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 또다시 걷는다. -3
7. 푸켓에서 치앙마이로
2010년 7월 20일.
오랜 친구같은 ata와 jay군과도 작별할 시간이 다가왔다. 몇일간, 생업도 포기하고 곁을 지켜준 jay군과, 이해심 많고 착한데다, 이쁘고 귀엽기까지 한 ata양과 마지막 한나절을 보낸다.
1년하고도 6개월이 지나서 얼굴을 보게 되었지만, 하나도 어색하지 않았던 것은, 곧 다시 만날거라는 막연한 믿음이었다고 생각하기에, 그렇게 헤어지는 길이 아쉽지는 않았다.
치앙마이로 가는 airasia를 탄다. 저가항공의 이름을 갖고있는 별로 안 저가인 항공사... 뭐 그래도 별 대안이 없으니...
4박5일간의 짧은 푸켓여행을 뒤로 하고 비행기는 천천히 활주로를 달린다.
몇일간, 꽤 많이 불편했을텐데도 늘 웃으며 함께해준 ata와 jay군이 무척 고맙다.
그래도, 담달에 올 소녀시대 아가들 맞이하려고 바쁘면서도 즐거울 그들이 살짝 부럽기도 하다. (실은 소녀시대 아가들... 얼굴이랑 이름이 여전히 매칭이 안된다. 심지어 갸들이 몇 명인지도.....)
airasia는 참 특이한 항공사이다. 여러 구간의 노선을 빡빡한 스케줄로 운항하다 보니 시간대를 못맞추는 일이 허다하다. 그래도 요즘 느끼는건... 좀 좋은쪽으로 못맞춘다는거지. 예정 출발시간 10분전에 출발해서 예정 도착시간 30분전에 도착했다. 뭐... 하늘에서 졸라 밟았다는 얘기다.
1년 반만에 오는 치앙마이다. 그때는 건기였고... 지금은 우기, 촉촉이 내리는 빗속에 치앙마이는 예전처럼 그렇게 그대로이다.
8. 숙소로...
2009년 1월의 치앙마이는 좋고 행복한 기억과 짜증나고 한편으로는 무서운 기억을 남겨주었다. 서늘하고 온화한 날씨, 곳곳에서 느껴지는 편안한 안락함. 거대도시의 느낌에 짓눌려가는 방콕과는 다른 여유있는 도시풍경들에 은퇴후의 삶을 생각해 볼 기회를 얻었고, 숙소에 든 도둑 때문에 금전적 실망과 더불어 겉과 속이 다르게 느껴지던 그 게스트 하우스 스탭들의 모습에 진저리를 치게 만들었던....
그때의 기억이 너무 강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숙소는 게스트하우스가 아닌 호텔로 잡기로 미리 결정하고, 이후의 여정을 함께 할 친구와 몇몇 숙소들을 검색해 보았다. 그중 낙점된 숙소는 Raming Lodge Hotel. 타페게이트에서 걸어서 5분... 넉넉히 10분이면 닿을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있으며, Night Bazar와도 가까운 지리적인 잇점이 무엇보다 크게 다가왔고, 외국 사이트에 있는 여러 호평들이 주저없이 이곳을 선택하게 도움을 주었다.
공항에서 짐을 찾고, 숙소까지 택시를 타고 간다. 치앙마이가 원체 작은 도시이기도 하고, 도착시간이 늦은 저녁이라 그런지 숙소에 금방 도착한다. 도착하니, 이후의 여행을 함께 할 동료가 반갑게 맞아준다. 첫 인상은 깔끔하고 조용한 호텔... ㄷ자 형태로 지어져 있고, 중정공간은 다소 좁지만 테이블과 나무들로 꽤 풍부한 느낌을 주는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총 6층으로 되어있으며, 1층은 식당/사무실/기념품점/인터넷공간 등등이고, 2~5층은 숙소, 6층은 마사지를 받을 수 있는 마사지샵/스파로 되어있다.
동네한바퀴 할까 하다가, 몇일간 푸켓에서 은근히 체력을 소비했음인지 그냥 잠을 청한다.
9. 근데 왜 또 치앙마이였을까?
1년하고도 반년이 더 지나서 치앙마이로 다시 돌아오게 이끈 것은, 주변의 멋진 풍광도 아니고, 몇시간이면 갈 수 있다는 빠이의 골목길도 아니고, 지난 겨울에 느꼈던 멋진 날씨도 아니었다. 알 수 없는 고즈넉함... 이런 것에 취해 있던 나를 발견한건, 지난 여행을 마치고 한참이나 지난 후였다. 다른 사람들처럼 이곳저곳 많이 다녀보지는 못했으나, 각 여행지별로 소중한 기억 한두개는 마음속에 담아왔고, 그것들이 다시 발길을 이끌기도 했지만, 치앙마이는 특별한 기억을 남겨두지는 않았던듯 싶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서 알게 되었지만, 치앙마이는 치앙마이 자체로 특별한 기억이었나보다.
이번 치앙마이는.... 원래는 빠이쪽을 다녀와 볼까 하는 계획을 했었다. 뭔가 색다르고, 조용하고, 숨어있는 활력이 있는 곳이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였고, 작년 라오스 여행때 만났던 친구들이 다들 빠이를 너무 아름답고 기억나는 곳이라고 칭찬들을 하였기에, 솔깃한 마음이 들었더랬다. 그래서, 치앙마이에서 차를 렌트해서, 천천히 빠이도 가보고, 시간되면 매홍손쪽도 돌아보고 하려고도 했었다. 이것 때문에 국제면허증도 발급받았지만...
그런데, 갑자기 바보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10년넘게... 회사에서 앞만보고 뛰어왔는데, 그 버릇을 아직도 못 버리고, 여행와서도 쉼없이 돌아다니려고 하는구나.... 스스로 한심했다.
과감히, 빠이쪽은 제외하자고 결정했다. 인생은 길고.... 빠이가 어디로 도망갈것도 아닌데, 나중에 다시 와서 몇일이고 한달이고 묵으면서 느끼면 될거라고.. 시간이 지나면, 지금의 빠이가 주는 모습과 매력들이 사라질 지도 모르지만, 그건 매력이 사라지는게 아니라, 새로운 매력으로 바뀌는 것일거라고 그렇게 믿는다.
20일부터 26일까지.. 그렇게 일주일의 시간이 치앙마이에 그대로 남았다.
10. 치앙마이 숙소 이야기
2008년 12월 23일부터 2009년 1월 22일까지 한달간 방콕 - 라오스 방비앵 - 방콕 - 치앙마이 - 방콕 코스의 여행을 했었다. 월급 안받아도 좋으니 좀 쉬겠다고.... 그렇게 떠났던 여행이었다.
그 여행중에, 두 번의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사고가 있었으니, 그중 하나는 방비엥에서 카메라/렌즈/노트북/mp3들을 홀랑 도둑맞은 일이고(거의 8~900만원어치의 물건들이었다.), 두 번째는 치앙마이 게스트하우스에서 자는도중 도둑이 들었던 일이다.
타페게이트 인근에 있는... 꽤 깔끔하고 시설좋고 친절했던 게스트하우스였는데, 그 당시 일본 엔화의 강세로 부유해 보이는 일본인들이 꽤 많았나보다. 우리 일행을 돈 많은 일본인으로 알았는지, 몇일간의 관찰 끝에 우리가 묵고있던 숙소가 털린 일이 있었다.
아침에 추워서 깨어났는데.... 욕실쪽 창문이 열려있고, 베란다쪽 창문도 열려있고... 베란다쪽에는 지갑안에 있던 카드등 잡다한것들이 널려있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던거다.
바로 프론트에 연락하고, 경찰에 신고하고... 피해물품 확인하고.... 다행히도, 테이블 위에 있는 지갑만 도난당했지만, (지갑 옆에 있던 시계.... 아주아주아주 비싼거였는데 다행이 그대로 있었다.) 만일 도둑이 아니라 강도였다면, 도둑이 들어왔을때 혹시나 깨어났더라면, 그러다가 어디 다치기라도 했다면.. 하는 생각이 들고나니 무섭더라.
처음 있는 일이라고, 나름대로 성심성의껏 일처리를 도와주는듯 하던 호텔 스탭들도, 예약된 비행기를 연장할 수 없어서, 일단 방콕에서 전화로 처리방법이나 보상방법을 찾아보자 해 놓고서, 막상 방콕에서 전화하니 자기들이 해줄 수 있는건 다 해줬다고, 어린애도 아닌데 알아서 하라는 소리나 해대고... 마지막에, 그래도 스탭들에게는 좋은 느낌이었는데 그것마져 한방에 날려주시더라.
뭐... 생길 수도 있는 일이다. 그리고, 비싼 댓가를 치렀다고 생각하지만, 또 생각해보면 그렇게 비싼 댓가도 아니다. 여행을 하면서, 그 나라의 국민들은 별로 생각지 않고, 고가의 카메라 장비들을 들고 다니면서 혹시나 위화감을 만들지는 않았는지... 저렴한 게스트하우스에 묵으면서도, 주변사람들에게 스스로 느끼지 못했던 위화감을 주지는 않았는지, 오랜시간 고민하고 반성하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