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다이빙 스쿨 체험기-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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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이빙 스쿨 <압네어 토탈> 체험기-둘날

필리핀 26 2332
첫날의 실수,
즉 이퀄라이징이 잘 안 되었던 상황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강의 노트를 다시 살펴보고...
반스다이빙 베터랑 강사이신...
조희숙 강사님께 문의한 결과,
몇 가지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얻었습니다...
먼저, 이퀄라이징이 잘 안 되는 원인은 3가지랍니다...
1. 피로
2. 음주
3. 이비인후과 계통의 이상...
저는 1번이었던 것 같습니다...
꼬 사무이-꼬 팡안으로 이어지는 동안
대부분 태국 여행 초짜인 일행을 챙기느라
잠을 하루 3~4시간밖에 못 잤거든요... ㅠ.ㅠ
글구 이퀄라이징이 잘 되게 하는 방법은...
1. 얕은 물에서 확실하게 하고 들어가라...
2. 뚜...뚜...뚜... 이런 식으로 하지 말고,
뚜뚜뚜뚜... 이렇게 하라...
(이게 무슨 소린지 잘 모르시겠지만,
시범을 보면 금방 압니다... ^^;)
3. 내려가다 잘 안되면,
다시 조금 올라와라...
(고산병 적응법과 비슷하지요.)
4. 침을 삼키거나,
아래턱을 좌우로 움직여주라...


이런 원칙들을 다시 한번 숙지하고,
로드리고가 알려준 이퀄라이징 잘 되게 하는 약을
1알 먹은 뒤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이 약은 잠수하기 전날 저녁에 1알 먹고
잠수하기 1시간 전에 다시 1알을 먹습니다.)

 
프리다이빙은 헤드 퍼스트와 피트 퍼스트,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베터랑들은 헤드 퍼스트로 하는데요,
저는 첫날 2~3차례 시도하다가 잘 안 되어서
피트 퍼스트로 했습니다...
헤드 퍼스트가 어려운 이유는...
1. 이퀄라이징이 훨씬 어렵습니다...
2. 내려갈 때나 올라올 때
절대로 아래나 위를 보지 말아야 하는데,
헤드 퍼스트를 하면 습관적으로 아래,
즉 내려가는 방향을 보게 됩니다...
그게 참 잘 안 고쳐지더군요...
아래나 위를 보지 말라는 이유는,
그만큼 체력 소모와 산소 소모가 많기 때문입니다...
체력 소모와 산소 소모가 많으면,
그만큼 물속에 있는 시간이 짧아지고
그만큼 깊이 못 내려가는 것입니다...

 
*둘날의 강의 노트...
오전 9시 : 다시 영어 고문이 시작되었다...
오늘의 주 내용은 레스큐, 즉 인명구조이다...
프리다이빙을 하다보면 블랙아웃,
즉 의식불명이 종종 발생한다...
너무 깊이 내려가거나,
또는 물속에 너무 오래 있다가
산소 부족으로 생기는 현상이다...
대부분의 블랙아웃은 수면 근처에서 발생하는데,
블랙아웃 상태자의 호흡기관을
수면 위로 확보하는 게 레스큐의 주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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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는 매우 영리해서...
제 몸의 산소가 희박해지면
스스로 뇌에 위험상황임을 전달하고
수면으로 향하려는 본능이 발생한다...
그러나 간혹, 이 생체시스템에 이상이 있거나
의도적으로 신체의 명령을 거부하는
완고한 뇌구조를 가진 사람의 경우
종종 블랙아웃을 맞이한다...
경험자의 말에 의하면,
이 블랙아웃 상태는 너무나 황홀하여
일부러 이 상황으로 몰아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사실 나도 블랙아웃은 아니지만,
거의 99%에 가깝다는 느낌을
몇 번 경험하곤 했다...
10미터 이상 잠수했다가 올라올 때,
수면이 가까워지면 산소 결핍으로 인해
심한 현기증을 느끼곤 했다...
아, 이것이 블랙아웃 직전이구나...
그것은 참으로 독특하면서도 야릇한 느낌이었다...
일부러 블랙아웃을 경험한다는 이의 심정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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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1시 : 드디어 지겨운 영어 고문이 끝나고
다이빙을 위해 바다로 진출하는 시간이다...
보트에 오르기 전에 약을 다시 한 알 챙겨먹었다...
프렌취 형제들도 한 알씩 챙겨먹고 있었다...
어제는 11.4미터밖에 못 찍었는데...
오늘은 과연 몇 미터를 찍을까...
살짝 떨리는 마음으로 첫 입수...
음... 얕은 물에서 이퀄라이징을 하고 내려가니
계속해서 잘 된다...
한참을 잘 내려가다가
처음부터 너무 무리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다시 올라왔다...
로드리고의 얼굴이 환하다... 15미터란다...
그런데 어제도 맨 처음 입수에서 11.4미터를 찍고
그 다음에는 오히려 기록이 더 안 좋았다...
오늘도 혹시 이게 최고 기록이 되는 거 아냐???
불안감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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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리고는 서두르지 말고 릴렉스하면서
다이빙 자체를 즐기라고 한다...
프리다이빙에서는 파트너, 혹은 강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걸 새삼 느낀다...
만약 그가 "왜 이것밖에 못 하냐",
"빨리 다시 해보자"... 라고 다그친다면
나는 아마 움츠려들고 말 것이다...
그러나 로드리고는 너무나 편안한 얼굴로
나를 이끌어준다...
두 번째 입수... 다시 이퀄라이징에 문제가 생겨서
도중에 올라오고 말았다...
"더욱 릴렉스하라", 고 로드리고가 권한다...
세 번째 입수... 이퀄라이징이 왠지 잘 된다...
덩달아 내 몸도 쑥쑥 잘도 내려간다...
이렇게 하염없이...
지구의 중심부를 향해 내려갈 것만 같다...
그렇게... 얼마나 내려갔을까...
문득 발밑에 차가운 금속의 물체가 느껴진다...
나와 동행하면 로드리고가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보인다...
설마... 그럴 리가...
이제...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었다...
20미터에 도달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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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이빙 포인트에는 줄이 연결되어 있다...
그 줄은 수심 20미터까지 뻗어 있고
그 끝에는 작은 쇠뭉치가 달려 있다...
그러므로 발끝에 금속 물체가 감지된다는 것은
20미터에 도달했다는 뜻인 것이다...

 

수면으로 올라오니 로드리고가 환한 웃음을 띠며
축하한다는 말을 건넨다...
아, 정말 내가 20미터를 찍었구나...
갑자기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저 무언가를 해냈다는 뿌듯함만이 마구마구 밀려왔다...
“어제 11.4미터밖에 못 찍은 네가
오늘 단숨에 20미터를 찍다니
밤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와우~”
로드리고가 놀리듯이 말을 건넨다...

20미터를 찍고 나니 뭔가 다른 것을 해보고 싶다...
그래서 다시 헤드 퍼스트를 시도해보았지만,
역시 이퀄라이징이 너무 힘들다...
두어 번 시도하다가 피트 퍼스트로 바꾸었다...


이제 20미터를 찍었다는 자신감이 있으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
내려갈 때의 기분도 훨씬 편안하다...
마치 영혼의 고향, 존재의 시원을 찾아
끝없는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 인간은
원래 물속에서 살던 존재가 아니던가...
어머니 뱃속에서 양수에 둘러싸인 채
10여 개월을 살다가
세상에 나온 게 아니던가...


다시 발끝에 금속 느낌이 와닿는다...
아까는 20미터를 찍었다는 기쁨에
서둘러 올라오기에 바빴지만,
이번에는 잠시 머물러 있기로 한다...


주위는 막으로 둘러싸인 것처럼 어둑어둑하고...
적막만이 가득하다...
시간과 공간이 모두 정지된 듯 하다... 
묘한 기분이 온몸을 감싼다...
어머니 뱃속... 양수의 세계가 이랬을까...
그렇다면 잠시 후... 
수면 위로 떠오르는 순간,
나는 다시 태어나게 되는 것인가...


몸이 이제 그만 올라가자고 반응한다...
하지만 조금만 더...
그래봤자 0.5초나 될까?
서서히 수면으로 향하기 시작한다...
사방이 차츰 밝아지면서
수면이 가깝다는 게 느껴지는 순간,
현기증이 왈칵 몰려온다...
조금만 더 있으면 블랙아웃이겠구나... 하는 순간,
따가운 햇살과 상큼한 공기가
왈칵 밀려들었다...


그렇게... 나는... 꼬 따오의 바다에서...
새롭게... 태어나고 있었다...
 

 

26 Comments
아이패드 2010.08.19 14:36  
혹시  스쿠버 하면 안되는 사람도 있겠죠? 예를 들어 고혈압자든가..심폐기능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하면 안되지요? 혹시 금지 해야만 하는 증세? 에는 뭐가 있는지요...
필리핀 2010.08.19 16:40  
죄송합니다...
제가 스쿠버 전문가가 아니어서 잘 모르겠자만,
상식적으로 고혈압이라든가
심폐기능에 문제가 있는 분은
안 하시는 게 좋다고 생각됩니다...
보다 정확한 것은 
한인 스쿠버다이빙업소에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마살이 2010.08.19 16:58  
ㅎㅎㅎ  성공하셨군요..^^

 어릴때 냇가에서 헌팅으로 물고기를 많이 잡아보긴했었는데..
프리다이빙이  스쿠바다이빙이랑 또다른 매력이 있긴하져..
필리핀 2010.08.19 22:19  
저도 오픈워터 자격증이 있는데...
프리다이빙과 스쿠버다이빙은
전혀 색다른 세계였습니다... ^^*
김우영 2010.08.19 18:08  
이야..

성공이네요....

대단하시네요...
필리핀 2010.08.19 22:20  
우영님도 성공할 수 있어여...
찡찡!!!
날자보더™ 2010.08.19 20:17  
결의에 찬 야무진 표정이 승자의 여유로운 표정으로 化하는 사진이군요.
수심 20m라구요...전 5m만이라도 내려가보고 싶어요.
제대로 배우고 싶습니다.
그런데 전 다이빙은 당연히 헤드퍼스트인줄 알았더니 feet first는...어떻게 하는것인지...정말 궁금해요.
뚜뚜뚜뚜도 알고 싶고...그 신비의 명약 약발도 받아보고 싶습니다!
필리핀 2010.08.19 22:23  
제가 엉뚱한 승부욕이 좀 있어서...
이 악 다물고 했답니다... ^^;
날자님도 꼭 도전해보셔요...
내년 여름에 풀문파튀+프리다이빙 원정대 함 꾸려볼까요??? ㅎㅎ
열혈쵸코 2010.08.19 23:53  
여행내내 필리핀님의 강철체력에 놀랐었습니다.
그런데 피로때문에 이퀄라이징이 힘드셨군요..
풀문원정대장님의 무거운 짐에 대해서 생각해보았습니다.
(정말 끝도없이 저희들을 챙기셨지요.. ^^ )

멋진 표정이 담긴 사진을 보니,
그날 돌아오셔서 밝은 표정으로 즐겁게 이야기하셨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필리핀 2010.08.20 06:12  
저는 여행만 가면 잠이 잘 안 와요... ㅠ.ㅠ
이퀄라이징 잘 되는 약 먹은 날...
모처럼만에 숙면을 취했답니다~
(그 약에 수면제 성분도 있다네요...)
엄마곰 2010.08.20 00:33  
이퀄라이징이 잘 안 되는 원인은 1번하고 2번은 아니고,
원래 처음부터 이퀄라이징이 안되는 사람은 이비인후과 계통의 이상이고,
잘되다가 안될경우는 코와 귀의 알러지나 감염으로 인해 유스타키오관이 막혀 이퀄라이징이 잘 안됩니다
그럴때 먹는 약은 Psudoephedrine성분이 든약을 드시면 됩니다(일부국가에선 각성효과로 인해 전문약으로 의사처방이 필요합니다)
잘기억해뒀다가 다이빙할때 약을 준비해서 드시면 됩니다
필리핀 2010.08.20 06:13  
아, 그렇군요...
중요한 정보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
발랄다니엘 2010.08.21 15:37  
그래서 그날 일찍 주무셨던거구나...ㅎㅎ 태국 초짜...저죠...하하하...^  ^
프리다이빙 얘기만 들었으면 뭔지 감도 안왔을텐데 직접 경험담도 듣고 이렇게 글로도 읽으니
또다른 세계에 벌써 발을 담근 느낌이에요- 발담궈놨으니 언젠간 머리도 넣겠죠? ㅎㅎ 수영도 못하면서...ㅠ  ㅠ
것보담 바다의 흐름에 몸을 맡긴다- 필리핀님의 그 말이 젤 마음에 남아요.
정말 그 느낌 가져보고 싶은데 잘 안되네요- 아무래도 겨울에 쑤린 꼭 가야겠어요. ^-----^
날자보더™ 2010.08.21 15:47  
매우 '반가운' 맨 마지막 줄입니다. ㅎㅎ
(혼자서 맘대로...)
열혈쵸코 2010.08.21 23:27  
매우 '반가운' 맨 마지막 줄입니다. x2
낭유안에 갔을때도 물만난 물고기처럼 스노클링을 접수하드만..
필리핀님이 환상의 일정을 짜주셨는데 너도 같이 같으면 좋겠다.
분명 제일 재미있게 스노클링 할텐데..
필리핀 2010.08.21 23:26  
바다는... 매우 여성스러운 곳입니다...
그러므로 여성분들에게... 잘 어울리는 곳입니다...
특히 무 꼬 쑤린은... ^^*

글구 원래 여행은 둘이 갔다가
서로 토라지면 중재해줄 사람이 없으므로
3명이 가야 해여~ ㅎㅎ
날자보더™ 2010.08.22 23:18  
2 vs 1로 싸우는 맛도 쏠쏠하구요....
필리핀 2010.08.23 09:31  
오~ 새로운 전법이네요...
2 대 1이라... ㅋㅋ
항상배고파 2010.08.22 20:50  
물은 사람의 고향............. 고향을 향한 마음.........
필리핀 2010.08.23 09:32  
그러고보니 추석이 가깝군요...
고향에 가야 하는데... ^^*
할리 2010.08.26 20:26  
사실 저도 배워보고 싶어요.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은데 걱정입니다.  제가 예전에 왼쪽 귀고막이 터졌었는데 그것때문에 스쿠버다이빙하면서 갑자기 감압하면서 한번 더 터져서 조금 고생을 했던터라 프리타이빙이 가능 할지 의문입니다.  암튼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필리핀 2010.08.26 23:28  
프리타이빙은 불가능하지만...

프리다이빙은 가능할 거에염... ㅋㅋㅋ
할리 2010.08.27 12:33  
저는 무슨 소리인가 했습니다만 저의 오타로 ....ㅋㅋㅋ
형님의 재치에 넘어 갑니다.
빨라당...
zoo 2010.08.26 22:23  
정말 대단하시다는 말씀밖에 안나오네요^^; 완벽한 장비를 갖추고도 어려운게 다이빙인데...
귀한 글과 사진 감사합니다^^
필리핀 2010.08.26 23:29  
저는...
장비가...
오히려...
방해가 될 때가 있더라구요... ^^;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감사~
피글렛티 2011.07.25 23:05  
긴장하셨던 표정이 여유로워 지셨네요.
얼마나 긴장하셨을까, 또 얼마나 기쁘셨을까
사진에서 다 느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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