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메이징 타일랜드 -태국 마실기 .2 ◈ 뜨겁고 고요한 도시 아유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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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메이징 타일랜드 -태국 마실기 .2 ◈ 뜨겁고 고요한 도시 아유타야

Lantian 14 4802




#2



아유타야로 가는 내내 비가온다.

처음 도착한 태국은 내게 아직까진 햇살을 보여주지 않고 있었다.

낫은 운전을 하고 옷은 그 옆에 앉아있다.

뒷좌석에 앉아있던 나는 문득 운전하는 낫의 어깨에 턱을 괴고 물었다.

"태국은 왜 이렇게 날씨가 구려?"
"너가 우기에 왔잖아, 그러게 날씨 짱짱할때 오면 쫌 좋냐"
"그럼 도로 갈까?"
"됐네요~"

우린 그동안 하고싶었던 이야기, 못했던 이야기들을 하면서 아유타야로 달려갔다.
뻥 뚫린 태국의 고속도로를 시속 160으로 밟은 덕에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아유타야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곳곳에 스쳐가듯 보이는 태국스러운 분위기의 사탑과 국왕의 사진들..
그래도 여전히 태국에 온것이 실감이 안난다.

"란펑~"

갑자기 센치해져서 멍때리고 있으니,
옷이 특유의 장난끼 가득한 목소리로 날 불렀다.
아, 그제서야 쪼금 실감이 났다. 나는 지금 태국에 있다. 이 녀석들과 함께..

"야야, 그나저나 오늘 나 뭐해?"
"일단 아유타야를 구경시켜줄께, 그리고 저녁엔 우리 가족들과 식사를 하는거야"
"그럼 잠은 어디서 자는데?"
"숙소 잡아줄게, 근데 니네 룸 한개 잡아도 괜찮지?"
"나야 상관없는데, 내가 옷 덮치면 어쩌지? ㅋㅋ"
"죽어버릴꺼야~~"
"상관없어, 덮쳐 덮쳐~"

싫다고 절규하는 옷과 그런 모양새가 재밌는지 더하라고 부추키는 낫.
빵빵 터지는 웃음과 유치한듯 시시한 농담거리, 그러다 어느덧 아유타야 한 가게 앞에 멈췄다.
저녁에 식사해야하니, 잠깐의 요기라도 하고 가자는 취지에서다.
한적해 보이는 공터 구석에 있는 라면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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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뭐야?"
"그냥 간단한 면요리야, 출출할때 가끔씩 먹어"
"란티엔, 돼지? 닭?"
"돼지"
"오케이~"


굳이 이리저리 질문하지 않아도 그저 요령껏 척척 알아서 시켜주는 센스있는 옷.
근데 내껀 안매워서 그런지 걔들꺼가 훨씬 맛있었던듯...
그래서 내가 다 뺏어먹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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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태국식 -_-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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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배도 채웠겠다. 다시 출발해볼까???

"아아악!!"
"뭐야, 뭐!! 왜그래!!"
"어떡해~ 식당에 두고왔어!"
"뭘 두고왔는데?"
"껌"
"......"



아 진짜 낫이 운전하고 있기에 망정이지 또 딱밤 맞을뻔했다.
그래도 나름 태국땅에서 처음 편의점에서 산 의미 있는 물건이단 말이다!!
옷이 나중에 한트럭 사준다고 설득해서 그냥 가기로 했다.
그렇지만 아직 하나밖에 안씹었는데... 아깝다 6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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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다음 행선지로 간 곳은 "호텔"
일단 하룻밤을 아유타야서 묵기로 했으니까, 낫이 잘 아는 호텔로 갔다.
하룻밤에 얼만지 알리가...프론트 근처에도 안가봤으니;;
옷과 낫이 체크인 하는 사이 나는 로비에서 더위 먹은 몸을 쇼파에 던졌다.
아직 본격 구경도 하지 않았는데 역시나 전날 잠을 못잔 탓인지 한없이 몸이 무기력해졌다.
체크인이 끝나고 방으로 올라가는데 옷이 방이 작아서 불편할까봐 걱정한다.

"트윈룸이긴 한데 그렇게 안커"
"사이즈가 뭔 상관이니, 지붕만 있으면 돼"
"불편하면 말해 바꿔줄게"
"돈 많구나 니가.. 됐거덩?"
"응 알아, 나도 그냥 해본소리야"
"-_-"

여전히 쓰잘데기 없는 농담거리를 툭툭 던지면서 방에 입성하니..
헐! 생각보다 훨씬 크고 넓었다.
침대 싱글 두개에 테이블에 의자가 두개 거기에 널찍한 공간까지..
결정적으로 화장실이 아주 드넓었다.
사진을 찍어야 했는데 나의 깜박증으로 인해 -_- 실내 사진이 없다..OTL....

이건 비치볼 부는 옷, 귀여워서 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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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이런 방을 보고 쪼그맣다고 한거야?"
"괜찮아? 안좁아?"
"너 우리가 중국에서 여기 화장실만한 기숙사 방에서 산건 기억안나는가보구나"
"그건 그래 ㅋㅋ"

대충 짐만 놨두고 아유타야 탐방길에 올랐다.
하.지.만... 나의 병적인 깜박증은 여기서도 어김없이 발휘되는데..
낫의 차에 올라서 막 출발한지 5분도 채 못되어..

"란티엔, 이제 여기 유적지 구경하고 바로 저녁먹으러 갈거야"
"헉! 그럼 숙소 안들려?"
 
"숙소를 왜 들려 바로 가도 빠듯한 시간에.. 너 아유타야가 코딱지만한줄 아냐?"
"아아악!!! 안되는데..."
"왜?"
"....나 숙소 들릴지 알고 중요한 물건 깜박하고 안가져왔어"
".......란.티.엔!!!!"
"미안 미안!! 그치만 너도 미리 말 안해줬잖아!어쩌지? 유턴해서 다시 돌아갈까? 아직 멀리 안나왔으니까.."
"됐어, 그냥 갔다가 다시 숙소로 가야지 뭐"
"아 그래? 그러자 그럼 ^^"
"으이구.. 내가 증말.. 너땜에 못산다"
"형이 이해해, 쟤 늙었잖아.. 란펑이 괜히 란펑이겠어~"
"닥쳐! 꼬꼬마 주제에! 누구더러 늙었대!"





이것은 어메이징 타일랜드 - 태국 마실기 그 두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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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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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서 우린 첫번째 아유타야의 명소 "왓프라마하탓"이라는 곳으로 향했다.
시원한 차에서 차문을 여니 눅진눅진한 습한 더위가 훅 끼쳐왔다.


"아....제길....."


더운건 딱 질색인 나는 오만가지 인상을 찌푸리며 밖으로 기어나왔다.
그러나 바로 눈앞에 펼쳐진...
붉은 벽돌로 층층이 쌓여진 거대한 건축물을 본순간 제대로 탄성이 튀어나왔다.
그야말로 엄청나다. 나도 모르게 홀릭된듯 그렇게 다가갔다.
내가 정신없이 구경하는 동안 낫이 티켓을 사고 옷은 사진을 찍었다.
그늘 한점 없이 또약볕이 짱짱하니 비쳤지만, 눈앞에 있는 즐거움을 반감시키기엔 역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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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신기해~ 나무 뿌리에 사람 머리가 있어"
"유명한데야, 앉아봐 사진 찍어줄께"
"야.. 근데 나 옷차림이 이런데 앉겠냐?"
"너 왜~~!! 놀러오면서 팔랑거리는 치마를 입고와!!"
"우씨, 놀러가는데 치마 좀 입었다고 뭐가 나빠!"
"불편하잖아~"
"이쁘다곤 못해줄 망정! 쳇!!"
"알았어 이뻐이뻐!"

우린 늘 이렇다. 오는말이 고우면 가는말은 험하기 마련....
아마 맨홀에 빠지면 웃으면서 뚜껑덮어 줄 아주 끝내주는 우정들이 아닐까 싶다.
낫과 투닥거리는 사이 옷이 또 사진을 찍어준다. 이녀석은 아예 폼새가 "나 관광객이요, 사진작가요" 하는 포스를 뿜고있다.

"옷, 넌 찍지만 말고 여기서봐 찍어줄게"
"아우 됐어~ 나 태국인이야~"
"태국인은 사진 찍히지 말란 법있냐! 너도 방콕사람 아니니까 관광객이잖아~여기서 있어봐"
"하나~ 둘~ 팍치~"
"-_-팍치는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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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쯤 구경했을까 갑자기 낫 녀석이 장난끼가 발동한 모양이다.
갑자기 힘차게 달리기 시작하더니 쌓아놓은 유적들 위를 마구 오르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나를 향해 메롱질을 한다.

"메롱~ 넌 치마 입어서 못올라오지?"
"너 지금 나랑 시합하자는거야?"
"흥~ 넌 안돼~"
"기.다.려"

진짜 치마 입고도 얼마나 날렵하게 올라갈수 있는지 보여주겠숴!!!
한 두어걸음 올라갔을까?
갑자기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관리원 급등장..;;
"삑!!!!!#%#*&$%^&*~~!!!(추측건대 절대 내려오란 소리였을 것이다)"
아 그제서야 깨달았다. 여긴 신성한 유적지고, 나는 무슨 짓을 할뻔 한건가....
낫은 폴짝하고 뛰어내렸고, 나는 민망함에 그들과 거리를 유지했다.


"...낫.... 너 진심 미쳤냐? 여기 올라가면 안되는 거잖아!"
"괜찮아~ 어릴때부터 가끔 몰래 올라갔었어~"
"....그건 니 생각이고!! 이좌식아!!!"
"쫄았구나?"


왜 난 여태껏 몰랐을까, 낫은 천상 나쁜남자다.
불법과 합법의 모호한 경계선에 서있는... 그래서 더욱 사람으로하여금 긴장되게 만드는 녀석이다.
대충 한바퀴 다 둘러보고 나자 나는 완전 땀에 푹 절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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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는 꼬마애에게 셋이 함께 찍을 사진을 부탁했고, 그아이는 낫의 부탁에 흔쾌히 동의했다.

모처럼 사이좋게 셋이서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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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나가는 아이스크림 장수를 발견!
유명한 태국 아이스크림이라고 하는데, 나무토막같이 생긴 아이스크림 덩어리를 꺼내더니 뚝하니 잘라 꼬지를 푹 꽂아준다.
양도 양이지만, 정말 맛있었다. 더위를 타는 내게 완전 단비같은 아이스크림이다.
근처에 있는 기념품점을 둘러보면서 눈요기를 하고 있는데, 아이스크림은 곧 사정없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이미 아이들은 반쯤 먹어치웠고, 나는 여전히 줄줄 흐르는 아이스크림을 손에 쥔채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바보 란펑~ 초딩같애"
"시끄럿!"
"시간없다, 빨랑 먹고 이제 이동하자"
"나..아직 다 못먹었는데"
"시합하는거야 우리 셋중 누가 젤 늦게 먹는지 보자고!"
"앗, 기다려! 숫자 세야지! 하나 둘~ 시~ㅈ.."
"다먹었다"
"나도 ~"

-_-.. 이것들이 그 큰입을 이용해서 아이스크림을 한입에 툭하니 털어놓고 다먹었다고 지들끼리 좋아라 한다.
장난해!!! 난 아직 다 먹지도 못했다고!!
양볼이 터져라 넣고도 여전히 반이상이 남았다. 결국 남은 아이스크림은 포기하고 차에 올라탔다.
한참을 갔을까, 그때 내 시선을 휘어잡은 것이 있었으니...

"으아아악!!"
"또 왜~"
"코끼리다아아아~~~♡"
"맞다 너 코끼리 좋아하지"
"응응응응! 듣자하니 니네들 자가용 대신 코끼리 타고 다닌다며!"
"....누가 그래?"
"집집마다 애완용 코끼리도 한마리씩 기른다며!"
"....대체 누가?"
"..아니야?"
"또 엄한 개그로 애하나 버려놨구만.."
"-_-뭐야 나 또 속은거야?"
"새삼스럽게~^^"

여전히 창 밖의 코끼리떼에 눈을 못떼고 있는 나를 위해 낫은 친절히 물어봐 주었다.

"란티엔 코끼리 타고 싶어?"
"+_+어어어어어어어!"
"알았어, 그럼 유적지 보지 말고 코끼리 타자"
"얏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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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는 유적지 하나와 코끼리 트래킹을 맞바꿨다.
사실 코끼리는 처음 보는거라 두근반 세근반 긴장되기 시작했다.
우리가 간곳은 아유타야에 있는 코끼리 트래킹 중 한곳이란다.
가격은 30분은 많이 비쌌지만 나는 10분만 타기로 했다.
낫이 예전에 여기에서 10대때 잠시 아르바이트 했었다고..
그덕에 반값으로 코끼리를 탈 수 있었다. 보아하니 사장과 잘 아는 사이 같았다.
낫이 과일바구니를 하나 사더니 내게 건내주었다.

"이렇게 하나씩 코에 갖다대면 애들이 알아서 받아 먹을거야"
"헉.. 근데 춈 무섭다?"
"무섭긴 얼마나 귀여운데~"


낫은 진심 귀엽다는듯 코끼리 코를 토닥토닥 두드렸다. 마치 인사하듯 말이다.
그러나.. 나는 진심 겁먹었다. 거대한 코끼리 코가 나를 향해 뻗어올때 나도 모르게 움찔하고 말았다.
하나씩 주라는 낫의 말따위 들리지 않아~ㅠ0ㅠ 그냥 코끼리한테 바구니째 바치고 말았다.
그마저도 무서워서 땅에 떨어트리고, 아~ 낫에게 욕 작살나게 얻어먹고...

"자, 이제 코끼리 타자"
"응! 근데 뭐야.. 나만 타?"
"당연하지 우린 이미 질리게 타봤어"
"헉! 안돼! 나 혼자 어떻게 타라고!! 안돼 무서무서!"
"우리가 사진 찍어줄께 혼자 타면 얼마나 재밌는데"
"시러어!!!!"
"... 에효~ 옷 부탁한다"
"형~T^T"


결국 물귀신 작전으로 물고 늘어져서 옷과 둘이 탈 수 있게 되었다 -_-v
그러나 생각보다 높은 곳에 더군다나 엄청난 흔들림에 나는 염통이 쫄깃해졌다.

"으악~~ 무서워~~ㅠㅠ"
"웃어 웃어 저기 사진 찍잖아~"
"이 상황에서 웃음이 나오냐!!"
"치~즈^_____^"
"치~즈ㅠ__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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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는 도로를 조금 건너가서 강둑에 다가 갔다.
점점 강가에 다다르자 나는 이녀석이 혹시 미쳐서 강물에 뛰어들지나 않을까 걱정이 됐다.
더군다나 옷 녀석까지 한술 더떠 "이 코끼리 수영하러 들어가는거다" 라고 말도 안돼는 허풍까지...
그리고 멈춰섰다. 잠시 풍경을 구경하라고 시간을 준거다.
바람은 솔솔 불고 코끼리 녀석도 가만있으니까 그렇게 무섭진 않았다. 뒤를 돌아보니 코끼리 궁둥이가 보였다.
왠지 귀여워 보여서 토닥토닥 쓰다듬어주니까 옷녀석이 "변태"라고 놀린다 -_-;;;
약 10분동안 고소공포증에 벌벌 떨다가 다시 돌아왔더니 진이 다 풀렸다.

"수고했어, 자 여기~"

낫이 커다란 갈색 봉투를 내밀었다.
거기엔 나와 옷이 찍힌 즉석에서 인화한 사진이 들어있었다.
아..!
생각지도 못한 선물에 감동해버렸다.
나는 낫 팔에 대롱대롱 매달리면서 좋아 죽겠다는 표정으로 고맙다는 표현을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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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우린 또 다시 이동해서 커다란 불상이 누워있는 "왓 로카야수타"에 도착했다.
꽤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뭔가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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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향과 꽃.. 과일 뭐 이런거 몇가지를 사더니 따라오라고 한다.
나는 뭘 하는 지도 모른채 그냥 쫄래쫄래 옷을 따라갔다.
옷은 향에 불을 붙이고는 불상을 향해 머리를 조아렸다.
그런데 나는 불교가 아니기 때문에 그냥 옷이 하는걸 물끄러미 쳐다만 보았다.
옷은 뭔가 의식을 마치더니 끝으로 금 종이를 불상에 붙이고 왔다.
가만 보니 불상이 온통 금으로 덕지덕지 덮여있었다.
그렇게 볼일(?)을 다 보고 난 후 다시 아까 왔떤 가게로 돌아오니 낫은 이미 코코넛 하나를 열심히 파먹고 있었다.

"어! 코코넛이다!"
"먹고싶어?"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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낫은 능숙하게 숟가락으로 코코넛 속을 파내더니 슥 내민다.
더위로 손을 움직이기도 귀찮은 나이기에 그냥 낼름 받아먹었더니

"니가 꼭 내 딸같다"
"넌 이렇게 큰 딸도 봤냐?"
"그 이전에 외모가 안닮았잖아"

옆에서 옷이 또 거든다.
근데 열심히 먹고 있자니 갑자기 밀려드는 궁금증이 있다.
원래 코코넛은.. 마시는 과일 아니었나??


"낫.. 이상해.. 원래 물 없어?"
"무슨 물? 물 마시고 싶어?"
"아니.. 코코넛 안에 말야 원래 음료가 있지 않아?"
"....하.하.하....그거 내가 다 마셔버렸다 ^^;;미안~"
"야~ 넌~ 진짜... 코코넛 나도 마시고 싶었는데!"
"다음에 사줄께~ 이제 진짜 돌아가야해"
"치사해 치사해.. 그걸 혼자 다마시냐"
"빨리 안타면 두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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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들린 유적지는 "왓 푸까오통"
이곳도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그러나 난 유적지 건물보다 그 아래 개울가에 있는 황금물고기에 정신이 팔려서..
낫이랑 황금물고기 찾기 시합따위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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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6:00

코끼리도 탔고, 유적지도 봤으니 이제 숙소로 GO~
결국 나의 깜박증 때문에 숙소로 일단 복귀 후, 낫과 옷의 타박 아래 옷을 갈아입었다.
편한 셔츠와 반바지 차림이 되자 둘다 나란히 엄지를 척 치켜든다.
어휴~ 부창부수 아니랄까봐 꼭 저럴때면 쿵짝이 잘맞는다니까..
그리고 제일 중요한 낫네 부모님 선물 홍삼차 세트를 챙겼다.
낫은 생각지도 못한 나의 준비물에 놀라 되물었다.

"너 중요한거 잊었다는게 이거야?"
"응, 그래도 식사 대접 받는데 빈손으로 가면 좀 그렇잖아"
"여자친구도 아닌데 뭘 그렇게 긴장해"
"바보야, 그거랑 별개지! 어르신들한테 잘보여서 나쁠거 뭐있어?"
"준비 됐음 가자~"

그리고 우리는 낫네 부모님이 예약하신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가는 동안 나는 낫에게 여자한테 쓰는 칭찬과 남자한테 쓰는 칭찬등등을 스파르타로 배웠다.
예를들면 "수워이 막막~" 이라든지.. "싸왓디카"라든지...
부모님과 누나를 만나면 그래도 몇단어 정도는 써먹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다.
그..런... 데...
이 히발로마같은 낫녀석은 아까 말했듯이 전형적인 나쁜남자다.
불법과 합법의 모호한 경계 뿐 아니라 건달과 양아치의 모호한 경계에도 걸쳐있는 녀석이다.
고로 이녀석이 나에게 뭔가를 해줬을땐 어딘가 석연치 않은.. 찜찜한 구석이 있기 마련인데...
나는 이녀석에게 또 속고 말았다.

"낫, 아주 잘생겼어요 를 뭐라고 해?"
"누구한테 쓰려고?"
"니네 아부지~"
"음... 코웬 띤 막막"
"코웬 띤 막막??"
"...풋...응 그거야"
"코웬 띤 막막.. 코웬 띤 막막..."

난 왜 그때 낫의 미묘한 표정변화를 놓쳤을까..
왜 옷의 떠나가라 웃는 웃음의 의미를 캐취하지 못했던가...
그러나 때는 이미 늦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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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느새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강둑에 위치한 레스토랑은 굉장히 운치있고, 멋진 곳이었다.
낫네 어머님의 친구분이 운영하시는 식당이라고 했다.
풍채가 좋으신 아버님과 자상해보이는 어머님 그리고 낫보다 열살은 어려보이는 누나까지..
우린 강둑에 근접한 아주 명당자리에 앉았다.
언어가 안통하는 통에 낫과 옷이 통역사 노릇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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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 새우가 진짜 죽음이다.. 먹으면 입안에서 새우살이 후두둑 터진다 T^Tb 척!)



식사가 진행되는 동안 끊임없이 음식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나같이 다들 맛있고 처음 맛보는 태국 음식의 향연에 나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맛있는 것만 먹으면 온몸으로 표현하는 나의 버릇때문에 부모님들은 너털 웃으셨고, 누나는 그런 내가 웃긴지 연신 빵긋빵긋 했다.
화기애애한 식사시간이 끝나갈 무렵 친구들이 갑자기 나를 부추키기 시작했다.
내가 태국어를 아는게 많다고 자랑했다는 거다;;
그러면서 방금전에 가르쳐준 태국어 써보라고..
그래서 나는 일단 어머님께 "마~ 쑤워이 막막!"
반응 좋았다. 누나한테는 "나락 막막!!"
역시나 여기까진 호응도 최고다.
그리고 준비해간 홍삼차를 아버님께 드리면서 왈
"빠~ 코웬 띤 막막!"
아.. 그때 아버님 표정이 뭐라 형용이 안되는 ..흡사 오줌묻은 변기에 앉은 그런 표정????

"아..? 왜이러지 내 발음이 안좋은가? 코.웬.띤.막.막!"

이미 낫과 옷은 웃다가 질식할 정도로 테이블까지 두드려가며 뻥~ 하니 터져있었다.
그리고는 뭐라뭐라 낫이 통역하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아버님의 얼굴이 활짝 피셨다.
나야 무슨 상황인지 모르니까 그냥 얼결에 같이 씨익 웃었을 뿐이다.
그리고 나는 나중에 이 상황을 알게 되는데...
정말 그때 손에 들고있던게 맥주병이 아니었기에 망정이지.. 애들 인생 한방에 훅 갈뻔 했다.
저 코웬띤 막막이란 뜻은.. 아주아주 심한 욕으로서...
한마디로 뻑큐 내지는 내 발을 니 입에 쳐넣고 싶다?? 정도로 해석하면 될듯하다.
-_- 즉, 나는 "아버님 즐쳐드셈!!" 정도로 첫 인사를 날린거다.
망할 낫덕분에 내 이미지는 초장부터 죽쒔다.
그래도 녀석이 자기가 잘못 가르쳐준거라고 장난이라고 잘 말씀드렸기에 망정이지..
안그랬음 완전 싸이코 한국여자 될 뻔했다ㅠㅠㅠㅠㅠㅠ
낫 아버님도 장난을 좋아하시는거 같다... 그러고 보니 성격도 붕어빵이네 -_-

그리고 식사가 끝날 때쯤해서 미모의 여성이 출현하게 된다.
아주 아름다운 여성은 딱 붙는 검정셔츠에 검정팬츠 차림으로 다소곳하니 낫의 옆자리에 앉았다.
낫에게 여자친구가 생겼단 얘긴 들어보지 못했는데...

"누구야? 완전 이쁘다"
"내년에 결혼할 사람"
"뭐?!!"

나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왜그랬을까, 갑자기 친오빠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은거마냥 서운한 이 기분은 뭐지..
그녀는 우리의 대화를 못알아 듣는지 그냥 조용히 미소만 띄우고 있었다.
나는 갑자기 우울해졌다. 아.. 낫도 이제 결혼하는건가?
근데 또 이녀석들이 갑자기 킥킥 거리고 웃는게 아닌가...

"란펑~ 나랑 얘랑 닮지 않았냐?"
"어..그러고 보니 눈매가 좀 닮은거 같기도.."
"바보 여동생이야!"
"아 진짜?"

그제서야 화색이 돈 내게 낫은 또 다시 푸하하 하고 웃어재낀다.
그리고 난 떠올렸다. 낫에게 여동생은 없다.

"너 또 나 속였지!!"
"농담이야 농담, 친구야 친구.. 오래된 친구"
"됐어 이젠 니말 안믿어! 아니 못믿어!"
"진짜야... 너한테 내 친구들 소개시켜주고 싶어서 불렀어"
"그런거야?"
"인사해 얘는 뻔이라고 해"

나는 얼결에 뻔과 통성명과 함께 간단한 눈인사를 나눴다.
식사가 다 끝나고, 그 친절한 사장님은 우리에게 돈을 거의 받지 않았다.
고마우신 분이다. 여긴 정말 정이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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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과 어머님 그리고 누나와 함께 사진을 찍고 아쉬움을 달래며 배웅을 해드렸다.
자 이제 우린 어디 가지?

"우리 어디가?"
"술집. 일단 내가 얘 차 몰고 갈테니까 옷이 내 차 몰아서 너 데리고 갈거야"
"가자 란펑~"

낫은 옷에게 키를 던졌고, 나는 역시 이번에도 운전석에 서서 문열길 기다렸다.
한차례 구박과 함께 돌아가서 조수석에 탔다.
옷은 운전을 꽤 능숙하게 한다. 낫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마냥 어리게 보이던 녀석이 운전할때면 왠지 남자답다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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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운전 잘한다?"
"그냥 하는거지.. 넌 운전 못해?"
"응. 나 운전할줄 몰라.. 무서워"
"대체 넌 술먹는거 빼고 할줄아는게 뭐냐"
"시끄럿-_-"


낫이 탄 차가 먼저 쌩하니 달려가면 옷은 그뒤를 바짝 추격한다.
왠지 즐겁다 아유타야가..
그리고 더욱 즐거운 파티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to be continued

 

14 Comments
가을보송이 2010.08.28 09:16  
하핫 정말 재미있게 잘 보고 있습니다.
휴일 일어나자마자 읽었네요...

다음편도 목빠지게 기다리겠습니다.
Lantian 2010.08.28 10:25  
원랜 오늘 새벽3시경에 마무리 되서 다 올렸군- 하고 잠들었는데..
일어나서 생각해보니 비밀글을 안풀었더라고요;; 쿨럭...
그래서 서둘러 비밀글 풀고 전 오늘도 당직서러 출근했습니다 -_-;;

퇴근하는대로 또 열심히 3편써야죠 ㅋㅋ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옌과제리 2010.08.28 09:46  
글을 재미있게 잘쓰시네요..
정겨운 아유타야의사진 잘보았습니다..
Lantian 2010.08.28 10:27  
에이~ 뭘요~
사실 여행기란 정보도 어느정도 포함되어있는데..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들 뿐이라 공감이 될지 잘 모르겠어요 ^^;;
하지만 다른분들 여행기는 정보가 잔뜩 있으니까 저는 좀 다른걸 적어보고싶었거든요 ㅎㅎ
전 방콕보다 아유타야가 더 좋아요~ 뭔가 사람냄새가 물씬 나는 동네예요 ㅎㅎ
jbrother 2010.08.29 02:29  
즐거운 여행과 친구들 ,  사진도 좋습니다

다음편 기다립니다
Lantian 2010.08.29 13:54  
감사합니다 :)
이번 여행에서 친구들이 없었다면 이렇게 즐겁지 않았을 겁니다.
정말 고마운 녀석들입니다.
다음편도 재밌게 봐주세요 :)
탱희 2010.08.29 02:29  
정말 재밌게 잘읽고 있습니다^^
란티엔님 오시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ㅋ
근데 예전글들은 다 어디로 가버렸네요 ㅎㅎ
다음편도 기대할께요~~^^
Lantian 2010.08.29 13:56  
하핫~ 감사합니다~
제 예전글들은 그냥암꺼나 (커뮤니티쪽) 방에 있구요, 여행기는 여기에 처음 올려봅니다 ^^
특별히 대단한 내용은 없지만 즐겁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다음편에서 뵈요!!! ㅎㅎ
nani 2010.08.30 22:58  
아~~후기 너무 재밌네요~~다음편 보려고 하니까 없네요..ㅠ,.ㅠ
Lantian 2010.09.01 00:43  
흑.. 제가 지금 일땜에 정신없어서...
조만간 다 마물되는대로 올리도록 할게요~ 부지런히 쓰고있지만 워낙 분량이 많다보니..좀 걸리네요 ^^;;
전설속의날으는까칠한닭 2010.09.05 06:32  
재미있어요...
Lantian 2010.09.06 19:30  
감사합니다 :-)
아쟈아쟈~!
연JINI 2010.09.10 12:38  
태국 친구들 너무 멋진걸여 ?? 
이글 읽는라 점심 시간이 너무 즐거워요 ~~
Lantian 2010.09.13 00:18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호호 기나긴 하루의 잠깐의 편안한 휴식처가 된다면
저야말로 이 글을 쓰는 보람이 팍팍 느껴지네요 ^_^
다음 편도 재밌게 봐주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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