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일간의 타이, 그리고 빈&영) - 끄라비 에메랄드 풀과 핫 스트림
방이와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놀러 가기로 한 날.
원래 우리 방이 오토바이 승차를 거부하기도 하지만(이유는 말 못한다. 다만 바람과 코가 연관이 있다 ㅋㅋ)
끄라비에서 두 번째 놀러가는 것이기에 룰루랄라 함께 오토바이에 오른다.
"괜찮겠어?" "만반의 준비 했지. 버프 썼어!" 이 한마디에 안심을 하고 출발한다.
그런데 오늘 가야 할 길이 무려 50km 가까이 된다. 그것도 고속도로를 따라 가는 길.
"음. 오늘 엉덩이가 아작 나겠는걸? 마눌도 각오 되었겠지?"
"난 엉덩이는 개안아. 코가 문제 일 뿐. 쿄쿄쿄"
그렇게 시작한 오토바이 질주.
천천히 달리려 했는데, 요넘의 오토바이들이 나의 승부근성을 돋군다.
"어쭈구리. 나를 앞질러가? 한국에서 나의 주행 본능을 모르시나 본데?"하는 나를 보던 방이가 한마디 한다.
"걍, 가자~ 알았지? 우리 보험도 안들었다!!!"
나? 그래도 남자인데... 마눌한테 죽어 지낼 수 없다.
그래서 시속 50-60km는 유지했다. 50km는 태국에서 나의 최소한의 자존심의 속도인 셈이다 ㅡ.ㅡ
오늘 가는 곳은 끄라비에서 꼬란타쪽으로 가는 길에 있는 에메랄드 풀과 핫 스트림(뜨거운 시냇물?)
아래 사진처럼 고속도로 왼쪽에 마련된 오토바이와 자전거 전용 차선을 따라 가면 된다.
이런 모습을 보니 한국에서 고속도로 오토바이 허용을 주장하던 할리 데이비슨 등의 사람들의 주장이 조금은 이해가 간다. 고속도로 한 쪽 차선만 오토바이차선으로 하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을 듯 하다.
"이러다 우리 오늘 길 바닥에서 죽겠는데?"
"아냐. 우린 할 수 있어. 가자 가자!!!"
이런 말을 하며 본능적으로 길을 따라 가던 우리 부부.
1시간20여분 만에 드디어 에메랄드풀 입구에 도착했다.
이미 정보를 통해 알고 있던 외국인 차별 입장료 200바트.
아무말 없이 저 앞 매표소 가서 "썽컨"이라고 말했다.
사실 내 외모는 아시아 어딜가나 현지인 취급을 받는다. 한때는 파타야에서 현지인 요금으로 썽태우 타고 다니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택도 없다. 나를 보던 아저씨. "투 퍼슨"하더니 400밧 내라고 한다. ㅡ.ㅡ
아무래도 나의 멋있는(?) 수염이 문제인 것 같다. 이 수염을 기른 후 부터 일본인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머리 빠지는 것을 가리고, 턱선을 알리기 위해 기르는 수염이 나를 배반하는 것이다.
어찌되었건 현지인 20바트, 외국인 200바트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선 공원.
요렇게 생긴 길을 20여분 가야 한다. 그런데...
바로 입구부터 요런 맑고 투명한 물.
리니지 페어리 필드에서만 보던 물이 흘러 넘친다.
"아흥!!! 기대된다. 여기가 이럴 정도면, 조 안 쪽은 죽일거야~ 그지?"
"호호홍~ 가자 에메랄드로!!!"
요런 이바구를 주고 받으며 걷던 우리들... 그때!!!
우리앞에 갑자기 요따구 모양을 한 풀이 펼쳐졌다.
이미 한 떼의 투어객들이 점령한 에메랄드 풀이지만, 진짜 멋지다.
"흐흐흐!!! 사진으로만 보던 에메랄드 풀이다. 바닥까지 다보인는데..."
하지만 우리 부부 여기서 만족 못한다.
우리와 함께 들어온 현지인들이 한쪽으로 난 길로 들어서는 것을 본 나
"아 맞다! 이 위에 더 좋은 풀장이 있대! 인터넷에서 본 것 같아! 에메랄드 풀이 하나 더 있는거지"
요따구 얘기를 하며 그 뒤를 따라간다. 사실 요 정보는 나중에 갈 핫 스티림 정보와 헷갈린 거다.
이미 이 길을 간 선배 여행자가 핫 스트림 입구의 탕에서 실망하고 더 나아가니
좋은 계곡 온천이 있다는 것이었는데, 난 이 곳이 그렇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잘 따라 갔다.
비록 20여분 더 산길을 올라가느라 땀을 더 흘리기는 했어도...
요런 길이 쭉 이어졌다. 요 길만 따라가면 진짜 페어리계곡이 나온다. 진짜다. 다음 사진을 봐라!!!
어떤가? 요것이 블루 풀이가는 곳이다.
아마도 에메랄드 풀의 수원지 쯤으로 생각되는데...
자세히 보면 공기방울이 아래에서 뽀글뽀글 올라온다.
즉! 지하수가 아래에서 솟는다는 얘기이다.
"이 곳이 파란 이유 알아?" "아니"
"관광객을 끌기 위해 새벽마다 파란 페인트를 풀어 놓는데...그래서 오후에는 여기 못 올라오게 한데"
"진짜? 어쩐지 파랗더라!!" 우리 마눌 진짜 믿는다.
블루풀의 규모는 작다. 20평이 안될 정도이고, 주변에 쉴 곳도 마땅치 않지만 충분히 수영은 가능할 것 같다.
아마도 어린 양넘들이 오면 풍덩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난 한국의 당당한 30대이기에. 조용히 보기만 했다.
발이라도 담글까 했지만, 페인트 묻을까봐...미안하다. 뻥이다!
그런데 갑자기 몰려온 태국 초딩들이 우리의 감상을 깨버린다.
"어딜가나 초딩이 문제다. 넘 시끄럽다" 그런데 박수까지 친다. 그것도 떼거리로 함께.
"헐. 감동해서 박수까지 치나? 오바아냐?"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다. 아마도 인솔한 선생이 박수치면 공기방울이 더 올라온다고 설명하는 듯 하다.
유심히 보니... 모르겠다. 더 올라오는지, 아닌지...ㅡ.ㅡ
그렇게 초딩들의 소란함을 뒤로 하고 다시 에메랄드 풀로 돌아온 우리.
다시봐도 에메랄드풀이 이쁘다.
바닥까지 보일 정도로 맑은 물에서 고기까지 살고 있다.
뽀샵처리한 것 아니다. 진짜 물 색이 저렇다.
방이도 이 곳에서는 수영복입고 "함 들어가 줘야지"하는데...
풀 깊이는 1.2m정도이며, 깊은 곳은 1.5m까지 된다. 너비는 약 30m의 원형이라고 해야 하나?
충분히 수영할 수 있고, 물 온도도 딱 놀기 좋다.
특이하게 바닥에는 종유석같은 돌 기둥이 곳곳에 있고,
풀 주변은 이끼 드응로 매우 미끄럽다. 조심해야 한다.
방이는 30여분 물에서 놀더니(정확히는 몸만 잠그더니)
1시간정도 사롱깔고 잔다. 그것도 잘게~
한쪽에 물이 내려오는 곳에서는 미끄러운 지형을 이용해 미끄럼을 타고 놀기도 한다.
천연 슬라이드인 셈인데, 혹시라도 자연이 훼손되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하네...
우리 부부의 특징. 입장료 내는 곳에서는 뽕을 뽑는다이다.
에메랄드 풀에서 3시간 정도 놀다 보니 이 곳을 찾는 관광객의 특징을 알 수 있겠다.
단체로 오는 사람들은 태국인이건, 외국인이건 모두 투어를 이용한다.
그래서 1시간정도 퐁당거리다 우루루 가 버린다. 아마도 이곳과 온천을 연계한 투어가 아닐까 싶은데,
역시나 이 곳에서 본 사람들 온천가니 다 있더라!
그렇게 놀다 보니 "배고파"라며 보채는 방이.
먹을 것 들고 오면 안된다고 하지만 싸와도 개안았을 건데..쩝
배고픔과 온천에 가기 위해 실실 짐을 싸고 온천으로 향한다.
온천이 아니라 핫 스트림인 그 곳은 에메랄드 풀 오기전에 이미 지나왔던 곳이다.
간단히 식당에서 요기를 하고 온천에 도착하니..
진짜 이렇다. 계곡인데 뜨거운 물이 흐른다. 신기하데~
고것도 계곡 사이에 천연 욕탕처럼 층이 져 있어서 사람들이 나눠서 들어간다.
그런데 우리가 들어가니 갑자기 초딩들이 개떼처럼 몰려온다.
아마도 태국초등학교에서는 수영과 온천을 하는 것이 현장체험인 듯 하다.
더운 나라여서 그런지 들어오지도 못하고 발만 담그는 수준인 초딩들이 떠드는 소리는 엄청나다.
덕분에 조용히 온천하던 우리와 외국 할머니는 자리를 내 줄 수 밖에 없었다.
"불굴의 한국인이 온천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보여주자!"
"오케이. 두 시간을 너끈히 버티는 민족의 저력을 보여주자!"
이러한 각오로 목까지 흐르는 온천물에 담그는 우리.
절로 '아흐 좋다'는 감탄사가 나온다.
아마 온도는 38-39도 사이로 추정되는데, 이정도라면 딱! 좋은 온도가 아닌가?
늘어진 덩쿨로 놀기도 하면서...
내가 노는 모습을 보더니 태국언니들이 그네로 이용한다.
한국 사우나의 폭포줄기가 그리워 떨어지는 계곡물에 어깨를 대기도 하고...
다른 외국인들은 20여분 있다가 다 떠나지만 우리 부부 용감하게 1시간 30여분 자리를 지켰다.
물론 잠깐씩 밖에 나와 바람을 쐬기도 하고...
계곡 아래에는 여기보다 시원한 물이 있는 풀이 있기도 하다.
가끔 냉탕 대신 갔다 와도 좋다.
어쨋든 우리 부부 투어로 오면 1인에 1200바트인 곳을
오토바이로 와서 2인에 900바트에 해결했다.
물론 오토바이 타는 것이 힘들기는 하지만 요거이 여행의 기쁨 아니겠는가?
절약한 돈으로 오늘 길에 테스코 8번가 라면을 맛나게 먹어주는 센스까지 발휘하니
더 이상 부러운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