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짧고 슬펐던 태국에서의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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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짧고 슬펐던 태국에서의 사랑 이야기....*

밀땅매니아 14 3898
벌써 일년이나 지났네요,

작년 3월, 태어나 처음으로 가본 태국에서의 23일.

좋았던 일 슬펐던 일... 그리고 그녀를 만난 이야기.

가끔 술한잔 먹으면 귓가에 들리는 그녀의 애교 섞인 목소리와

짧지만 쨘 했던 그때의 이야기가 생각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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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에 비행기가 착륙한건 밤 12시가 되어서였죠.

저와 친구 둘은 곧장 택시를 타고 카오산으로 가서 묵을 방 부터 구했지만

결국 그날밤은 카오산에서 노숙을 하게 되었어요. (방이 없더군요.....)

단 몇시간만에 추운 한국을 떠나 후럽지근하고 달작한 공기를 지닌 이방국으로 왔다는 설렘에

맥주도 한잔하고 앞으로의 계획도 정비 하며 뜬눈으로 아침까지 그렇게 배낭을 맨채

수다 삼매경에 빠졌었죠.



그리고 사원에서 닭이 울음을 시작할 때쯤

허름한 게스트 하우스 하나에 배낭을 풀고 샤워를 하자마자

깊은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첫날 낮에 대한 기억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눈을 뜬건 밤 7시가 다 되어서였으니까요.

몹시 허기를 느낀 저와 제 친구들이 처음 찾은 건 길거리에서 파는 팟타이었죠.

처음 그 맛은 뭐랄까... 대단하진 않았지만 분명 이국의 맛이었고

그 뜨거운 공기속에 먹는 뜨겁게 조리된 팟타이는 등을 끈적한 땀에 흠뻑 젖게 만들었지만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아 이제 여행을 하는구나!

그리고 그날 저녁은 누구나가 하는 것 처럼 길거리 사람들도 구경하고 맥주도 한잔 하다

항상 이시간때쯤 항상 고민하는 바로 그것, 클러빙이 생각났습니다.

저와 제 친구들은 서울에서도 안다녀본 곳 없는 클럽광이었기에

만장일치로 알지도 못하는 클럽을 찾아 밤여행을 떠나기로 했었죠.

택시를 타고.... 아워나고투 "클럽!!" 이라고 외친 그 첫날 저녁이

23일 화려한 여정의 첫 시작이었습니다.



택시는 저와 제 친구들을 RCA로 떨궈주더군요.

route66이라고 적힌 곳을 들어가니 클럽은 없고 술집이 있더군요 -_-

뭐야 사기당했나? 하고 생각했지만 온김에 양주 한병을 시켜서 먹기로 했습니다.

참 신기했던것이 조니워커를 시키고 스트레이트 잔을 원했더니 왠 중국 고량주 잔같은걸 주더군요.

그때는 이나라 사람들은 술을 무조건 믹스해서 먹는다는 것도 모르고

콜라를 원샷해서 먹는 범행을(??) 저지르며 그렇게 수다로 시간을 때우고 있었습니다.


좀있으니 술집이 꽉 찰 정도로 많은 인파로 몰리더군요 주위엔 뭐 아름다우신 미녀부터 시작해서

외국인도 많고... 여튼 와! 갑자기 왜이렇게 많아졌지?라고 의문을 가지려는 찰나,

종업원이 의자를 뺏아가더군요 ㅡ.,ㅡ;;

얼떨결에 갑자기 서있게 되었는데....

서있게 되었는데......

광클러빙 매니아인 저와 제 친구들은 저절로

광클러빙의 나락으로 깊히.... 주위를 잊은채.....

아! 이것이 바로 말로만 듣던 태국 클럽의 정채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정신없이 놀기 시작했죠.

저와 제 친구들은 음악을 전공하는데다 2000년도 초반 아이돌 가수로 활동하던 녀석도 있고

뭐 여튼 그래서...

한국음악이 나오면 미친듯한 안무를 시전하기 시작했는데 어느샌가

공연이 되어 있더군요 ;;;

그 순간 그게 첫 운명의 만남이었죠. 어떤 아가씨 한명이 갑자기 나타나 내 팔을 붙잡고

자기 테이블로 끌고가더군요. 전 처음에 때창도 하고 안무도 따라 추니까 클럽 관계자가

제지하는줄만 알았습니다;;

그러더니 자기 테이블로 안내 하더군요. 왠 멀쑥한 남자1에 여자 5명정도 있는

이상한 비율의(?) 인원 구성의 친구들이더군요.

한국 클럽에선 결코 있을 수 없는! (있어도 연락처물어보기 정도일텐데)

굉장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생각과 동시에

목으로 넘어가는 보드카,

아까 먹은 위스키,

결국 필름이 끊겼다 붙었다를 반복하다가

그 여자분이 2차를 가자고 하더라구요.

약간의 흥분과 공포가 교차되는 가운대 친구들을 찾았으나 이미 어디론가 가버린 후더라구요.




결국 그녀의 차를 타고 어딘지 모르는 곳에 끌려가다싶히하며 창문밖을 통해 본게

얼핏 기억나는 온넛 bts역과 아주 큰 집과 집 입구의 노무현의 상징 수많은 노란깃발과 외제차

이쯤에서 필름은 끊기고 눈을 뜨니 다음날 아침이더군요.


그녀는 공통인의 입맛인 소시지와 계란으로 아침상을 준비해 뒀는데

그때 아마 서로 통성명을 했던 것 같습니다.

자신은 일본 국적기 항공의 스튜디어스라는 얘기를 하면서 몇일 뒤 일본으로 비행 스케쥴이

있는데 그전까지 태국을 소개시켜 주겠다고 하더라구요.

친구들 걱정에 그런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친구들과 전화통화 후 안심이 되니

그때서야 아 현실이구나~ 하는 느낌이 살며서 들었습니다.

(결국 그날은 아무도 게스트하우스에 들어가지 않았죠. 연장은 누가하냐 하고 했었으니까요 ㅡㅡ)




처음 본 그녀는 너무 친절했습니다.

정말 이런게 태국인의 친절인가 싶을 정도로....

이때는 철이없었던 걸까요? 그런 사소한 것들이 크게 와닿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날은 하루종일 그녀와 태국을 돌아다니며 놀았습니다.

씨암에서 본 조니댑 나오는 그 모자장수? 그 영화도 보고

솜땀도 먹고

서점에서 한국어 배우는 책도 사고

우핸들 자동차도 운전해보고

쇼핑도 하고

그렇게 저녁쯤 되니 그녀가 말하더군요

날 좋아할 것 같다(?)는 식의 문장이었습니다.

그녀는 진심으로 하는 말 같았습니다. 저도 사실 헤어지기 아쉽더라구요.

조금은 그때 저도 그녀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나봅니다.

그녀는 나에게 노키아 핸드폰에 유심칩을 넣은 태국 핸드폰을 주면서

이 폰으로 한국 가기 전까지 자기랑 연락하자며 저에게 건내주었습니다.




이때부턴 저도 제 친구도 태국여행의 모든 계획과 루트가 바꿨습니다.

낮에는 태국 근교를 데이트 하고 저녁에는 이곳저곳 클럽을 가며 그녀의 친구들도 만나고

이때까지는 아마 정말 행복했지 않나 생각이 드네요..




곧 그녀는 비행 스케쥴이 있다며 일본을 갔습니다.

오랜만에 세 친구들이 모인날인걸로 기억이 나네요.

여행은 같이 왔는데... 정말 각자 다닌 것 같아요

첫날 간 클럽으로 인해 여행 자체의 포커스가 완전 바꿔버렸는데...

뭐 나름 이것도 여행이다 라고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렇게 오랜만에 남자 세명이서 그간 있었던 일로 대화의 꽃을 피우다보니 이미 9시더군요.

이번엔 택시를 타고 유창하게~ 스쿰윗 쏘이10 스트릿에 있는 펑키빌라!! 라고 외치고

펑키빌라로.... 간게 희대의 사건이 될줄은 그땐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분은 뭐랄까, 그냥 저의 이상형이었습니다.

태국 아가씨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나 할 정도였으니까요

(압구정의 유명한 엔써나 강남의 에덴을 가도 그런 느낌이 없었는데 말이죠...)

결국 머릿속의 지우게 인가요?? 첫번째의 그녀는 머릿속에서 사라지고

결국 온통 머릿속엔 그녀로 채워지더군요..

그간 나에게 배풀어준 호의를... 그땐 왜그랬을까요.

너무나 적극적인 태국 아가씨들을 대하다 보니 욕심이 생겨서 그랬을까요...

결국 그날은 또다른 그녀와 스크래치 독을 거쳐 , 필름이 다된 몸뚱아리를 이끌고

또다시 처음보는 천장에서 아침을 맞이하게 되어버렸었습니다.





그땐 죄책감도 없었고... 인간은 원래 간사하니까 하면서..

그렇게 또다른 그녀와 연락을 하게 되었는데,

실수로 딱 한번 노키아 핸드폰으로 또다른 그녀와 전화통화를 해버린게 화근이 되어버렸습니다.

비행스케쥴을 마치고 온 첫번째 그녀의 핸드폰 검사로 모든게 들통나고

첫번째 그녀와 두번째 그녀가 살인이라도 일어날 듯 싸워버린거죠...

그때서야 아, 내가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구나 ... 생각해도 늦어버린 뒤였던 거 같아요.

엎친대 덮친격으로 그날 저녁 그녀의 귀갓길에 차사고가 났고(그녀는 아마도 술을 먹었습니다..)

그녀는 입원을 하게 되어버렸습니다.






이때 어땠을까요. 아마 엄청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여행을 다 망쳐버린 기분으로 게스트 하우스에 처박혀 있었습니다.

첫번째 그녀와 대화하면서 알게된건

그녀의 아버지는 태국 국무부의 아주아주 높은 군인 공무원인데

출국까지 금지되진 않을찌 걱정에

결국 그날저녁 같이 온 친구와도 다투게 되고

죽고싶은 생각밖에는 나지않더군요.

타국에서, 타인에게 이렇게 상처입히고 한국으로 돌아가고싶은 생각조차 들지않고

아주 깊은 나락에 빠져있는 기분.

즐겁고 신나게 해야 할 여행이 이렇게 3일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어떻게 해야 할찌 몰랐습니다.





다음날 결국 택시를 타고 그녀의 병원으로 가

그녀에게 용서를 구했습니다.

눈물나게 미안하고 고마웠던 건 그녀는 모든걸 용서해 주었고

타국에서 타국의 사람에게 소리내면서 울어본 경험....

23일 여행에 이런일도 있구나... 울면서도 생각나더군요

지금생각해보면 얼굴이 빨개지지만...^^



짧은 시간동안 경험했던 짧았던 사랑.

그게 한국으로 돌아오는 밤 비행기 창가를 보고있자니

벌써 옛 이야기가 된 것 처럼 마음이 쨘 하게 저며 오더군요.

글로써는 다 표현안될 구구절절한 이야기들

23일만에 만남과 이별 용서 눈물과 사죄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은 그리움....





한국에 돌아와 현실에 적응한 뒤 두달만에

그녀는 친구와 비행 스케쥴을 바꾸어 한국을 찾았습니다.

바쁜 스케쥴과 짧은 시간의 핑계로 오래동안 한국 구경은 시켜주지 못했습니다.

영국으로 간다는 말 한마디에 잘 지내고 다음에 보자는 한마디에

그렇게 연락이 끊겨버린 그녀...





6월 21일 출발하는 방콕행 비행기표를 끊어놓고

많은 생각들이 나는 밤이네요.

그때 갔던 친구들과 같이 가는 여행.

행여나 클럽엘 가면 그녀를 만날 수 있을까요??^^

가슴저미는 26살의 짧은 태국에서의 사랑이야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 사진도 올리고 싶었지만 어떻게 하는지를 모르겠네요 ㅜㅠ
14 Comments
아이패드 2011.05.24 06:37  
오...환락의 끝을 보여주는군요...젊을때 실컷 노세요.ㅎㅎㅎ 책임질일은 하지마시고..
밀땅매니아 2011.05.24 12:25  
나라의 특성상.. 아주아주 조심했었죠^^;;
미스터권 2011.05.24 06:41  
연락쳐아시면 연락해보세요 넘기뻐 할거같은데요 ㅎㅎ
화이팅!!
밀땅매니아 2011.05.24 12:25  
페북도 탈퇴했더군요 ㅠㅠ
필리핀 2011.05.24 07:10  
오~ 한편의 소설을 보는 것 같네요...
일생일대의 연애를 하셨군요...
앞으로 그 여자분보다 더 괜찮은 여자분을 만날 수 있을까여??? ^^;;;
밀땅매니아 2011.05.24 12:26  
아마.... 이만큼이나 진심을줬던 사람은 다시는 없을 듯 하네요~^^
까만고양이 2011.05.24 12:05  
평생 기억에 남을 좋은 추억을 만드셨네요~~
양다리만 빼면...좀 더 좋은 기억일듯
부럽습니당!!
밀땅매니아 2011.05.24 12:26  
양다리...... 후회합니다...ㅠㅜ
엘리스네흰토끼 2011.05.24 18:08  
조심하세요... 태국여자들의 질투심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밀땅매니아 2011.05.24 21:56  
동감합니다... 클럽에서 잠시 얘기만 했을 뿐인데 카오산까지 찾아왔던 분도 계셨어요...

그땐정말 정말이지 무서웠습니다.
엘리스네흰토끼 2011.05.24 23:13  
찾아오는건 애교로 봐줄 수 있는 수준입니다.
사람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팍치비빔밥 2011.05.29 20:12  
댓글이 점점 후덜덜
공심채 2011.06.01 23:32  
펑키빌라는 수쿰윗 쏘이 10이 아니라 수쿰윗 통로 쏘이 10입니다. 혹시나 이 글 보고 잘못 찾아가시는 분 계실까봐.. ^^;
나란까 2011.06.05 14:56  
아이고...이번에는 좋은 추억 만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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