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 꼬창에서 새벽에 응급실 실려간 이야기~
7월 22일~ 7월 30일 방콕, 꼬창 갔다왔슴니당..
여행기라기도 좀 그렇지만.. 비슷하게 써볼까 합니당. 홍홍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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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배낭 때문이었다..
작년까지는 캐리어 달달달 끌고 갔던 우리지만.. 작년 베트남 항공 타고 가던 중 한국-호치민 구간에서 멀쩡하던 캐리어가 손잡이가 똑 부러진 채, 박스 테이프로 돌돌 말고 나왔을 때... 신혼 여행 때 사은품으로 받은 우리의 캐리어와는 이제 이별을 고할 때가 되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남편님은 한술 더 떠.. 우리도 진정한 배낭족이 되어 보자며.. 나란히 배낭을 메고 가잔다. 집에 모셔 놓은 고가의 대용량 가방(등산가방!!! 주황색!!!)을 메고 간다며 나보고는 걍 집에 굴러다니는 이스트팩이나 간단히 짊어지고 다니란다... 머 콜이다...
그런데 막상 가방을 꺼내보니 생각보다 작다.-ㅂ- 여행 가방 막바지 싸기로 유명한 우리가 이 사실을 알아챘을 때는.. 이미.. 여행 전날 아침..
남편님은 비장하게... 우리의 애견님을 맡기면서 시동생의 가방을 털어오겠다고 한다. 아.. 싫다.. 색깔만 다른 세트다 ㅠㅠ 남들이 커플인줄 알면 어떡하냐고 ㅠㅠ.. 이런 식으로 티내는 거 싫다 말이다.
아무튼.. 러블리 커플배낭 모드로 가방을 싼다. 꽉 찬다. 빈 공간에 컵라면을 쑤셔넣은 덕분이다. 쬐끄만 번호자물쇠로 마무리한다. 각자 평소에 들고 다닐 보조가방도 하나씩 챙긴다.
문제는.. 밤 9시 20분 비행기를 타기 위해.. 남편님께서 집에 초쿰 일찍 오겠다고 했는데.. (이날 남푠님 출근..) 어찌저찌 하여 제시간에 퇴근해야 한단다. 6시!. 그 시간이면 출발해야지 말입니다.. 그래서.. 내가 친히 배낭을 앞뒤로 메고 남편 회사 근처로 가기로 한다.
여기서 나의 외모를 밝히자면... (부끄) .. 키는 160 정도에.. 날씬~~하면 좋겠지만.. 걍 빼빼 말랐...다. 배낭을 앞뒤로 메고 가방 두개를 양손에 드니.. 무릎이 휘청거린다.. 지하철역까지 멀지 않지만 택시를 타리라 맘먹는다. 택시 안온다. 마냥 기다릴 수 없어 걍 걸어간다. 사람들이 다 쳐다본다. 완전 집나온 포스다. 찜질방 들어가도 15분 지나야 땀나오는 내가 땀이 비오듯 난다. 그래도 아줌마 깡이 있다.. 불끈 들고 무사히 접선 장소에 도착한다. 마구 미안해하는 남편에게 마구 생색낸다~
공항철도를 타고 무사히 공항에 도착했지만.. 비행기 10시로 지연.. 헐.. 아무튼 남는 시간.. 공항을 배회한다. 그런데 갑자기 큰 힘을 써서인지.. 속이 답답하고 어질어질하다. 약국 가니까 혈액이 머리로 순환이 안되네 어쩌네 소화기능이 발휘를 못하네 하시면서 거금 1만원 어치 약을 주신다. 소화제, 소화제(액체), B12라는 앰플.. 이 그 구성요소이다. 그래도 여행은 즐겁게 하고 싶길래 평소 같으면 안 먹을 거금 약을 냉큼 먹는다. (요거 먹고 비행 시간 내내 기내식도 못먹고 쿨쿨 잔다. ) 소화제 아니고 수면제 아니었을까?
나는 평소에 소화기능이 약하므로 내게는 가끔 있는 증상이다. 비행기에서 푹 자니 다행히 좀 나아졌다. ^^V
방콕 도착 후 2박을 한 후..꼬창을 간다.(급속한 전개.. 방콕 도착 후 카오산 근처 돌아다니면서 남들 하는 거 함~) 숙소는 호텔정보와 G.H. 정보에 올렸으니 패쑤~
꼬창에서 라마야나 2박 카차 2박을 계획하고 간다. 봐서 하루 더 꼬창에 있던가 방콕으로 돌아와 칸차나부리 트래킹을 가보자 계획을 해보았다.
사건 전날,
1. 라마야나에서 조식 뷔페로 먹고, 체크아웃하고 카차로 체크인.
2. 농부아에서 점심으로 치킨볶음밥과 망고주스를 먹음.
3. 수영장에서 하이네켄, 감자칩을 먹음. 바다와 수영장에서 놈.
4. 저녁에 비가 와서 북쪽으로 구경을 갔다가 Jinda에서 새우와 가리비를 구워 창비어와 맛있게 먹음.
5. 돌아오다가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바람에 맥 호텔 처마에서 비를 피하다 맥 맛싸에서 맛사지를 받고 차를 마심.
6. 비오는데 수영장 정자에서 세븐일레븐에서 사온 하이네켄과 타로를 먹음.
7. 빗소리를 들으면서 기분좋게 꿈나라로.....
사건 당일날..
복통에 잠이 깨서 시계를 보니 새벽 3시 50분... 체했나 싶어 비상약으로 챙겨간 소화제를 먹고 다시 자려고 하지만.. 복통이 심상치 않다. 고통이 위에 해일처럼 훅~하니 들어와서 쏴~ 빠져 나간다. 위경련인가 싶어 (예전에 위경련 난 적이 있음. ) 진경제를 찾아보지만.. 비상약을 챙기다 유통기한이 지나 버리고 온 기억이 났다. 아파하는 소리에 남편이 깨어 배도 쓸어주고 손도 눌러준다. 남편님이 리셉션에도 가보지만 아무도 없다고 한다. 불러도 안 나온다고 한다. 리셉션으로 전화를 걸어도 안받는다.
그러는 사이에 고통의 주기가 점점 빨라진다. 위에 계속 복통이 있다고 하니까 겔**류의 약을 먹으라고 준다. 이 고통이 줄기를 바라며 먹는다. 그리고...
고통과 함께.. 구토감이 밀려온다. 화장실에 가서 토하니 물만 나온다. 약을 그렇게 토하고 좀 지나자.. 이제 구토의 친구, 설사가 시작된다.
그러면서 주기적으로 고통은 오고 급기야 데굴데굴 구르고 내 입에서는 저절로 엄마 소리가 난다. 시간은 어느새 6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남편에게 이 나라는 911같은 거 없냐며 호소한다. 당황한 남편은 리셉션으로 또 뛰어간다. 그리고는 돌아와서 병원에 가자고 한다. 리셉션에 얘기하니 24시 병원이 있다고 한다.
(여기서 급질문 : 태국에도 119같은 서비스 있나요?)
아, 라마야나에서 카차로 오던 도중 화이트 샌드 비치 남쪽 쯤에 있던 병원이 떠오른다. 거긴가 보다. 리조트의 리무진 서비스(인당 100밧)를 이용해 병원으로 간다. (그 와중에서 리조트에서 이동비용에 대해 확실히 설명해줌 ㅋ)
그 때의 몰골은..
나 : 땀과, 눈물이 범벅이 된 떡진 머리에.. 입고 자던 티셔츠에 손닿는 대로 줏어입은 스커트.. 에 추워서 입은 가디건에 남편 슬리퍼
남편 : 자다 일어나 한쪽이 누운 머리에 하필이면 빨래감 모아놓은 지퍼백에서 꺼내입은 냄새나는 티셔츠와 반바지..
병원으로 들어가니 남자 간호사(로 보이는 사람)와 여자 간호사가 대뜸 중국에서 왔냐고 물어본다.. 아뇨, 까올리요~
증상을 물어보고, 복통, 구토, 설사라고 알려주고..
약물 알러지 있냐고 해서 없다고 하고..
고통이 너무 심하다고 하니 안에 들어가 누우란다. 진찰실 내지는 처치실로 보이는 내부에는 병원 금속 침대가 가운데 덩그러니 있고 주변에 약품 선반이 있다.
무슨 정신으로 병원을 가고 대답을 했는지 모르겠다. 내가 누워있는 동안 밖에서는 남편에게 병원 비용에 대한 안내를 해주고 있었다.
아무튼.. 젊은 남자 의사가 와서 언제부터인지 증상과 알러지와 임신 여부를 묻고 배를 여기 저기 꾹꾹 누른다. 다 아프다.!!!!!!!!!!
일단 피를 빼서 검사를 하고, 페인 킬러를 놔주겠다고 한다. 30분쯤 걸린다고 한다. 간호사가 와서 오른쪽 팔, 팔꿈치 앞쪽 혈관이 잘 보이는 곳에 바늘을 찌른다. 바늘로 찌르는 것 따위 아프지 않다. 피를 빼고.. 페인 킬러라며 주사를 놔준다.
정말..
감쪽같이..
고통이..
사라진다..
아...
살 거 같다............
처치를 받는 동안 남편님이 옆에 있었는데 놀라운 얘기를 해준다. 의사를 만나는 데만.. 4천밧이란다. 결연한 표정으로 약값이랑 다 합하면... 꽤 나오겠어.... 라면서.. 그래도 네가 안 아픈 게 더 중요하지.. 라고 한다.. (속으로 정말 어떤 게 나은지 저울질해 본 거 아냐???ㅋㅋㅋ)
그리고 결과가 나왔다. 의사가 와서 박테리아성 어쩌구 한다.. 세균성 위장염?? 그럼 식중독???? -ㅅ-
그러면서 여자 간호사에게 처방을 해준다. 여자 간호사가 와서 30분이면 다 맞는 링겔로 약을 넣어줄 거고.. 3일 동안 한알씩 먹는 약.. 하루 세번 식후에 먹으라고 한다. 고통도 없어지고 제반 증상도 다 없어질 거란다. 그리고 물에 타먹는 오렌지맛 가루 세봉지.. 한봉지는 친절하게 물병에 타주었다. 물처럼 계속 마시란다. (수분 보충제 같은 게 아닐까 생각..) 노 씨푸드~, 노 커피~ 노 알콜에... 당분간 죽처럼 소화 잘 되는 것만 먹으란다.. 그럼 괜찮아질 거란다... 설사는 나쁜 균이 빠져나가는 거니 괜찮은 현상이라면서 음식을 계속 먹고 수분 보충도 해주라 한다. 과일은 먹어도 괜찮단다. 그럼 죽은 언제까지 먹어요?라고 묻자 제반 증상이 멈추면.. 노말푸드를 먹어도 된단다..
남편이 정말 식중독이냐며 음식도 물도 같이 먹었는데 왜 나만 아프냐고 하니까 body가 다 different해서란다.
위기상황이 오니까 못하는 영어도 술술 나오고 잘 알아듣겠다.. 언빌리버블..ㅋㅋ
그렇게 나는 링겔을 맞고.. 남편은.. 진찰비 청구서를 받았다..
9,239밧!! 923밧이 아니라..
9,239밧!!!!!!
지갑엔 달랑 4천밧 정도 있을 뿐이고..
카드는 안전금고에 놓고 왔을 뿐이고..
그래서 내가 링겔맞는 동안.. 남편님이 앰블런스 타고 리조트를 다녀오는 현상이 ㅋㅋㅋ
그래도 우리가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1. 해외여행자 보험을 그것도 질병의료비 100% 지불해주는 보험을 들어왔고..
2. 혹시나 해서.. 해외사용이 가능한 카드를 2장 가져온 것.
3. 제대로 된 처방을 해주고, 팔의 혈관에 양쪽 ㅠㅠ 주사와 링겔을 꽂는데 한번에 모두 성공!!
갔던 병원은 Bangkok Trat Hospital이다. 방콕 병원의 뜨랏점 정도 되는 것 같다. 보험 들고 왔다니까 필요한 모든 서류를 잘 챙겨줬다. 야무지고 예쁜 간호사 언니... 알아듣기 쉽게 설명도 잘 해주고, 혈관 주사도 잘 찌르고, 일처리도 잘한다. ^^
병원문을 나서는 우리에게 그래도 아프면 또 오란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리고 ... 이 모든 폭풍같은 시간이 지나고 리조트로 돌아오니 7시다..
우린 걍 쓰러져 잤다.. ㅋㅋㅋ
남편님이 머라도 먹어야 한다며 9시에 깨워서 조식뷔페식당을 갔는데 죽이 없다 ㅠㅠ
자리도 없다. 입맛도 없다.
그래도 살아야겠다는 일념으로 밥에 물을 말아 꼭꼭 씹어먹고 과일도 먹는다.
그리고 룸에 돌아오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사이에 방을 치워놨다..!! 완전 난장판이었는데 ㅠㅠ설마 이 시간에 청소를 할 줄은 ㅠㅠ
다행히 그 날 오후부터 모든 증상이 없어지고 복통도 생기지 않았다. 그래도 음식도 잘 익은 것으로 소화 잘 되는 것으로 골라 먹고 조심을 했다. 다만 기력이 쇠해.. 깐차나부리는 무리라고 판단, 카차에서 1박을 더 하고 원없이.... 꼬창의 해변을 볼 수 있었다.
아파서 자겠다고 하니 혼자 수영장에서 놀다가 들어와 좋은 자리 맡아놨다며 수영복 입고 누워서 자라는 우리 남편님... 덕분에 웃기도 하고 정말로 수영장에서 썬탠하면서 책도 보고 음악도 듣고 잘 잤다.. 한번씩 우리 남편님 수영장에서 잘 놀고 있나 확인도 하면서 말이다.
여행에서 무사히 돌아오고.. 지금은 그 때 이야기를 하며 웃지만.. 그 때는 정말 .. 아찔했었다..
남편이랑 도대체 원인이 무엇이었을까? 얘기를 해봤다. 정황상 저녁에 먹은 새우랑 가리비가 젤 의심스럽긴 하지만.. 정말 잘 구워졌고 개코인 나도 이상한 냄새나 맛은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 우리는 같은 음식을 먹었고.. 같은 물을 마셨는데 왜 나만.. 배탈이 났던 것일까? 수영장 물 좀 먹어서 그런가 =ㅂ= 참.. 미스테리합니다.~~
출발때부터.. 가방 들고 무리를 한 탓에 위장 기능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에서 잘 못 받아들였나부다..
그러니까..
결국...
이 모든 것은...
배낭 때문이었다. ^^
* 오늘의 교훈 : 여행자 보험은 들고 다니자~ (보장 내역은 꼼꼼히 확인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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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녀와서 8월 2일에 보험금 청구를 했고, 8월 6일 오늘 지급되었다는 문자 한통 받았습니다.(보험금 청구는 2년 이내에) 제가 의료비 실비 보험을 다른 보험사에(여행자 보험 아님)에서도 들어놓은 것이 있어서 이 부분 제외하고 지급이 됐구요.. 이 보험사에 또 신청을 해서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손해보험 의료비 실비라 그렇다고 해요.
저는 태국 다섯번째지만.. 이렇게 아픈 건 처음입니다. 3년 전 푸켓에 스카이스타를 타고 가면서 시골버스처럼 덜컹거릴때 아~~ 보험들고 오길 잘했구나.. 라고 처음 생각했었죠.. 그 때 이후로 보험 덕 본다고 생각한 것은 처음입니다. 저는 모든 해외여행은 보험을 들고 갔구요. 보험금은 30대 중반 1인당 1만원 안쪽입니다. 보험금을 받을 만한 상황이 생기지 않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위기 상황에도 너무 당황하지 않고 믿을 만한 구석이 있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아요. ^^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장치^^
여행기라기도 좀 그렇지만.. 비슷하게 써볼까 합니당. 홍홍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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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배낭 때문이었다..
작년까지는 캐리어 달달달 끌고 갔던 우리지만.. 작년 베트남 항공 타고 가던 중 한국-호치민 구간에서 멀쩡하던 캐리어가 손잡이가 똑 부러진 채, 박스 테이프로 돌돌 말고 나왔을 때... 신혼 여행 때 사은품으로 받은 우리의 캐리어와는 이제 이별을 고할 때가 되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남편님은 한술 더 떠.. 우리도 진정한 배낭족이 되어 보자며.. 나란히 배낭을 메고 가잔다. 집에 모셔 놓은 고가의 대용량 가방(등산가방!!! 주황색!!!)을 메고 간다며 나보고는 걍 집에 굴러다니는 이스트팩이나 간단히 짊어지고 다니란다... 머 콜이다...
그런데 막상 가방을 꺼내보니 생각보다 작다.-ㅂ- 여행 가방 막바지 싸기로 유명한 우리가 이 사실을 알아챘을 때는.. 이미.. 여행 전날 아침..
남편님은 비장하게... 우리의 애견님을 맡기면서 시동생의 가방을 털어오겠다고 한다. 아.. 싫다.. 색깔만 다른 세트다 ㅠㅠ 남들이 커플인줄 알면 어떡하냐고 ㅠㅠ.. 이런 식으로 티내는 거 싫다 말이다.
아무튼.. 러블리 커플배낭 모드로 가방을 싼다. 꽉 찬다. 빈 공간에 컵라면을 쑤셔넣은 덕분이다. 쬐끄만 번호자물쇠로 마무리한다. 각자 평소에 들고 다닐 보조가방도 하나씩 챙긴다.
문제는.. 밤 9시 20분 비행기를 타기 위해.. 남편님께서 집에 초쿰 일찍 오겠다고 했는데.. (이날 남푠님 출근..) 어찌저찌 하여 제시간에 퇴근해야 한단다. 6시!. 그 시간이면 출발해야지 말입니다.. 그래서.. 내가 친히 배낭을 앞뒤로 메고 남편 회사 근처로 가기로 한다.
여기서 나의 외모를 밝히자면... (부끄) .. 키는 160 정도에.. 날씬~~하면 좋겠지만.. 걍 빼빼 말랐...다. 배낭을 앞뒤로 메고 가방 두개를 양손에 드니.. 무릎이 휘청거린다.. 지하철역까지 멀지 않지만 택시를 타리라 맘먹는다. 택시 안온다. 마냥 기다릴 수 없어 걍 걸어간다. 사람들이 다 쳐다본다. 완전 집나온 포스다. 찜질방 들어가도 15분 지나야 땀나오는 내가 땀이 비오듯 난다. 그래도 아줌마 깡이 있다.. 불끈 들고 무사히 접선 장소에 도착한다. 마구 미안해하는 남편에게 마구 생색낸다~
공항철도를 타고 무사히 공항에 도착했지만.. 비행기 10시로 지연.. 헐.. 아무튼 남는 시간.. 공항을 배회한다. 그런데 갑자기 큰 힘을 써서인지.. 속이 답답하고 어질어질하다. 약국 가니까 혈액이 머리로 순환이 안되네 어쩌네 소화기능이 발휘를 못하네 하시면서 거금 1만원 어치 약을 주신다. 소화제, 소화제(액체), B12라는 앰플.. 이 그 구성요소이다. 그래도 여행은 즐겁게 하고 싶길래 평소 같으면 안 먹을 거금 약을 냉큼 먹는다. (요거 먹고 비행 시간 내내 기내식도 못먹고 쿨쿨 잔다. ) 소화제 아니고 수면제 아니었을까?
나는 평소에 소화기능이 약하므로 내게는 가끔 있는 증상이다. 비행기에서 푹 자니 다행히 좀 나아졌다. ^^V
방콕 도착 후 2박을 한 후..꼬창을 간다.(급속한 전개.. 방콕 도착 후 카오산 근처 돌아다니면서 남들 하는 거 함~) 숙소는 호텔정보와 G.H. 정보에 올렸으니 패쑤~
꼬창에서 라마야나 2박 카차 2박을 계획하고 간다. 봐서 하루 더 꼬창에 있던가 방콕으로 돌아와 칸차나부리 트래킹을 가보자 계획을 해보았다.
사건 전날,
1. 라마야나에서 조식 뷔페로 먹고, 체크아웃하고 카차로 체크인.
2. 농부아에서 점심으로 치킨볶음밥과 망고주스를 먹음.
3. 수영장에서 하이네켄, 감자칩을 먹음. 바다와 수영장에서 놈.
4. 저녁에 비가 와서 북쪽으로 구경을 갔다가 Jinda에서 새우와 가리비를 구워 창비어와 맛있게 먹음.
5. 돌아오다가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바람에 맥 호텔 처마에서 비를 피하다 맥 맛싸에서 맛사지를 받고 차를 마심.
6. 비오는데 수영장 정자에서 세븐일레븐에서 사온 하이네켄과 타로를 먹음.
7. 빗소리를 들으면서 기분좋게 꿈나라로.....
사건 당일날..
복통에 잠이 깨서 시계를 보니 새벽 3시 50분... 체했나 싶어 비상약으로 챙겨간 소화제를 먹고 다시 자려고 하지만.. 복통이 심상치 않다. 고통이 위에 해일처럼 훅~하니 들어와서 쏴~ 빠져 나간다. 위경련인가 싶어 (예전에 위경련 난 적이 있음. ) 진경제를 찾아보지만.. 비상약을 챙기다 유통기한이 지나 버리고 온 기억이 났다. 아파하는 소리에 남편이 깨어 배도 쓸어주고 손도 눌러준다. 남편님이 리셉션에도 가보지만 아무도 없다고 한다. 불러도 안 나온다고 한다. 리셉션으로 전화를 걸어도 안받는다.
그러는 사이에 고통의 주기가 점점 빨라진다. 위에 계속 복통이 있다고 하니까 겔**류의 약을 먹으라고 준다. 이 고통이 줄기를 바라며 먹는다. 그리고...
고통과 함께.. 구토감이 밀려온다. 화장실에 가서 토하니 물만 나온다. 약을 그렇게 토하고 좀 지나자.. 이제 구토의 친구, 설사가 시작된다.
그러면서 주기적으로 고통은 오고 급기야 데굴데굴 구르고 내 입에서는 저절로 엄마 소리가 난다. 시간은 어느새 6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남편에게 이 나라는 911같은 거 없냐며 호소한다. 당황한 남편은 리셉션으로 또 뛰어간다. 그리고는 돌아와서 병원에 가자고 한다. 리셉션에 얘기하니 24시 병원이 있다고 한다.
(여기서 급질문 : 태국에도 119같은 서비스 있나요?)
아, 라마야나에서 카차로 오던 도중 화이트 샌드 비치 남쪽 쯤에 있던 병원이 떠오른다. 거긴가 보다. 리조트의 리무진 서비스(인당 100밧)를 이용해 병원으로 간다. (그 와중에서 리조트에서 이동비용에 대해 확실히 설명해줌 ㅋ)
그 때의 몰골은..
나 : 땀과, 눈물이 범벅이 된 떡진 머리에.. 입고 자던 티셔츠에 손닿는 대로 줏어입은 스커트.. 에 추워서 입은 가디건에 남편 슬리퍼
남편 : 자다 일어나 한쪽이 누운 머리에 하필이면 빨래감 모아놓은 지퍼백에서 꺼내입은 냄새나는 티셔츠와 반바지..
병원으로 들어가니 남자 간호사(로 보이는 사람)와 여자 간호사가 대뜸 중국에서 왔냐고 물어본다.. 아뇨, 까올리요~
증상을 물어보고, 복통, 구토, 설사라고 알려주고..
약물 알러지 있냐고 해서 없다고 하고..
고통이 너무 심하다고 하니 안에 들어가 누우란다. 진찰실 내지는 처치실로 보이는 내부에는 병원 금속 침대가 가운데 덩그러니 있고 주변에 약품 선반이 있다.
무슨 정신으로 병원을 가고 대답을 했는지 모르겠다. 내가 누워있는 동안 밖에서는 남편에게 병원 비용에 대한 안내를 해주고 있었다.
아무튼.. 젊은 남자 의사가 와서 언제부터인지 증상과 알러지와 임신 여부를 묻고 배를 여기 저기 꾹꾹 누른다. 다 아프다.!!!!!!!!!!
일단 피를 빼서 검사를 하고, 페인 킬러를 놔주겠다고 한다. 30분쯤 걸린다고 한다. 간호사가 와서 오른쪽 팔, 팔꿈치 앞쪽 혈관이 잘 보이는 곳에 바늘을 찌른다. 바늘로 찌르는 것 따위 아프지 않다. 피를 빼고.. 페인 킬러라며 주사를 놔준다.
정말..
감쪽같이..
고통이..
사라진다..
아...
살 거 같다............
처치를 받는 동안 남편님이 옆에 있었는데 놀라운 얘기를 해준다. 의사를 만나는 데만.. 4천밧이란다. 결연한 표정으로 약값이랑 다 합하면... 꽤 나오겠어.... 라면서.. 그래도 네가 안 아픈 게 더 중요하지.. 라고 한다.. (속으로 정말 어떤 게 나은지 저울질해 본 거 아냐???ㅋㅋㅋ)
그리고 결과가 나왔다. 의사가 와서 박테리아성 어쩌구 한다.. 세균성 위장염?? 그럼 식중독???? -ㅅ-
그러면서 여자 간호사에게 처방을 해준다. 여자 간호사가 와서 30분이면 다 맞는 링겔로 약을 넣어줄 거고.. 3일 동안 한알씩 먹는 약.. 하루 세번 식후에 먹으라고 한다. 고통도 없어지고 제반 증상도 다 없어질 거란다. 그리고 물에 타먹는 오렌지맛 가루 세봉지.. 한봉지는 친절하게 물병에 타주었다. 물처럼 계속 마시란다. (수분 보충제 같은 게 아닐까 생각..) 노 씨푸드~, 노 커피~ 노 알콜에... 당분간 죽처럼 소화 잘 되는 것만 먹으란다.. 그럼 괜찮아질 거란다... 설사는 나쁜 균이 빠져나가는 거니 괜찮은 현상이라면서 음식을 계속 먹고 수분 보충도 해주라 한다. 과일은 먹어도 괜찮단다. 그럼 죽은 언제까지 먹어요?라고 묻자 제반 증상이 멈추면.. 노말푸드를 먹어도 된단다..
남편이 정말 식중독이냐며 음식도 물도 같이 먹었는데 왜 나만 아프냐고 하니까 body가 다 different해서란다.
위기상황이 오니까 못하는 영어도 술술 나오고 잘 알아듣겠다.. 언빌리버블..ㅋㅋ
그렇게 나는 링겔을 맞고.. 남편은.. 진찰비 청구서를 받았다..
9,239밧!! 923밧이 아니라..
9,239밧!!!!!!
지갑엔 달랑 4천밧 정도 있을 뿐이고..
카드는 안전금고에 놓고 왔을 뿐이고..
그래서 내가 링겔맞는 동안.. 남편님이 앰블런스 타고 리조트를 다녀오는 현상이 ㅋㅋㅋ
그래도 우리가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1. 해외여행자 보험을 그것도 질병의료비 100% 지불해주는 보험을 들어왔고..
2. 혹시나 해서.. 해외사용이 가능한 카드를 2장 가져온 것.
3. 제대로 된 처방을 해주고, 팔의 혈관에 양쪽 ㅠㅠ 주사와 링겔을 꽂는데 한번에 모두 성공!!
갔던 병원은 Bangkok Trat Hospital이다. 방콕 병원의 뜨랏점 정도 되는 것 같다. 보험 들고 왔다니까 필요한 모든 서류를 잘 챙겨줬다. 야무지고 예쁜 간호사 언니... 알아듣기 쉽게 설명도 잘 해주고, 혈관 주사도 잘 찌르고, 일처리도 잘한다. ^^
병원문을 나서는 우리에게 그래도 아프면 또 오란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리고 ... 이 모든 폭풍같은 시간이 지나고 리조트로 돌아오니 7시다..
우린 걍 쓰러져 잤다.. ㅋㅋㅋ
남편님이 머라도 먹어야 한다며 9시에 깨워서 조식뷔페식당을 갔는데 죽이 없다 ㅠㅠ
자리도 없다. 입맛도 없다.
그래도 살아야겠다는 일념으로 밥에 물을 말아 꼭꼭 씹어먹고 과일도 먹는다.
그리고 룸에 돌아오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사이에 방을 치워놨다..!! 완전 난장판이었는데 ㅠㅠ설마 이 시간에 청소를 할 줄은 ㅠㅠ
다행히 그 날 오후부터 모든 증상이 없어지고 복통도 생기지 않았다. 그래도 음식도 잘 익은 것으로 소화 잘 되는 것으로 골라 먹고 조심을 했다. 다만 기력이 쇠해.. 깐차나부리는 무리라고 판단, 카차에서 1박을 더 하고 원없이.... 꼬창의 해변을 볼 수 있었다.
아파서 자겠다고 하니 혼자 수영장에서 놀다가 들어와 좋은 자리 맡아놨다며 수영복 입고 누워서 자라는 우리 남편님... 덕분에 웃기도 하고 정말로 수영장에서 썬탠하면서 책도 보고 음악도 듣고 잘 잤다.. 한번씩 우리 남편님 수영장에서 잘 놀고 있나 확인도 하면서 말이다.
여행에서 무사히 돌아오고.. 지금은 그 때 이야기를 하며 웃지만.. 그 때는 정말 .. 아찔했었다..
남편이랑 도대체 원인이 무엇이었을까? 얘기를 해봤다. 정황상 저녁에 먹은 새우랑 가리비가 젤 의심스럽긴 하지만.. 정말 잘 구워졌고 개코인 나도 이상한 냄새나 맛은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 우리는 같은 음식을 먹었고.. 같은 물을 마셨는데 왜 나만.. 배탈이 났던 것일까? 수영장 물 좀 먹어서 그런가 =ㅂ= 참.. 미스테리합니다.~~
출발때부터.. 가방 들고 무리를 한 탓에 위장 기능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에서 잘 못 받아들였나부다..
그러니까..
결국...
이 모든 것은...
배낭 때문이었다. ^^
* 오늘의 교훈 : 여행자 보험은 들고 다니자~ (보장 내역은 꼼꼼히 확인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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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녀와서 8월 2일에 보험금 청구를 했고, 8월 6일 오늘 지급되었다는 문자 한통 받았습니다.(보험금 청구는 2년 이내에) 제가 의료비 실비 보험을 다른 보험사에(여행자 보험 아님)에서도 들어놓은 것이 있어서 이 부분 제외하고 지급이 됐구요.. 이 보험사에 또 신청을 해서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손해보험 의료비 실비라 그렇다고 해요.
저는 태국 다섯번째지만.. 이렇게 아픈 건 처음입니다. 3년 전 푸켓에 스카이스타를 타고 가면서 시골버스처럼 덜컹거릴때 아~~ 보험들고 오길 잘했구나.. 라고 처음 생각했었죠.. 그 때 이후로 보험 덕 본다고 생각한 것은 처음입니다. 저는 모든 해외여행은 보험을 들고 갔구요. 보험금은 30대 중반 1인당 1만원 안쪽입니다. 보험금을 받을 만한 상황이 생기지 않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위기 상황에도 너무 당황하지 않고 믿을 만한 구석이 있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아요. ^^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장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