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 아줌마의 문화유산답사기 2 - 아유따야
불교신자는 아니지만...세월이 아닌 인간의 손으로 훼손된 부처의 형상들이 떼지어 있는 그 모습이
눈에 밟혀 찾아온곳, 잠이 반쯤 깨서 부시시한 내가 그 곳에서 처음 만난건 사진에서 본 개조된 삼
륜차를 몰던 아저씨. 시간이 12시를 좀 넘겼고, 주변에는 관광객처럼 보이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
고..하지만 나는 배가 고팠다. 아까 먹다 남은 토스트 한쪽을 가방에서 꺼내 입으로 가져 가는 내게
의사소통에 충분한 영어로 말을 자꾸 걸어온다. 먹을때는 개도 안 건드리는건데...그나저나 이 동
네는 웬 송아지만한 개가 이렇게 많은거야... 일단 아저씨의 말은 한 귀로 흘리면서 머리를 굴린다.
기차표를 바꿔서 굳이 방콕으로 돌아갈 필요는 없지만 개장시간이 있으니 서두르는게 나쁘지는 않
을듯하다. 어차피 아저씨도 손님 찾기가 쉬운 시간은 지난듯 하니 어떻게든 나를 잡고 싶은 눈치
고...시간당 200밧을 부른다. 일단 ok!를 하고 뒷 자리에 오른다. 시원하다. 이렇게 아유따야속으로
들어간다.
내가 어리버리해보였는지 가야할 곳을 미리 알려주시는 아저씨.
안쪽은 나중에 한꺼번에 돌 수 있는 거리이니 외곽쪽의 보통 여행자들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곳
부터 돌겠단다. 어딘가를 꼭 가야한다는 생각은 아니었으니,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신나게 달
리는 차 위에서 내 뒤로 휙휙 지나가는 예전의 왕도를 본다. 사실 어디를 다녀왔는지.....찍어놓은
수백장의 사진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구분이 잘안된다....가는곳마다 비슷한 탑이있고,비슷한 부처
가 있고....밤에 숙소로 돌아와 가이드북에서 본 사진과 연결해가면서 움직인곳을 표시해보지만
가이드북에서 보지 못했던 곳도 있다.
얼핏 지나가며 본 진입로에 있던 영문은 무슨 왕의 기념비라고 적혀있었던곳이 있는데 왕의 동상
앞에 사열받듯 늘어서 있는 커다란 한 무리의 수탉들의 모습이 지금도 나를 미소짓게 한다. 전쟁에
서 용감하게 싸운 왕이고 수탉은 그 용맹함의 상징이라는 아저씨의 열띤 설명..안쪽 유적지엔 정말
크기만 작지 똑같이 생긴 알록달록한 닭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나중에 수코타이에서 본 투계농
장 간판에 있던 닭과 똑같이 생긴...- 내가 아는 닭들보다는 웬지 좀 더 거만해 보이기까지한 당당
함이 있다. 수직으로 진화한 신체구조를 가졌다고나 할까. 부처님 몸에 금박을 입히는 모습을 신기
하게 구경하고 있으니 내게도 작은 금박 한조각을 건네 주시던 아주머니. 이곳저곳 자기 키높이 따
라 입혀진 금박조각들이 사람들의 소망이라 생각하니 혹시라도 내가 붙이는 금박이 그 소중한 마
음을 가릴까봐 비어있는곳을 찾아 열심히 문질러본다. 음...부처님이 아니라 내 손가락 끝에 금빛
이 더 많이 묻어있다. 땀 때문인가...뭔가 마음에 꼬질거리는 때가 묻어있나...
유리상자안에 갇혀있거나 다른 방법으로 잘 관리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많은 부처님들과 달리,세계
문화 유산이라고 지정되어 있다는데도 아무나 만지고 아무렇게나 방치되고 여러 자세로 앉고 눕고
서고....하, 마음에 든다. 표정들도 다양하고 헤어스타일도 조금씩 다르고...특히 눈매...감거나 반쯤
뜨거나..혹은 다 알고 있다는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는듯하다.40 m 가까이 되는 덩치가 큰 와불을
감고 있는 금빛의 가사가 바람에 펄럭이고 연꽃봉오리를 내려놓으며 합장하는 중년 아저씨의 모습
이 눈에 들어온다.
한 두시간을 그렇게 다녔나...슬슬 차 타는게 지겹다. 외국인만 입장료를 꼬박꼬박 받는 매표소를
보며 왓나쁘라멘 앞에서 아저씨에게 동행(?)종료를 고했다. 시내 한가운데로 데려가 달라고. 이제
부터는 좀 걷고 싶다고. 좋게 생각하자...이 아저씨가 나를 걱정한다고. 사실 처음 두 곳을 거치고
는 아예 배낭을 차 뒷자리에 던져놓고 작은 가방만을 메고 다녔다. 아저씨에게는 빨랫감만 들었으
니 괜찮다고 말하고 뒤도 안돌아보고 가버리는 내가 불안했는지 다녀와 보니 그 가방은 운전석 옆
자리로 자리를 옮겨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혹시 몰라서 옮겨놨다고 말씀하시는 아저씨의 말을
그대로 믿기로 맘 먹었으니 감사하다고 할 밖에 -사실 그 속에것 다 합한 것보다도 나이키 세일
할 때 산 그 가방값이 더 나갔을거다..- 차에서 가방을 건네주며 시간 계산을 한다. 2시간 하고도 30
분이 조금 안된다. 100밧을 깍아서 400밧만 달라고 하시더니 걱정이 많으시다.조심해라..방콕으로
가냐? 아니 기차 탈거다 그랬더니 저녁에 어디어디 근처에 가면 기차역 가는 차를 탈 수 있을거다.
여행 잘해라..밥 잘먹어라 -아 맞아..아까 토스트 한 쪽 먹은게 다지..-인사를 하고 악수를 하고 아
저씨 사진도 한 장 찍는다. 그리곤 다시 가방을 고쳐메고 왓 쁘라마하탓으로 향한다.
잘려진 부처의 머리, 나무 뿌리에 휘감긴 얼굴 -예전에 본 일본 만화의 한 장면,,,사람의 머리에 야
생벌집을 만들었던 그 기괴한 모습이 오버랩된다-목이 잘린채 몇백년동안 서 있는 조금 작은 불상
들..성황당처럼 나무에 휘감긴 알록달록한 천과 그 앞에서 기도를 하는 사람들, 사진을 찍는 사람
들..도시 안쪽을 걸으며 보이는 오래전 전쟁의 잔해들. 종교가 사람들을 규합하는 큰 힘이었던 시
대에 지금 남아 있는 저 모습이 눈 앞에 펼쳐졌던 그 당시의 사람들은 얼마나 큰 트라우마를 겪었
을까. 팔만대장경을 만들었던 우리 역사의 한 조각이 생각나고 무언가 뭉클한 것이 느껴진다. 그런
나에게 아직도 고고하게 서 있는 우주왕복선처럼 생긴 탑이 괜찮아..하고 말해주는 듯 하다. 해가
지려나보다.
다리가 아프다... 다시 처음 자리로 돌아와 석양이 시작되는 폐허를 보며 시원한 커피를 마신다.
아직도 시간이 많네...이젠 뭘 할까...길을 따라 조금 내려가 본다. 길 건너편에 아까는 없었던 천막
이 쳐져있다. 옆으로 화원들이 있고 이제는 꽃모양도 가물가물한 채송화도 화분에 담겨서 팔리기
를 기다리고 있다.화분에 물을 주는 아줌마에게 인사를 하며 구경을 한다. 사 갈수는 없지만 구경
이나 실컷하자. 싱가폴은 의외로 꽃이 귀하다.한국에 많은 도로변의 화단도 없고 어쩌다 보이는 가
정집의 정원을 제외하고는 알록달록한 꽃은 식물원에나 가야 볼 수 있다. 한국 아파트의 흐드러지
게 피는 벚꽃이며 목련...색깔있는 식물들보다 보이는건 죄다 초록색인 나라. 그런데 여기엔 이렇
게 여러색의 꽃이 있다. 우와...이게 웬 횡재냐. 실컷 보고 가야지. 옆 천막에서는 원예도구를 판다.
한국에서 가져온 씨앗은 발아도 잘 안하고 싹이 나도 성장이 시원챦다던데 이 나라는 기후가 비슷
하니 잘 크지 않을까...하는 근거도 없는 생각으로 상추와 쪽파 씨앗도 한 봉씩 산다. 그렇쟎아도 아
이 학교 식당 아주머니와 학교가 이사가면서 땅이 생겼으니까 우리가 야채를 좀 심어보자고 미리
부터 의기투합했던 차다. 이거 선물로 갖다 드려야겠다.
밥 때가 됐구나....오늘 먹은게 너무 부실했는데 조금 위쪽 거리에 시장이 열리기 시작한다.
가이드 북에서 말하는 그런 야시장이 아니라 철저히 현지인들을 위한 시장인듯하다. 끝에서 끝까
지 구경하며 다니는데 역시 이방인 분위기가 나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이것저것 구경하고 사진
도 찍다 샐러드 가게 앞에서 가격을 물어본다. 배고파 죽겠다고 온 몸으로 말하며 여기서 먹을 수
있냐고 물어본다. 그 가게는 식탁이 없는데 나를 보며 웃던 아줌마,옆의 국수가게 아줌마에게 양해
를 구하더니 앉아서 먹으라고 한다. 그런데 갈수가없다...스톨이 너무 붙어있어서....지나갈 수
가....그냥 싸달라고 한다. 돈까스가 얹어진 야채 샐러드...달콤함에 다 늦은 저녁때 벌들이 몰려 있
는 디저트 좌판을 지나서 계란말이를 쟁반만하게 부치고 있는 아줌마 앞에 선다. 먹을 수 있냐고
하자 뒤쪽 자리를 가리킨다. 계란말이를 시키고 옆집에서 국수를 한 그릇 시키고 파파야샐러드도
한접시...배가 불러 죽을것 같다. 아까 산 샐러드는 아직 손에 들려 있는데..국적불명의 초밥을 한참
구경하고 튀겨진 오리머리와 꼬치에 통째로 꿰인 생선들..현란한 칼솜씨로 튀긴닭을 다져서-아마
뼈째 먹는 듯- 도마 하나 가득 채우는 아저씨,(사진을 찍으니 한 입 먹어보라며 접시에 조금 덜려고
하시는 걸 말렸다. 들어갈 데가 없어서....ㅠ.ㅠ) 시원한 바람이 부는 아마도 도랑...아니면 개천옆에
서 저녁시간을 잘 보내고 기차역이 어딘지 탐색하기 위해 나오다 제일 마지막에서 옥수수파는 아
주머니를 발견. 노란것과 하얀것...배는 부르지만 에라 모르겠다. 그것도 두 개 사들고 일단 노란 옥
수수를 한입 베어 무는데...악!!! 무지하게 짜다. 눈이 동그래지는 나를 보고 아줌마가 웃어준다. 굽
기전에 뭔가 잔뜩 바르던데....피쉬소스인가..그래도 이건 심한데..나중에 먹어야지~ 하면서 맛도
못본 샐러드와 함께 배낭속에 주섬주섬 챙겨넣는다.
큰 소리로 "코쿤 카~" 인사를 하면서.....할줄 아는건 딱 두마디,싸와디 카 그리고 코쿤 카.오늘 고
맙다는 말만 한 백 번은 한듯하다.
주변은 완전히 어두워졌다. 다시 걷자.
눈에 밟혀 찾아온곳, 잠이 반쯤 깨서 부시시한 내가 그 곳에서 처음 만난건 사진에서 본 개조된 삼
륜차를 몰던 아저씨. 시간이 12시를 좀 넘겼고, 주변에는 관광객처럼 보이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
고..하지만 나는 배가 고팠다. 아까 먹다 남은 토스트 한쪽을 가방에서 꺼내 입으로 가져 가는 내게
의사소통에 충분한 영어로 말을 자꾸 걸어온다. 먹을때는 개도 안 건드리는건데...그나저나 이 동
네는 웬 송아지만한 개가 이렇게 많은거야... 일단 아저씨의 말은 한 귀로 흘리면서 머리를 굴린다.
기차표를 바꿔서 굳이 방콕으로 돌아갈 필요는 없지만 개장시간이 있으니 서두르는게 나쁘지는 않
을듯하다. 어차피 아저씨도 손님 찾기가 쉬운 시간은 지난듯 하니 어떻게든 나를 잡고 싶은 눈치
고...시간당 200밧을 부른다. 일단 ok!를 하고 뒷 자리에 오른다. 시원하다. 이렇게 아유따야속으로
들어간다.
내가 어리버리해보였는지 가야할 곳을 미리 알려주시는 아저씨.
안쪽은 나중에 한꺼번에 돌 수 있는 거리이니 외곽쪽의 보통 여행자들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곳
부터 돌겠단다. 어딘가를 꼭 가야한다는 생각은 아니었으니,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신나게 달
리는 차 위에서 내 뒤로 휙휙 지나가는 예전의 왕도를 본다. 사실 어디를 다녀왔는지.....찍어놓은
수백장의 사진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구분이 잘안된다....가는곳마다 비슷한 탑이있고,비슷한 부처
가 있고....밤에 숙소로 돌아와 가이드북에서 본 사진과 연결해가면서 움직인곳을 표시해보지만
가이드북에서 보지 못했던 곳도 있다.
얼핏 지나가며 본 진입로에 있던 영문은 무슨 왕의 기념비라고 적혀있었던곳이 있는데 왕의 동상
앞에 사열받듯 늘어서 있는 커다란 한 무리의 수탉들의 모습이 지금도 나를 미소짓게 한다. 전쟁에
서 용감하게 싸운 왕이고 수탉은 그 용맹함의 상징이라는 아저씨의 열띤 설명..안쪽 유적지엔 정말
크기만 작지 똑같이 생긴 알록달록한 닭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나중에 수코타이에서 본 투계농
장 간판에 있던 닭과 똑같이 생긴...- 내가 아는 닭들보다는 웬지 좀 더 거만해 보이기까지한 당당
함이 있다. 수직으로 진화한 신체구조를 가졌다고나 할까. 부처님 몸에 금박을 입히는 모습을 신기
하게 구경하고 있으니 내게도 작은 금박 한조각을 건네 주시던 아주머니. 이곳저곳 자기 키높이 따
라 입혀진 금박조각들이 사람들의 소망이라 생각하니 혹시라도 내가 붙이는 금박이 그 소중한 마
음을 가릴까봐 비어있는곳을 찾아 열심히 문질러본다. 음...부처님이 아니라 내 손가락 끝에 금빛
이 더 많이 묻어있다. 땀 때문인가...뭔가 마음에 꼬질거리는 때가 묻어있나...
유리상자안에 갇혀있거나 다른 방법으로 잘 관리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많은 부처님들과 달리,세계
문화 유산이라고 지정되어 있다는데도 아무나 만지고 아무렇게나 방치되고 여러 자세로 앉고 눕고
서고....하, 마음에 든다. 표정들도 다양하고 헤어스타일도 조금씩 다르고...특히 눈매...감거나 반쯤
뜨거나..혹은 다 알고 있다는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는듯하다.40 m 가까이 되는 덩치가 큰 와불을
감고 있는 금빛의 가사가 바람에 펄럭이고 연꽃봉오리를 내려놓으며 합장하는 중년 아저씨의 모습
이 눈에 들어온다.
한 두시간을 그렇게 다녔나...슬슬 차 타는게 지겹다. 외국인만 입장료를 꼬박꼬박 받는 매표소를
보며 왓나쁘라멘 앞에서 아저씨에게 동행(?)종료를 고했다. 시내 한가운데로 데려가 달라고. 이제
부터는 좀 걷고 싶다고. 좋게 생각하자...이 아저씨가 나를 걱정한다고. 사실 처음 두 곳을 거치고
는 아예 배낭을 차 뒷자리에 던져놓고 작은 가방만을 메고 다녔다. 아저씨에게는 빨랫감만 들었으
니 괜찮다고 말하고 뒤도 안돌아보고 가버리는 내가 불안했는지 다녀와 보니 그 가방은 운전석 옆
자리로 자리를 옮겨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혹시 몰라서 옮겨놨다고 말씀하시는 아저씨의 말을
그대로 믿기로 맘 먹었으니 감사하다고 할 밖에 -사실 그 속에것 다 합한 것보다도 나이키 세일
할 때 산 그 가방값이 더 나갔을거다..- 차에서 가방을 건네주며 시간 계산을 한다. 2시간 하고도 30
분이 조금 안된다. 100밧을 깍아서 400밧만 달라고 하시더니 걱정이 많으시다.조심해라..방콕으로
가냐? 아니 기차 탈거다 그랬더니 저녁에 어디어디 근처에 가면 기차역 가는 차를 탈 수 있을거다.
여행 잘해라..밥 잘먹어라 -아 맞아..아까 토스트 한 쪽 먹은게 다지..-인사를 하고 악수를 하고 아
저씨 사진도 한 장 찍는다. 그리곤 다시 가방을 고쳐메고 왓 쁘라마하탓으로 향한다.
잘려진 부처의 머리, 나무 뿌리에 휘감긴 얼굴 -예전에 본 일본 만화의 한 장면,,,사람의 머리에 야
생벌집을 만들었던 그 기괴한 모습이 오버랩된다-목이 잘린채 몇백년동안 서 있는 조금 작은 불상
들..성황당처럼 나무에 휘감긴 알록달록한 천과 그 앞에서 기도를 하는 사람들, 사진을 찍는 사람
들..도시 안쪽을 걸으며 보이는 오래전 전쟁의 잔해들. 종교가 사람들을 규합하는 큰 힘이었던 시
대에 지금 남아 있는 저 모습이 눈 앞에 펼쳐졌던 그 당시의 사람들은 얼마나 큰 트라우마를 겪었
을까. 팔만대장경을 만들었던 우리 역사의 한 조각이 생각나고 무언가 뭉클한 것이 느껴진다. 그런
나에게 아직도 고고하게 서 있는 우주왕복선처럼 생긴 탑이 괜찮아..하고 말해주는 듯 하다. 해가
지려나보다.
다리가 아프다... 다시 처음 자리로 돌아와 석양이 시작되는 폐허를 보며 시원한 커피를 마신다.
아직도 시간이 많네...이젠 뭘 할까...길을 따라 조금 내려가 본다. 길 건너편에 아까는 없었던 천막
이 쳐져있다. 옆으로 화원들이 있고 이제는 꽃모양도 가물가물한 채송화도 화분에 담겨서 팔리기
를 기다리고 있다.화분에 물을 주는 아줌마에게 인사를 하며 구경을 한다. 사 갈수는 없지만 구경
이나 실컷하자. 싱가폴은 의외로 꽃이 귀하다.한국에 많은 도로변의 화단도 없고 어쩌다 보이는 가
정집의 정원을 제외하고는 알록달록한 꽃은 식물원에나 가야 볼 수 있다. 한국 아파트의 흐드러지
게 피는 벚꽃이며 목련...색깔있는 식물들보다 보이는건 죄다 초록색인 나라. 그런데 여기엔 이렇
게 여러색의 꽃이 있다. 우와...이게 웬 횡재냐. 실컷 보고 가야지. 옆 천막에서는 원예도구를 판다.
한국에서 가져온 씨앗은 발아도 잘 안하고 싹이 나도 성장이 시원챦다던데 이 나라는 기후가 비슷
하니 잘 크지 않을까...하는 근거도 없는 생각으로 상추와 쪽파 씨앗도 한 봉씩 산다. 그렇쟎아도 아
이 학교 식당 아주머니와 학교가 이사가면서 땅이 생겼으니까 우리가 야채를 좀 심어보자고 미리
부터 의기투합했던 차다. 이거 선물로 갖다 드려야겠다.
밥 때가 됐구나....오늘 먹은게 너무 부실했는데 조금 위쪽 거리에 시장이 열리기 시작한다.
가이드 북에서 말하는 그런 야시장이 아니라 철저히 현지인들을 위한 시장인듯하다. 끝에서 끝까
지 구경하며 다니는데 역시 이방인 분위기가 나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이것저것 구경하고 사진
도 찍다 샐러드 가게 앞에서 가격을 물어본다. 배고파 죽겠다고 온 몸으로 말하며 여기서 먹을 수
있냐고 물어본다. 그 가게는 식탁이 없는데 나를 보며 웃던 아줌마,옆의 국수가게 아줌마에게 양해
를 구하더니 앉아서 먹으라고 한다. 그런데 갈수가없다...스톨이 너무 붙어있어서....지나갈 수
가....그냥 싸달라고 한다. 돈까스가 얹어진 야채 샐러드...달콤함에 다 늦은 저녁때 벌들이 몰려 있
는 디저트 좌판을 지나서 계란말이를 쟁반만하게 부치고 있는 아줌마 앞에 선다. 먹을 수 있냐고
하자 뒤쪽 자리를 가리킨다. 계란말이를 시키고 옆집에서 국수를 한 그릇 시키고 파파야샐러드도
한접시...배가 불러 죽을것 같다. 아까 산 샐러드는 아직 손에 들려 있는데..국적불명의 초밥을 한참
구경하고 튀겨진 오리머리와 꼬치에 통째로 꿰인 생선들..현란한 칼솜씨로 튀긴닭을 다져서-아마
뼈째 먹는 듯- 도마 하나 가득 채우는 아저씨,(사진을 찍으니 한 입 먹어보라며 접시에 조금 덜려고
하시는 걸 말렸다. 들어갈 데가 없어서....ㅠ.ㅠ) 시원한 바람이 부는 아마도 도랑...아니면 개천옆에
서 저녁시간을 잘 보내고 기차역이 어딘지 탐색하기 위해 나오다 제일 마지막에서 옥수수파는 아
주머니를 발견. 노란것과 하얀것...배는 부르지만 에라 모르겠다. 그것도 두 개 사들고 일단 노란 옥
수수를 한입 베어 무는데...악!!! 무지하게 짜다. 눈이 동그래지는 나를 보고 아줌마가 웃어준다. 굽
기전에 뭔가 잔뜩 바르던데....피쉬소스인가..그래도 이건 심한데..나중에 먹어야지~ 하면서 맛도
못본 샐러드와 함께 배낭속에 주섬주섬 챙겨넣는다.
큰 소리로 "코쿤 카~" 인사를 하면서.....할줄 아는건 딱 두마디,싸와디 카 그리고 코쿤 카.오늘 고
맙다는 말만 한 백 번은 한듯하다.
주변은 완전히 어두워졌다. 다시 걷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