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일간의 타이, 그리고 빈&영) 빠이에서 후아힌의 26시간
힘들다
역시 나이가 있나보다...
예전에는 너끈히 해내던 24시간 이동, 밤 이동이 쉽지는 않았다.
빠이의 일주일을 후다닥 보내고 나니 입국까지 일주일만 남았다.
벌써 80일 여행의 마무리가 보이는 것이다.
머리 한쪽에서는 한국가서 틀에 짜인 생활을 하는 것에 한숨이 나오고
다른 한쪽에서는 한국의 포근한 집과 먹거리, 친구들과 쐬주 한잔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교차한다.
우리 부부 마지막 일주일은 휴양하기로 했다.
물론 여태까지 휴양 아닌 것이 뭐겠냐만은 우리 부부의 전통 코스가 이렇다.
귀국 전에는 게스트하우스에서 급을 올려 호텔을 이용하며 마지막 기억을 호화스럽게 치장한다.
그러면 우리 여행이 좋은 것만 있었던 듯 기억이 조작된다. ^^
그래서 우리는 후아힌으로 가기로 했다.
파타야는 너무 싫고(4번 갔나? 몽키 비지니스 보기도 싫다) 가까운 섬(꼬사멧 등)은 물가가 무섭다.
결국 한번도 가지 않았고 방콕에서 그리 멀지 않은 후아힌으로 결정했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곳이 바로 후아힌이다.
문제는 빠이에서 후아힌까지 어떻게 가느냐인데... 음...
처음에 퍼스트클래스 버스를 타고 가자는 나의 주장을 '안돼'라는 말 한마디로 간단히 제압한 마눌.
장시간 이동은 당연히 편해야 한단다.
며칠을 밀땅(밀고 땅기기)을 하던 중 내 머리를 스친 것이 '침대칸이 그립다'는 단순한 생각이다.
그랬다. 갑자기 그렇게 생각이 드니까 당연히 침대를 타고 가야 한다는 결정이 났다.
치앙마이에서 미리 열차표를 끊었는데...
침대칸도 차이가 생겼더라...
우리가 진작에 탔던 침대칸, 즉 복도가 가운데이고 양쪽에 두명씩 자는 침대칸은 791(2층), 881(1층)밧이고
중국이나 베트남, 유럽처럼 복도가 한쪽이고 나머지쪽에 4명이 자게 되어 있는 침대칸은
조금 더 쌌다. 그리고 더 좁다고 한다.
치앙마이에서는 4시 30분과 5시 50분 익스프레스 기차가 밤기차로 여행객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데
4시 30분 침대가 좁은 4인용이고, 5시 50분 열차가 기존의 열차이다.
하지만 도착은 30여분밖에 차이가 안나니 둘 다 방콕에서 하루 시작하기에는 좋다.
어찌되었든 빠이에서 11시 30분 미니버스를 타기로 한 우리 부부.
올 때 조수석의 가슴아닌 엉덩이 아픈 기억이 있는지라
10시 30분부터 기다렸다. 미리 가방 던져 놓기 위해...ㅋㅋ
그러나 아니었다. 우리가 너무 우리 생각만 했다.
미니버스가 치앙마이에서 와야 하는 거였다.
결국 11시에 도착한 미니버스에서 여행객이 모두 내리고 다시 정리하니 11시 15분이다.
뭐...그 사이에 다른 여행객들 모두 와서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데...
용감한 우리 부부. 아야 직원들에게 채근을 하고 닥달을 하여 결국 제일 먼저 올라탈 수 있었다.
그런데 올떄와는 달리 12인승 버스.
문을 열고 올라타니 좌석 3개가 붙어있다.
올때는 15인승이라 2명만 붙어 있었는데...쩝...어찌할까...
앞 자리 넓은 공간을 위해 누굴지도 모를 여행객과 엉덩이를 붙이고 갈까?
아니면 우리 부부끼리 다정하게 한 칸 뒤에서, 다소 좁지만 편하게 갈까?
우리 부부는 쿨하게 바로 둘만 가기로 했다.
두번째 줄 안쪽에 앉은 것인데, 이게 잘한건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좁기도 좁고, 에어컨은 미약하고... 하지만 서양애들의 암내는 비한 것 같고...
우리 마눌..불쌍하게 미니버스의 과속운행의 희생양이 되었다.
빠이 선배 여행객들의 충고를 무시하다가 멀미를 한 것이다.
그것도 잘 참다가 휴게소까지 15분을 남겨두고...
하긴 나도 속이 울렁거렸다. 이넘의 운전자가 빠이부터 다양한 운전패턴을 선보이며
'너희 속이 좋은가 내 운전실력이 좋은가 보자'는 식으로 기어변속과 가속을 보여주셨다.
가차없는 코너링, 폭발하는 듯한 역주행, 그리고 급 브레이크까지...
골고루 보여주는 운전실력에 우리 마눌이 불쌍하게 정신줄 놓았다...ㅡ.ㅡ
다행히 휴게소에서 다소 진정되고 그 뒤에는 내 무릎을 베고 가더니...
여기에 휴게소 후부터는 그리 꼬불꼬불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치앙마이 역의 모습.
'이런 상황에서 버스를 타고 10시간 가는 것은 자살행위야'를 다소곳이 외치는 마눌...
빌린 책을 갖다 주기 위해 미소네로 가서 언제 그랬냐는 듯이 떡뽁이와 떡국을 먹어주는 모습을 보니
다행이다 싶다가도 '마눌의 변신은 어디까지 무죄일까?'를 생각했다.
미소네 사장님 번창하세요!!!를 인사로 드리며 다시 돌아온 치앙마이역.
참, 아야서비스에서 타패까지 무료로 썽태우타고 갔다.
우리가 타고 갈 12번 열차. 5시 50분 출발해 담날 아침 7시 훨남퐁에 도착한다.
빠이의 일교차에 콧물감기끼가 있어 열차에서는 긴팔로 무장을 하고
여유롭게 맥주를 하는 나! 뽀다구 나지 않나? ^^
저녁 8시부터 실실 침대로 바꿔 주는데,
호주 고딩들이 단체로 자리를 잡았다.
우리 고딩들도 이렇게 3주정도 배낭여행을 하자고 한다면 부모들이 들고 일나겠지?
우리 마눌 살이 많이 빠진 것 같다.
아마 낮에 멀미에 시달리느라 더 그런 듯 하다.
에구 불쌍해라~~~
아참. 치앙마이역에서 먹거리를 준비하려면 세븐일레븐도 있고 식당에서 도시락을 싸도 된다.
그 외에도 역에서 나가 왼쪽으로 30미터 정도 가다보면 건너편에
닭 튀김을 파는 곳이 있다. 커우니여우와 닭을 함께 사면 맥주와 함께 먹을 식사가 된다.
이 외에 열차에서 주는 메뉴도 있는데 기본이 100밧이다.
그렇게 아침 5시에 눈이 뜨고 나니 아직 해는 뜨지 않았다.
딩굴딩굴 거리다 보니 어느새 침대를 해체하는 소리.
그렇게 11시간이 지난 후 훨남퐁 역에 도착했다.
아마 7년만에 훨남퐁 역을 이용하는 듯 한데...
연착도 하지 않은 기차 덕에 8시5분 열차를 이용할 수 있을 듯 하다.
그런데.................................
돈이 없다......역에서 돈 바꿔야지 생각만 했지 아침 일찍 도착한다는 생각을 못했다. ㅡ.ㅡ
카드로 돈을 인출하려 하니 안된다.
뒤늦게 생각이 들었는데 아마도 지난 여행 후 해외 사용을 막아 놓은 것 같다.
그런데 왜 인출은 안되고 카드결제는 되는 거지???
어찌되었든 다시 한번 1000밧 현금 서비스(또 이건 왜 되는거야!!!)를 받고
창구로 가서 표를 사려니 매진이란다 ㅡ.ㅡ
이런 된장.....쌈장....
오전 내내 매진이라니... 30분동안 생쑈한 것이 억울하다....그것도 1000밧 서비스에 150밧 차지했는데.
2층서 우아하게 커피 마시던 마눌. 표 없다는 말보다 서비스받고 150밧 물었다는 말에 호들갑이다.
'욱!'하는 성질을 잠시 참고...(나 성질 진짜 좋아졌다...)
짐 들고 남부터미널로 택시 타고 간다.
40여분만에 도착한 남부터미널. 미터로 130밧정도 나왔다.
남부에서도 다른 버스터미널과 마찬가지로 호객행위에 정신이 없다.
아직 9시가 안되었음에도 이 지경이니...
첨 끌려간 창구에서 150밧에 에어컨버스라고 사란다.
시간을 보니 1시간 30분을 기다려야 한다.
돈을 내려고 지갑을 꺼내다 문득 '다른 창구도 있지 않을까???'
그랬다. 후아힌가는 다른 창구도 있었다.
즉, 아까 창구는 더 아래쪽으로 가는 버스로 후아힌을 들려가는 노선이고
차암과 후아힌까지만 가는 노선이 또 있다.
요게 그 회사 창구. 여기서는 미니버스도 선택할 수 있는데 150밧이고
에어컨버스는 160밧이란다.
빠이에서 미니버스에 딘 우리들은 당연히 10밧 더 주고 에어컨 버스를 샀는데...
잘한 건가 싶다. 사진에는 별로 티가 안나는데 태국에서 이런 버스 첨 타 본다.
아마 폐차 직전의 버스인 것 같은데 뒷 범퍼는 없고, 내부 의자는 너덜거리고 에어컨 공조기 뚜껑이 없어져
내부 먼지가 씨꺼멓게 그대로 보인다. 거기에 오래된 차 특유의 찌든 냄새까지...우욱~~~
고속버스라면서 온갖 차들에 추월을 당하고
우리 운전 아저씨는 여유롭게 3차선을 고집한다.
사고 위험없이 천천히 가는 것은 좋은데, 고속버스가 맞는지...쩝.
아마도 버스 상태는 복불복일텐데...
참고로 후아힌에서는 버스가 두 군데 선다.
후아힌 시내에 들어가서 한번 서서 여행객을 내리고 마지막에 터미널까지 간다.
물론 후아힌이 목적지인 버스일 경우다.
프란부리나 더 아래쪽까지 가는 버스는 후아힌시내나 터미널을 지나버리면 걍 가버린다.
또 아무생각없이 시내서 내린 우리. 터미널까지 갔어야 하는데
영어 못하는 안내양과 삐끼의 속삭임에 훌딱 내렸다. 오늘은 뻘짓 하는 날인갑다...
우리 숙소인 마이웨이까지는 4-5km정도 되는 듯 한데..
아까 그 삐끼가 택시 타야 한다며 뚝뚝을 부르더니 150밧내란다.
뒤도 안돌아보고, 120밧까지 깎아 부르는 것도 무시하고 걸었다.
한 블럭 지나 서있는 뚝뚝을 잡아 타니 100밧내란다.
5분 걸어 50밧 벌었다...(좋아해야 하는 것 맞나...)
마이웨이... 프로모션으로 1100밧에 결제했는데 생각보다 좋다.
넓은 수영장의 밤 경치에 취한 마눌의 '숨막히는 뒷태'에 안심을 하고 후아힌을 즐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