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일간의 타이, 그리고 빈&영) 도이인타논! 너 그러는 것 아니다~~
먼저 아래 사진을 봐 주시라...
왠 몰상식한 양넘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있는 것이 보이시는가? 그리고 난감한 표정의(사진에서 짤림)
한 아해가 불퉁거리고 있다. 왜일까?
그것은......바로 입장료 때문이다.
내가 요 사진 먼저 보이는 이유, 그리고 먼저 웃은 이유가 여기 있다.(사실 웃어야 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도이인타논 산에 가려면 입장료가 있다. 그것도 내국인, 외국인 차별이 세다.
아마 끄라비 '에메랄드 풀' 때와 비슷한 (내국 40밧, 외국 200밧)수준이다.
솔직히 다른 나라에서, 특히 동남아에서
외국 어린넘들이 해변이 아닌 곳에서 저렇게 까벗고 다닌 것 별로다.
여기에 맥주 한병 들고 담배라도 꼬나물고 있으면 ... 진짜 솔직히 아니꼽다.
그런 넘들이 입장료에 묶여 갈팡질팡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왜 웃냐고?
저 길을 내가 이미 3시간전에 당당히 500밧을 내고 지나갔던 길이기 때문이다.
2시간 30여분 동안 103km를 달려 도착한 곳에서 외국인 200밧이라는 문구에
(쓰바 비싸다~)를 되내이며 500밧을 냈는데, 잔돈으로 400밧을 받았다.
물론 난 아무말 안하고 돈만 내고, 받고, 걍 갔다.
그들이 날 태국인으로 알고 그랬는지, 아니면 내가 넘 잘생겨서 깎아 준건지는 알고 싶지 않다.
걍.... 돈 아껴서 넘 행복했다....그런데 ...
내려오며 아니꼬운 넘들이 저러고 있는 모습을 보니 걍 통쾌했다. ㅋㅋㅋ
<< 서방(이하, 빈)은 지금 모처럼 한가한 백주 일요일에 편도선 또는 임파선이 부어 자고 있다.
이전 여행에서도 피곤하거나 못 먹고 다닐 때 있던 증상이라 일단 푹 재우고 있다.
아마 도이인타논을 힘딸리는 매뉴얼 오토바이로 다녀오며 매연을 흠씬 마셔서가 아닐까 싶다.
전날 도이인타논을 오토바이로 다녀오자해서 못들은척 했다.
직업병으로 오래 앉으면 허리가 아프고, 여행에 관해선 모험이나 경험보다 일신의 안위를 중히 하고 멍때리기 스페셜리스트인 나로선 왜 굳이.. 싶었으나, 혼자라도 갈 기세에 빠이도 오토바이로 가자며 빈이 경험삘 충만한 상태였기에 어쨌든 살아도 같이 살고.. 마음으로 따라나섰다.
빈이 왜 웃고 시작하자고 했을까 잠시 가우뚱했다. 도이 인타논 매표소를 나올때 저 아이들의 반벗은 몸에 눈쌀을 찌뿌렸다. 문화나 종교, 타인에 대한, 적어도 타인이 존중하는 대상에 대한 배려는 있어야 하지 않은가 말이다.
아, 맞다. 빈이 잠든 사이 사진만 오롯이 올라 임시보관함에서 쉬고 있는 빈의 글을 가로채어 쓰고 있다.
암튼 빈이 초점을 맞추고 싶었던 것은 사진 오른쪽, 매표소 앞의 Adult: 200Baht일 것이다.
빈이 매표소 언니에게 500밧을 내밀자, 400밧과 표 3장(2인 40밧*2, 오토바이 20밧)을 돌려주었다.
익히 요금을 알고 있던 빈은 바로 마구 좋아해주었고, 잠시후 사태파악을 한 나도 공짜라면..^^ 이기에 30초간 크게 웃었다.
나중에 좋아할 일인가.. 잠시 고민하다가(작은 일에 상당히 생각이 많은 타입이다),
"몸매가 서구형이세요" 이러면 괜찮고, "얼굴이 완전 동남아 왕자세요~!"하면 불쾌한게 웃기지 않은가 생각이 이어지다가.. 솔직하게 신고(?)하지 않아도 될까 잠시 소심해하다가.. 뭐, 내외국인 차별요금이 어딨어, 와서 돈써주면 고마운거지.. 잡념들이 마지막엔 돈 굳었다! 하나의 생각으로 결론지어졌다.
이후 한번의 체크포인트가 더 나왔지만 묵언 수행으로 무사히 통과했다.>>
-이상 심심한 방이가
음...방이가 쓰던 내용이군...쩝. 어쨋든 비슷한 내용 이어지겠다.
치앙마이에서 빠이까지 오토바이로 갈 수 있을까? 하는 나의 단순한 호기심...
여기에 불을 붙힌 것은 태사랑 여행기였다.
'도이인타논에서 오토바이로 찾아온 아이들을 보았네'
'오토바이가 아니라 자전거로 온 아이들도 봤네'라는 글들이 나를 사로잡았다.
여기에 카운터펀치를 날린 것이 있으니
도이인타논이 문제가 아니라 치앙마이-빠이-매홍손-치앙마이를 오토바이로 도는 여행자도 있는 것
"그려. 나라고 못할 것 없지...가자 방이야!!! 태국의 최고봉, 도이인타논으로!!!"
그렇게 시작한 도이인타논 행이다.
끄라비에서 왕복 100km도 넘는 에메랄드도 다녀봤기에 자신있게 나선 우리...
가는 길은 별반 다르지 않다. 고속도로를 따라 맨 왼쪽 차선으로 가고,
까르푸에서 10밧짜리 도시락도 싸가고...
그렇게 도착한 곳이 바로 위 사진의 도이인타논 매표소이다.
하지만 여기부터 도이인타논 정상까지가 40여km가 넘는다. 산길로...ㅡ.ㅡ
인포 건물이다. 태국인 패키지로 보이는 분들이 시끌시끌하다.
길은 외길로 구비구비.. 딱히 지도가 필요하진 않지만 간단한 A4지 지도를 받을 수 있다.
아, 이 곳 바로 옆에 계곡 아닌 계곡이 있다.
걸어가도 되며, 우리네 너럭바위처럼 넓은 바위들이 많아서
놀러와 물놀이 하기 좋다.
하지만 물은 그렇게 깨끗하지 않다.
그렇게 인포메이션을 떠나 멀고 먼 산길을 올라가려니
이넘의 모돌이(오토바이 이름, 방이가 지었다)가 견뎌낼 수 있을까 싶다.
도이수텝 갈 때도 힘들다고 낑낑대던 넘이라...어쨋든 기름은 만땅 채웠으니 갈 때까지 가보자!!! 했는데...
가는 길이 정말 구비구비다.
멀리 보이는 것이 왕과 왕비의 탑이다.
정상 가기 10여분 전에 만나는 것으로, 사실상 정상보다 경치가 낫다.
아마 저렇게 보일때부터 힘들었지 싶다.
요 길은 그냥 보통 고갯길 정도?
이 정도는 40km로 가뿐히 올라가 줬다~~~ 이때만 해도 진짜 좋았다.
산길 중간쯤 만나는 국립공원 HQ. 보기도 좋고, 경치도 좋고,
주변에 묵을 수 있는 방갈로도 있고, 캠핑을 할 수 있는 장소도 있다.
이 곳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고산족 시장이다.
마지막 10km 정도는 경사가 10도 이상 난 것같아 보이는데
모돌이가 진짜 못 올라간다. 처음 경사가 시작될 즈음에는 2단으로 놓고 20-30km는 낼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것도 힘들어 1단 놓고, '빠라바라바라방' 대신 '빠빠빠빠빠~~~'만 시끄럽게
외치며 올라가야 한다. 그것도 간신히 15km의 속도이다.
'그래도 올라가는 것이 어디냐~~~ 모돌아 힘내라, 여기서 멈추면 우리 다 죽는다!!!'
그런데 진짜 추웠다. 모처럼 해가 나는 날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긴 팔에 청바지를 입고 갔음에도 불구하고,
산에서는 결코 40km를 넘지 않는 속도로 달렸음에도 불구하고
엄청시레 춥다...추운 걸로 따지면 800밧짜리 투어가 났다. ㅡ.ㅡ
그렇게 간신히 도착한 정상이다. 아니 정상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고구마님을 비롯한 여러 선배들이 그려놓은 것처럼 여기서 50미터만 걸어가면 정상이다.
수안풍게이트부터 정확히 103km, 2시간 40분 걸렸다.
처음에 여기가 정상인지 안 믿었더랬다.
그래서 다시 길을 올라갔더니 쪼기 보이는 레이더기지(천문대인지도 모른다)가 끝이다.
길이 없다. 진짜 정상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 부부, 도이인타논 정상에서 멀리 보이는 태국을 바라보고 인증샷 찍기로 했다.
바야흐로 온 태국의 사람들이 내 발 아래 있는 것 아닌가!!!!
가는 길에 만난 불상에 인사도 드리고...
허걱!!! 또 다시 그런데!!!
도이인타논!!! 너가 이럴 수가 있어!!!! 내가 어떻게 올라왔는데!!!
요기가 정상이다!!! 진짜 요기가 끝이다.
산 아래의 수려한 풍경도, 시원한 산 바람도 없다...
남산 약수터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정상이라는 근거가 없다!!!
그래서 우리 부부. 조렇게 평소 하지도 않던 포즈를 잡고...지나가는 외국애 잡아 인증샷 찍어 달라 했다.
그런데 찍히는 우리나 찍는 그 아이나 피식~ 피식~ 웃음만 난다.
그래도 여기가 태국 최정상이다.
비록 오토바이로 올라왔을 지언정, 겨우 50미터만 걸어 올라갔을 지언정.
2500미터가 넘는 도이인타논에 오른 것이다!!!!
나름 활달한 설정샷도 찍어 보고...
날이 좋으면 정상이 아니라 조기서 모든 경치를 볼 수 있을 듯 하다.
그렇게 서운하게 정상에서 하산한 우리...
준비해 간 도시락을 맛나게 먹고~~~
비지터 센터 건너편에 있는 앙카트레일을 둘러본다.
약 15분정도의 짧은 트레일이지만 태국 최정상 트레일이라는 생각에...
이 코스에는 정상임에도 열대우림들의 모습이 고대로 드러나 있다.
나무에 서식지를 정한 이끼...
요런 길이 쭈욱 이어져 있다.
아마도 수년은 넘게 저기에 자리를 잡았을 이끼들...
그렇게 1시간도 안되는 시간 동안 도이인타논 정상에서 노닥거리다...
내려간다...그 힘들게 올라온 길을...
이제는 편하게 보이는 미니버스로 아무 불편없이,
언덕을 올라오는 패키지들이 부럽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끼리, 오토바이를 타고 왔기에 볼 수 있는 것들도 많았다.
요런 그림들??? 고산족이라고 할 수 있나?
그 높은 곳에서 다랑논(밭)을 일구어, 삶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 운남성 웬양에도 이런 것이 있지만 그 곳보다 더 삶이 보이는 듯 하다.
정상에서 10여분 내려오면 만나는 왕과 왕비의 탑. 정확히는 납골탑(예정)이다.
현재 왕과 왕비가 죽으면 이 곳에 뼈를 모신다고 한다.
죽어서도 태국을 굽어보며 지키겠다는 의지라고 하는데
어찌되었든 경치는 무지 좋다.
아까 정상에서 못다 본 경치를 이 곳에서 볼 수 있다.
단... 공원 입장료와 별도로 40밧의 입장료를 내야 한다.
요기는 내외국인 차별 없다.
오호 나름 뽀샵질한 사진...
요기가 왕의 탑.
왕비의 탑에는 석가모니의 어머니 마야부인의 생애가 그려있다.
무릇 산 정상이라면 요따우 그림을 볼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고렇게 한나절을 지나버리니, 나....
완전히 지쳐버렸다...
'자고로 올라가는 것보다 내려가는 길이 더 어려운 것을...'
'오토바이가 브레이크 파손 안되고 잘 갈 수 있을까?'
'산길은 잘 간다 쳐도 고속도로는 또 어찌 가나...에구 기차너'
요런 속내가 가득했다...
하지만 가는 길에 만난 고산족 아이들과 인사도 하고, 그들의 사는 모습을 우연히 보기도 하며
시장도 찾았다.
나름대로 공정여행을 하고자 하는 우리.
평소 마트에서 사던게 아까웠는데 이 기회에 필요한 식재료 다 산다.
호박, 대파, 양상치 등등
오토바이가 꽉 차도록 사는데 싱싱한 것은 둘째치고 너무 싸다.
이렇게 싼 것이 마트에서는 그리 비싼 것이니...쩝~
앞 바구니와 시트 아래 공간까지 다 꾸역꾸역 밀어 넣고 다시 출발 준비...
우리 방이 춥다고 엄청시레 싸매고 나선다.
올라 오다 보아둔 폭포에도 들러보고...
그런데 끄라비에서 많이 다녀서 그런가 폭포 만나도 그저 그렇다...
물이 맑아서 물놀이 할 것도 아니고...
아까 말한 인포 근처의 계곡?
너른 바위가 많아 삼겹살 구워 먹기 좋을 듯 하다.
그렇게 살아서 돌아온 도이인타논 산행.
투어로 갔다면 1인 800밧에 1600밧이 들었겠지만
태국인처럼 생긴 우리 부부
렌트 120, 기름 120, 입장료 100, 왕과 왕비의 탑 80 등 500밧이 안들었다.
무려 천 밧 이상을 아낀 것이다.
그래서 우리 부부 뭐했을까?????
홍홍홍~~~
오는 길에 마트에서 고기 사와서 또 파티했다.
비계 많아서 삼겹살이 싫다길래 목살로 사와서 구웠고,
산에서 산 대파로 파절이도 만들고... 김치도 알맞게 익었다.
브라보~~~건배!!!
하지만 도이인타논 너 그러는 거 아니다. 산 정상이 그러는 거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