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세 영어도 못하는 남자 나홀로 여행-1
2019.9.26 목요일 출발
이제 나도 꾼이 되었는지 아님 늙어 가는 건지 여행의 설렘이 많이 줄었다.
당초 계획은 집에서 밤을 꼬박 새우고, 김해 경전철 타고 공항으로 가려 했다.
겁나게 피곤하면 비행기 안에서 잘 수 있을 것 같아서…….
근데 왜 그렇게 잠이 오는지……. 결국 집에서 푹 자고 간다.
“중전 나 내일 새벽 5시 30분에 경전철 타고 공항으로 갈 예정이요”
“그냥 내가 공항까지 태워 줄게”
“아니오 중전, 피곤할 터이니 혼자 가리다”
“그럼 리무진 버스 타는 곳에 데려다 줄게”
아침 6시 리무진 버스 정거장까지 중전이 에스코트 해주었다.
중전 “매년 가는 게 지겹도 안하나?”
중전 “딴 데 좀 가지?”
짐 “딴 덴 마사지가 영 시원찮다.”
짐 “마사지가 여행 목적의 반인데 이냥이면 잘하는 곳으로 가고 싶다”
중전“알아서 혀~”
버스터미널에 날 내려주고 중전은
“잘 갔다 와~ 어디에 있던 숙소는 꼭 알려주고~”
“잘 다녀오리다”
시크하게 중전은 떠났다.
차가운 새벽 공기를 마시며 버스를 기다리는데
이내 공항버스는 왔다.
헐 대박
“만석이다!”
“버스 자리 없어요~~~”기사분의 소리에 큰일이다.
리무진 놓치면 비행기 시간이 안 맞는데…….
결국 공항리무진을 타고 입석으로 공항까지 왔다.
리무진도 입석이 되긴 되더라…….
고속도로를 입석으로 버스타고 왔다…….
공항도착 후
타이항공 티켓팅 줄이 긴 것에 짜증이 나고 또한 화물이 많은 승객들이 짜증난다!
퍼뜩 퍼뜩 지나가면 좋을 건데…….
이게 내가 이번 여행의 핑계였다.
왠지 짜증이 많이 나고, 아무것도 아닌데 성질이 나고,
남한테 상처가 되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고 있다.
마음에 여유가 없어지고 있다.
계속해서 심술궂은 영감이 되어 가고 있다.
이럴 땐 여행을 가야한다.
이제 더는 안가도 될 것 같은데! 또 핑계를 대고 여행을 떠난다.
나는 오늘 또 이렇게 다시 비행기를 타기 위해 긴 줄을 서고 있다.
해외여행이 주는 설렘이 좋았지만,
해가 거듭될수록 설렘보다는 안락을 추구하게 된다.
“이제 태국은 지겹지도 않나?”중전은 늘 나에게 묻는다.
“왜? 나는 태국이 좋을까?”
정답은 하나다.
“마사지다.”
그리고 오롯 시 혼자만의 시간이 그리운 모양이다.
그래서 이제는 마사지 반, 혼자 멍 때리러 가는 거 반 인 것 같다.
일상에서 늘 되지도 않는 스트레스를 핑계로…….
마사지를 핑계로…….
멍 때리러 간다는 핑계…….
마음속 깊은 곳의 정답은
“태국에 나 홀로 가면 나는 나만을 생각하고…….”
부자가 된 듯한 느낌이 좋아서 가는 게 정답일지 모른다.
사무실의 업무도, 집안에서의 소소한 마찰도…….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나만을 위한 시간이라는 느낌.
마사지 가게에서, 식당에서 혹은 맥주 집에서
가격표를 보지 않고도 주문할 수 있는 그런 부자가 된 느낌
“이런 느낌에 중독되어 이젠 안와도 되겠다.” 싶다가도 항공권을 검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