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의 차양, 베트남 (호치민, 달랏)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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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의 차양, 베트남 (호치민, 달랏) 4

요시무라간이치로 4 904

호치민에서 일정을 끝내고 달랏으로 이동했습니다.

이동은 국내선 항공 비엣젯을 이용하였습니다.

약 300킬로미터 떨어진 달랏은 버스로 가면 ​약 8시간 정도 걸려

보통은 저녁에 출발하여 밤새 달리는 슬리핑 버스를 이용한다고 합니다.

저도 예전 긴 배낭여행에 장거리 버스나 기차 여행에 대한 추억이 많습니다.

확실히 이런 이동수단이 배낭여행 본연의 흐름에 잘 맞지요.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차장 밖 풍경을 보며 잠기는 생각과 감정에 몰입할 수 있고, 

현지 사람들의 삶에 훨씬 밀착되어 있어 그들의 표정, 말, 웃음에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합니다.

긴 야간 이동 후 어슴프레한 새벽, 밀려드는 피로와 졸음을 밀어내려

휴게소에서 마시는 달짝지근한 커피 한 잔의 낭만도 너무나 좋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저는 돈 보다 시간이 아쉬운 직장인이니

좀 편리하고 빠른 국내선 비행기를 이용합니다.​

앞서 말씀 드린 것과 같이 국내선 비행기 티켓은 현지 한국인 여행사

리멤버 투어에서 예매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동 전날 여행사 사장님으로 부터 비행기 시간이 바뀌었다는

연락을 받았았습니다. 비행기 시간이 사전에 이렇게 바뀐다는데

상당히 놀라고 의아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뀐 시간은 달랏행은 11:00->10:10, 돌아오는 호치민행은 19:30->12:30

이었습니다.

​여행사 얘기로는, 항공사에서 임의 통보해왔다고 합니다.

왕복비행기 모두 출발 시간이 늦어진 것이 아니라 당겨졌기 때문에

만일 제가 개인적으로 표를 샀을 경우, 연락을 못 받았을 것이고

당연히 원래 비행기 시간에 맞춰 공항에 갔다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는 상황이라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지만, 한편 참 어리둥절한 느낌도 있었습니다.

만일 국내선 비행기를 이용하시게 된다면 좌석 리컨펌을 꼭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바뀐 비행기 일정에 맞춰 당일 아침부터 서둘러 준비를 했습니다.

비행 시간은 약 30분, 비행기 크기는 약 300석 정도 되는 중소형입니다.

역시 저가항공이라 기내식 등은 없습니다.

그리고 카고에 넣는 짐은 별도 비용을 지불하여야 합니다.

​다소 늦게 도착하여 공항을 빠져 나오니 12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생각보다 시골 공항치고는 크고 현대식 건물이었습니다.

공항에 빠져 나와 달랏 시내까지 가는 셔틀버스를 탔습니다.

버스는 40,000동으로 꼬불꼬불 산길을 지나 약 30~40분 달립니다.

셔틀버스 도착은 달랏 초입에 있는 호텔입니다. 호텔 이름이 기억에 나지 않는데,

대형 마트인 BigC 근처에 있습니다.

그 호텔에서 각자 예약된 숙소까지는 별도로 택시를 타야합니다.

한국에서 호텔스닷컴으로 예약한 Zen Valley Dalat으로 택시를 타고 이동했습니다.

온 길을 다시 거슬러 올라가 약 5분만에 도착하였습니다.

​호텔에 들어와 체크인을 하고 방갈로형 별채로 들어와 짐을 풀었습니다.

이 호텔의 장단은 명확합니다.

우선 단점은 시내와 꽤 거리가 있다는 것.

걸어서는 절대 다닐 수 없고 꼭 택시로 이동해야 합니다.

보통 시내까지 택시 비용은 5~60,000동 정도입니다.

산기슭에 위치한 Zen Valley는 윗쪽 본채에 카운트, 트윈, 더블룸, 식당이 ​있고,

계단을 타고 내려오면 방갈로 형태의 여러채의 별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별채는 모두 구조와 크기가 다르고 위치에 따라 전망도 다 다릅니다.

물론 전망이라야 건너편에 보이는 산과 아주 멀찌감치 보이는 마을 정도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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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들어간 별채는 패밀리형으로 고등학교 교실 2/3 정도의 큰 방 좌우에

더블침대가 각각 놓여있고 한쪽에는 별도로 화장실과 샤워실이 갖춰져 있습니다.

큰 방 3면이 모두 창으로 되어있어 꽤 넓은 개방감이 있습니다.

앞쪽으로는 테이블과 의자가 있는 작은 테라스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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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숙소의 장점은 명확합니다.

달랏의 다른 시설, 건물들과 외따로 떨어져 있고 목조 주택 특유의 차분하고 가라앉은

분위기가 있어 조용하게 휴식을 취하기 정말 좋다는 점입니다.

더구나 제가 달랏에 있었던 3일 동안 내내 태풍의 영향에 있어, 창밖에서 빗소리와

바람소리를 너무나 가깝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후드득 떨어지는 빗방울과 사각거리는 대나무 흔들리는 소리에 제가 한국서 가져온

블루트스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트럼펫 연주곡이 있으니 내 안을 들여다 보게하는

모든 소리가 여기에 모인 듯 합니다.​

바깥 활동을 줄이고 많은 시간 숙소에서 보냈습니다.

차분하고 안온한 이 곳에서 책도 보고, 잠도 많이 자고, 스스로의 고민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달랏의 놀라운 점은 적도와 가까운 동남아, 그것도 7월 말이란 시공간이 무색하게

오싹한 기온입니다. 해발 1,500미터의 고지대를 감안하더라도 공기의 차가움에

별세계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제가 있었던 동안 낮 최고 기온 25도, 밤 최저 온도 17도에

태풍의 영향으로 비바람까지 불어와 내내 얇은 다운파카까지 입고다닐 정도였지요.

이런 기온을 감안하여 숙소 방에는 에어콘 대신 전기히터 온열기가 있습니다.

처음 방에 들어왔을 때, 설마 저걸 작동할 일이 있을까 했지만

당장 밤이 되니 온열기 콘센트를 자연스레 꼽게 되더라구요.

밤이 되어 칠흙처럼 밖은 어두어 지고, 주황색의 온열기 방열판빛이 온 목조주택

안을 비추니 여행자의 긴장감이 찬찬히 사라졌습니다.

오히려 평소 내 안에 보이지 않던 맑은 슬픔과 고독이 선명해지는 느낌이었지요.​

​참 여행 중 만나기기 힘든 독특한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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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사람들의 옷차림에도 이런 날씨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다른 베트남 도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오버코트, 다운파카, 털모자를

이 한여름 시즌에 다들 입고 다니는 모습이 아주 이색적이었습니다.

날씨만 보면 단연코 최고의 피서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서늘한 날씨에 아쉬운 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태풍 영향으로 평소 여름 기온보다 더 떨어진 기후 때문에 달랏 최고의 액티비티인

캐녀링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하게 됐습니다.

 

시내 한국 여행사 사장님의 얘기로는, 물론 캐녀링 그룹을 계속 모집하고

실제 여러 사람들이 즐기고 있지만 분명 이 차가운 날씨는 각오해야한다 라고

하시더군요.

어떻게 할까 생각을 했습니다. 분명 가장 유명하고 많은 사람들의 추억에 남는 활동이라고는

하지만 하루 종일 찬물에 몸을 적시고 다닌다는 생각만으로도 오싹한 느낌이었으니까요.

이런 부분에 대해 여행 친구와 상의 끝에 깔끔하게 포기를 결정했습니다. 

아마도 제게 달랏은 몸의 움직임 보다는 마음의 안정을 주는 곳인가 봅니다.
 

 

4 Comments
동람 2017.09.27 13:34  
막상 가보면 노후된곳이 많았어서 아쉬웠는데, 저 사진대로라면 너무 좋은 숙소네요! 가고싶어요!
씨미98 2017.10.20 04:35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좋은 숙소에 좋은 장소에, 여행의 동기부여 되네요
엔마 2018.03.30 14:19  
젠밸리달랏 너무 가고싶었는데, 근처 다른 숙소로 예약했습니다
사실 지금도 좀 고민되요 ㅎㅎㅎ

시내랑 많이 먼 것이 걱정되긴 한데 어차피 달랏은 시내구경보단 외곽구경이 우선이니
산속에 숙소잡는 것도 무척 좋은 선택인 거 같아요
미즈후버 2019.10.22 11:28  
와 여행 의욕 부르는 여행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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