다행인 건가?
아니면 들어갔다 하더라도, 연인이 아니라서 괜찮은 건가? ㅋㅋㅋ
왓 몽콘 보핏을 지나면 바로 왓 프라 씨 싼펫(Wat Phra Si Sanphet)이 있다.
커다란 탑 세 개가 균형을 이루며 나란이 있는 모습이 예쁘다.
이 탑들의 표현에는 금이 덧씌워져 있었지만,
버마 침략 기간 동안 금을 모두 녹여버려 지금은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 일제 시대 때 전쟁 무기 만든다고
집안에 놋쇠 그릇이나 수저를 모두 수거해갔다는 것과 같은 이치일까?
좀더 안으로 들어오니 역시나 부서진 건물들...
사람들은 가이드를 따라 좀더 안쪽을 구경하러 들어갔는데,
나랑 종다리는 더위에 패닉상태다.
체면이고 뭐고 나무그들에 철퍼덕 앉아 쉬었다.
그곳에서 만난 아이들...
사생대회 중인 것 같았다.
나는 어린이대공원으로 사생대회 갔는데....
너희들은 스케일이 다르구나.....
더욱 놀라운 건 이 더위에 긴팔을 입고 있다는 것.
우리가 너무 힘들어 하니까 가이드가 많이 덥냐고 물으면서 하는 말이....
이 정도 더위는 더위도 아니란다.
자길 보라고.
긴팔 옷을 입고도 땀도 안 흘린다고.
그러고보니, 가이드의 얼굴이 보송보송하다.
신기하다.
아주 더운 한여름이면 불어오는 바람도 너무 뜨거워서 화상을 입기도 한단다.
놀라움의 리액션을 한껏 해주며 듣기는 했지만,
그게 사실이여 과장이여?
얼른 빨리... 에어컨이 나오는 곳으로 가고 싶다.
그립다, 세븐일레븐~~~~~~~~ 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