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2】어메이징 타일랜드 1 ▣ 다시만난세계-열병
작년 여름에 다녀온 태국 여행기를
거의 8~9개월에 걸쳐 끝낸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다.
모름지기 사람은 충동적으로 살면 안된다는 명언을
가슴에 새기고 또 새기며 살아가려 하지만
어째 하는 행동은 그렇지 못한걸까.
작년 여름 태국을 다녀온 뒤로
연애를 해도, 일을 해봐도
가슴 한구석엔 언제나
지독한 열병을 앓고난 흔적마냥
그리움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무덤덤한 생활 속에 파묻혀
애써 잊고 살아가려 해도,
오라오라병은 이미 처음 태국땅을
밟은 순간부터 내 속에서 싹트고 있었던것 같다.
지겨운 일상과 피곤한 인간관계에 치여
정신을 차렸을 땐, 나의 메일함에
5월 3일 11시 40분 도착 이라는 전자 항공권이 들어있었다.
어메이징 타일랜드 -태국 마실기를 연재하면서 느낀건데..
나의 태국 여행의 모토는 무엇인가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여행이라기엔 턱없이 정보도 없고, 관광의 흔적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술먹고 정줄 놓은 채 방탕하게 라이프를 즐기다 왔더라였다.
한마디로 남는게 없다 OTL....
음식 + 사람 + 음악만 줄창 즐기다 온것 같다.
이번 시즌2에서는 기필코 남들 다하는 관광 & 투어를 꼭 해보리라 다짐했다.
나름 야심차게 여행가이드북도 읽으면서 준비했다.
그러나 시작부터 삐그덕 거리는 이 여행기는
내 맘대로 되는건 "하나도 없다"를
뼈속까지 공감하면서 시작한다.
아아.. 그럼 지금 바로 시작해야겠다.
단기기억상실증이 더 도지기전에..
이번 마실기는 어떤 그림이 될지 사뭇 궁금해졌다.
그리고 또, 어메이징 타일랜드 <시즌 2> 그 첫번째 이야기
방콕으로 떠나기 3주전 예전에 중국에서 같이 공부했던
3층댁 조여사님에게서 갑(자기)툭튀(어나온) 문자가 왔다.
5월초에 함께 방콕으로 떠나기로 한 일행에게 일이 생겨서 혼자 가게 됐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난 그때까지 같이 갈 생각도 없었다.
생각은 커녕 이미 피크때라 표도 없을거라 생각했다.
"란티엔아.. 나 혼자 가게 생겼어, 어쩜 좋으오?"
"언니 가서 즐겁게 놀다오셔요~ 애들한테 안부 좀 전해주시고요"
"너도 같이 가면 좋을텐데.."
아, 지나가는 말에는 귀 기울이지 말았어야 했다.
그러나 그때 조여사가 무심코 던진 그 말이 갑자기 나의 모든 사고를 정지 시키더니..
결국 연봉협상 시즌이라는 핑계로 모든걸 스톱하고 재충전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무심히 들어간 항공사 사이트에서 티켓을 발견하고 지르기까진 2일도 채 안걸렸다.
막상 가겠다고 생각을 하자마자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어버렸다.
"어떡하지? 같이 갈 사람 표 니가 대신 양도 받을 수 없나?"
"뱅기 표는 양도 안되요, 대기자한테 갈걸요"
"그럼.. 못가는거야? ㅠㅠ"
"네.. 그렇게는 못가고요, 따로는 갈 수 있으니까 가서 만나요"
"...???뭐라고?"
"ㅋㅋ 저 하루 먼저 가는걸로 끊었어요. 가서 봐요"
벙쪄있는 조여사에게 새초롬하니 웃는 이모티콘을 보내놓고,
부랴부랴 갈 준비를 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애들에게 말을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였다.
비록 사람은 두명이 가는거지만..
조여사님과 내가 맺고있는 인물 관계도를 보면..
전혀 수월하지 않았다.
시즌 1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내말이 무슨 뜻인지 알것이다.
일단 만나는 약속부터 시작해서 픽업 문제 등등이
내 두개골을 사뿐~~히 아프게 해줄것임이 분명하므로..
모든것은 가급적 비밀로(?)라는 특급 프로젝트로 진행되었다.
즉, 애들에겐 비밀로 하고 도착하자마자 짠! 하고 놀래켜줘야지..라는
웃기지도 않은 발상을 한채로.. 모든 일정을 비밀리에 짰다.
웃긴건.. 그렇게 결심하고나서
결국 밤 12시 도착하는 픽업 문제 때문에
가기 1주일 전에 이실직고 하는 사태가 벌어졌지만 말이다...
사실 가기전에 급 친해진 몇명의 현지 태국애들더러 픽업을 부탁해놨는데..
역시나 아직 만나서 친해진게 아니기 때문에,
조여사님과 주변사람들의 만류로 결국은 [낫]에게 먼저 털어놓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의 일정을 보면 내가 3일밤 12시에 도착하고,
여사님은 4일 밤 12시에 도착한다.
그 얘기인 즉슨.. 누군가 픽업을 두번 와야 한다는 얘긴데..
여사님 친구들은 방콕에 없거나 개인사정 때문에
친구들 가족에게 부탁해야한다는 사정이 되버렸다.
결국 난 [낫-1회용 픽업권]을 조여사님에게 양보하고 ㅋㅋ
여전히 픽업자를 구하지 못한채 하루하루가 흘렀다.
막판까지 픽업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그냥 혼자 택시타고 간다(?)라는
다소 무리한 설정까지 세웠으나
갑자기 [빤]과 [보]가 자기둘이 데릴러 오겠다고 했다.
중요한건 빤은 사뭇프라깐 근처에 사는 녀석이다;;
아니 방콕 살지도 않는 녀석이 움직일 정도면..
그 많은 방콕사는 애들은 다 뭐하고???
라고 해도 어쨌든 다들 직장인이니 쉬운게 아니겠지.
어쨌든 미안하더라도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므로 ㅋㅋ
픽업해준다니 고맙다고 했다.
이제 픽업자도 정해졌고, 어차피 낫에게 다 들통난 마당에..
스케쥴이나 짜기로 했다.
낫은 작년과 같은 코스로 OK 냐고 물었다.
어차피 조여사님은 가본적 없는 코스니 나는 흔쾌히 동의했다.
깐짜나부리에 방을 예약하라고 했으나 사람 없을거라고 사뿐히 무시해주신다.
(이것도 어메이징 깐짜나부리의 시초가 됐음 -_-+)
그래서 대충 짜여진 스케쥴에 의하면..
3일 밤 빤이 픽업해서 나를 호텔에 떨궈주고 난 뒤,
4일 낫이랑 조우해서 밤에 공항으로 조여사를 픽업한 뒤 바로 아유타야로 가서 하루 묵고
그담날 깐짜나부리서 하루묵고 금요일엔 방콕으로 돌아오는 ..
대략 저런 스케쥴이었다.
그리고 뒤늦게나마 나는 엄청난 속도로 짐을 싸기 시작했다.
공포의 선물 리스트도 꾸리고..
김 40장에 양념 6개 + 술 6병 + 화장품 짐승젤만 6개에..
기타 선물들까지 합치면.. 엄청나다.. 무게만 20키로!
짐이 터져나갈라고 하는걸 겨우 꾸겨 넣으며 자 이제 출발!
언제나 그렇듯 어마마마의 호송을 받으며 리무진에 탑승
(첫날은 이렇게 입고 갔다. 오늘의 힛 아이템은 하얀색 페도라 ㄲㄲㄲ)
그리고 신나게 쳐 졸면서 공항까지 도착.
늘 그렇듯 빠듯하게 도착해서 환전하고 보딩까지 마치고
이제 수속만 밟고 뱅기만 타면 된다.
면세점에 들려서 애들이랑 마실 죠니워커블랙 한병하고
선물로 줄 말보로 한보루 샀다. ㅋㅋㅋ
태어나서 머리털나고 경유는 처음해보는지라 긴장이 되었다.
일단 베이징까지 가기로 하고, 탑승했으나..
어휴 하필이면 내 옆자리는 꼬맹이다.
통로 반대쪽은 이국적인 외모가 눈에 띄는 커플 둘.
왠지 나한테서 암울한 오오라가 뿜어져 나오는 기분이었다.
아이는 가는 내내 한시도 가만있질 못하고
커플들 꽁냥질이 쉼이 없었다.
비행기는 끊임없이 흔들리고...일단 지옥을 겪고 내리니..
베이징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어쨌든 구린 발음의 중국어로 물어물어 환승하는곳까지 갔는데..
그러나 여기서 또 란펑짓을 하고 말았다.
환승하는 사람은 따로 조그만 입구에서 다시 입국심사 맡고 들어가는데..
나는 냅다 베이징 도착 심사줄에 서있었던거다..
뭔가 느낌이 이상해서 주위에 한국 남정네에게 물어보니 여기가 아니란다..;;
하마터면 그대로 나가버릴뻔 했다.
(이름 모를 베이징 총각 고마워요~~)
어쨌든 입국심사대에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아저씨 뭘 그렇게 궁금한지 꼬치꼬치 캐묻는다.
나 중국어 손놓은지 좀 오래됐소..ㅠㅠ 못알아듣겠소..
나더러 타고온 비행기 넘버가 뭐냐고 묻는거였다.
그런걸 내가 어찌 기억하리오;; 지금도 5초전 일을 깜박하는데..
올해 들어서 자주 깜박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새 또 비행기 넘버를 깜박했다.
허둥지둥 메일 프린트한걸 찾고 있으니 아저씨가 혀를 끌끌 차더니
자기가 알려주면서 외우란다.
-_-.. 그런거 알아서 뭐해!
어쨋든, 힘들게 나오니 또 이번엔 무슨
공항 서비스 질을 조사하는 애들이 죽치고 기다리고 있다가
오자마자 질문공세를 퍼붓는다.
피곤하고 수면부족에 정신도 멍한데
중국어에 영어를 마구마구 섞어 말하니
알아 들을 수가 있어야지..
대충 20문항정도 다 대꾸해주니..
고맙다며 허접한 명함꽂이 하나 주더라..-_-;
어쨌든 점점 태국까지 가는 여정이 지치기만 했다.
베이징에 떨어지자 마자 목이 말라서
물이 마시고 싶었지만..
미안하지만 중국에선 절대로 절대로 물은 함부로 마시면 안된다.
그것은 중국생활 3일도 안되서 깨달은 진리였다.
여행날부터 배앓이를 할순 없지 않은가...
그런고로 식수대에 있는 물은 깨름칙해서 먹을 수가 없었다.
먹는 사람도 없을 뿐더러...
그나마 뜨거운 물 코너에는 사람이 있었다.
시음을 해봤지만 역시나다.. 쇳물 맛 나는 물에 기겁하고 결국 포기했다.
하지만 위엔화는 가지고 오지 않았고, 크래딧 카드도 없다.
참..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그나마 현금 쪼금 갖고 있는걸로 그자리서 환전했다.
2만원에 기껏해야 50~60원 주는데 참.. 어휴 돈지랄도 이런 돈지랄이..ㅠㅠ
어쨌든 조금이라도 환전해서 음료수를 사먹었다.
아!! 지친다!! 집에 가고 싶다!!!!!
그리고 5시간 대기를 타서 다시 방콕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미 지칠대로 지쳤지만, 그래도 잠시후에 도착할거란 희망을 안고
가져간 책을 읽기 시작했다.
농담 안하고 두께 7센치 정도 되는 두꺼운 소설책 한권을 3시간만에 다 읽었다.
마지막 장을 덮음과 동시에 비행기는 방콕에 떨어졌다.
요란한 소음과 함께 낯익은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드디어 방콕에 왔다.
정량이상의 알콜을 챙겨간 탓에,
제발 걸리지 말라고 맘속으로 빌면서 밖으로 나왔다.
거의 1년도 채 안되서 방콕 땅을 다시 밟게 될 줄이야..
하지만 뚱땡이 빤의 모습도
친근한 보의 모습도 보이지 않다.
공항에 사람은 미어터지게 많았지만
내가 아는 사람은...
아.무.도.없.었.다.
.
.
작년의 악몽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또 다시 말도 안되는 영어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해야하는가..
갑자기 등에 식은땀이 줄줄 흐른다.
정말이지...
아! 새됐다...라고 생각한 순간...
어디서 구세주처럼 낭랑한 소리가 들렸다.
"란펑~"
휙 소리난 곳을 보니..
뭐야!! 니가 왜 여깄어!!!
빤도 아니고..
보도 아니고..
거기서있던건..
"땀?"
"안녕 란티엔~!"
"니가 왜 여깄어?"
"왜 있음 안돼? ㅋㅋ 빨리 이쪽으로"
아직도 어안이 벙벙해져있는 나를 끌고 트레이에 올라선다.
헐.. 빤이랑 보가 오기로 했건만..
실제로 온 녀석은 빤,보가 아닌 "땀"이었다.
"빤이 오기로 했는데 걘 어디가고 니가왔냐?"
"걔 안와, 그래서 내가 왔어"
"뭐?..그럼 그렇지.. 이새끼.. 그럴줄 알았어"
"ㅋㅋㅋㅋ 기다려봐"
땀은 어디론가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안그래도 짐이 한트럭인데,
이걸 택시로 옮기자니 참.. 막막해진다.
"란티엔!"
이번엔 또 누구야..
휙 돌아보니 웬 허여멀건한 녀석이
편안한 츄리닝차림으로 쪼리 질질 끌고 나타났다.
하아?? 넌 또 뭐니???
미치겠다 ㅋㅋㅋㅋㅋㅋ
익숙한 반가운 얼굴!
"우이???"
"ㅋㅋ 어서와"
"우이야! 니가 데릴러 온거야?"
"어 짐 겁나 많구나 ㅋㅋㅋ"
"너 이시간에 괜찮아? 완전 졸려보인다"
"괜찮아 괜찮아"
거의 반년만에 보는 우이모습은 여전하다.
일이 많은지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
안그래도 바쁜거 같아 일부러 얘기도 안했는데..
어떻게 알고 또 데릴러 와줬다.
"빤 이자식은 지가 온다고 호언장담 하더니, 왜 니가왔어"
"나 완전 좋은친구 아니냐?"
"그렇네 ㅋㅋㅋ너밖에 없다"
"나는?"
옆에있던 땀이 질새라 끼어든다.
그래그래, 니들이 짱이지요.
"일단 호텔로 이동하자"
녀석들이 카트를 몰고 밖으로 나오자,
어이구..
잊을만하면 떠오르는 살인적인 더운공기가
훅-하니 몰려왔다.
그래, 태국 맞구나...
새삼 실감나네..
땀과 우이와 함께 차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우이 덕분에 힘들이지 않고 호텔까지 갈수 있게 됐다.
녀석은 이 짐들이 작게보일 정도로 커다란 SUV를 끌고왔다.
멀리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바이욕 호텔에 가면서
나는 포풍질문을 쏟아냈다.
"너 내일 출근인데 괜찮아?"
땀이 옆에서 대신 대꾸해준다.
"우이는 지가 사장이라 괜찮아"
"뭐가 사장이야, 아니야 그런거"
"너.. 사장이냐?"
당췌 나만 모르던 사실인가 ㅋㅋㅋ
하긴 다들 태국으로 돌아가고 난 후의 생업에 관해선 물어볼 기회가 없었지..
그냥 무슨 업종에서 일하는지 정도만 알고 있었다.
땀은 자기가 유학원을 설립해서 친구들과 같이 운영하고 있는건 알았기 때문에
어차피 녀석은 출퇴근 시간도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고 (아닌가?)
우이는 사촌누나와 함께 쥬얼리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해줬다.
최근 신상품 런칭이 있어서 바빠졌댄다.
"뭐야, 그럼 너 요즘도 계속 일 바쁜거 아냐?"
"아니거든여, 괜찮다고요"
"괜찮기는 얼굴에 피곤하다고 써있네"
결국 이녀석은 퇴근하고 나서 피곤함에도 일부러 나를 데리러 와줬던 것이다.
밤 12시에! 내일도 출근하면서!
감동 한가득 먹고 뽕맞은 얼굴하고 있는 내게
우이는 친절하게 물어봐준다.
"너 배 안고프냐?"
"배?..음.. 잘 모르겠어"
"안고프겠냐.. 란펑인데"
"ㅋㅋㅋㅋ 땀 오랜만에 봤는데 몸 좀 풀까?"
"아니야 아니야.. 배고프지? 밥먹자"
결국 우린 호텔 근처 길거리 음식점에 잠시 야식을 먹기로 했다.
주차하고 내리니 식당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죄다 한곳에 꽂힌다.
아.. 그랬지.. 태국은 시선을 즐기는 나라다.
그래도 자꾸 쳐다보시면 민망합니다
어쨌든 자리를 잡고 앉아서 우이가 주문을 했다.
그냥 간단한 삶은 치킨에 밥이었는데..
뭐 이리 맛있는지.. 혼자 까륵거리면서 먹고 있자니
녀석들이 신기하게 쳐다본다.
"그렇게 맛있냐?"
"어어어어!"
"ㅋㅋ 많이 먹어"
"이맛이 그리웠단 말이지"
"별것도 아니구만"
"나한텐 별거거든요?"
아 너무 맛있게 먹었나봐..
갑자기 긴장이 탁 풀리면서
눈꺼풀이 천근만근 무거워졌다.
하지만 아직 정줄 놓기엔 해야할 일이 천지다.
"일단 호텔로 가서 체크인 해야지"
"응응! 잘먹었습니다!"
경쾌하게 인사하고 나왔다.
도중에 편의점을 들려서 내일 오전 끼니꺼리를 챙겼다.
그와중에 알콜코너는 꽁꽁 묶어서 열수도 없게 해놓은 나라 태국 -_-)b
어쨌든 음료수와 라면과 간식거리를 사뿐히 들고
핸드폰 심카드를 사서 돌아왔다.
바이욕 스카이 호텔은 생각보다 찾기가 쉬웠으나..
이게 교통의 요새는 아닌듯 싶다.
앞에 사거리에서 차가 너무 많이 막히고
BTS는 걸어서 20분거리다.
그리고 일단 숙박비가 비싸다.
우이는 체크인 도와주면서 내내 잔소리질이다.
제정신이냐, 돈지랄도 정도껏 해야지..
왜 말 안했냐, 말했으면 진작에 싸고 좋은 교통도 좋은 곳 잡아다 줄텐데..
이게 뭐냐.. 니가 친구가 없냐 뭐가 없냐.. 등등...
돈 2천밧을 길거리에 뿌리고 다니냐..
이런 호텔은 아무런 연고지 없는 사람들이 처음에 방콕 올때 잡는 거라고
잔소리를 일장연설이시다.
다시 2절 시작하려할때 카운터에서 카드를 달랜다.
"란티엔 카드 줘봐"
"무슨카드?"
"크레딧카드"
"없는데?"
"...-_-"
아 그 표정...*-_-* 나 전에도 본거 같애..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무안함이 가득 들게 만드는 그 표정!
외국 나오면서 카드도 한장 안갖고 다니냐는.. 무언의 나무람이지?
"카드 있어야해?; ㅠㅠ;; 나 없는데"
"아냐, 괜찮아, 내 카드로 하면 돼"
결국 보증금은 우이 카드로 대신 긁었다.
아 크레딧 카드 내미는 남자의 옆모습은 멋지구나 *_*
(쓸데없는데서 감동먹고 있다)
진짜 이런 고급 호텔은 보증금도 카드로 받는구나 ㅠㅠ
처음 알았다.
어쨌든 호화판 더블룸을 1명이서 썼으니..
근데 이 조여사님이 예약할때 나 혼자 자는 방은 더블룸으로 하셨고,
둘이서 자는 방은 싱글룸으로 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정말이지.. 아이구 어메이징 조여사님ㅋㅋㅋㅋㅋ
어쨌든, 들어가자마자 떡벌어지게 높은 층과 넓이의 호텔방을 보니
다시금 배가 아파졌다. ㅠㅠ 혼자 2천밧 넘게 쓸게 아니야.. 흑흑..
"란펑.. 방이 지나치게 좋지 않냐? 너 겨우 몇시간 자고 다시 체크아웃할건데"
"......응, 알아 말하지마 속쓰려"
"바보, 담엔 나한테 꼭 미리 말하라구"
"......흑흑흑흐구규규규규"
더블베드에 쓰러져 오열하고 있는 나는 팽개치고(!)
두 남정네들은 TV를 켜더니 유로파 축구경기 삼매경이다.
어이------!!!
니들 오자마자 그러기냐!!!
어쨌든 짐 한보따리를 풀고나니 녀석들은 금새 호기심에 찬 눈으로 관심을 보였다.
일단 땀에게는 여성용 스킨푸드 골드 스킨과 소주, 및 김 등등을 안겼다.
원래라면 빤과 보를 위한 선물이긴 한데,
녀석들이 데릴러 안왔으니 ㅋㅋㅋ 패스해야지
"나 필요없어 스킨"
"니꺼 아냐, 링 갖다줘"
링은 땀의 사촌여동생이다.
땀은 필요없다더니 결국 동생 갖다 주란 소리에 말없이 챙긴다 ㅋㅋ
그리고 우이는 사랑해 마지않는 김을 한아름 떠안겨줬다.
"으아.. 뭐야 이건"
"너 줄라고 부피 큰데 갖고 왔다. 많이 먹어"
"ㅋㅋㅋ 고마워"
"그리고 이건 양념장이고, 이건 팩이고, 이건 뭐고..."
종알종알 거리는 내게 우이는 됐다고 사양질이다.
줄때 받아라 ㅋㅋ 나중에 되면 없어서 못준다.
어쨌든 녀석들하고 얘기하다가 갑자기 땀은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한참을 통화하더니 나한테 툭 던져준다.
"뭐야?"
"쌩이야, 받아"
"으잉??쌩??"
쌩은 조여사님이 "아들"이라고 부르며 이뻐한 태국 남자아이다..
그래봤자 나랑 동갑인데 -_-^
이녀석도 같이 유학했지만, 지금은 사정상 방콕에 있지 않다.
어디 아래 근교에서 술집을 열었다고 한다.
무려 사장님이라고 ㅋㅋㅋ
원래부터 쌩은 음식의 대가였기 때문에, 술집을 열었다해도 그닥 놀랍지도 않았다.
"쌩, 오랜만이야!"
"햐햐햐햐(특유의 하이톤) 란티엔!! 태국 왔냐?"
"ㅋㅋㅋ 너 대체 뭐야 응? 나 왔는데 얼굴도 안보여주냐?"
"미안미안, 지금 일이 너무 많아서 못올라 갈거 같아"
"뭐야 작년에도 못봤잖아"
"하이고! 그러게 말이다, 워낙 바쁘다보니.."
"그래 바쁘지? 바쁘니까 빨리 방콕 와"
"-_-...으하하하... 다음에"
"그래 내일 오는걸로 알게"
"미안 어쩌구저쩌구!~!...*$($#^*&"
친절한 쌩녀석 새벽 3시에 전화걸어서 난리 부르스를 떨어대도
싫은기색 안하고 즐겁게 통화해줬다.
어쨌든 쌩은 작년에도 올해도 아쉽게 못만났다.
다음에는 기필코 쌩 가게로 쳐들어가야겠다.
"아 피곤하다.. 일단 우린 먼저 돌아갈게"
"그래.. 고마워 조심해서 가구"
"내일 아침에 출근했다가 점심때 데릴러 올게"
"아 정말?"
"응, 내일은 내가 놀아줄게"
"우왕~~ 고마워!!"
구세주 우이!!!
잠도 못자고 출근하자마자 조퇴하고 나랑 놀아주겠다고 온댄다.
감동의 눈물이 그렁그렁..
어쨌든 애들을 보내고 나니
갑자기 을씨년스런 적막이 찾아든다.
나는 씻지도 못하고 침대에 대짜로 뻗었다.
오늘 하루 제대로 강행군이었다.
충분히 어메이징했고, 더이상 어메이징 하지 않을거 같던 이 여행..
그렇게 공포의 어메이징 타일랜드 시즌 2의 서막이 드디어 올랐다.
[Oui-우이]
한살 어린 동생.
하지만 어엿한 사업가.
자칭타칭 꽃미남에 한 인기 하시지만..
무려 7년이나 사귄 여자친구가 있다.
작년 친구와 함께 한국에 들러서
삼겹살을 7만원어치 드시고 가신 장본인.
똑똑하고 매너도 좋아서 엄친아의 대표주자!
하지만 눈매 가득한 장난끼는 속일 수 없는 철부지 도령님!
[Tum-땀]
"너네.. 그거 뭐라그래? 이렇게 더울때 흐르는거"
"뭐? 땀?"
"맞았어.. 내가 땀이야"
첫인상부터 썰렁개그를 들먹이며 수줍(!)게 웃던 녀석.
나보다 3살 어린 동생이나 생긴건 30대.
어쨌든, 녀석과는 친하다 못해 아주 앙숙같은 사이 ㅋ
하지만 의외로 수줍은 면도 많은 의리파 사나이.
지금은 다른 친구들과 함께 유학원을 운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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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
사실 이번 여행기는 갑자기 마음이 바뀌어서 올리지 않을려고 했다지요..
생각보다 여행기가 재미없을거 같아서요 =_=;;
그래도 기다리실것 같아서 올려요. 재미 없어도 양해 해주세요ㅋㅋㅋ
아, 저는 그럼 다음편 쓰러..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