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일간의 타이, 그리고 빈&영) - 끄라비 타이거 동굴사원
투어는 편하고 친구들을 만나기는 쉽지만 시간이 짧고, 여럿이 함께 움직여야 하는 부담이 있다.
때문에 가끔 오토바이를 빌려 다니는 것이 편하기도 하다.
끄라비는 오토바이 렌탈이 150바트부터 시작한다. 여기에 아무리 하루 죙일 타고 다녀도 50바트어치만 주유하면 되니 총 200바트면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처음 끄라비의 도로로 나선 날. 가장 먼저 만만해 봬는 타이커 동굴 사원으로 향했다.
거리는 내가 있는 끄라비 타운에서 약 10km. 오토바이로 30분 안쪽이다.
가는 길은 끄라비에서 공항쪽으로 가다 왼쪽으로 꺾어지면 된다.
물론 가는 길에 각종 표지판이 써 있어 찾기는 쉽고, 끄라비 쪽에서는 4번 국도를 타고 가다가
대형 아치가 있는 신호가 있으면 그 곳에서 꺾어지면 된다.
그렇게 들른 타이거 동굴 사원은 입장료가 없고, 중국식 불교가 많은 듯 했다.
비구니로 보이는 분들도 많았고, 사원 안에는 관음보살도 모셔져 있다. 기존의 태국사원들과 사뭇 다른 분위기에 원숭이들이 자유롭게 살고 있는 낯선 분위기이다.
하지만 동굴안에 꾸며진 사원은 나름 경건한 마음을 갖게 한다.
동굴사원 입구라고 해야 하나? 들어가면 바로 놓여 있는 좌상들.
태국 여러곳에서 본 것인데 아마도 예전 승려들의 모습을 본따 만든 것 같다. 여기에 금박들을 붙여 어찌보면 실제 '등신불'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이 곳이 동굴 사원 가장 안쪽이다.
에메랄드 불상같기도 한 불상.
설마 진짜 에메랄드는 아니겠지?
요 것이 사원 안쪽에 있는 관음 보살이 있는 건물이다.
사진 가운데 있는 금색 조형물이 관음상이다.
그런데 또 다른 한쪽에는 인도에서 자주 본 가네샤가 있다. 가네샤는 인도신화에 나오는 지혜와 행운의 신(神). '군중의 지배자'란 뜻이다. 시바와 파르바티 사이에 태어난 아들인데 지혜를 성취시키는 신으로 숭배된다. 태국의 불교사원에서 관음상과 가네샤를 동시에 만날 수 있다는 얘기이다.
이슬람 문화와 중국인의 삶이 혼합되어 있는 끄라비에서 또 다른 흥미거리를 발견했다.
쪼금, 아주 쪼금 후회되는 것이 타이거 둥굴사원의 꼭대기에 올라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는 길에 본 산 꼭대기 사원이 흥미롭기는 했지만 이 더위에 그 곳까지 올라간다는 것이 '미친 짓'이 아닐까 했다.
더구나 아래 사진에 보는 것처럼 그 곳에 가려면 1237개의 계단을 넘어야 한다.
나? 못했다. 자신도 없고, 죽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올라가 본 사람들 말에 의하면(물론 이 것도 뻥이 많을 것이지만) 끄라비의 모습을 가장 잘 볼 수 있다고 한다. 운 좋으면 피피까지 보인다고 하니, 자신 있는 자 올라가 보라.
참고로 아파트 한 층간 계단 수는 30개정도이다. 1237개의 계단이면 간단히 계산해도 40층이 넘어선다.
비구니로 생각되는 양반이 구부정한 허리로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다.
저 분의 인생 대부분이 불교에 귀속되었을까?
한순간 인생에 대한 생각이 스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