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G A FREE) D-8개월
내 나이 스물여덟.
누군들 아니겠냐마는, 여행을 무척이나 사랑한다.
캠핑을 즐기시는 부모님의 무남독녀 외동딸로 국내 웬만한 계곡이나 해수욕장엔 텐트 한 번 씩 쳐봤고, 마찬가지로 방랑벽 있는 남자친구 만나 청량리 야간열차 타고 여기저기 많이도 쏘다녔다. 차를 사면서부터 국내여행은 여행이 아니라 생활이 됐다.
해외여행이라 하면, 스물두 살 되던 해에 한 달간 필리핀 자유여행과 스물네 살에 떠난 일본 한 달 자유여행 그리고 스물여섯에 간만 보고 온 3박 4일의 홍콩이 다다.
내 철칙은,
‘여행이란 모름지기 비행기 티켓 가격보다 더 많은 것을 남겨 와야 한다’
는 거였다.
필리핀과 일본을 다녀 올 때만 해도 학생 신분이라 몇 개월 죽어라 알바해서 모은 돈으로 쿨하게 전국일주 즐겨주고 왔는데. 직장에 다니면서부터는 쉽지가 않았다.
정말 견딜 수 없어서 떠난 3박 4일의 홍콩 여행은,
준비하면서는 자괴감을 다녀와서는 자신감을 줬고
지금은 어디든 얼마간의 기간이든 상관없이 기회만 되면 떠나자는 신조가 되어버렸다.
연애 4년 차 커플. 3년 뒤 결혼 하자 약속하면서 적금과 이것저것 인생 설계를 했다. 그러면서 약속한 것이 ‘국내 여행을 줄이고 돈을 모으자. 그렇게 모으다가 1년에 한 번 정도 가까운 곳으로 짧게 나가 기분 전환하고 오자’ 였다.
그리하여 2011년 1월 설 명절에 세운 계획은 <2012년 설 연휴에 태국 다녀오기>.
태국은 나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2005년 2월 이었다.
어린 시절 내내 붙어 지내던 친구가 갑작스레 이사를 가 청소년기를 떨어져 지냈다. 청년기 역시 멀리서 보낼 것 같아 둘이 추억 하나 새기자고 마음먹고 국경을 넘기로 했다.
태국 여행을 목표로 했었다.
방콕과 아유타야, 그리고 푸켓 등지를 돌아보고 오자 했었다.
아르바이트로 자금을 모아 드디어 항공권을 끊으려는 찰나
태국이 물에 잠겼다.
쓰나미로 많은 것이 파괴되고 통곡과 질병이 퍼졌다.
첫 여행인데다 여자애 둘이 가는 것도 불안했던 부모님들은 당연히 만류하셨다. 카오산로드와 황금유적에 대한 꿈은 접어야 했다.
이후 두 번째, 세 번째 국경을 넘었음에도 아직 첫 여행의 꿈을 꾸었던 태국엔 가보지 못했다.
여행자들의 천국.. 그 자유와 설렘의 수식어가 나를 매료시켰다.
그래서, 다시 한 번 꿈을 꾼다.
태국으로 떠나기로 했다.
여행에 대한 목마름으로 그 날부터 여행준비 들어가 주신 나님. 남친님 졸라 여행책자 사고 태국관광청 가서 지도도 받아왔다.
방에 지도를 붙이고 그 날부터 여행책자와 태사랑 정독하며 여행일정을 짜기 시작했다. 엑셀로 정리한 여행 일정이 버전 별로 다섯 가지. 그리하여 여행 출발 8달 전, 여행일정과 꼭 필요한 태국어 사전 정리, 쇼핑 목록, 동선 별 지도 작성까지 마쳐 주신다.
그리고 간간히 태사랑에 글을 올려 동선에 따른 교통편 문의도 하고 환전 관련 질문도 하고. 이젠 더 이상 계획을 짜고 싶어도 더할 게 없다.
그러다 읽게 된 여행기 게시판!
우와아!!!!!!!!!
그렇게 다시 정독이 시작 되었다. 그리고 다짐한다.
나도. 쓸 거다. 여행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