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간의 태국 자유 여행 8 수꼬타이
1년반전 딸과 유럽을 40일간 여행하면서 여러번 다툼이 있었다.
나는 원래 좀 엄한 엄마였고, 예의를 중시하는 타입인데
딸은 대학을 지방으로 가면서 2년을 떨어져있었고,
영국에서 일년을 혼자 놀다가 모처럼 긴 시간을 함께 하다보니
너무 친구처럼 대하는거에 적응이 안되 나도 힘들었고, 딸도 힘들어했다.
주로 내가 화를내고 딸은 당하는쪽이었지만..^^
이런 시간을 거쳐선가 비슷한 성격을 가진 우리는 이제 어디서든 잘논다.
사실은 나보다 맘이 약한 딸래미가 걍 져준다.
본인의 무사안녕을 위해서..ㅋㅋㅋ
8일째 (2011년 2월 15일 화요일)
어젯밤 남편을 떠나보내고, 딸과 둘이 아침을 맞으니 너무 허전하다.
배가 아픈지 계속 화장실을 드나드는 아이를 지켜보는 것도 쉽지않다.
차라리 내가 아픈게 낫지..ㅡ.ㅡ;;
내가 걱정할까봐 아프지는 않다고 얘기하는데 눈밑에 다크써클이 생겨있다.
역사유적을 찾아보는 취향이 같은 우리는 수꼬타이를 가기위해
체크아웃을하고 길을 나섰다.
버스터미널까지 썽태우로 두사람 50밧.
도착해서 표를 끊으려니 어떤 아저씨가 무조건 버스를 타란다.
엉겁결에 올라탔는데 버스의 의자쿠션이 영~ 안좋다.
여기저기 앉아보다가 그중 제일 나은 의자에 자리를 잡았다.
그 아저씨가 버스비가 적힌 쪽지를 주신다. 218B x2 = 436B
적힌대로 드리고 앉아있자니 어떤 아가씨가 자기 자리라네..
엉? 어떻게 고른 자린데..
"아저씨!" 하고 부른다.
그 아저씨 한국말로 불러도 벌써 알아채고, 아가씨한테 뭐라한다.
아무데나 맘에드는곳에 앉으라고..손가락으로 빈자리를 가리킨다.ㅎ~
나중에보니 이 버스는 2등석이었고, 자리도 번호가 있었다.
우리는 아저씨의 권한으로 맘에드는 자리에 앉아갈수있는 행운이 있었던거다.
일등석버스를 못탄걸 아쉬워하며 5시간쯤 달려가니 내리란다.
중간중간 정차해서 사람들이 타고내렸는데 짐실른 곳이 있는 맨 뒤쪽에
스님들이 한가득 앉아계셔서 깜짝 놀랬다.
입석은 안태워도 앉을 자리만 있으면 사람을 태우는가보다.
전날 예약해둔 TR겟하우스에 전화를 걸고 픽업을 기다린다.
연세가 지긋하신 프랑스인 부부와 차를 타고 도착해보니 그런대로
깔끔한데 가격이 250밧.. 우와! 싸다..^^
짐을 놓고 거리로 나선다.
공사중인 시내의 사원도 들어가보고 시장 구경도 한다.
아이가 입맛이 없다하니 나도 덩달아 입맛을 잃어 점심도 안먹고 있다가
저녁때가 다되어 세븐일레븐으로 들어가 꿍버거를 하나 산다.(22밧)
무슨 축제인지 행사인지 강길을 따라 야시장이 열려있고,
아이들이 곱게 성장을 한채 마련되어 있는 무대쪽에 몰려있다.
축포도 터트려 불꽃놀이로 밤을 장식한다.
남편은 떠났고, 아이는 아프니 아무 흥이 없다.
뭐라도 먹여야겠기에 시장으로 다시 돌아가 망고를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 깎아놓은 망고를 한팩 샀다.(25밧)
맛있다고 먹더니 한시간이 채 안돼 다시 화장실을 드나든다.
어제부터 가지고 갔던 상비약을 먹였지만 소용이 없나보다.
아이는 침을 안가져간걸 후회했지만, 나는 침맞는걸 아주 싫어하고
더구나 마루타 되는건 더 싫어해서 안가져갔는데
본인이 아플줄은 몰랐으니 어쩔수없지..
남편과 헤어진 첫날의 자유를 만끽하며 흥겨워해야했지만
헤어짐에 상관없이 이렇게 몸과 마음을 아프게만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