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choco에게 묻어가기- 쑤린이라면 단연 스노클링②
12월 9일...방타이 닷새째
어제 잠자리도 그닥 편하지 않았다.
바로 앞에서 사정없이 쳐대는 파도와 밤만 되면 나리는 비는 잠을 방해한다.
어젠 모기와 개미까지 이곳저곳을 물어대고...
가장 큰 문제는 새벽에 들이닥치는 추위다.
choco가 침낭을 빌리라고 계속 권하지만...음...그냥 내가 가지고 온 겨울 옷으로 버티겠다고 했다.
남의 체취가 남아있는 침낭은...좀 싫다.
그래도 쑤린의 아침은 정말 개운하다.
다시 하늘은 청명하다.
오늘 아침식사는 우리가 쿠라부리에서 가져온 식빵을 피워놓은 숯불에 구워서 마가린+잼을 발라 먹는다.
카페인 중독이 심한 나는 쿠라부리의 7-11에서 mix커피도 사갔는데
아침엔 식당에서 무료로 공급되는 뜨거운 물을 받아 비치되어 있는 잔에 커피를 타 마실 수 있다.
한편 선생님은 끼니마다 정체불명의 맛의 컵라면을 에피타이져 삼아 말아 잡순다.
(비상식량 보따리가...화수분인 듯...)
참,
어제 자전거로 각국 일주를 하고 있는 부산청년 한명이 아오 마이응암에 들어왔다.
한국언니야와 대학생의 지인이란다. 방콕 X겟하우스에서 알게된 사이란다.
태국에서 보면 태국사람, 일본에서 보면 일본사람, 미얀마에서 보면 미얀마사람 같을...
야누스적 마스크의 소유자이다.
그런데 이 청년 정말 재미있다.
그가 어떤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줬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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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나중에 저 고깃집 할꺼에요...?!
여하튼 정말 재미있는 청년이다.
더군다나 그가 육지에서 사가지고 먹으라고 준 인스턴트 죽...맛있다~
지금쯤 말레이지아 어디메에서 페달을 열심히 밟고 있을까??
화.이.팅~
말한대로 오늘 오전투어는 생략한다.
시끌벅적한 아침식사 후 나를 뺀 한국분들은 모두 오전 투어를 하러 떠났다.
자, 이제 세시간여 여유로운 비치휴식이로군~ 유후~♡
(이렇게...)
(이렇게 평화를 주는 비치...
도심 까페에선 책이 잘 안읽히는데 여기 쑤린 마이응암비치에선 고시공부도 빡세게 할 수 있을
것 같구만~)
책만 읽진 않는다.
(출국 전날 한국에서 친구Y와 남대문쇼핑을 하면서 들른 화장품가게에서 몇장 사온 마스크팩.
수분보충 마스크팩으로 바닷속 물질로 바싹바싹 건조해져서 주름이 두드러질까 얼굴에 물 공급!
뭐...심리적 효과만 있는 듯...저거 뒤집어 쓰고 있으면 잠도 잘 오고~)
비치에 매트깔고 드러누운지 한 2시간이 지나가는 것 같다.
점심먹을때가 되어가나 보다.
저 산등성이가 핫도그로 보이네...
아니나다를까 오전 스노클링하러 갔던 일행들이 왁자지껄 돌아온다.
이번엔 진짜 여러명이 상어를 보았다고 죄다 침을 튀기며 자랑을 한다.
흥~
아마 커다란 도미였겠지...
자꾸 부정하고 싶다.
어제 훌라게임으로 모인 쿠폰으로 오찬을 즐긴다...맛있다...히~
오후 투어는 갈꺼다.
쑤린에 들어온 첫날 그 날 나가신다는 우리나라 언니야 2명이
오늘 오후에 내가 하게될 코스가 가장 좋더라고 이야기하셨더랬다.
그래서 오후 투어는 꼭 하기로 한다.
choco는 쉬겠단다.
멀미가 심했을테니...좀 쉴 필요가 있을 것이다.
@ 오후 투어 참가인원은 조촐하다.
오후에 도는 포인트는 3군데이다.
하면 할 수록 스노클링과 잠영이 점점 편안하고 수월해짐을 느낀다.
그래서였는지
잠영을 하면서
1m가 훨씬 넘는 곰치와 복어, 그리고 캠핑 앞쪽 비치에 있는 마지막 포인트에선 말미잘과 니모도 보았다.
후후...
결국 상어나 만타레이는 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이만하면 꽤 괜챦은 수확이다.
@ 롱테일보트의 모터소리에 귀가 찢어질 것 같지만
그래도 저렇게 배타고 바닷바람을 맞으며 한국에서의 복잡복잡했던 심란한 마음을 좀 달랜다.
@ 큐티켓님의 후기에 쑤린섬 근처에 해군초소가 있다고 하더니 정말 스노클링 포인트를 돌다보니
저렇게 군함도 보게 된다. 멀리서 찍었는데...나중에 완전 근거리까지 접근해서 조금 깜놀했다.
오후 투어를 야무지게 마쳤다.
캠핑장 바로 앞 비치에서 끝나서 거기서 내려서 비치까지 물을 가르며 슬슬 걸어온다.
남았던 사람들은 비치에서 나름 한가로운 휴식을 취하고 있다.
나도 씻기 전에 모래위에 그대로 드러누워 본다.
정말 마음 편하고 또 한가롭구나~
나 여기서 나가기 싫다...
하루 더 있을까...그런 이야기를 잠깐 choco랑 해보지만
내일 방콕에서 온 한국분들도 다 철수하고, 또 내일은 주말이라 태국 현지사람들이 대거 들어온다하니
그냥 예정대로 우리도 철수하기로, 그렇게 하기로 한다.
샤워하고 저녁먹기 전에 choco랑 같이 인포메이션에서 check out정산을 했다.
(국립공원입장료 400밧 포함, 텐트 사흘치 렌탈료 등 각자 도합 890밧 지불/
식사와 과일, 물, 음료 등을 사먹을때 지불하는 쿠폰값은 별도- 난 3박4일동안 쿠폰 310밧어치)
내일 오후 1시까지 선착장으로 가세요!
정말 즐거웠던 쑤린여행이다.
벌레와 잦은 비와 잠잘때 덮치는 추위가 조금 힘들게 했지만 그런 것들은...
지금 와 생각하면 아주 사소하다.
오늘 밤엔 맥주도 마시고 이야기도 하고,
또 자전거청년이 가져온 최첨단 프로젝터로 뮤비랑 영화도 보며
차분하게... 낭만적인 쑤린을 만끽한다.
오늘은 잠덧도 하지않고 눕자마자 잠든다.
몸이 이제야 쑤린에 완전히 적응했는데 내일 나가야 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