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메이징 타일랜드 -태국 마실기 .4 ◈ 지상 낙원 Lake Heaven
#4
"어이~!! 일어나~ 란펑!! 아침이야!!"
"....응... 엄마 10분만..."
"야~ 일어나라고~~"
"..음냐.. 5분만 더... 엄마.."
"란.펑!!!!!!!!!"
번쩍하고 눈이 떠졌다.
천장에 매달린 둥근 모양의 호텔 등이 보인다.
그리고 아직 잠이 덜깬 나는 무심코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바로 옆 침대에 반쯤 걸터앉은 옷 녀석이 이쪽을 빤히 쳐다보고 있다.
나도모르게 비명을 지르며 침대서 떨어졌다;;;
"으아아악!~~"
"아 깜짝이야! 왜그래!"
"뭐야! 여기 어디야! 왜 니가 여깄어?"
"아놔 .. 너 잠 덜 깼냐?"
아.. 그러고 보니 나 태국왔지.
전날 밤 일이 꿈처럼 느껴져서 그런지 정신이 없다.
옷은 이미 씻고 나갈준비까지 다 마치고 최종적으로 나를 깨운 것이다.
낫이 9시까지 데릴러 온다고 했으나, 지금은 8시 30분.. 준비하려면 턱없이 모자란 시간이다.
일단 짐을 다 싸놓고 씻고 나갈 준비에 착수했다.
열심히 공들여서 페이스에 떡칠하고 있자니 낫이 도착했다.
"란펑! 잘잤어?"
"어~ 덕분에 잘잤어~"
"근데 옷 넌 왤케 초췌해.. 잠 못잤냐?"
"어!! 누.구.땜.에!! 자라고 해도 말도 안듣고!!"
"쳇, 놀아주지도 않고 먼저 뻗어버린게 누군데~?"
"나이들면 잠 줄어든다던데! 할모니~ 할모니!"
"야! 죽을래? 닥쳐!"
"아~~고만 좀 싸우고 얼른 나와"
나랑 옷이 투닥투닥 거리고 있으면 낫은 또 중재에 들어가주신다.
어쨌든 약속시간이 훨씬 지난 9시 30분이 되서야 우린 호텔 로비에 내려갈 수 있었다.
둘이 체크아웃을 할동안 나는 잽싸게 호텔 밖으로 가서 사진 몇장 찍은 다음 차에 탔다.
오늘은 깐짜나부리로 가는날~
먼저 낫네 집에 들려서 노트북을 챙겨나왔다.
낫네 집에 있는 고냥이들 너무 귀엽다. 낫네 어머님이 고양이라면 사족을 못쓰신다고..
예전에 눈색깔이 각각 다른 비싼 고양이가 있는데 개가 물어죽였다고 한다.
그래서 강아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T^T 나는 강아지가 더 좋은데..
그리고 나와서바로 엎어지면 코닿는 곳으로 간다. 낫네 회사다!
그야말로 아파트에서 내려오면 바로 보이는 우체국이 이녀석 직장이다.
그냥 뛰어가면 30초면 도착하겠다.
우체국 안은 깔끔하고 쾌적해 보였다. 신기해서 두리번 거리니까 이번엔 밥먹으러 가잔다.
길가다 노천식당쯤으로 보이는 가게로 들어갔다.
역시나 낫은 주인장 아줌마와도 친한사이 같았다. 한국에 관심이 많으시다며 호감을 표시해왔다.
나도 웃으면서 나중에 기회되면 한국으로 놀러오라고 했다.
그리고 밥이 나오고, 아까부터 계속 굼뜨다고 구박하는 녀석들 때문에 밥을 꾸역꾸역 밀어넣었다.
그러다 사래걸려서 기침작렬에 눈 뻘개지고..
낫은 미련하게 빨리 먹는다고 또 구박이다.
난 언제쯤 이녀석들 구박에서 자유로워질까.. =_=
아마 여행하는 내내 구박에서 벗어나기 힘들겠지..
하지만 밥이 워낙 맛있어서 게눈 감추듯 해치웠다.
그동안 입이 짧아서 계속 쪼금씩 찔끔찔끔 먹는 나 때문에
내심 걱정했던 두 남자는 내가 싹 비우자 자기들도 서둘러 밥을 먹는다.
밥도 다 먹었겠다 이젠 떠나자~~!!
이것은 어메이징 타일랜드 -태국 마실기 그 네번째 이야기
중간 중간 휴게소도 들러서 쥐포도 사먹고, 새로운 태국 음료수 시음도 해보고,
물고기 구경도 하고, 어제 그렇게 찌뿌뚱한 하늘도 오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 쾌청하다.
새파란 하늘과 뽀얀 뭉개구름, 그리고 상큼한 태국 음악~
유쾌한 두남자와 함께 깐짜나부리로 출~발!!!
우린 가는 내내 유쾌한 수다가 멈추지 않았다.
중간 중간 표지판을 보면서 질문하기도 하고, 태국음악에 대해서 토론을 나누기도 했다.
끝없이 펼쳐진 고속도로를 낫은 신나게 밟았고
우리를 태운 낫의 차는 거침없이 질주했다.
그리고 드디어 깐짜나부리에 도착!
한참을 갔을까 관광지로 보이는 곳으로 차를 몰고 갔다.
이곳이 그 유명한 <에라완 폭포>가 있는 공원이다.
하지만 낸들 알겠냐만은..
그냥 폭포 보러 갈래? 라고 해서 네!!!라고 대답했을 뿐이다.
주차를 하고 나서 중앙 센터 같은 건물에 들어갔다.
들어가자 마자 보이는 국왕과 왕비의 전신 대형 초상화는 압도적이다!
"안녕하세요"
일단 꾸벅 인사부터 하고 본다.
그 모습이 웃겼는지 옆에 있던 현지 가이드로 보이는 사람이 씩 웃는다.
그리고 그 앞에는 방명록처럼 글을 남길 수 있게 노트와 펜이 놓여져 있었다.
이 두 남자는 망설임 없이 당연하다는 듯이 앉아서 열심히 작성한다.
"니네 뭐하는거야?"
"국왕한테 하고 싶은말 적는거야"
"나도 적어도 돼?"
"당연히 되지, 여기 아래다 적어"
"근데.. 나 태국어 쓸줄 모르는데;;"
"그냥 한국어로 적어"
"그럼 국왕이 못보잖아 ㅠㅠ"
"이거 쓴건 다 번역해서 국왕한테 전달되니까 괜찮아"
"오~ 좋았어~"
한참을 고민하다가 요즘 국왕이 많이 편찮으시다는 얘기를 떠올렸다.
그래서, 만수무강하세요 국왕님♡하고 적어주고 왔다.
쓰고나니 괜히 뿌듯하다!
이제 폭포를 보러가기로 했다.
근데 나오자마자 나무가지로 엮어만든 코끼리 조형물이 보이지 않은가
신나서 또 쪼르르 뛰어갔다.
"으왕~ 코끼리다~~"
"어휴 쟨 코끼리만 보면 사족을 못써"
"실물로 보면 쫄아서 접근도 못하는 주제에"
"이건 조형물이잖아~ 안무섭지롱~ 사진찍어주삼~"
"바보 란티엔 하나둘셋-치즈~"
날씨는 아주아주 뜨거운 태양과 서늘한 그늘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었다.
그러나 나는 몰랐다. 여기서부터 아주 많이 올라가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녀석들은 내게 진실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
처음엔 그냥 사진도 찍고 재밌게 올라갔다.
근데 올라갈 수록 태양은 뜨겁게 나를 노릇노릇 구웠다.ㅡ_ㅡ;
첫번째 폭포에 도착하니..
으와~~~
사람 진짜 개떼같이 많다;;;;;;;;
무슨 오션월드 온것마냥 사람들이 빠글빠글하다.
운치는 찾아볼 수도 없고, 완전 태국인이고 외국인이고 할거 없이
가족단위로 다 폭포보러 왔는지 사람으로 발 디딜틈이 없더라.
거기다가 물 부족으로 엽서에 그려진 물이 풍부한 폭포 모습이랑 좀 달랐다..
"아놔.. 미치겠네"
"낫 왜그래?"
"물이 부족해.. 예전엔 이정도까지 아녔는데, 너무 적어"
"왜? 그렇게 부족해?"
"응. 물이 넘쳐야 보기 좋은데, 너무 적어"
"왜~ 이정도도 훌륭한데~"
"아니야 아니야~ 아~ 아쉽네, 요즘 비가 적게 와서 그래"
뭐 나야 처음 와봤으니 물이 많은지 적은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거 하나는 확실하다..
사람은 진짜 드.럽.게 많다.
총 7개의 폭포가 있는데 그걸 다 보자니 내 저질체력이 따라줄리도 없고, 나는 2~3개만 봐도 만족한다고 했다.
외람된 얘기지만 내가 무슨 관광 못해서 한맺힌 애도 아니고..
사실 나의 감성은 자연과는 그닥 친밀하지 못해서..
혹자는 디지털세계에 익숙한 인간의 당연한 결과라고 하는데..
어쨌든 그 모든 걸 감안하고서라도 나는 더 지쳐서 보러 돌아다닐 수가 없었다.
이미 나는 땀 범벅이었고, 바람한점 없으며 찌는듯한 찜통 더위 속에서
폭포를 봐야만 하는 의무따위 내게 있을리가 만무다.
물론, 날 데리고 다니는 친구들을 생각해서라도 가급적 더 많은 곳을 봐야겠지만
솔직히 멋진 폭포 감상도 무색케 할만큼 어서 빨리 이 습기찬 더위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숨막히게 더운 이 더위를 해소하려면 폭포 속으로 빠지는 수밖에 없었으나..
불행하게도 나는 물 속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 이유는...
나는 맥주병이다-_-;
그리고 우린 수건이나 여분의 옷도 가져오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저 신나게 물장구 치는 꼬맹이들을 부러운 눈으로 쳐다봤을 뿐이다.
그래도 폭포는 끝내주게 아름다웠다.
날씨만 조금 덜 더웠으면 아마 나는 미치도록 감탄했을 것이다. ㅋㅋ
그래도 남들 다 찍고 가는 코스에서 사진 한장 찍어주는 센스~
"낫 왜 수영 안해?"
"나중에 우리 숙소에서 할꺼야"
"거기 수영장 있어?"
"....수영장은 아니지만 수영을 할 순 있어"
"응???"
"가보면 알아"
낫은 신발을 벗고는 철벅철벅 물가에 들어간다.
그리고는 저 멀리서 오라고 손짓한다.
하지만 나의 빌어먹을 균형감각으론 미끄러져 물에 빠질 확률이 99%정도 됐으므로
나는 손사래를 쳤다. 대신 낫에게 사진을 찍어주었다.
낫이 다시 육지로 돌아오고 우리는 벤치에 앉아서 지친 몸을 쉬게 해주었다.
셋이 나란히 앉아 사진도 찍고, 수다도 떨고 있는데 뭔가가 가득 우리를 에워쌌다.
그것은 작고 빠르고 가벼운 존재였다.
"어머~!"
작은 탄성과 함께 날아온 커다란 나비는 낫의 손목시계 위에 사뿐히 내려 앉았다.
낫이 손을 흔들었지만 그녀석은 거기가 맘에 들었는지 꼼짝도 안했다.
좀더 세게 흔들자 그제서야 날아간다... 는 훼이크고!
다시 낫의 어깨로 가서 앉았다.
"오호~ 이것봐라~"
"너가 좋은가봐, 떨어지질 않는데?"
"이녀석 먹어버린다 앙~!"
"앗 위험해!"
낫이 먹는 시늉을 하자 그녀석은 위험을 감지했는지 훌쩍 날아올랐다.
그리고 잠시 반원을 그리며 우리 주변을 돌더니 이내 쓔욱하고 사라졌다.
"어~? 가버렸다. 아 아쉬워라.. 굉장히 영특한 녀석이었는데"
"푸하하하하~"
"으하하!"
엥?
나는 문득 주변을 둘러보았다.
거기 있던 외국인들은 전부 다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심지어 옷과 낫 까지도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뭐..뭐야 무섭게 왜 다들 날봐?"
"움직이지마!"
"헉"
"그렇지.. 살살..."
갑자기 옷이 카메라를 들더니 나를 찍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도 이내 카메라를 내 앞에 들이대기 시작했다.
뭐야~!! 이 황당한 시츄에이션은!!
"방금 네 머리에 그녀석이 오줌쌌다"
"뭐어~?"
"진짜야.. 좀 축축하지 않니?"
"아놔 그렇게 말하니까 진짜 축축해!!"
"니 머리통이 좋은가봐, 안떨어진다야"
"악 간지러워~~"
그녀석은 자그마치 내 머리통에서 10분동안 가만히 있었다.
덕분에 나는 10분 내내 관광객들에게 좋은 볼거리를 제공해 주었다.
우리 주위에 갑자기 외국인들이 많아졌다.
수영을 마치고 올라온 이들이다.
근데 낫과 옷의 시선이 어딘가로 고정되어 있다.
뭐 그들도 남자니까 성인 남성의 건강한 본능을 이해 못하는건 아니지만..
그들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척 보기에도 13~14살로 보이는 러시아 여자아이였다.
근데 워낙 서양애들은 발육상태가 좋다보니 비키니를 입었는데 몸매가 상당히 육감적이었다.
그게 낫의 레이다망에 걸린것이다.
낫은 싱글싱글 웃으며 나를 툭툭 쳤다.
"저 여자애 한 15살쯤 되겠지?"
"야, 척 보기에도 어려보인다"
"근데.. 참... 흠... 굉장한걸~"
"뭐가?"
"... 그... 빵빵하잖냐"
"헐..!!!!!!!꽥!!야 임마!!!$&#%$^"
나의 괴성에 낫과 옷은 애써 웃으면서 아니라고 부정해보지만
이미 나의 시선은 학교앞 변태를 보는 그 눈빛과 닮아있었다.
한참 그렇게 수다를 떨며 더위를 식히고 있는데
갑자기 옷이 이제 그만 가자고 한다.
"왜 벌써가?"
"좀 있음 비올거야"
"에~? 이렇게 쨍쨍한데?"
"벌써 먹구름 몰려온다. 얼른 내려가자"
나야 대환영이지~ 안그래도 더웠는데 이 숨막히는 더위를 탈출한다니~
올라갈 때는 그야말로 맨 꼴지로 허덕거리며 올라갔지만..
내려갈 땐 그 누구보다 빠르게 쓩~ 내려왔다.
낫이 뒤에서 낄낄거리며 비웃는 소리 다 들었다 -_-+
그리고 내려오는 김에 크게 공원 입구에서 돌로 새겨져 있는 공원이름 앞에 누워서 포즈를 취하고 있으니 사진을 찍어준다.
근데 아까 그 코끼리 조형물까지 왔을까? 갑자기 5초도 안되서 빗방울들이 뚝뚝 떨어졌다.
우리는 후다닥 뛰어서 아까 그 국왕 초상화 있던 센터건물로 들어갔다.
신기하게도 도착함과 동시에 비가 큰 소리를 내며 퍼붓기 시작했다.
엄청난 폭우를 이제껏 본적이 없다.
멍하니 안에서 비가 쏟아지는걸 보고 있자니 갑자기 주위가 시원해졌다.
물어보니 20분정도 더 올거라고 한다. 아마 이게 그 말로만 듣던 스콜인가?
우리는 잠시 안에서 비를 피하고 점심을 사러 근처 가게로 갔다.
나는 구남친이 적어준 음식 이름을 전부 다 들고갔고, 이녀석들에게 보여줬다.
그리고 이녀석들은 내가 적어온 이 음식들을 다 먹게 해주고 싶었나보다...
"점심은 뭔데?"
"숙소 가서 먹을거야, 쏨땀하고 닭구이 사가자"
일단 근처에 있는 쏨땀 파는 집으로 갔다.
옷과 낫은 주문을 하고 나는 식당 안에서 기다렸다.
근데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도저히 차를 댄 곳까지 갈 수가 없었다.
그러자 두사람이 차를 식당앞에 댈 테니까 여기서 기다리란다.
한참을 기다렸을까 주문한 음식이 포장되어 나왔고, 낫은 차를 끌고 왔다.
식당에서 빌려준 대형 우산을 썼음에도 이미 반쪽이 쫄딱 젖은채 차에 탔다.
이제 숙소로 GO~
시속 20키로로 달리는 녀석때문에 나는 빗구경을 주구장창 할 수 있었다.
낫은 꼬불꼬불 경사진 산을 타기 시작했다.
한참을 그렇게 나선형으로 빙빙 돌아서 꼭대기쯤 올라갔나 갑자기 탁 트인 강이 보였다.
우와~ 여긴 어디?!!
수상리조트 , 레이크 해븐..
낫이 자주 가는 리조트란다.
말 그대로 수.상.가.옥이다.
근데 지금은 우기라서 수상가옥 설치를 강둑에 가깝게 설치해놨다.
원래는 저 강 안쪽에까지 나가서 설치되어 있는거라고..
하지만 나로선 강둑에 가까운게 좋다. 집이 흔들거리면 무서우니까 ㅠㅠ
리조트 종업원이 대형 파라솔로 마중나와 비를 피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무사히 리조트로 도착하자 사랑하는 옷이 방값을 계산한다 ㅋㅋ
사실 이번 여행에서 내 바트는 빛을 볼 기회가 없었다.
그나마 기념품 살때나 겨우 봤을까, 심지어 물하나도 내 돈으로 살 기회가 없었으니 말이다.
돈만 꺼낼라 치면 넣으라고 구박하는 통에..-_- (이래놓고 한국오면 나 뱃겨머글라고 ㅠㅠ)
종업원이 우리가 오자 서비스로 오렌지 주스 한잔씩 줬다.
이미 에라완폭포 덕에 덥고 지친 나는 감사히 원샷했고 ㅋ
주위를 둘러보았다. 긴 나무 널빤지로 된 통로에 방갈로들이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프론트 옆에는 넓은 공간의 식당이 보였다.
물에 떠있는 다리를 지나서 우리가 예약한 방으로 갔다.
통나무 집인데 물위에 있으니 그렇게 운치가 있을수가 없다.
문이 열리고 나는 탄성을 내질렀다.
와~ 여기 진짜 좋은데?
널찍한 침대가 한켠에 꽉채우고 있고,
TV, 거울, 화장실, 흔들의자, 테이블, 의자 등등 있을 건 다 있었다.
그리고 나는 창문과 흔들의자가 제일 마음에 들었다.
일단 짐을 풀고 나는 밖에 놓여진 흔들의자에 앉아 경치를 맘껏 감상했다.
그 사이에 주문한 룸서비스가 오고 아까 전 사온 솜땀과 함께 만찬 준비를 하는 두남자.
"와, 진짜 멋지다 여기"
"이따가 밥먹고 수영하자"
"나 맥주병인데?"
"구명조끼 있으니까 괜찮아"
조금씩 내리던 비가 완전히 그쳤다.
배고프니까 밥부터 먹고 시작하자.
예전엔 내가 늘 애들 밥해먹이느라 정신 없었는데..
지금은 흔들 의자에 앉아서 하나부터 열까지 챙겨주는걸 받고 있자니
뭔가 감개무량하달까..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웃음)
"도와줄까?"
"됐거든~"
"그냥 해본 말이야^^"
"-_-+++"
곧 진수성찬이 차려졌고, 나는 허기가 졌기에 허겁지겁 입에 집어 넣었다.
옷이 주문한 솜땀은 2개인데 외양은 조금 달랐으나, 맛은 완전 똑같았다고 잘못 샀다고 투덜거린다.
닭구이도 꽤 맛있었다.
여기서 시킨 음식도 아주 맛이 좋았다.
나는 평소에 스푼과 포크를 잘 쓰지 않는다.(나는 국도 젓가락으로 먹는 뇨자~)
포크, 나이프질도 잘 못하는데.. 스푼, 포크는 더 곤란하다;
그러나 태국 쌀은 포크로 뜨면 알알이 다 떨어진다. 스푼으로 퍼도 잘 떠지지 않고..
내가 밥먹으면 마치 갓 밥먹는걸 배운 사람 마냥 밥알들이 온 접시 주변에 널려진다;
뭐 그래도 배만 부르면 되는거지~ ㅎㅎ
배가 부르자 나는 침대로 다이빙 했다.
TV를 틀어놓고 뒹굴뒹굴 하고 있으니 참 한가롭기 짝이 없다.
낫이 악보랑 기타를 들고 왔다.
귀에 익숙한 멜로디 라인에 나는 후다닥 악보를 쳐다보았다.
"헉 스크럽이잖아!"
"너 좋아한다매~ 그래서 가져왔지"
"악!! 낫!! 넌 역시 센스가 좋다니까!"
낫은 친히 나를 위해 스크럽 메들리를 불러주었다.
이러니 내가 낫을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ㅠㅠ .. 녀석은 진짜 멋진 남자다!
우리 셋은 침대에 늘어져서 낫이 연주하는 스크럽 노래를 들으며 그렇게 소화가 다되길 기다렸다.
"이제.. 배도 꺼졌겠다 슬슬 수영하지 않을래?"
"헉.. 진짜로 수영 할거야?"
"당연하지! 그나저나 넌 구명조끼부터 챙겨라"
"나 .. 죽을지도 몰라 무서워!!!ㅠ0ㅠ!!"
"안죽어!!"
일단 수영복따위 챙겨오지도 않았고, 사실 수영을 할 생각이 눈곱만치도 없었기 때문에..
나는 마음의 준비따위 하지 않았다.
입구에 걸터 앉아서 살짝 발만 담궈봤다.
"헐.. 겁나 깊다.....ㅠㅠㅠㅠㅠ"
"당연하지, 나 먼저 들어간다!"
낫은 완전 멋진 폼으로 다이빙해서 입수한다.
구명조끼 따위 입지 않아도 자유자재로 헤엄치는걸 보니 꼭 물개같다.
옷은 내가 들어갈 때까지 기다려줬다.
"허으으으으.... 못들어 가겠어 무서워 ㅠㅠ"
"일단 사다리 타고 조금씩 내려가봐"
나는 부들부들 떨면서 아래 놓여진 사다리를 타고 내려갔다.
제일 마지막 칸까지 내려갔을때 더이상 발 디딜곳이 없자 나는 곧 사색이 됐다.
"으아으아!! 빠질거 같아 안돼 무리야!"
"괜찮아! 그상태로 손 놔! 손놔!"
"악! 안돼 놓지마!! 안돼!!나 죽어!"
"안죽어! 손 놔!"
"노노노노!!"
내 손을 떼려는 옷과 죽어도 안된다고 붙잡는 나 사이에 실랑이가 오갔다.
낫은 저 멀리서 빨랑 오라고 성화다.
결국 나의 손은 옷의 힘에 못이겨 사다리를 놓쳤고,
나는 이제 죽는구나 하고 눈을 꼭 감았다.
어라?
근데 구명조끼 부력이 대단하다. 몸이 그냥 수직으로 상승한다.
얼굴이 물에 닿지 않을 정도로 둥둥 떠있게 됐다.
"오호~! 야야야~ 이것봐 안가라앉아!"
"바보! 내가 말했잖아! 자 이제 낫한테 헤엄쳐서 가"
"엥? 너는?"
"나도 가야지!"
말이 끝남과 동시에 옷이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엄청난 물보라와 함께 이녀석도 눈 깜짝할 사이에 낫 옆으로 이동했다.
뭐..야... 이 괴물같은 녀석들은....-_-
"란펑~ 빨랑와~"
둘은 바나나 보트처럼 생긴 물체 앞에서 날 부른다.
나도 안다고, 나도 열심히 가고 있다고. 근데 어쩐지 앞으로 나가는 느낌이 안들고 제자리 헤엄만 치는 기분이다.
"야~ 뭔가 이상해, 나 왜 앞으로 안가?"
"바보야 물장구를 쳐야지! 팔 다리를 써!"
"아놔, 니들눈엔 내 팔다리가 잠자는걸로 보이냐!"
"더 힘차게 저어야지! 으이구~~~할머니!!"
영차영차 힘들게 팔다리를 휘적거리며 겨우 근처까지 도달했다.
그러나 힘이 빠져서 더이상 나아갈 수가 없어 SOS를 쳤다.
옷이 혀를 차면서 다가와 끌어준다.
"넌 대체 운전도 못해! 수영도 못해! 다 못해!"
"닥쳐! 넌 날때부터 수영했냐!"
"어"
"아.. 네-_-"
일단 두 남자는 바나나 보트 양 옆으로 힘들게 올라가서 자리를 잡는다.
그리곤 앞뒤로 흔들면서 신나게 탄다.
우왕! 재밌어 보인다.
"야~ 나도 탈래"
"너.. 올라 올 수 있겠냐?"
"무리하지마... 음... 너가 올라오면 우리가 떨어질거 같아"
"싫어! 나도 올라갈거야!"
나는 온 힘을 다해서 손잡이를 잡고 끌어 당겼다.
그러나 이 바나나 튜브는 힘이 없는건지 원래 그렇게 생겨먹은건지..
갑자기 이 남정네들이 힘 균형을 잃고 훌러덩 이쪽으로 떨어지는게 아닌가;;;
"으악!! 야 란펑!!"
"꺄아악!~!"
올라가지도 못하고 강물을 한컵이나 드링킹했다.
우와 진짜.. 죽는 줄 알았다.
튜브 밑에 깔려서 꼴깍 거리는걸 옷이 구해줬다;;
다시 심기일전해서 재도전! 이번엔 반대쪽에서 둘이 힘을 주고 내가 먼저 올라타기로 했다.
이 바나나 튜브 은근 재밌다. 세명이 무사히 올라타서 앞뒤로 흔드니 물살이 마구 올라온다.
완전 재밌다. 그러나 나의 저주받은 균형감각은 또 한번 튜브를 뒤집어 엎고 마는데..
다들 물 먹으면서도 좋다고 깔깔댄다.
"이번엔 트램펄린 타자"
결국 저 옆에 대형 트램펄린으로 이동한다.
어렸을 때 타보고 안타봤는데..
근데 이게 반동이 장난이 아니다.
올라감과 동시에 두 남자들의 무차별적인 공격에 나는 정신 못차리고 팡팡 튕겨다닌다.
아~ 한번 균형 못잡으니 얼굴로 튕기고 난리도 아니다.
"으악~~ 고만해!!"
"하하하! 완전 짱인데 이거!"
"더해~ 더해~"
나는 일단 녀석들이 지칠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잠시 멈춘 틈을 타서 잽싸게 일어섰다.
이미 두 녀석은 실컷 뛰어다녀서 헥헥 거리고 있었고..
나는 마구 방방 뛰면서 녀석들의 혼을 쏙 빼놓았다.
온몸의 체중을 실어 바로 앞에까지 퉁하고 뛰어오르면 그 반동으로 녀석들은 탱탱볼마냥 이리저리 쳐박힌다 ㅋㅋ
"란펑~ 항복! 항복!"
"음하하 매운 맛을 보여주지!"
"으악~~"
정말 허리가 끊어져라 웃었다.
이렇게 웃어 본 적이 근 10년동안 몇번이나 있었던가...
너무 웃었더니 정말 안면근육에 경련이 일어날 지경이었다.
실컷 뛰었더니 셋다 지쳐 대짜로 뻗었다.
구름이 술술 지나간다. 바람은 어느덧 잔잔해졌다.
아직도 남은 웃음기가 여전히 입가에 걸린채로 우린 말 없이 그렇게 몇분동안 누워있었다.
"이젠 하이라이트~미끄럼틀!!"
마지막 코스로 미끄럼틀을 쳐다보았다. 보기만 해도 아찔한 높이에 있는 미끄럼틀..
그대로 올라갔다가 슝하니 미끄러져 떨어지는 고난이도 놀잇감이다.
아... 보기만해도 아찔하다.
"진짜 탈거야?"
"당연하지! 고럼 나 먼저 입수!"
낫은 역시나 큰 반원을 그리면서 호쾌하게 물 속으로 들어간다.
나는 생각보다 높이 있는 트램펄린 때문에 낫 처럼 뛰어들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굴렀다.
"야, 여기 너무 높은데 어떡해"
"뭘 어떻게 이렇게 하면 되지"
옷이 퍽하니 긴 다리를 이용해 날 밀었다.
난 공중에서 몇번 허우적 거리다 물 속으로 곤두박질 쳤다.
야!!!~!! 말이라도 해주지 물만 실컷 먹었잖아!!
어쨌든 미끄럼틀 위로 올라갔는데.. 오~ 이거 스릴있다.
셋이 꼭대기서 옹기종기 모여 앉아있으니 모양새가 참 웃기다.
우린 각자 손잡이 하나씩 꼭 붙들고 서로 밀치지 못하게 방어막을 치고 있었다.
"어때? 누가 먼저 내려갈래?"
"란펑이 먼저 내려가라~"
"싫어!! 먼저 모범을 보여봐!"
"레이디 퍼스트지"
"쓸데없는데 레이디 퍼스트 끼워넣지마!"
결국 옷이 1번 타자로 내려가기로 했다..
이 멍청한 녀석은 멋지게 내려가다가 미끄덩 거리며 웃긴 폼새로 쳐박힌다.
어찌나 웃긴지, 나랑 낫은 신나게 비웃어줬다.
다음은 내 차례인가...
역시나 부들부들 떨고 있는 내 등을 떠민녀석 덕분에 나도 가차없이 쑹~
마지막 낫은 한번 점프하고 또 두번째 점프해서 멋지게 입수하겠단다.
그러나 한번 점프로 이미 균형을 잃은 이분도 엉덩이로 멋지게 입수 ㅋㅋㅋ
"아~ 진짜 힘들다 이제 돌아가자"
한 두시간 쯤 놀았을까, 역시나 저질체력들이라 지쳐서 방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두사람은 나보고 먼저 돌아가란다. 어차피 내가 돌아가려면 왼종일 걸릴거라 예상하나보다..-_-
에잇! 본때를 보여주겠어!!
힘차게 팔다리를 저어봤으나.. 여전히 제자리다.
결국 포기하고 나는 물살에 몸을 맡겼다.
구명조끼 탓인지 물에서 둥둥 떠다니는것도 재밌다.
"란펑 재밌어?"
"응~ 완전 재밌어~ 나 봐 둥둥 떠다녀"
"아깐 무섭다고 그러더만"
"내가 좀 빨리 배우잖아 호호~"
"사진 찍어줄께 여기봐봐"
이미 눈화장으로 얼룩진 내 얼굴은 진한 팬더가 되어있을 것이고..
난 그 사실을 사진을 찍은 뒤에 깨달았을 뿐이고..
그래도 재밌다고 둥둥 떠다닌다.
샤워까지 끝내고 나오니 옷은 이미 침대에 뻗어서 저세상 가셨다.
나랑 낫은 노트북으로 예전 사진들을 보면서 노닥노닥 거렸다.
낫은 몸에 멋진 문신을 갖고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것을 싫어했다.
"왜? 멋있는데?"
"별로.. 난 이 문신 좋아하지 않아"
"치~ 멋있기만 하구만"
난 낫의 문신을 좋아한다.
그의 거친 삶이 가끔씩 드러나는 문신같은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늘 나한테 오빠처럼 자상하게 대해주는 모습과는 다른
야생 짐승남의 체취를 느낄수 있으니까 -ㅠ-....흐흐흐
그렇다 나는 사실 짐승남 덕후다 -ㅠ-! 캬오~ (이제 슬슬 정줄을 놓는 란티엔)
"이거 봐도돼?"
"안돼~~!"
"왜? 보자"
"안돼 안돼, 이건 나중에 밤에 봐야해!"
낫은 <야동>으로 알고 있는 내가 준 CD를 꺼내들었다.
그러나 내가 안된다고 완강히 말리자, 못내 아쉬운듯 입을 다신다.
미안해 낫... 사실 널 속이고 싶진 않았지만...
너가 너무 기대하길래 말 못했을 뿐이야 ㅋㅋ
노닥노닥 거리다가 어느새 나도 옷 옆에서 잠들었다.
침대가 너무 편해서 나도 모르게 잠에 스르륵 빠졌다.
얼마간 잤을까, 갑자기 침대가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마치 비행기가 이륙할때의 그 고소공포증이 다시 나를 엄습했다.
"헉! .. 뭐야 이거.."
주위를 둘러봐도 이미 골아 떨어진 두 남자는 요지부동이다.
난 잠결에 무섭기도 하고 적응도 안돼서 낫을 흔들어 깨웠다.
"피낫~ 일어나봐.. 침대가 움직여 ㅠㅠㅠㅠㅠ"
"..어..? .. 당연하지.. 물 위니까"
"근데 막 움직여 침대가.. ㅠㅠㅠㅠ 어떡해?"
"그냥 자 ~ 안죽어.. 음냐냐.."
-_-..
단순히 죽냐 안죽냐로 따질 문제냐 이게!!!
거기다 등 아래로 벌떼처럼 몰려든 모기집단들...
아 결국 커다란 이불을 온몸에 둘둘 말아서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얼마쯤 잤을까 엄청난 모기떼들의 공격에 벌떡 일어났다.
모기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데 옷이 나의 부산스러움에 깼는지 일어난다.
"란펑~ 뭐하냐"
"모기잡아.. 겁나 많아!! 으~~"
"뭘 그렇게 힘들게...이렇게 끄면 되는걸"
옷이 전원을 탁 내리자 갑자기 어둠이 내려앉았다.
참고로 난 야맹증이 있다.
앞이 보여야 말이지..
"야~ 안보여"
"낫 깨워봐.. 모기 내쫓을 동안 밖에 있자"
"알았어. 피낫~~ 피낫~~ 웨이크업!!"
"어우~ 좀 자자"
"빨랑 일어나~ 이 밤을 잠으로 다 보낼꺼야?!"
"어"
"죽을래? 얼렁 인낫!!!"
궁시렁 거리며 일어나는 낫을 데리고 우리는 밖으로 나왔다.
운치 있는 식당에서 술을 마시기로 하고 맥주와 얼음을 주문했다.
얼마나 많이 시켰는지 아이스박스채로 가져오더라;
밤에 보는 레이크 헤븐은 그야말로 반짝반짝하는게 너무나도 매력적이다.
낫은 노트북과 기타를 가져왔다.
얼음 넣은 맥주는 뼈 속까지 시원하게 했다.
"란펑~! 이제 봐도되지? 아 쫌 보자!!"
"음.. 좋아좋아, 틀어봐"
"시시한거면 죽는다"
"장담하건데 맘에 들껄?"
"흐흐-_-"
이미 기대치 100%으로 충만한 낫이 CD를 틀었다.
그..러..나..
이내 틀자마자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너에게난" 노래에 움찔한다.
그리고 보이는 사진들에 낫은 한동안 말을 못했다.
".. 뭐야? 이거? 니가 만든거야?"
"응, 선물이야~ 맘에 들어?"
"진짜? 니가 만든거야? 너가 이걸 했다고?"
"그렇대두.. 힘들었어 ㅎㅎ"
"아.. 완전 감동이야.. 너무 좋잖아"
"좋다니까 나도 기쁘다 ^-^"
"고마워 란펑"
낫은 진짜 감동받았는지 몇번이고 계속 돌려보았다.
그러나 왜 남자가 안부르고 여자가 부르냐고 물어보더라 ㅋㅋ
그냥 운치 있잖아라고 대답했지만, 사실은 남자가 부른걸 못찾았거든 ㅠㅠ
뭐, 그건 그렇고 낫은 또 기타를 퉁기기 시작했다.
나는 낫이 쳐주는 기타연주에 다시 또 흥하기 시작했다.
옷은 맥주를 따르면서 노래를 부르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흔들흔들 몸을 움직였다.
밤은 우리를 더욱 기분 좋게 했고, 분위기는 점점 더 고조되었다.
끊이지 않는 웃음소리와 노랫소리로 주변을 시끄럽게 했던 탓일까..
내가 잠시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 모르는 남자가 내자리에 앉아 있었다..
뭐지? 누구지?
낫이 아는 사람인가?
"누구야?"
"아 우리 옆 방갈로 사람인데.. 같이 놀고 싶대서"
"그래서 합석하기로 한거?"
"응, 괜찮아?"
"어.. 나야 뭐 상관없어~ 괜찮아"
이미 양주까지 들고와서 합석해 있는데 이제와서 안된다고 하기도 뭐하지 않은가..
보아하니 와이프랑 같이 놀러온 모양인데, 와이프가 먼저 잠들어서 심심했나보다.
비록 말은 안통했지만 약간의 제스쳐와 통역 덕분에 쉽게 어울릴 수 있었다.
애들이 나와 같이 어울리는 걸 편하게 느끼는데는 사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보통 외국애들은 태국애들과 어울릴 때, 너무 자주 태국어로 대화해서 답답하다고 한다.
인원수로 따져봐도 태국인3명 한국인 1명이니, 확실히 태국어로 많이 떠들확률이 높다.
하지만 난 그러거나 말거나 혼자서 잘 놀기 때문에.. -_-;
특별히 태국말 하지말라고 보채거나 하지 않는 스타일이라 아마 애들도 그게 편하게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태국어 할때는 그냥 혼자서 홀짝홀짝 마시고 놀다가, 다시 중국어하면 얘기에 끼어들고 하는 식이다.
더군다나 이 옆집 형님은 중국어를 못하니 태국어로 일장연설중이다...
헌데 애들 표정을 보아하니 대화가 지루한것 같다. ㅋㅋㅋ
역시 술취한 외부인은 국적을 막론하고 재미가 없는걸까?
한참을 그렇게 떠들썩하게 놀았을까, 이 세 남자는 갑자기 합창을 하기 시작했다.
-_- 뭔지 알거 같다.
전에 중국에 있을 때도 태국 아해들이 술먹다 분위기 고조되면 합창메들리를 하던데.. 설마.. 여기서도???
가사는 못알아 들어도 나 역시 알딸딸했기에 호응해주면서 듣고 있는데...
에이그머니나!
경찰이 왔다 @_@!!!
우리가 너무 시끄럽다고 경찰까지 동원되서는 온거다;
술좀 자신 옆 방갈로 형님이 살짜쿵 흥분해서는 우리가 여기 놀러온건데
왜 그러냐는 식으로 항의하자 우리는 그냥 방으로 옮기겠다고 하고 후다닥 짐을 챙겼다.
그러게-_-.. 너무 시끄럽게 놀더라니..
진작에 식당 옆 룸으로 들어가게 해달라고 했는데도, 이미 누가 예약했다고 안된다고 했을 때 부터 알아봤다.
결국 우리는 방으로 돌아왔고, 방 밖에 있는 테이블에서 다시 2차로 마시기로 했다.
오히려 이쪽이 더 운치있고 좋은데? 강도 보이고~
낫은 옆집 형님을 꼬셔서 야밤에 낚시질 한다고 난리다.
나랑 옷은 옷이 고른 태국 컵라면을 시식하느라 정신이 없다.
이 라면.. 진짜 맵다. 먹을 수록 맵다.. 그래서 난 두 입밖에 못먹었다. 그래도 맵다 ㅠ0ㅠ
그러나 옷도 자기가 골랐으면서 맵다고 난리다 ㅋㅋㅋ
맥주 한박스와 얼음 한박스가 동날때즈음 우리는 이미 알딸딸해졌다.
옆집 남자는 취했는지 먼저 돌아가고 우리는 셋이 앉아서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얘기도 하면서 밤을 지샜다.
낫이 기타치며 노래부르는 동안 옷과 나는 맥주를 땅콩과 함께 초스피드로 아작냈다.
그리고 우린 진지하게 토론을 벌였다.
주제는.. 왜 낫은 모든 여자들을 홀리게 하는가..!!
참고로 나도 예외는 아니다.
그날 밤 낫은 정말 너무 멋있어서 나도 모르게 고백해버렸을 정도니까..
낫은 노래부르면서도 내가 하는 말은 다 듣고 있었다.
그러면서 약간의 콧소리와 함께 대답을 해준다.
"낫 너 노래 진짜 잘부른다~"
"흐응~"
"낫 가수해라 그냥~"
"흐응~"
"낫.. 나 너 사랑하게 됐나봐"
"흐..윽!! 뭐? 너 취했냐?"
"진짜야 내 눈이 지금 하트로 뿅 바꼈잖아 안보여?"
"보인다. 완전 눈 풀렸다. 취했구만~"
물론 나도 장난으로 한 고백이지만,
사실 낫이 받아줬어도 아마 담날 기억도 못했을거다. ㅋㅋㅋ
분위기 있는 음악과 술에 취해서 사랑에 빠지는 기분을 느껴보고 싶었는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 감상에 빠지기엔 옷이 옆에서 비웃는 소리가 너무 컸다. ㅠㅠㅠㅠㅠㅠ
어쨌든 낫에게는 여자를 설레게 하는 뭔가가 있다_!!
"담에 이쁜여자 데리고 와라, 안그럼 오지마!"
"칫.. 맨날 이쁜여자만 찾고"
"원래 모든 남자는 이쁜여잘 좋아하는 법이야"
"형.. 그렇게 말하면 란펑은 어떡해"
"옷.. 니가 내편을 들어주다니 ㅠㅠ"
"란펑 평생 혼자 살란 소리잖아 그건.."
"이노무 쉥키들이...야!!!!!!죽을래!!!"
"캬캬캬캬!"
"룰루랄라~♪"
음악소리는 낭만적이고, 맥주는 시원하고, 이야기는 도란도란 깊어지고
그냥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했다.
깐짜나부리를 왜 1박한다고 했을까, 그냥 2박할걸.. 하고 후회했지만 이미 늦었다.
다음날도 하드한 일정이 빡빢하게 짜여져 있었다.
시간이 늦어 이젠 잠자리에 들 때가 되었으나,
"자기 싫어! ㅠ0ㅠ 자기 싫어! ㅠ0ㅠ!!! "
녀석들은 마지막까지 자기 싫어서 땡깡부리는 나를 가차없이 침대로 집어 던졌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한 손엔 옷 손을 한 손엔 낫 손을 꼬옥 잡은 채로 나는 잠속에 빠져들었다.
사랑하는 친구들과 함께♡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