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을 쫓는다.
낫레NhatLe강변의 탐토아TamToa성당에는 전쟁의 흔적이
있다.
성당은 1886년에 세워진 베트남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이다.
그리고 1965년에 미군의 공습으로 거의 파괴되었다.
흔적은 '슬픔은 지우는 것이 아니라 기억하는 것으로 극복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낫레강은 동허이DongHoi를 가로질러 남중국해에
합류한다.
물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의 흔적이 쌓인다.
동허이 시장에 쌓여가는 흔적은 비릿하고 축축하다.
그리고 소란하고 치열하다.
해가 지면 어둠이 흔적을 가린다.
밤바람이 흔적을 잠재운다.
고단한 삶의 숭고함마저 묻어진다.
응우옌왕조의 흔적도 낫레강 가까이에 있다.
고성은 사각형태의 해자와 함께 1812년에
축조되었다.
전쟁을 거치며 2채의 성루와 총탄의 흔적이 박힌 약간의 성벽만 남아
있다.
흔적을 재구성하는 복원사업이 진행중이지만
200여년 동안에 담긴 시간의 깊이를 담지 못할 것 같아서
아쉽다.
바람이 남긴 흔적을 찾아 꽝푸사구QuangPhu sand dune로
간다.
탐토아 성당에서 강변도로를 타고 7km 정도 북쪽으로 가면
된다.
그 길에 한적한 낫레Nhatle 해변이
오른쪽에 있다.
바닷 바람이 모래를 옮겨 언덕을 만들었다고 한다.
가늠할 수 없는 시간동안
가늠할 수 없는 바람이
가늠할 수 없는 모래를 옮겼다고 한다.
아직도 바람이 모래를 옮기고 있다.
언젠가는 식수원인 바우트로BauTro호 마저 잠식할
것이다.
바람이 남긴 흔적을 따라 밟는다.
그 섬세함에 경외감이 든다.
순수함을 범힐까 싶어서 함부로 밟지 못한다.
늦은 오후임에도 바람과 모래를 즐기는 이들이 있다.
함께 미끄러지자고 한다.
그들의 유쾌함을 듣는 것으로 만족한다.
바람이 남긴 흔적에 그들의 환호가 보태어진다.
나의 부러움이 보태어질까 싶어 뒤돌아 선다.
모래 언덕 너머로 노을이 진다.
노을 속으로 빨려 간다.
모래도 빨려 간다.
시간도 빨려 간다.
사람도 빨려 간다.
남은 감정도 빨려 간다.
기록도 빨려 간다.
적당한 대기의 온도와 흐름,
적당한 거리에 있는 볼거리와
적당한 빈도로 마주치는 눈길들 속에서
적당한 온도의 호의를 느낀다.
쫓아 다녔던 모든 흔적마저 편안함으로 남는다.
편안함이 불편해질 때 떠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