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태국여행기2] 피피섬, 스쿠버다이빙
푸켓 터미널에 도착했다. 아침에 나누어준 담요를 반환하라는 VIP의 버스직원말에 잠이 깼다. 태국청년이 푸근한 미소로 바라보고 있다. 내 얼굴상태는 지금 어떨까? 생각하고 싶지 않다.
히포 다이버스에서 픽업이 오기로 되어 있었다. 푸켓에 하루 일찍 들어오면 잠자리도 제공해 주겠다고 했던 하사장님에게 너무 감사할따름. 하지만 어수선한 나머지 일정조정을 하지 못하고 허리가 끊어질듯 버스를 타고 내려온 나는 약간의 멍한 상태로 하사장님께 문자를 남겼다. 일정이 바빠 직접 픽업 나오진 못하시고 다른 사람들 보낸다고 했다.
갑자기 허기가 몰려온다. 밤모양에 그림이 그려진 이것은 진짜 밤이다. 세븐일레븐 앞에 케리어에 앉아서 우유와 밤을 먹으면서 픽업 차량을 기다린다. 해맑은 태국청년이 다른 일행을 데리고 왔다.
일행은 푸켓에 놀러온 한국인 부부였는데 부부가 모두 스킨스쿠버를 좋아한다고 했다. 그래서 아름답기로 유명한 삐삐섬 근처에 온만큼 스쿠버를 안하고 갈 수 없어 리조트에 시어머니와 아이들을 둔채 둘만의 시간을 냈다고 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취미를 공유하는 부부는 참 멋지다. 혼자서 스쿠버과정을 하러 왔다고 하니 놀라는 눈치다. 솔로인 나를 위한 말이었을까 주변에 스쿠버 하다 만나 결혼한 커플도 있다고 했다. 하하
날씨가 흐리다. 곧 비가 올 기세다. 푸켓에서 삐삐섬까지는 1:30분 정도 소요되는데 막간을 이용해서 지하 어두컴컴한 좌석으로 가 쭈그리고 누워 잠을 잤다. 보자마자 여행을 오래하셨냐고 물어본 부부의 말은 나의 이 하루만에 폭삭 삭아버린 상태때문일까?
삐삐섬은 굉장히 작다. 마치 동네의 뒷골목처럼 구석구석 가게가 있고 음식점과 상점들이 늘어서 있다.
선착장에서 우회전해서 조금만 가면 히포 다이빙 샾이 있다. 짐가방을 들고 들어서는 순간 모두의 반응은...
"여자분이셨어요?"
인터넷으로나 메신저상으로 만난 사람들에게서 늘 받는 오해지만, 이분들은 한치의 의심없이 100% 남자로 알고 있었던 터라 놀라는 눈치가 역력했다. 숙소에 짐을 풀고 바로 내려오라고 했다. 이번 삐삐섬에서 3일간 스쿠버다이빙의 입문이라고 하는 오픈워터 과정을 이수할 계획이었다. 3일간 스쿠버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와 방법을 배우고 체험 다이빙을 하는 것이다. 5강으로 이루어진 교육용DVD를 시청하고 필기 시험도 합격해야 했다. 다녀온 많은 사람들이 결코 널널하진 않다는 이야기를 했지만 머랄까 알 수 없는 자신감에 불타고 있었다.
나의 3일간의 숙소 삐삐호텔은 히포다이빙 샾 바로 뒤에 있다. 이건 거의 머 기숙사 수준이다. 나랑 연락이 안되면 강사님이 호텔 프론트로 와서 내 방에 전화를 했다. 도착 인증샷은 필수다. 혼자 다니면 저런 셀카만 늘어간다.
냉장고 낡았다. 냉장고의 기능만에 충실하다. 하지만 보관상의 문제는 없다.
내가 너무 좋은 호텔만 다녔던걸까? 욕실 설비들이 좀 별로다. 치약,칫솔세트도 없다. 드라이기도 없고. 샴프, 린스도 없다. 적당한 준비물을 챙겨왔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뜨거운 물을 잘 나온다. 그냥 지낼만 하다!
2인용 좌석이라... 늘 하나는 가방 놓는 곳이다. 하하
침대도 더블이다. 머... 넓게 잘 잤다. 굴러다니면서. 짐을 풀고 좀 뒹굴려고 하니 강사님에게 전화가 온다. 왜 안내려오냐고.
이런 의욕적인 나의 마음과는 달리 고된 한국에서의 일정 후 바로 13시간 버스에 배까지 타고 온 나는 갑작스러운 강의에 눈만 하염없이 감길뿐. 그런 교육용비디오가 흥미진진할리가 있겠는가?
그런데 저 멀리 갑자기 광고물을 접던 오스트리아 강사가 와서 말을 건다. 재밌냐는 말에 무지 어려워 보인다고 했더니 생각보다 쉬울거라고 웃음을 날린다. 큰 키에 한쪽으로 묶은 머리, 이국적인 유럽식 영어발음이 매력적이다.
점심은 먹어야지! 삐삐섬에서 맛있다고 소문난 피자집이었는데 파스타를 시켰기 때문일까? 파스타에 물기가 흥건...
하지만 배고파서인지 소스는 훌륭해서인지 정말 흥분하면서 한접시 신속하게 먹어치웠다. 가격은 콜라포함 150바트, 6000원 정도인데 삐삐섬은 섬인지라 태국의 다른 곳보다 물가가 비싸다 한다.
여기저기 싸인도 있고. 물론 태국어가 태반이라 머라고 써인는지는 알 수 없다. 내친김에 코코넛 쉐이크도 사먹었다. 결코 싸지 않은 50바트.
선착장 주변도 기웃기웃... 날씨는 반쯤 흐린상태였다. 후에 알게 되었지만 이날이 내가 삐삐섬에서 보낸 최고로 화창한 날이었다.
다시 돌아와 강의를 듣는데, 룸안에 들어가서 보란다. 룸안은 시원하고 나 혼자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스르륵...
눈을 뜨니 강사님이 어이 없다는 얼굴로 쳐다보고 있다. 나.. 쇼파에 일자로 누워 자고 있었던 것이다. 잠꼬대를 하진 않았겠지... 강의는 더 안되겠으니 바다로 나가자고 했다. 나의 첫 다이빙이다.
피피섬 해변가에서 마스크 벗고 쓰기, 마스크 물빼기, 호흡기 물빼기 등등을 하는데 얕은 수심에서 허우적 허우적. 정말 꼴이 말이 아니다. 강사님은 균형을 잡으라고팔도 잡아주고 하는데 발도 닿는 얕은 수심에서 혼자 헤메면서 겨우 첫수업을 완료했다.
호흡기를 처음 물고 바닷속에서 숨쉬는 느낌이란... 매우 오묘하다. 물속에서 숨을 쉴 수 있다니... 물속에서는 소리가 매우 크게 들린다. 내 숨소리를 마치 스피커를 통해 듣는 듯 들린다.
무거운 BCD,산소통, 웨이트등을 주렁주렁 달고 샾까지 걸어가는데 다리가 휘청휘청. 첫날부터 이거 너무 하드트레이닝다. 도착하자마자 나의 담당 강사는 눈을 크게 뜨며 가서 오늘 배운 내용 연습문제 풀고 복습하란다. 난 개미만한 목소리로 저녁 먹고 하겠다고 이야기했다.
바닷물이라 그런지 샤워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머리감는 것도 그렇고
깨끗하게 샤워를 하고 준비해온 야침찬 비치의상(?)을 입고 식사를 하러 나갔다. 늦은 밤 삐삐섬을 둘러본다. 성수기 시즌이 벗어나 그런지 생각보다는 한적하고 바나 술집에도 사람이 많지는 않다.
해변을 따라 걷다보면 해산물을 내놓고 골라서 요리해주는 "돈사이 푸드"라는 삐삐섬의 나름 유명한 음식점이있다.
음식점이 비치에 맞닿아 있어 전망도 좋고 날씨도 적당하고 결정적으로 음식이 너무 맛있다.
샐러드는 가격대비 별로이지만(집에서 만든 가정용 샐러드 같다) 이 파인애플에 들어 있는 새우 정말 맛이 일품이다.
새콤달콤 태국식 소스에 파인애플의 달콤함과 새우 한가득!
계산을 하고 나서려는데 태국청년이 나를 어디서 왔는지 내일 꼭 다시 들르라고 애기한다. 후에 이 좁은 삐삐섬을 거닐다 이 돈사이 푸드 직원들을 자주 만났는데, 정말 손님이 아닌데도 길에서도 반갑게 인사를 건네주었다.
돌아오는 길에 길가의 과일집에 들러 코코넛 한통과 망고, 열대과일들을 사왔다.
그리고 돌아와서 시험 공부의 시작! 눈이 정말 마구마구 감긴다. 스르르륵... 시험공부하다 잠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