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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4인가족 짧은 방콕유람기>2

하늘소풍 7 2109

아침 5시 30분 모닝콜에 잠이 깬 나는 서둘러 가족을 깨웠다.

오늘은 현지 여행사에서 일주일 전에 미리  예약한 <깐짜나부리 일일 트레킹> 투어가 있기때문이다.

 가격은 하루 일정으로  1인당 600밧이다. 가격은 여러곳을 찾아보니 거의 같고 투어가 현지 쇼핑가게를 들르느냐,아니냐 정도가 차이가 있는것 같다. 현지에서 깐차나부리 기차값으로 100밧 + 제스 박물관 40밧이 더 들었지만 점심까지 포함된 가격이므로 합리적인 가격인것 같다.

 

 1층 호텔 레스토랑에서 급하게 아침을 식사하고 있으니 어느새 Pick Up 차량이 와서 창문을 두드린다. 식당에 다른 외국인들도 있었는데 금방 우리를 찾아내는 것을 보니 가족이 이렇게 현지 투어를 가는게 별로 없나 보다.

수쿰윗에 위치한 우리 호텔이 맨 처음 픽업 장소이고 여러곳을 둘러서 사람들을 태워 7시 10분이 넘어서야 카오산로드에 도착한 Van 차량은THARA라고 쓰린 초록색 글자가 큼지막한 게스트 하우스 맞은편에서 또 여행객들을 태우고 그제서야 깐차나부리로 출발했다.

( 카오산 근처에 숙소를 정해야 다른 현지 투어 참가시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오후에 해산 할때도 카오산로드에 세워준다)

 

졸다가 바깥구경하다가  거의 3시간이 걸려 드디어 깐차나부리에 도착했다. 처음 도착한 곳은 <깐짜나부리 연합군 묘지>앞이었다.

다른 투어 참가팀 밴들도 이미 많이 도착해있을만큼 현지투어가 발달해있는것이 타이의 장점인것 같다. 전형적인 태국인처럼 생긴 현지가이드가 등장하고 간단히 자기 소개하더니 한국말, 영어, 태국 현지어 섞어서 쓰면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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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짜나부리 가는 길에 신호때문에 잠깐 섰는데 앞 차에 말이 있었다. 마부 아저씨가

                                          이른 아침 출발했는지 말과 함께 졸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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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군 묘지를 둘러보는데 얼굴 한번 본적없는 그들의 이름,나이 소속을 보면서 가슴이 아렸다. 두 아들녀석의 엄마이기에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일처럼 다가온다. 나이를 먹어가는 모양이다.  묘비명에 새겨진 죽은 이를 위한 글귀들이 마음에 박힌다. 아이들과 한 줄씩 한줄씩 읽으면서 지나갔다. 대부분의 묘비는  20대의 어린 병사들인데 이 곳(사진속)에 묻힌 이는  마흔에 전사한 병사이다.  누군가의  아들이었으며, 남편이었으며, 아버지였을 한 보병의 묘비명. 새겨진 글처럼 영원히 그렇게 고귀하게 잠들고 기억되길 마음으로 빌었다.  묘비를 다리로 넘어다니면 관리인이 와서 야단을 치니 조심할 것!  예의없거나 무신경한 여행자들을 꾸짖는 그를 보면서 잠든 이들의 수문장이 그들을 아끼는 마음을 읽을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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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TH> 전쟁박물관 안에서 - 포로수용소를 재현한 건물인데 가혹하게 혹사당하는 연합 포로들의 모습을 마네킹으로 묘사해놓았다.  학교에서 나왔는지 한 무리의 아이들과 선생님이 지나간다. 다 지나간 자리에 한 소녀가 끝까지 앉아서 노트에 무언가를 적고있다.

진지한 아이들과는 달리, 우리 아들 둘은 이른아침부터 후덥지근한 태국의 날씨에, 사고싶은것 있으면 사라고 20밧트씩 손에 쥐어준 돈을 바로 아이스크림 가게로 달려가 바꿔버리는 맹랑한 녀석들이다. 사진찍는 줄도 모르고  아이스크림에 넋이 나가있다.  가슴으로 팍팍 느껴야 하는데 뭔가 많~~이 부족한 두 아들녀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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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쓰 박물관 안의 화장실. 40밧트의 입장료를 주고 들어왔으나 규모가 그리 있는 편은 아니고 20분정도면 볼거리가 끝난다. 윗층에는 동전, 사진기, 무기,악기,  타자기등의 골동품들이 진열되어있지만 모기에게 물린 기억밖에 없다. 지하에 있는 화장실은 5바트를 내고 들어가야하는데 생각보다 많이 깨끗하다. 대부분의 화장실에 유로 5바트정도. 짜뚜짝 시장은 3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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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더운 날이어서 시원한 코코넛 쥬스 하나씩 집어 들었다. 하나당 20바트, 아주머니가 3개사면 50바트라고 해서 3개사서 빨대꽂고 빨아댕기니, 시원함에 머리카락이 주삣 서려고 한다... 5일간 엄청나게 코코넛 쥬스를 사서 마셨는데 여기가 제일 쌌다. 꼭 사서 먹어보시길 추천!!

간단히 둘러본다고 둘러보는데 남편이 재촉한다. 돌아보니 우리가족밖에 없다. 항상 그렇다. 그룹에 속해서 무언가를 열심히 보기에는 시간의 제약이 따른다. 우리는 서둘러 나와서 <콰이강의 다리 철도>로 향했다. 제쓰 박물관을 나와서 왼쪽으로 쭈욱 내려가면 5분도 안 걸려 보이는 다리가 바로  그 유명한 <콰이강의 다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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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교복을 입은 학생 단체여행객들부터 여기가 태국인지 서양인지 구분이 안 갈만큼 엄청난 외국인 인파에 놀라며 한줄로 서서 걸어가야했던 <콰이강의 다리> 철교위.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 다리를 놓다가 억울하게 죽어갔을까 생각하니 그냥 편히 걸어가는 마음이 미안해진다.

그러나 이 뜨거운 태양아래서 태국 아저씨 몇 명이서 다리 보수 공사를 하고 있었다. 관광객들이
많아서 조금의 공간이 나면 일을 하고, 사람들이 많으면 옆으로 비켜서있기를 계속하고 있었다. 하루종일 땡볕에서 일하느라 수건으로 온 얼굴을 친친 감싼 아저씨와 눈이 마주치자 나는 급 당황해서 그냥"Hi~"하고 웃었다.( 이 상황이 그런 말 할 상황은 아닌데..) 어쨌건 무안한 나의 말에도 아저씨도 "Hi!"라고  같이 대꾸해주어서 정말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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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깐짜나부리 기차>를 타고 <남똑 역>까지 가볼 것이다. 시간은 1시간 30분이 더 걸렸던 것 같다.  모두들 들어오는 기차앞에서 똑딱이 사진기를 찰칵찰칵~~. 가이드가 4번째 칸 왼쪽편이 황금좌석이라 말해서 우리는 달려라 하니~를 연상케 할만큼 열심히 뛰어 말해준 그 자리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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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는 팬밖에 없었고, 그것도 듬성듬성이라 타고가는 내내 땀이 흘러 내렸다. 우리 뒷 좌석은 창문이 열리자 않아서 앉아있던 사람들이 10분뒤에 사라져 버렸다.
잘 확인하고 앉아야 할것 같다. 차창밖으로 바나나 나무에 바나나가 주렁주렁 열린 것을 보고 악악 소리지르던 작은 아들도 30분을 넘어가자 지쳐서 잠이 들었다....

아무것도 하지않을 자유~, 아무 말도 하지않을 자유~, 그저 광활한 들녁을 바라볼 자유를 느끼고자 하는 이들에겐 좋은 시간이 될 것 같다. (그 말은 그러고 싶지 않은 사람에겐 좀이 쑤시는 시간이란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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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역에서 기차는 서고, 사람들은 내리고 탄다. 창문에 붙어서 연신 바깥풍경을 찍어대는데 조용히 흐르는 황토 강물과, 낮은 집들, 초록의 나무들, 간혹 지나치는 오토바이와 사람들... 여행자들이 바라는 휴식의 전원풍경이다. 위의 이 아저씨가 우리 현지 가이드다. 한국말 발음이 웃겨서 계속 따라하게 되는데 왠지 능글능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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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찍을려고 얼굴을 내미니 모든 여행자들의 얼굴이 밖에 있었다. 이 광경이 더 흥미로웠다. 장대한 풍경이 있는것을 기대하지말고  이 철도에 스며들어있을 슬픈 영혼들과, 낯선 풍경에서 즐거움을 찾으면 좋을것 같다.  내릴때가 되면 기차 안에서 막 동행끼리 묶어놓고 사진을 찍던 사람들이 <짠짜나부리 Certificate>이라는 티켓같은 것을 들고 다니며 파는데 어느새 우리 얼굴들의 사진이 붙여져 코팅되어서 100밧트라고 사라고 한다... 정말 장사잘하는 사람들... 종이한장, 그것도 A4 4분의 1 크기 정도에? 안 산다고 했더니 나와 떨어져앉아 있던 남편이 이미 사버렸다. 나와 둘째가 찍힌것은 안 샀는데, 자기와 큰 아들 사진이 든 것을 이미 사버린 것이다... 이런! 큰 아들이 그걸 들고 엄마에게 자랑하러 들고 왔을때 이 사실을 안 나는 다시 물리려고 하니 안된다고 한다. 빡빡 우겨서 내 사진이 있는 것까지 해서 두장 50바트로 깎았다. 암튼 사고 치는데 선수들이다. 한번의 째려봄으로 끝을 내고 우리는 내렸다.

<다음편에 계속~> -도움이 되면 좋겠지만 이런거 첨 써봐야 그냥 봐주세요...

7 Comments
전설속의날으는까칠한닭 2010.08.13 04:06  
재미있어요...^^
하늘소풍 2010.08.13 04:41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쩡아엄마 2010.08.16 09:49  
자세하게 느낌들을 적어주셧네요~정말 잘읽고있습니다~어린아이들은 몇번씩 시차를 느끼면서 다시 그자리로 돌아가면.~엄마가 느꼇던 모든것들을 정말 새롭게 맘에 닿을겁니다~이런글들을 읽으면서 말이죠~
하늘소풍 2010.08.16 15:05  
호호!! 엄마가 느끼는 것과 아이들이 느끼는 것은 다른것 같습니다. 전쟁의 아픔을 느끼는 엄마의 감정과는 달리 전시된 기관총 기종이 뭔지 궁금해하는것이 아이들이더군요.. 눈높이의 다름을 인정하는 과정이 여행의 일부인것 같습니다.
까망짱 2010.08.17 10:57  
저희랑 가이드가 같아요...ㅎㅎㅎㅎ
바나나사줘 2010.08.27 12:20  
잘봤습니다^^
할리 2010.09.05 02:12  
저도 칸차나부리투어를 3년전에 장인,장모님과 집사람과 함께 다녀 왔는데 일본놈들이 정말 밉더라구요.  그런데,  박물관에서 웃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다니는 일본의 젊은 관광객들을 보고 있자니 정말 울화가 치밀어 오르더라구요.  사실 저는 항상 일본인들을 싫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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