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일간의 타이, 그리고 빈&영) - 끄라비를 향하다
지난 길이 그리워 드디어 배낭을 메고 다시 길을 떠난다.
이번 길의 테마는 길에서 살아보기. 다시 말해 여행지에서 현지인처럼 살아보는 연습이다. 이를 위해 주중에는 나름 일을 하고(방이는 자기일 하고, 나는 나대로 블로그 정리하고, 글을 쓰며) 주말에 유흥을 즐기는 생활을 하려고 한다.
물론 나의 경우 한국에서와 달리 상당한 여유가 함꼐 하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종국의 우리 목표인 게스트하우스 운영을 위한 밑그림을 그려보는 것도 중요한 소일 거리 중의 하나이다.
어찌되었든...우리 부부 지난 8일 집을 나섰다. 가스잠그고, 관리실에 부재를 알리고, 각종 서비스 중단시키고, 일주일간 정리하느라 부산을 떨고 분연히 길을 나선 우리 방이. 보라 우리 방이의 중무장한 모습을...^^
이제 저 모습에서 5kg 감량하여 오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마지막으로 집앞 정류장에서 포즈를 취한다. 참고로 예전 짧은 여행에는 겨울옷을 인천공항 세탁소에 맡겼는데 이번에는 3개월이 되는 관계로 택배를 이용했다. 한진택배는 박스비 6천원을 달라고 하기에 2층에 있는 우체국 택배를 이용해 5천원에 집으로 보냈다.
위의 방이가 4일만에 이렇게 변한다. 영하 10도를 자랑하는 날씨를 벗어나 30도를 오르는 열대해변에서 날개를 활짝 펴는 방이. 이러다가 진짜 천사처럼 날아가면 어쩌나? ^^
다시 여행으로 돌아가자. 이번 여행은 크게 태국 남부 해변-태국 북부 산간-태국 중부로 나누었다.
우리 부부 이번에도 눈부신 클릭질로 인천-방콕을 왕복 55만원(중국동방항공, 상해경유)에 끊어주시고, 내친김에 방콕-끄라비, 푸켓-치앙마이도 에어 아시아로 질러주신다. 에어아시아 프로모션을 잘 골라 끄라비 구간은 편도 2인 3,000밧, 치앙마이는 편도 2인 3700밧으로 해결했다. 예전 여행에 비하면 지른 셈이지만 그 정도는 우리를 위해 투자하기로 했다. (그래봐야 2명에 12만원, 15만원 정도이다. 제주도보다 싸지 않은가?)
그래서 수완나품에서 타게 된 에어아시아. 1시간 정도는 충분히 탈만하다. 저가 항공사여 영원하라!!!!
끄라비에 도착한 우리. 우선 끄라비를 소개하면 타이 남부 끄라비주(州)에 있는 해양 도시. 수도 방콕에서 남쪽으로 814㎞, 타이에서 가장 큰 섬인 푸껫섬에서 동쪽으로 45㎞ 떨어져 있다. 예전에는 푸켓이나 피피섬으로 들어가는 경유지였으나 점차 조용한 분위기의 여행자들이 찾는 곳으로 발전했다. 카오산 로드나 푸켓에 비해 현지인의 환한 미소를 더 접할 기회가 많다.
끄라비에 도착하니 저녁 8시. '가면 방있을 거야'라는 맘 편한 생각에 예약없이 온 까닭에 애초 맘에 둔 찬차레이를 찾아 나섰다. 큰 기대는 안했는데, 이게 왠걸, 예약이 펑크나서 방이 있단다. 첫 날은 예약 펑크난 방에 묵고 담날 아래 사진의 방으로 옮겼다. 산토리니섬 분위기의 색상으로 꾸민 찬차레이의 속살이 거침없이 드러난 방이다. 조그만것 하나까지 신경 쓴 듯한 숙소에 우리 방이 입이 찢어진다. 게다가 장기 투숙으로 400밧(욕실, 선풍기)으로 가능하니 일석 삼조이다.
역시 지구 어디나 아이들의 웃음을 티없이 맑다.
끄라비는 바다와 면했는데, 강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이라 피피나 푸켓으로 가기 편하다. 특히 이 지역이 카스트 지형이라 베트남 하롱베이처럼 솟아오른 봉우리가 곳곳에 산재해있다.
열대 날씨 특유의 파란 하늘과 구름. 그리고 한가로운 부두의 모습.
우리 방이 이런 모습을 바랬다며 싱글벙글이다.
끄라비의 특징은 태국과 중국, 말레이지아의 혼합이라는 것이다.
말레이지아와 가까워서인지 이슬람복장이 눈에 띄고, 중국계 태국인의 비율도 상대적으로 높은 듯 하다. 이런 모습은 중국 징홍에서 본 듯한데, 징홍에서조차 중국인과 타이족의 모습이었지, 3개 민족의 혼합은 아니었다. 어찌되었든 문화와 생활 모두가 생경하다. 아래 사진은 강가에서 놀고 있는 이슬람 어린이들.
끄라비에는 두 개의 나이트 마켓이 있다. 부두쪽(피어쪽)은 야시장 성격이 높고, 상가쪽 나이트 마켓이 여러 상점이 많아 이용하기 좋다. 오후 5시 정도부터 본격적으로 활기차게 돌아간다.
매주 주말에는 나이트 마켓 부근에 또 다른 워킹 스트리트 마켓(walking street market)이 들어선다. 우리가 간 첫 주에는 노래자랑이 열렸는데, 생각보다는 듣기 좋은 음악이 없다!
끄라비에서 할 수 있는 것이란 딱히 많지 않다. 고작해야 투어 2-3개, 야외 온천, 피피섬 가기 정도?
처음으로 맞은 주말에 우리 부부 4섬 투어를 신청했다. 끄라비 인근 4개 섬을 즐기는 투어인데, 다른 곳처럼 액티비티가 많은 것은 아니고, 스노클 한번에 각 섬에서 1시간 정도씩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1인에 350밧이다. 우리는 아래 사진처럼 롱테일보트를 탔다.
여기서 퀴즈하나! 왜 롱테일보트라는 이름이 붙었을까요? 정답은 리플에 남겨 주세요. 추첨하여 푸켓-치앙마이를 오갈 수 있는 에어아시아티켓을 보여 드립니다. ㅋㅋ
열대 해변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방이
양것들은 어디서나 구우느라 여념이 없다. 영국이나 북유럽애들이라면 이해가 가지만...
이 사진을 잘 보라. 앞으로 1-2개월 안에 저 배가 쏙 들어가고 식스팩이 생길 것이다. 정말!!
투어에 동행한 한국친구가 찍어 준 우리 부부 첫 사진.
이쁘죠?
끄라비에는 아래 사진처럼 솟아오른 섬들이 많다. 하롱베이와 비슷한 풍경인데, 다른 것이 있다면 저런 곳을 암벽등반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자일 하나에 의지한 채 오르는 모습은 긴장감을 높인다.
해변을 찾은 서양 꼬마애. 아직도 세상의 부는 제대로 분배되지 않는다.
에메랄드 빛 바다를 즐기는 커플.
역시 굽느라 정신없는 서양애들. 그런데 해변 끝에서 누워 책 읽는 언니들을 발견했다. 재미있는 발상이다.
석회동굴처럼 종유석이 자란 듯한 섬의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그 아래에서 놀다보면 종유석에서 떨어지는 물 방울을 맞기도 하는데, 수 천년간 떨어졌을 물이라고 생각하면 긴 시간의 작품에 놀랍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