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메이징 타일랜드 -태국 마실기 .5 ◈ 이것이 방콕의 러시아워다!
#5
출렁~출렁~
알콜의 위력 탓인지, 간밤동안 한번도 안깨고 푹- 잤다.
그러나 이내 아침 무렵 출렁거리는 침대 탓에 잠이 깼다.
이미 낫은 씻으러 갔고, 옷도 역시나 비슷하게 깨서 멍때리고 앉아있었다.

(얼결에 민낯 공개-_-;;)
"굳모닝~"
"굳모닝은 무슨.."
"왜 또 아침부터 시비야"
"너 간밤에 아주 그냥~답답해 죽겠는데 양팔 꼭 쥐고 안놔주고"
"아... 나 간밤에 꿈꿨는데, 비행기 타는꿈.. 그래서 그랬나보다"
"근데 왜 꼬집냐고"
"흐흐... 미안!"
아무래도 출렁거리는 침대는 하룻밤으로 족하다.
멍한 정신을 챙겨서 씻고 나갈 준비를 했다.
이제 남은 깐짜나부리 투어를 하고 방콕으로 돌아가야 한다.

"일단 밥부터 먹자"
역시나 오늘도 어김없이 동작이 굼뜬 내 탓에 우리는 10시가 되어야 체크아웃할 수 있었다.
짐을 다 빼서는 식당으로 가서 식사를 주문하고, 나는 그동안 즐거웠던 이 리조트를 다시 둘러보았다. 



아쉽다! 다음에 올 때는 허니문으로 !!(ㅋㅋ)
낫은 아침부터 모닝 기타를 쳐 주신다.
돌아가기 아쉬워하는 나를 위해서 상큼하게 스크럽 메들리로 시작되는 깐짜나부리의 아침! 
간밤에 숙취에 시달리는 나는 밥을 거의 다 남겼다. 이럴때만큼은 한국에 있는 얼큰한 해장국이 생각났다
ㅠ_ㅠ 나에게 고춧가루를 달라!!우어!!
"할로~"
그때 낫에게 전화가 왔다.
낫의 어머님이 간밤에 깐짜나부리에 지진속보가 떠서 걱정되서 아들내미한테 전화한것이다.
헐.. 설마 우리 있는동안 무지 흔들렸던게, 지진탓??
어쩐지 미리 갔다온 친구말론 전혀 안흔들렸다고 하는데, 지진탓인지 나는 정말 물의 흐름을 체감하고 왔다.
식사가 끝나고 이제 수상가옥에서 벗어나 차가 있는 언덕으로 올라가야하는데..
이럴.. 수..가..
간밤에 생긴 지진 때문인지, 아니면 물이 넘쳐서 그런지.. 육지와 수상가옥을 잇는 판자로 된 다리가 다 끊어져 있었다.
헉.. 집에 가야하는데..
"어뜩해?다리가 없어졌어"
"헤엄쳐!"
"장난하냐?"
"진짜야, 헤엄쳐서 건너가야돼"
"그럼 너부터 헤엄쳐봐!"
옷이 알았다는 듯 주섬주섬 옷을 벗는 시늉을 한다.
그러다 이내 내가 안속는걸 알고는 씨익 웃고 턱으로 저 건너편을 가리킨다.
반대쪽 육지에서 종업원 아저씨가 뭔가 연결할만한 판자가 없는지 이리저리 찾고 있었다.
그러더니 아주아주 얇아보이는 각목 2개를 가져오더라...
"오..노노노~ 아닐꺼야~ 설마~"
"맞을거 같은데?"
"저걸로 어쩌라고..오~마 갓!"
나는 공포로 얼굴이 사색이 됐다.
아저씨는 각목 두개를 딱 붙이더니 간이 다리를 만들어서 이쪽으로 내밀었다.
낫은 일도 아니란 듯이 가볍게 건너갔고, 옷도 성큼성큼 건너갔다.
내가 볼땐 그 둘은 정말 운동신경이 남다른거 같다.
그러나.. 나는 노트북을 갖고 있는데다, 이미 각목 아래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물을 보는 순간 건너고자 하는 의지를 잃었다.
"란펑! 빨리 건너와"
"도리도리도리도리"
"아~ 왜~"
"못가 못가.. 무서워 ㅠㅠ"
"괜찮아 안 떨어지니까 빨랑 건너와"
"너나 괜찮지! 난 안괜찮거덩?!"
무슨 평행봉 수준의 다리를 내밀어 놓고 건너오라니..
그러나 평생 여기서 살 수도 없고.. 결국 나는 울며 겨자먹기로 잡아달라고 하고 겨우 건널 수 있었다. 아침부터 평행봉과 씨름해서 그런지 기력이 다 빠졌다. 
그렇게 우리는 또 다른 관광지를 보러 출발 했다.
우리는 먼저 이곳 저곳을 둘러보기로 하고, 차를 주차시켜놓고 돌아다녔다. 



마침 길가다 티셔츠 파는 가게를 발견!
다들 관광객 티내자고 티 한벌씩 사 입자고 한다.
그래서 고른게 낫은 코끼리가 그려진 근사한 티셔츠를, 옷은 무에타이가 그려진 티를 샀다.
나는 핑크색 코끼리가 여러개 프린트 되어있는 제법 귀여운 옷을 샀지만,
원피스를 입은 탓에 아쉽게도 티셔츠를 입을 수 없었다. ㅎㅎ



그리고 우리는 돌아다니면서 약간의 기념품과 팔찌를 샀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기차가 온것도 보고 ..
그 기차엔 관광객이 정말 깨알같이도 많이 타고 있었다.
열려있는 창문마다 사람들이 쭈우욱 튀어나와있으니 좀 무섭기도 했다;


기찻길 옆에 동굴처럼 되어있는 곳에는 불상이 있었다.
그 앞에 판때기로 장소에 대해 설명을 써놨었는데..
내가 아무생각 없이 그 써져있는 글들을 읽자 두 남자는 난리가 났다;
"헉! 란펑! 너 태국어 읽어?"
"..흠.. 쪼금.. 쉬운것만"
"어떻게 그게 가능해?"
"내가 촘 똑똑하잖니"
"우연히 맞춘거겠지"
"아니거든?"
나는 또 보란듯이 띄엄띄엄이긴 하지만 어쨌든 읽어 나갔다.
낫의 표정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열심히 공부해서 줄줄 읽어주는건데! 아쉽다!



늘 그렇듯 시끌벅적하게 돌아다니면서
냉장고 자석에 프린트해서 파는 기념품 점을 들렀다.
낫은 우리가 갔던 장소들을 하나씩 골라주었고, 나는 그 중에 다섯 점을 샀다.

본격 콰이강철교를 보러갔을땐 이미 해가 뜨~겁게 우리를 달구고 있었다.
너무나도 뜨거운 태양에 질색 팔색을 하며 낫은 잽싸게 그늘을 향해 찾아다녔다.
그리고 나와 옷만 철교에서 신났다고 사진찍고 난리났다.



그..러..나..
생각보다 높은 철교 탓에 나는 또 안절부절 못했고, 하마터면 낭떠러지 근처로 접근할 뻔했다.
옷이 조심하라고 또 한바탕 잔소리를 늘어놓고, 우리는 이제 방콕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이미 시간은 2시를 아슬아슬하게 넘기고 있었다.
여기서 방콕까지 가는데는 2~3시간 밖에 안걸린다고 했으니까 저녁 6시에 있는 모임에는 늦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었다.
나는 방콕을 얼마나 우습게 본 것인가....
이것은 어메이징 타일랜드 -태국 마실기 그 다섯번째 이야기


"그럼 나 짐 어떡해?"
"팜이 잡은 숙소 있으니까 일단 먼저 거기로 가자"
"거기가 어딘데?"
"짜뚜짝 근처.. 더이상은 몰라"
"알았어~"
가기 몇주 전부터 숙소 문제로 골머리 썩고 있었는데,
팜이 구세주마냥 자기가 숙소 예약해주겠다고 했다.
일단 파브르 곤충기만 안찍고 치안만 안전하면 그외는 아무것도 필요없다고 했다.
난 이미 땡볕에 돌아다니느라 온몸이 끈적거리는 상태였고, 빨리 샤워와 휴식이 필요했다.
가는 도중 우리는 열심히 수다를 떨고 있는데,
우연찮게 원숭이 무리와 맞딱뜨렸다.
길가에 정말 한무데기가 여기저기 퍼져있었다.

"으와! 귀엽다! 원숭이다!!"
"란펑, 천천히 갈테니까 찍어"
"응응응!"
그러나 나의 저주받은 사진 스킬은... 원숭이 제대로 하나 찍지도 못했다.
첫 끄트머리와 꼬랑지 약간 정도였다.
"흑..나 이렇게 밖에 못찍었어... "
"야 너는 먹으라고 차려줘도 꼭.."
"알아! 나 못찍어! 나도 알아! 흥!"
"그래도 귀엽네"
"그지~^_________^"
낫은 또 열심히 차를 몰고 어느덧 방콕으로 다시 돌아왔다.
이녀석은 나때문에 젤 고생이 많았다.
방콕에 입성하자마자 보이는 왕의 초상화들..
그리고 아유타야나 깐짜나부리와는 다른 풍경들에 나는 넋을 놓고 구경하고 있었다.
태국에 오자마자 방콕을 벗어났으니, 이제사 좀 제대로 방콕을 보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카오산 쪽으로 진입하려는데...
"하아.. 일났다"
갑자기 낫이 시계를 한번 보더니 한숨을 푹 내쉰다.
나도 시계를 봤다. 아직 4시 30분 밖에 안됐는데?
"왜? 아직 시간있어"
"..흠, 너 아직 모르는구나"
"뭐를?"
"방콕의 러시아워"
"들었는데, 차 막힌다며.."
"훗.. 그래 알고 있음 됐다"
근데 이게 왠일..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고 30분이 지나도..
차가 꿈쩍을 않는거다.
나는 그냥 여기다가 주차한 줄 알았다.
"야, 너 여기다 주차한거냐? 왜 안움직여?"
"이게 막히는거야. 지금 5시잖아. 퇴근시간이랑 겹친거지"
"헐.. 그럼 어떡해?"
"한.. 한시간은 더 이럴거야"
"뭐????!!!!!"

그러나 녀석들은 이게 익숙한 모양인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대꾸한다.
그 넓디 넓은 8차선이 꽉 막혀서 오도가도 못하고 있는데,
잡상인들은 좋다고 장사하러 다닌다.
낫은 간식 같이 생긴 걸 몇봉지 샀다.
그러나 나는 이미 긴 여행으로 입맛이 없었고, 더군다나 지독한 교통체증에 짜증까지 난 상태였다.
옷은 로또신문을 사고는 자기가 건거랑 맞는지 맞춰보고 있었다.
낫것까지 합치면 대략 8개정도 되는데, 그중에 맞은게 한개도 없었다 (ㅋㅋ)
옷은 운이 너무 없다고 투덜거린다.
"너네 로또 진짜 좋아한다"
"당연하지! 이걸로 인생 한방에 바꾸는데!"
"그래..로또되면 나도 좀~"
"로또 당첨되면 내가 너한테 1밧 줄게"
"꺼져=_=+"
우린 두시간동안 차안에 갇혀, 농담따먹기따위 하다가
음담패설로 넘어가서 깔깔거리다가..(낫은 참 야한얘길 잘한다 ㅋㅋ)
결국 우리는 숙소 가는것도 포기하고 일단 약속장소에 도착만 하는것을 목표로 했다.
저녁 7시가 넘어서야 겨우겨우 그곳을 탈출해 약속장소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이미 나는 말 그대로 시체 + 파김치가 되어 있었다.
"아 진짜 이게 바로 태국의 러시아워야?"
"끝내주지?"
"깐짜나부리-방콕 까지 두시간 걸렸는데..어떻게 방콕(왓프락께오)-방콕(싸판콰이)이 두시간 걸리냐고!!!!"
"이정돈 일도 아니야"
"갑자기 니네가 무서워졌어"
말그대로 어메이징 타이 트래픽이다! 




우여곡절 끝에 싸판콰이 근처에 있는 술집에 도착했다.
야외 라이브 카페처럼 되어있는 구조였는데, 은근 운치있고 멋있었다.
나는 떨리는 맘을 진정시켜가며 들어서니 저 쪽 테이블에 낯익은 얼굴들이 잔뜩 보였다.
7~8명쯤 되는 아이들이 앉아있었다.
"으악~ 애들아!!!!"
"란티엔!!!"
정말 2년만에 다시 보는 얼굴들이 어찌나 반가운지...
너무 반가운 나머지 나는 애들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우리는 꿈에도 그린 감격스런 재회를 했다.
"어쩜 하나도 안변했다"
"너야말로~"
"보고싶었어!!!!>_<"
"그나저나 태국 어때? 태국 온 소감을 말해줘야지!!"
나는 이날을 위해서 준비한 영어 실력을 발휘했다.
"어메이징 타일랜드!!"
그러나..
나의 정직한 콩글리쉬를 알아들을리 만무다.
"어매.. 뭐?"
"어메이징 타일랜드!"
"... 그게 뭔데?"
"아이참.. 어뭬징 탈뤤~~!!"
한 서너번을 더 반복해서야 겨우 알아듣는다.
그래, =_= 나의 저질 영어발음을 탓해야지.
애들은 나를 위해 쏨땀과 맛있는 음식들을 시켜주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술도 같이 시켜주었다.
우리는 그동안 못다한 이야기들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나는 이 테이블 저 테이블 옮겨다니며 친구들과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
한참 있다가 나를 태국으로 가게 만든 계기가 되었던 녀석 "떤"이 왔다.
그녀석은 여전히 싱글거리며 나에게 인사했다.

"안녕! 란티엔"
"우와.. 오랜만이다! 반년만인가?"
"하하 그러게"
"잘지냈어? 좋아보이는데?"
"당연하지, 다시 봐서 기쁘다"

아마, 다신 보기 힘들거라 생각해서 그런지
다시 만나게 되니 또 그때랑은 다른 묘한 기분이었다.
우리는 늘 그렇듯 모여서 장난도 치면서 쓰잘데기 없는 농담따먹기를 늘어놓았다.
여행 간 이야기들이나, 태국에 와서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뻔이 왔다.
나는 다시 뻔을 보게되서 반가웠는데, 친구중에 제임스란 친구가 이쁜 여자를 보면 사족을 못쓰는 녀석이라..
계속 나랑 뻔이랑 같이 붙여놓고 사진 찍고싶다고 난리 치는 거다.
아 그래-_- 이래 찍어놓고 나만 잘라낼려고.. 흥
워낙 뻔이 한 미모하는 덕에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
하긴 나부터가 뻔이 정말 이뻐서 눈을 못 떼겠지만 말이다. ㅋㅋ


"그나저나 란티엔 왜 혼자왔어? 친구랑 같이 오지 않구"
"친구들이 같이 갈 상황이 안됐어, 어쩔수 없이 혼자 온거지"
"다음엔 꼭 같이와서... 알지? 흐흐흐"
"뭐 연결해달라고?"
"끄덕끄덕끄덕"
"호호호... 꿈. 깨. 셔. ^_^+"
녀석들은 이내 침울해진다.
그렇게 웃고 떠들면서 무사히 넘어가는 듯 했으나..
또 어메이징 타일랜드가 없으면 나의 여행기가 아니지...ㅡ_ㅡ
나는 친구들에게 줄 선물을 팜 차에 실어놓고 깜박하고 있었다.
그래서 팜에게 차키를 받아 차있는 곳으로 갔다.
순조롭게 문을 열고 물건을 꺼내려고 하는데... 키로 문을 열자마자 갑자기 창문들이 윙~ 내려가는거다;
-_-으잉?????
창문을 내리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창문이 윙하고 내려가는 상황에 나는 당황했다.
그러나 어딜 둘러봐도 창문을 닫는 버튼은 보이지 않았다.;;
아뿔싸..
내가 뭔가 고장낸건가 싶어 나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거리고 서있었다.
실내랑 주차장과의 거리가 비교적 멀어서 거기까지 차문을 열어둔 채로 갔다간 도둑맞을 거 같고..
그렇다고 계속 여기 서있을 수도 없고..
아 정말 이런 곤란한 상황에 처하면 나는 진짜 절규하고 싶어진다.
뭉크의 절규를 상상하면서 나는 폴짝폴짝 뛰어서 손을 흔들었다.
그러나 울타리가 생각보다 높게 쳐져있던 탓에 나의 모습은 보이질 않을 뿐이고..
아...... 이런 된장맞을 상황에..
결국 나는 궁여지책으로 주차장에서 가장 가까운 테이블에 앉아있는 태국 사람들에게 부탁했다.
"....플리즈... 헬프미...T^T..."
"왓?!ㅇ!!ㄲ%!^%^"
"...아이 해브 프러블럼.. 저기.. 윈도우 안닫혀 ㅠㅠ흑흑"
"오~예스"
"아이 원트 콜 마이 푸렌즈! 헬프 미이이.....T^T"
"오케이 오케이!"
거의 울것 같은 표정으로 영어도 아니고 한국어도 아닌 막 횡설수설하게 말했는데도..
손짓발짓하며 차문이 열려있는 차를 가리키니까
친절한 그분들 친히 내 친구들과 웨이터에게 가서 내가 찾고 있다고 얘기해주신다.
아 정말 너무 감사했다 ㅠㅠ
아마 그 사람들도 우리가 노는걸 보고 내 일행이 누군지 알았으리라..
팜과 뽀와 아이린이 나를 데리러 왔다.
"으이구~ 넌 맨날 사고만 치냐"
"미안해요..흑흑... "
"괜찮아 괜찮아 란티엔~"
"란티엔 있는곳엔 언제나 사건사고가~"
"네~네~ 그렇죠"
애정어린 구박속에 결국 이번 헤프닝은 무사히 해결되었다.
그리고 돌아가려고 했는데 헐.. 나의 신발이 깐짜나부리의 돌밭을 거닐면서 수명이 다되었는지..
밑창이 뚝~ 하니 떨어진 것이다. -_-;;;
하나가 해결되면 또 하나가...
"헐킈... 신발 망가졌다"
"내 슬리퍼 빌려줄까?"
팜이 투박한 자기 신발을 내밀었다.
맙소사.. 그건 아니잖아
"아냐 괜찮아 나 다른 신발있어^^;;"
팜의 호의를 고맙지만 단호하게(ㅋ) 거절하고 나는 신발을 바꿔신었다. 


이날 정말 여러가지 자잘한 사건들 덕에 나는 이제 태국을 잊을래야 잊을 수 없게되었다.
우리가 돌아오자 또 테이블 위에는 음식이 한가득이다.
"또 시켰어? 으이구, 너무 많잖아"
"란티엔 이거 먹어봐! 맛있어!"
갑자기 옷이 앉자마자 뭔가를 입에 쏙 넣어준다.
나는 엉겁결에 받아먹고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고기는 고긴데 뭔가 좀 딱딱하다.
그리고 맛이 묘하다. 돼지도 아니고 소고기도 아니고 닭고기도 아닌것이...
"란티엔 맛있어?"
사람들 표정이 무지 궁굼하다는 표정이다.
그래서 그냥 고개를 살짝 끄덕였으나, 나의 표정은 이미 썩소를 띄우고 있었겠지...ㅡ,ㅡ;
"근데 이거.. 뭔데?"
여전히 삼키진 못하고 입으로만 맛을 음미하고 있는데,
옷 녀석이 능글맞게 대꾸해준다.
"원숭이 고기"
-_-lllllll
뭐야 이런 신발노마!!!!
너 나한테 뭘 먹인거야!!
난 그대로 입안에 있던걸 뿜었을 뿐이고, 애들은 뒤집어졌을 뿐이고..
아.. 정말 난 비위가 약하기 때문에 오늘 길거리에서 본 귀염둥이 원숭이들을 뇌리에서 지워내려 애쓰며
옷녀석을 죽지 않을 정도로만 팼다.
밴드들은 또다시 스크럽 노래를 연주해주었고,
나는 이내 신나서 궁둥이를 흔들흔들~ 춤을 살랑살랑~
정말이지 태국 술집은 음악이 있어서 너무 신났다.



우리는 두병의 양주와 수많은 안주들을 아작 내기 시작했다.
사람이 많긴해도 꽤 큰 금액이 나올 것 같다.

"야.. 여기 비쌀거 같은데?"
"괜찮아~ 나중에 한국가면 니가 똑같이 사면돼 ^^"
"아..네..T^T..독한것들"
"농담이야~ 겁먹기는"
"난 그지란 말이다!! 이놈아!"
아예 이름을 란티엔에서 빈티남으로 바꿔야 하나..
우리가 먹은 것들은 전부 6천밧이 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었다.
=_=.. 아니 도대체 어떻게 먹으면 6천밧이 나올 수 있는건가...
제임스는 갑자기 지갑에서 천밧짜리 여섯장을 꺼낸다.
"뭐..뭐해 너?"
"이정도면 돼겠어? 엉? 얼마면 돼"
"미쳤구나 니가.."
"아 오늘 돈 좀 필요해서 뽑았어"
"야 줘봐"
나는 제임스한테 받아서 바트로 부채를 만들어 부쳐보았다.
아.. 이게 그 <돈바람>이라고 하는 상큼한 돈내음인가..
제임스는 내가 하는 꼬라지가 웃긴지 연신 사진을 찍어댄다.
돈많은 귀부인 포스 잡아보란다.

그렇게 아쉬운 만남을 뒤로하고 우리는 다음 기회를 약속했다.
아직도 여전히 볼 녀석들은 많이 남아있기에,
오늘 만나러 오지 못한 친구들은 다음에 보기로 했다.
그리고 옷과 땀과 팜은 날 위해 숙소까지 데려다 주었다.
이 숙소는 사판콰이 역 근처에 있는 아파트였다.
숙소 예약 해달라니까 아예 레지던스를 렌트해준거다.-_-; 헐킈;;
들어가는 입구부터 키카드가 없으면 출입이 안되는 완벽 치안에 나는 감탄하면서
입구에 서있는 경비원아저씨를 든든한 마음으로 쳐다보았다.
아, 아무래도 혼자 여행하니까 팜이 이것저것 많이 신경써준 티가 났다.
방에 들어가자, 와 혼자쓰기에 꽤 넓은 원룸이었다.
한켠에는 주방과 다용도실이, 그리고 화장실까지 다 갖춘 나에겐 완전 딱 맞는 숙소였다.
"너..너무 무리한거 아니냐?"
"괜찮아, 너도 나 왔을때 집 빌려줬잖아"
"그래도..."
"괜찮아 괜찮아"
녀석들의 의외로 철저한 give & take 에 난 또 놀라고 말았다.
사실.. 팜이 한국에 왔을 때 친구녀석이 갖고 있는 집을 빌려줬었다.
하지만 위치가 조금 먼 탓에 내심 걱정했었는데,
이녀석은 5분만 걸어가면 BTS가 있는 아주 좋은 요새를 내게 선물해 주었다 ㅋㅋ
"아... 피곤하다"
"그럼 쉬고 있어, 우리 편의점 다녀올게, 물이랑 필요한거 좀 살려구"
녀석들은 또 우르르 몰려나갔고..
나는 소파에 늘어지자마자 갑자기 천둥과 함께 정전이 되버렸다.
컥;;;
어메이징 타일랜드!!
방콕.. 너 내가 오자마자 이딴식으로 환영식 해주기냐...ㅡ_ㅡ
정말 난 어딜가도 사고를 몰고다니는 존재인가보다.
"안~~보~~~여!!!!!!"
나의 절규에도 불구하고, 불은 한참 뒤에나 켜졌다.
녀석들은 곧 돌아왔고, 물과 컵라면 몇개를 사왔다.
철저하게 문단속해주고는 주의사항을 귀가 따갑게 일러주었다.
절대로 혼자 밖에 나가지 말라고 이중 삼중 엄중 경고를 주고는..(날 못믿는군=_=)
그들은 돌아갔다.
앞으로 6일 동안 여기서 머물러야 하니
아파트님 잘부탁합니다 ( _ _)*
그리고 난 또 기절했다.
.....to be continued
+ 일 때문에 바빠서 후기가 좀 늦어요~ 양해바래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