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태국여행기6] 끄라비, 방콕
아침에 눈을 뜨니 9시이다! 샤벨은 내가 깰까봐 조심조심 문을 열었는데 이 호텔문 습기를 잔뜩 먹고는 잘 안열리는거다. 세게 잡아 당기니 방 전체가 울리면서 나는 스프링처럼 벌떡 일어나고 말았다. 샤벨이 무안한 웃음을 짓는다. 안그랬으면 도대체 언제까지 자려고 했는지.
날씨는 안개를 잔뜩 머금고 습기가 한가득이다. 오늘도 역시다 비가 올 것 같다. 사실 비가 오지 않는다면 레이레에 가서 샤벨과 암벽등반을 할 계획이었다. 끄라비는 전세계적으로 암벽등반이 유명한 곳인데 짧은 일정으로 치앙마이를 갈 수 없었던 나는 끄라비에서 정글투어나 암벽등반 초급자과정을 해볼까 생각했던 참이었다.
샤벨이랑 무언가 통하는지 그녀는 암벽등반 때문에 이곳을 찾은 것이었고, 다년간의 경험에 비추어 날 가르쳐줄 수 있다고 했다. 장비만 빌리는데는 200바트(한화 8000원 정도)이고 초급자 과정을 들으면 불필요하게 설명 시간도 길고 사람이 많아 제대로 가르쳐 주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호텔직원도 그렇고 암벽등반은 이렇게 흐린 날은 위험한데다 레이레에 들어갔다 나오면 공항버스 시간이 애매하다. 결국 샤벨과는 일정을 함께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녀가 돌아올 무렵에는 난 공항버스를 타고 떠날 것이므로 샤벨과 허그!! 안녕! 왠지 정든 친구와 헤어지는 듯 아쉽다.
이미 늦잠을 자버린터 정글투어는 늦어버렸고 끄라비의 숲이나 대충 구경하고 코끼리나 타자 하는 마음에 2~3시간 정도 소요되는 코끼리 트래킹을 신청했다. 그런데 호텔 직원이 이곳에 한국인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타난 이분!
끄바리에 온지 얼마 안되었고 여행업에 종사하신다는 현지분을 만나서 아침을 함께 하기로 했다. 그러나 여긴 태국! 문을 연 곳이 없는 것이다. 급하게 차를 타고 스트리트 푸드를 사서 호텔 로비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했다.
스트리트 푸드 30바트 정도 하는데 정말 맛이 괜찮다! 그런데 샤벨 말로는 불분명한 위생상태로 인해 가끔 배탈이 날 수 있다고 했다. 현지분에서 식사도 얻어먹고 이런 저런 애기를 나누니 픽업 버스가 왔다. 명함을 한장 받아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시간내서 차로 가서 식사도 사주시고 여행 예약할때 태국어로 통역도 해주시고 주의사항도 세심하게 일러주셨다! 여행지에서의 따뜻한 마음.
픽업차량을 타니 덩치큰 외국 남자분 한명과 동양인 백인 커플 3명 뿐이다. 어색한 침묵과 함께 트래킹 장소에 도착.
내가 탄 코끼리의 이름은 태국어로 "바나나 잎"이라고 한다. 귀엽다. 그런데 나이는 무려 30! 나랑 맞먹는 수준이다. 늙어서 고생이 많구나. 끄라비의 자연은 정말 아름답다. 정글투어를 완벽하게 해봤다면 꽤 괜찮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날씨만 좋았다면 암벽등반도 하고 카약도 타고 온천도 하고...했을텐데 다음에 들를 기회가 있을런지.
코끼리 트래킹 아저씨는 능숙하게 한국말로 내게 인사를 건넸는데 이곳! 정말 신혼여행객들이 많이 온다고 했다. 끄라비 요즘 한국인 신혼여행지로 매우 각광받고 있나보다.
나와 코끼리를 같이 탄 이 친구는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이 있다. 20살이라고 한다. 난 더 어린 줄 알았다.
내 앞에 가는 저분이 호주에서 온 덩치 큰 아저씬데, 카리스마 최고로 넘친다... 팔뚝에는 사슬 모양의 문신을 하고 코끼리 하는 내내 팔짱을 끼고 있다.
그 앞의 커플도 호주에서 왔는데 여자는 분명 일본인인 것 같다. 강한 일본 억양이 남아 있고 남편은 정말이지 자상하고 온화한 스타일. 일주일 정도 휴가차 들렀다고 했다.
코끼리가 목욕을 하는데 생각해보니 코끼리 코는 마치 스노우쿨링할때 마스크에 달린 호흡기 같아서 위로 들면 잠수도 가능할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코끼리 가까이서보니 정말 신기하게 생겼다.
트래킹을 마치고 계곡에서의 휴식이라는 문구가 있었는데.. 이건 계곡이 아니라 웅덩이 수준이다. 전혀 매력적이지 않은 수영장소. 두 호주 커플만 신이나고 터프가이 호주 아저씨는 괜찮다고 사양한다. 내가 들어가려고 휘청 거리자 반사적으로 나를 잡아주는데 그게 더 무서웠다! 정말 한번을 웃지 않는 것이다.
두 호주 커플 중 일본 여자는 방콕의 짝투짝에 대해서 끄라비에 대해서 쉴세 없이 이야기 한다. 남편은 스마일 인형처럼 내내 미소를 띄우고. 방수카메라를 던지면서 물속에서 연신 사진을 찍고 재미있는 커플이다. 얼떨결에 그분들과 사진촬영까지.
인상파 호주 아저씨에게 살짝 말을 걸어본다. 그아저씨 동북쪽쯤의 호주에서 왔는데 억양이 독특해 잘 알아 들을 수가 없다. 나의 짧은 영어가 바닥을 드러낸다. 삐삐섬에 다이빙을 왔는데 나처럼 시야가 좋지 않아 심술이 나 있었다. 한국 와본적 있냐고 묻니 단박에 없단다. ㅎㅎ
돌아오는 차에서 일본 여자는 호주에도 멋진 다이빙 포인트가 많으니 와보라고 한다. 인상파 아저씨가 질문했는데 내가 못알아듣자 내 발음 이상하냐고 그런다. 무섭다. 모르겠으면 웃음으로 때운다. 그런데 호주도 생각해보니 해양스포츠 괜찮을 것 같다. 다음에 뉴질랜드에 가면서 케언즈쪽에 가볼까?
코끼리를 타고 오자 배가 고프다. 여행책자에는 태국엔 음식이 모두 유명해서 이탈리아 음식도 꽤 괜찮다고 했다. 이번엔 피자에 한번 도전해보자.
피자를 시켰더니 저렇게 나왔다. 확실하게 1인분은 아니었다. 끄라비는 지금 비수기라 아오낭의 상점들이 거의 텅텅 빈 상태다. 이 피자도 거의 30% 할인. 120바트이다. 씬 피자의 바삭바삭함. 그래도 역시 한판은 무리라 남은 것은 포장을 요청해서 피자를 들고 비치로.
또 날씨가 흐려지는거다. 저 조개해변에 발이 아픈데다 바다에 들어갔더니 왠 파도가 그렇게 거친 것인가? 수영 5분만에 피곤해진 나는 타올 깔고 누워서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본다. 아오낭 비치는 내게 관상용.
음악을 들으면서 깜박 잠이 들었는데 갑자기 굵어지는 빗방울. 어김없이 비가 오기 시작한다. 파도는 더 거칠어지고.

피자집 옆집 강아지가 놀러나왔나보다. 다시 보니 반가워 한컷.
다시 상점으로 올라와서 마사지 샾을 찾았는데 역시 마사지 끌리는 곳이 없다. 남은 피자를 다 먹어치운 후 뚝뚝이를 타고 호텔로 돌아가 공항버스를 타다.
아오낭에서 끄라비 공항까지는 1시간 정도 걸렸다. 국내선이라 그런지 출항하는 항공편이 2~3개밖에 안되는데다 너무 작은 공항이라 대기 시간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즉, 너무 빨리가서 대기를 안해도 된다는 것이다. 너무 공항에 일찍 도착해버린 나는 근 1시간을 넘게 앉아서 책을 읽었다.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 알렝드 보통의 책을 다시 읽기 시작하는데 지난번 호주 여행에서 읽었던 여행의 기술만큼의 몰입이 안된다.
대기하는 장소도 한군데... 지방공항의 한적함... 적응 안된다.
에어아시아는 저렇게 걸어서 타러 가야 한다. 에어 아시아의 승무원들... 너무 예쁘고 친절하다. 저가 항공이기 때문에 기내식, 수화물 등이 전부 유료이다. 편도로 끊었을때 항공료는 한화로 7만 5천원 수준.
사실 비행기는 대기 시간과 공항까지의 이동시간이 길고 실재 비행시간은 정말 짧다. 9시무렵 방콕 공항 도착.
다시 공항 버스를 타고 카오산 로드의 게스트 하우스 "람푸하우스"에 체크인을 하고 일행들을 찾았다.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고 짐을 정리하자 시내관광을 하고 K, J군과 K양이 게스트 하우스로 돌아왔다.
출발전에 한번 정도 본적이라 익숙한 얼굴이다. 식사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고 강행군을 한지라 까오산에 같 저녁을 하러 나갔다.
태사랑에서 만난 H군도 합석해서 5명이서 저녁을 먹고 람푸하우스 앞에서 다시 술한잔을 하고 가게에 있는 포켓다이에서 포켓도 치고 2시쯤에나 숙소로 돌아갔다. 내일은 깐자나부리 투어가 예약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