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일간의 타이, 그리고 빈&영) )빠이의 일주일은 당신의 하루보다 짧았다.
아무것도 안했다.
우리 여행이 대부분 그렇지만 빠이에서는 근처를 돌아댕기지도
사람들과 어울려 밤의 여흥을 즐기지도 않았다.
그런데 일주일이 후딱 가 버렸다.
그런 곳이었다. 빠이는...
치앙마이에서의 한달을 정리하자니 시원섭섭한 말 밖에는 할 말이 없다.
운이 좋아서 좋은 숙소를 만나 편하게 지냈고
치앙마이의 구석구석과 근교의 유명한 곳은 다 다녔으며,
태국 방문 5-6차례에 처음으로 겪은 쏭끄란까지... 감사할 뿐이다.
자~ 이제 빠이로 떠나보자.
빠이로는 아야서비스(치앙마이역 앞에 있음) 미니버스를 이용(1인 150밧)했다.
픽업과 드롭이 무료서비스로 50밧을 주어야 한다는 정보와는 사뭇 다르다.
나중에 알고보니 치앙마이에서 호텔로 데려다 주는 것 중에서
님만해민과 같이 멀리 떨어진 곳만 1인 50밧의 비용을 받는다.
다만 타패 근처나 올드 시티 인근은 무료이다. 물론 우리도 픽업 서비스를 받았다.
어쨋든 아야의 미니버스를 타고 빠이로 가는 길,...
우리 마눌은 '기억속에 차 멀미는 한번도 없으니 멀미약은 필요없다!!!'고 강조를 하셨는데...
가는 길은 앞 자리에 앉아서 그런지 멀미 걱정은 하지 않고 잘 갔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은...
11시로 예약한 우리. 10시 30분까지 픽업이 오지 않아 걱정하고 있었는데
11시 다되어서 드뎌 왔다. 그리고 날랐다. 숙소에서 아야사무실까지 10분에 끊었다...ㅡ.ㅡ
상상이 가는가? 치앙마이 일반도로에서 시속 80km, 역주행은 기본, 탁월한 코너링까지...
빠이가는 길의 예습이라도 하는 줄 알았다.
결국 11시 10분에 도착한 우리. 미니버스를 보니 15인승에 12명이 이미 자리를 꿰고 앉았다.
이런~~~ 결국 우리 부부 앞 자리 2개에 앉았다.
아시지 않은가? 운전석 옆 보조자리가 얼마나 불편한지는? ㅜ.ㅜ 거기가 내 자리였다. 3시간동안...
애니웨이...요따구 길을 따라 가는 것이 빠이 가는 길인데...
아야운전자들은 매일 오가서 그런지 기본이 60-70km로 다닌다.
극한 코너라도 30km이상으로 돌아버리니 멀미가 유도되는 것이다....ㅡ.ㅡ
치앙마이에서 빠이는 133km이다. 그 가운데 고속도로와 직선 도로 등을 제하면
진짜 산길, 특히 멀미를 유도하는 길은 치앙마이 기점으로
60km에서 120km구간이다. 위 사진은 아야서비스 휴게소에서 찍은 사진인 데 약 65km지점에 있다.
즉, 빠이가는 길 절반 즈음으로 이 곳을 지난 후부터 본격적인 밴드(코너링)가 시작된다.
빠이에서 오는 길이라면 여기까지 오면 더 이상 극한 코너링은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
휴게소에서는 밥도 팔고 음료수와 과자 등도 판다.
그다지 먹고 싶은 것은 없으므로 걍 쉬었다 간다 생각하시길...
고렇게 빠이로 온 우리.
미리 치앙마이에서 인터넷으로 예약한 숙소에 연락한다.
우리 숙소는 '컨트리사이드 리조트'. 진짜 시골집이다.
빠이에서의 일정은 일주일인데 하루 빼고 매일 비가 한 차례 왔다.
새벽에 오거나 저녁에 오거나 밤에 오거나...
산이 많아서 그런가 싶은데 그래서인지 위 사진과 같이 운무 낀 산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빠이타운에서 걸어서 20분 걸리는 숙소다보니 주변은 온통 논과 밭이다.
아직 모내기를 하지 않은 논이 층층이 자리를 잡은 빠이의 정경.
그 가운데 물소들과 일소들이 군데군데 한가로이 풀을 뜯고있다.
사진에 보이는 왼쪽 집은 무에타이 훈련장으로 아침마다 기합소리가 들려온다.
하루는 아침부터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밖을 보니 소 한마리가 숙소 뒤 켠에서 풀을 뜯고 있다가
문을 열고 내다보는 나를 빤히 쳐다 본다.
이넘도 놀랬는지 바로 돌아가 버리기는 했지만... 역시 컨트리 사이드이다...
빠이에서의 일정은 일주일이지만 '아무일도 하지 않을 권리'를 절대적으로 지켰다.
아침에 일어나 미리 준비한 아침을 먹고 집에서 딩굴딩굴하다
더우면 풀장에 가서 몸을 담그고...
저녁나절에는 시골길을 따라 타운에 걸어가 먹거리를 사가지고 돌아와
저녁에 옥상에서 맥주 한잔과 마눌과 하늘과 별을 즐기는....^^
온천이나 폭포나 빠이의 어느 곳도 가지 않았다.
아마도 우리 부부의 귀차니즘도 한 몫 했으리라~
컨트리사이드의 장점을 꼽으라면 훌륭한 가든과 꽃들, 그리고 숙소의 옥상이다.
각각의 숙소 옥상을 만들어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우리 부부는 주로 가져간 버너와 냄비로 라면을 끓여 먹거나 술을 먹을 때 이용했다.
보라~~ 전날 늦게 까지 즐기다 새벽부터 마눌의 성화아닌 부탁에 라면을 끓이는 나의 부은 눈을...
빠이에서는 저녁나절에 돌아댕기라는 말이 맞다.
낮에 다녀봤자 볼 것도 즐길 것도 없고 더위 먹기 안성맞춤이다.
저녁에 나가야 현지인들이나 여행객들이 어슬렁어슬렁 나다니고 상점들도 기지개를 켠다.
노점들도 나오는 데 우리에게는 고넘이 고넘이었다.
양아이들은 요렇게 웨스턴 바에 모여 먹거나 마시며 시간을 쪼갠다.
우리 방이도 라이브를 좋아하는 지라 2-3번은 사수하고자 했지만...
우리 부부의 귀차니즘과 9시에 잠을 자는 착한 어린이 습성으로
한번만 달랑 봤다. 그것도 한국 여행자들 만나서 가능했다는...
빠이에서는 7시부터 라이브를 볼 수 있는데 보통 업소당 2시간씩만 한다.
7시, 9시, 11시 등으로 나뉘어 진행되므로 여행자 입장에서는 업소를 돌아댕기며 즐길 수 있다.
요건 잭프룻.
끄라비와 치앙마이에서도 많이 느낀 것이지만
태국에서는 망고나 잭 프룻을 길거리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일반인들도 집에 나무를 심기도 하기에 운이 좋으면 잘 익은 과일을 즉석에서 맛 볼 수 있다.
푸르른 하늘을 꿰고 있는 얼기설기 줄들
더운 기운을 식히려는 듯 물대포를 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사람이 아닌 이런 식의 물대포를 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매일 오후에는 빠이에도 시장이 들어선다.
50미터 남짓한 작은 시장이지만 현지인과 여행객이 몰려 먹거리를 장만한다.
가격도 엄청 착해 감자 1킬로그램이 10밧이다.
고기도 있고, 닭튀김, 밥집도 있으니 한끼 식사 해결에 좋다.
타운과 숙소를 오갈 데 건너는 다리에서...
오랜만에 모자를 쓴 모습을 보고 마눌이 '젊어진 것 같다'며 한 컷 찍었다.
한가로운 빠이의 정경.
근데 강의 상류일텐데도 흙탕물만 흐르는 것은 왜일까?
이러다보니 일주일이 훌딱 가버렸다.
만약 오토바이를 빌려 온천도 가고 폭포도 가면 시간이 더 빨리 가지 않았을까?
글구 끄라비에서도, 피피에서도 치앙마이에서도 잘 만나지 못했던 한국 여행객들을 무지 만났다.
진짜 2011년의 빠이는 한국 여행객들의 방문이 피크를 이루고 있는 듯 하다.
만약 누가 나에게 빠이를 한번 더 가라고 한다면?
오토바이든 차든 내가 몰고 가서 3일정도 쉬었다 온다면 간다.
미니버스타고 간다면? 됐습니다!!!
http://blog.daum.net/roadnowtaken/7865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