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다이빙 스쿨 <압네어 토탈> 체험기-둘날
첫날의 실수,
즉 이퀄라이징이 잘 안 되었던 상황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강의 노트를 다시 살펴보고...
반스다이빙 베터랑 강사이신...
조희숙 강사님께 문의한 결과,
몇 가지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얻었습니다...
먼저, 이퀄라이징이 잘 안 되는 원인은 3가지랍니다...
1. 피로
2. 음주
3. 이비인후과 계통의 이상...
저는 1번이었던 것 같습니다...
꼬 사무이-꼬 팡안으로 이어지는 동안
대부분 태국 여행 초짜인 일행을 챙기느라
잠을 하루 3~4시간밖에 못 잤거든요... ㅠ.ㅠ
글구 이퀄라이징이 잘 되게 하는 방법은...
1. 얕은 물에서 확실하게 하고 들어가라...
2. 뚜...뚜...뚜... 이런 식으로 하지 말고,
뚜뚜뚜뚜... 이렇게 하라...
(이게 무슨 소린지 잘 모르시겠지만,
시범을 보면 금방 압니다... ^^;)
3. 내려가다 잘 안되면,
다시 조금 올라와라...
(고산병 적응법과 비슷하지요.)
4. 침을 삼키거나,
아래턱을 좌우로 움직여주라...
이런 원칙들을 다시 한번 숙지하고,
로드리고가 알려준 이퀄라이징 잘 되게 하는 약을
1알 먹은 뒤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이 약은 잠수하기 전날 저녁에 1알 먹고
잠수하기 1시간 전에 다시 1알을 먹습니다.)
프리다이빙은 헤드 퍼스트와 피트 퍼스트,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베터랑들은 헤드 퍼스트로 하는데요,
저는 첫날 2~3차례 시도하다가 잘 안 되어서
피트 퍼스트로 했습니다...
헤드 퍼스트가 어려운 이유는...
1. 이퀄라이징이 훨씬 어렵습니다...
2. 내려갈 때나 올라올 때
절대로 아래나 위를 보지 말아야 하는데,
헤드 퍼스트를 하면 습관적으로 아래,
즉 내려가는 방향을 보게 됩니다...
그게 참 잘 안 고쳐지더군요...
아래나 위를 보지 말라는 이유는,
그만큼 체력 소모와 산소 소모가 많기 때문입니다...
체력 소모와 산소 소모가 많으면,
그만큼 물속에 있는 시간이 짧아지고
그만큼 깊이 못 내려가는 것입니다...
*둘날의 강의 노트...
오전 9시 : 다시 영어 고문이 시작되었다...
오늘의 주 내용은 레스큐, 즉 인명구조이다...
프리다이빙을 하다보면 블랙아웃,
즉 의식불명이 종종 발생한다...
너무 깊이 내려가거나,
또는 물속에 너무 오래 있다가
또는 물속에 너무 오래 있다가
산소 부족으로 생기는 현상이다...
대부분의 블랙아웃은 수면 근처에서 발생하는데,
블랙아웃 상태자의 호흡기관을
수면 위로 확보하는 게 레스큐의 주 내용이다...
인체는 매우 영리해서...
제 몸의 산소가 희박해지면
스스로 뇌에 위험상황임을 전달하고
수면으로 향하려는 본능이 발생한다...
그러나 간혹, 이 생체시스템에 이상이 있거나
의도적으로 신체의 명령을 거부하는
완고한 뇌구조를 가진 사람의 경우
종종 블랙아웃을 맞이한다...
경험자의 말에 의하면,
이 블랙아웃 상태는 너무나 황홀하여
일부러 이 상황으로 몰아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사실 나도 블랙아웃은 아니지만,
거의 99%에 가깝다는 느낌을
몇 번 경험하곤 했다...
10미터 이상 잠수했다가 올라올 때,
수면이 가까워지면 산소 결핍으로 인해
심한 현기증을 느끼곤 했다...
아, 이것이 블랙아웃 직전이구나...
그것은 참으로 독특하면서도 야릇한 느낌이었다...
일부러 블랙아웃을 경험한다는 이의 심정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이빙을 위해 바다로 진출하는 시간이다...
보트에 오르기 전에 약을 다시 한 알 챙겨먹었다...
프렌취 형제들도 한 알씩 챙겨먹고 있었다...
어제는 11.4미터밖에 못 찍었는데...
오늘은 과연 몇 미터를 찍을까...
살짝 떨리는 마음으로 첫 입수...
음... 얕은 물에서 이퀄라이징을 하고 내려가니
음... 얕은 물에서 이퀄라이징을 하고 내려가니
계속해서 잘 된다...
한참을 잘 내려가다가
처음부터 너무 무리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처음부터 너무 무리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다시 올라왔다...
로드리고의 얼굴이 환하다... 15미터란다...
그런데 어제도 맨 처음 입수에서 11.4미터를 찍고
그 다음에는 오히려 기록이 더 안 좋았다...
오늘도 혹시 이게 최고 기록이 되는 거 아냐???
불안감이 밀려온다...
다이빙 자체를 즐기라고 한다...
프리다이빙에서는 파트너, 혹은 강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걸 새삼 느낀다...
만약 그가 "왜 이것밖에 못 하냐",
"빨리 다시 해보자"... 라고 다그친다면
나는 아마 움츠려들고 말 것이다...
그러나 로드리고는 너무나 편안한 얼굴로
나를 이끌어준다...
나를 이끌어준다...
두 번째 입수... 다시 이퀄라이징에 문제가 생겨서
도중에 올라오고 말았다...
"더욱 릴렉스하라", 고 로드리고가 권한다...
세 번째 입수... 이퀄라이징이 왠지 잘 된다...
덩달아 내 몸도 쑥쑥 잘도 내려간다...
이렇게 하염없이...
지구의 중심부를 향해 내려갈 것만 같다...
지구의 중심부를 향해 내려갈 것만 같다...
그렇게... 얼마나 내려갔을까...
문득 발밑에 차가운 금속의 물체가 느껴진다...
나와 동행하면 로드리고가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보인다...
설마... 그럴 리가...
이제...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었다...
20미터에 도달한 것이었다!!!
그 줄은 수심 20미터까지 뻗어 있고
그 끝에는 작은 쇠뭉치가 달려 있다...
그러므로 발끝에 금속 물체가 감지된다는 것은
그러므로 발끝에 금속 물체가 감지된다는 것은
20미터에 도달했다는 뜻인 것이다...
수면으로 올라오니 로드리고가 환한 웃음을 띠며
축하한다는 말을 건넨다...
아, 정말 내가 20미터를 찍었구나...
갑자기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저 무언가를 해냈다는 뿌듯함만이 마구마구 밀려왔다...
“어제 11.4미터밖에 못 찍은 네가
오늘 단숨에 20미터를 찍다니
밤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와우~”
밤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와우~”
로드리고가 놀리듯이 말을 건넨다...
20미터를 찍고 나니 뭔가 다른 것을 해보고 싶다...
그래서 다시 헤드 퍼스트를 시도해보았지만,
역시 이퀄라이징이 너무 힘들다...
두어 번 시도하다가 피트 퍼스트로 바꾸었다...
이제 20미터를 찍었다는 자신감이 있으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
내려갈 때의 기분도 훨씬 편안하다...
내려갈 때의 기분도 훨씬 편안하다...
마치 영혼의 고향, 존재의 시원을 찾아
끝없는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 인간은
원래 물속에서 살던 존재가 아니던가...
어머니 뱃속에서 양수에 둘러싸인 채
10여 개월을 살다가
세상에 나온 게 아니던가...
세상에 나온 게 아니던가...
다시 발끝에 금속 느낌이 와닿는다...
아까는 20미터를 찍었다는 기쁨에
서둘러 올라오기에 바빴지만,
서둘러 올라오기에 바빴지만,
이번에는 잠시 머물러 있기로 한다...
주위는 막으로 둘러싸인 것처럼 어둑어둑하고...
적막만이 가득하다...
시간과 공간이 모두 정지된 듯 하다...
묘한 기분이 온몸을 감싼다...
어머니 뱃속... 양수의 세계가 이랬을까...
그렇다면 잠시 후...
수면 위로 떠오르는 순간,
수면 위로 떠오르는 순간,
나는 다시 태어나게 되는 것인가...
몸이 이제 그만 올라가자고 반응한다...
하지만 조금만 더...
그래봤자 0.5초나 될까?
그래봤자 0.5초나 될까?
서서히 수면으로 향하기 시작한다...
사방이 차츰 밝아지면서
수면이 가깝다는 게 느껴지는 순간,
수면이 가깝다는 게 느껴지는 순간,
현기증이 왈칵 몰려온다...
조금만 더 있으면 블랙아웃이겠구나... 하는 순간,
따가운 햇살과 상큼한 공기가
왈칵 밀려들었다...
왈칵 밀려들었다...
그렇게... 나는... 꼬 따오의 바다에서...
새롭게... 태어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