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메이징 타일랜드 -태국 마실기 .9 ◈ 반짝반짝 왕궁이야기
#9
짱짱하다
정말 해가 짱짱하다
태국의 우기라고는 해도, 밤사이에나 잠깐 비가 내리는 정도고
정말 우기가 맞나 싶을 정도로 햇살이 뜨겁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내 눈에 들어온건
길게 쳐진 커튼 사이로 거침없이 뿜어져나오는 태양광이다.
아...오늘도 덥겠네...
일단 오늘 스케쥴은 <엄마랑 산책> 같은 느낌이다.ㅋㅋ
팜이 또 특별히 시간을 내줘서
오늘 하루 가이드 해주기로 했다.
오늘의 일정은 왓포, 왓프락케오, 왓..왓시리즈다.
그리고 가장 기대가 큰 왕궁!


일단 오전 10시에 팜은 나를 데릴러 왔다.
내려가는 길에 잠시 보이는 수영장이 눈에 띄었지만..
거기엔 대머리 아저씨 혼자 유유자적 개헤엄만 치고 있을 뿐..ㅡ_ㅡ
훈남 따위... 개나줘다.
팜은 내가 차에 타자마자 인상을 찡그리며 위아래로 쳐다봤다.
"뭐야? 왜 뭐 묻었어?"
"너.. 옷 차림이 왜그래?"
"내 옷차림이 어때서"
활동편한 반바지와
내츄럴 본능 반팔티
그리고 어디에도 꿇리지 않을 쪼리까지
이정도 품새면 좀 여행자의 기본은 갖춘 셈 아닌가?
"긴바지 어쨌어"
"너 더위 먹었냐? 이 더위에 무슨 긴바지 타령이야"
"사원은 이런 짧은 옷입고 못들어 간다구"
"....-_-아~"
그러고보니 긴바지 준비하라고 했었지
하지만 나는 정말 하얗게 까맣게 잊어버렸을 뿐이고..
여차하면 태국서 사지뭐~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왔을 뿐이고..
ㅡ_ㅡ^ 돌아다니면서 긴바지 따윈 보이지도 않았을 뿐이고~
"깜박했는데..."
"..너!!"
"미안 -____-헤헤 어쩌지?"
"에효~ 가서 빌려보든가 하자"
베실베실 웃으니까 어쩔수 없다는 듯 넘어간다.
뭐 옷 빌려주는데 있겠지 ㅋㅋㅋ
아 정말 나도 태국에 와서 느긋해 졌나보다.
"야 나 정말 느긋해진거 같아.. 여기와서"
"너는 느긋한게 아니고 게을러 터진거야!"
"근데 다들 여기사람 느릿느릿이라는데 니들은 왜 맨날 나더러 빨리빨리하래"
"그거야 니가 느려터졌으니까 이 느림보 아가씨야"
"칫..."
"거북이도 너한테 형님하겠다"
"아~네~ 운전이나 하세요"
팜은 한손으로 운전하면서 또 한손으론 블랙베리 만지작 거린다.
여기와서 정말 젊은 애들의 블랙베리 사랑을 체감했다.
뭐가 그리 좋은지.. 손에 꼭 잡고 안놓는다.
이것은 어메이징 타일랜드 -태국 마실기 그 아홉번째 이야기
카오산로드에 진입해서는 이제부턴 주차대란이다.
이놈의 주차코너는 보이지도 않고,
주차장은 만차고..
그야말로 30분 동안 빙글빙글 돌면서 공간이 나길 찾아다녔다.
겨우 자리가 나서 주차를 시켰다.
진짜 아오~~~ 이놈의 주차!!!
남들은 여행자 거리 천국 카오산부터 시작한다는데..
난 -- ...
그저 차타고 지나갈때 스치듯 본게 전부다.
정말 아쉽지만 어쩔수 없지..
다음번에 다시 오면 정밀 관찰을 하기로 하고
일단 우리는 밥을 먹으러 식당에 들어갔다.
태국음식인 고기덮밥 같은걸 파는 집이었다.
워낙 미식가인 친구들 덕에 먹는 거 하나는 실패한 적이 없다.
"한접시 더먹을래?"
"헐.. 나 배부른데"
"그럼 난 한접시 더먹는다"
어지간히 맛있었는지 팜은 두접시째 시켜서 실컷 먹었다.
나도 적당히 배가 차자 이제 슬슬 본격 관광에 시동을 걸었다.
새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그리고 알록달록한 사물들..
강렬한 색대비로 내가 완전 사랑해 마지않는 작품 몇장 건졌다.
ㅋㅋㅋㅋ쪼아!! 가는고야!!!
근데...
누가 그러더라..
사원엔 그늘이 없다고
에이 설마 그런게 어딨어? 뻥치시네
라고 나는 생각했다만..
정말 그늘 따위 찾아볼 수가 없다.
바람?
없ㅋ 다ㅋ
그늘?
없ㅋ 다ㅋ
양산?
내가 그런걸 가지고 다닐 위인은 아니지...
휴지도 안들고 다니는 내게 ㅠㅠㅠㅠㅠㅠ
나에겐 오다가 길거리에서 구입한
대나무 접이식 부채가 유일한 희망이었다.
나는 일단 의상이 불합격되었기에..
약간의 페이와 엄.청.나.게 귀찮은 대여절차를 마치고
(정말 다시 놀러간다면 이번엔 긴바지 긴팔에 구두까지 챙기겠음 ㅠㅠ너무 귀찮음 귀찮음...)
퍼런색 차도르 비슷한 치마를 허리에 두를 수 있었다.
근데 이게 무진장 덥다...
안그래도 더운데 발목까지 오는 치마는..
바람도 안통하는 재질이라 더 더웠다 ㅠㅠㅠㅠㅠㅠㅠㅠ
땀띠 안난게 신기할 지경..
정말 이 내리쬐는 듯한 또약볕에
반짝 반짝 빛나는 사원들을 보고 있노라면
차라리 내가 용광로에 녹아서 물처럼 사라져버리고 싶은..
모종의 충동마저 느껴지는거다...
사원들은 하나같이 금박은박 에머랄드 루비 사파이어 다이아몬드...
지구상 모든 보석과 금박류를 뒤집어 쓴 마냥..
화려하고 또 화려했다.
그것도 아주 정교하고 세밀한 솜씨로 촘촘하게 엮여서
한폭의 그림을 연상케 하는 풍경들을 보고 있노라면
뭔가 태국인들의 소박한 인상과는 대조적인
이질감마저 느껴진다.
사원 안에는 그나마 좀 시원했는데..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해서 아쉬웠다.
내부는 그야말로 눈이 팽팽 돌아갈 정도로 더 화려하고 찬란했다.
그야말로 이런 찬란한 유산을 갖고 있는 태국사람들이 참 부러웠다.
우리도 식민지배만 받지 않았어도
더 많은 유산들이 온전하게 보존되었을텐데..
(요로코롬 찍으니 좀 귀부인 스멜이~~ㅋㅋ)
밖에는 몇가지 중요한 사원들이 유지보수 중이었다.
파란 천막에 뒤덮여서 약간 아쉬웠지만..
그래도 나머지 것들이 볼게 많아서 참 좋았다.
정말 서있기만해도 현기증이 날 정도로
뜨겁고 또 뜨거웠지만
그 뜨거움 마저도 사원을 구경하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막진 못했다.
(금박 지붕 너무 이쁘지 않은가 ㅠㅠㅠㅠㅠㅠ전문가의 눈으로 봐도 너무너무 화려하고 예쁘다)
내국인이고 외국인이고 할거 없이
참 많은 사람들이 사원에 와서 기도하고
사진찍고 구경하고 돌아다녔다.
팜은 자기도 더우면서도
싫은 내색 없이 날 데리고 다니면서
자기내 역사를 줄줄 읽어준다.
역시 역사를 잘 안다는건
모름지기 자기 나라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가 아닌가 싶다.
물론 중국어를 통한 통역에 한계는 있지만
그래도 팜은 태국 문화나 왕궁이야기 이런 소소한 이야기들을 잘 설명해주었다.
나 또한 궁금한거 빼면 시체기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긴 했지만 ㅋㅋㅋ
궁전에서 근엄하게 보초서는 경비병을 보자
왠지 장난끼가 발생했다.
이러면 안되지만 그래도 관광객의 특권을 유감없이 발휘해서
사진 같이 찍어도 되냐고 물었다.
"포토 플리즈 ^^"
"...-_-끄덕"
아주 짧은1초간 그 경비병은 고개를 끄덕였다.
잽싸게 사진한방찍고 고맙다고 활짝 웃어보이니
이 아즈씨도 입꼬리가 씰룩인다 ㅋㅋㅋㅋㅋㅋㅋ
단체 관광객들의 러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자
우리는 잽싸게 그곳을 벗어났다.
이제 열심히 왓씨리즈를 보고나서
근처에 있는 비만멕 궁전에 가기로 했다.
사실 어디가 어딘지 잘 모르겠다.
그냥 팜만 졸졸 쫓아다니니까 그게 그거같고 헷갈리긴 하다.
일단 밖으로 나와서 우리는 뚝뚝을 타기로 했다.
사실 걸어가도 되는 거리긴 하지만..
난 무조건 뚝뚝을 타고싶었고
사실 이럴때 아니면 탈 기회도 없거니와 ㅠㅠㅠㅠㅠ
내가 어딜가서 뚝뚝 타고 혼자 다니겠냐만은...
"야 5분거리라니까"
"그래도.. 나 뚝뚝.. 뚝뚝 한번만 응?"
"5분 거리라고 코너만 돌면 끝난다고"
"그래도오~ 타고싶오~ 타고싶오~"
"ㅡ_ㅡ... 에효.. 야 타!"
내가 이겼다 ㅋㅋㅋㅋ
결국 팜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뚝뚝하나를 잡는다.
그러더니 그냥 가면 아쉬우니까 그냥 저어기 한바퀴 돌아서 목적지에서
내려달라고 했다.
흐흐흐...
난 뚝뚝 타고 신났을 뿐이고~
팜은 뭐가 그리 좋냐며 타박할 뿐이고~
뚝뚝 타니까 시원하고 바람도 좋고
매캐한 매연냄새도 친근하고~
암튼 무진장 재밌었다 ㅋㅋ
내려서 기사아저씨랑 기념으로 찰칵!
이제 비만맥궁전과 라마5세 기마상을 보러~ 고고~
하지만...
바깥의 태양은 더 뜨겁게 불타올랐다.
결국 나는 바깥에서 사진만 몇장 찍고 안으로 미친듯이 도망쳤다.
근데 이럴수가.. 여긴 의상이 대여가 아닌 구매였다.
-_-;;;
40바트인가 주고 결국 치마같은 뭔가를 구매했다.
색깔이 영 구린 탁한보라색이었는데..
그나마 이게 좀 나았다.
나중엔 이 치마를 또약볕 가리는 쓰개치마마냥 걸치고 다녔다 ㅋㅋ
어쨌든 겨우겨우 의상 합격해서 실내로 진입했으나
하지만.. 내부사진 촬영 금지 ㅠ_ㅠ
아 정말 그 보석 하나하나 촘촘하게 만들어진
안장이며, 배며, 침구며...
눈으로 보고 뇌에 기억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뭐 안타까웠다.
참고로 나는 반짝반짝하고 화려한거에 사족을 못쓴다.
그곳은 날 위한 동네였다.
넘 예쁘고 반짝거리고 신기해서 혼자 신나서 막 돌아다녔다.
그러다보니 결국 문닫을 시간이 됐고..
아쉽게도 몇군데는 시간상 관람을 못하는 사태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결국 아직 저녁먹기에는 이른 시간이지만..
관람하기엔 너무 늦은 시간이 되버렸다.
2시간 정도가 공중에 붕 뜬 셈이다.
이..럴...수..가...
(팜은 블랙베리질 나는 셀카질 중 ㅋㅋㅋㅋ)
팜이랑 일단 시원한 커피숍에 들어갔다.
수다 떠는것도 30분이면 동나버렸다.
내가 얘랑 커플도 아니고
-_-아침부터 종일 같이 있었는데
무슨 할말이 있겠는가...
점점 침묵의 무게가 무거워지고 ㅋㅋ
결국 팜은 땀에게 구조요청을 보내는데 ㅋㅋㅋ
그리고 우린 그사이에 와플을 하나시켰다.
아.. 난 이런 와플 처음 먹어봤다.
뭐 안에 별거 없는 치즈한장 햄한장 끼운
평범한 와플인데..
이게 그렇게 맛있는거다...
살짝 구운 와플에 살살 녹는 살구빛 치즈..
거기에 두툼한 슬라이스 햄이라니..
단 한조각이지만 너무너무 맛있었다.
한시간정도 시간 때웠을까
땀에게 전화가 왔다.
사촌동생 "링"이랑 같이 근처에 왔다면서 말이다.
저녁을 같이 먹자고 했다.
오 지쟈스~~
저 멀리서 꼬꼬마 땀이 카메라를 목에 건채 걸어왔다.
그리고 땀보다 머리 두개는 큰 링이 우릴 보고 손짓했다.
저번에 고대유적지에서 자전거 타러 간 이후 보는거라
되게 반가웠다.
"란티엔! 왔냐?"
"야 땀~ 여기 완전 끝내줘"
"ㅋㅋㅋ 좋아? 좋아?"
"어 대박! 눌러 살고 싶다야"
"저기 궁전가서 방 하나 달라그래 ㅋㅋ"
"ㅋㅋㅋㅋ 줄까?"
"안주지 ㅋㅋ"
우리는 라마5세 기마상 앞으로 가서 사진찍었다.
팜은 거기서 뭔가를 사더니 열심히 기도하기 시작했다.
이녀석은 나름 신앙이 깊은 모양이다.
근처에서 CF인가 뮤비 촬영이라도 하는지
정신없고 시끄러웠다.
우린 그러거나 말거나 야무지게 사진 찍고 밥먹으러 출발~
근데 어디로 가는거지??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