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세 영어도 못하는 남자 나홀로 여행-10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났다.
한국에서 머리가 길어 깎고 갈까? 하다가 “그냥 태국 가서 깍지 뭐~~~”
이런 마음으로 왔었다.
동네를 어슬렁어슬렁 다니다.
생전 듣도 보도 못한 barber 인데 한두 번 보니 바로 외워지더라.
“역시 언어는 외우는 게 아니야, 실전인 거야!!!”
barber라고 적힌 곳이 이발소라는 걸 알았다.
그도 그럴 것이 안에서 서양 놈이 머리를 깍고 있으니 당연히 이발소인 것이다.
“아! 들어가서 원하는 헤어스타일을 어떻게 이야기 하지?”
고민 고민하다
용기를 내어 들어갔다.
“리틀 컷 프리즈”
“왔?”
음 머리카락을 들어 머리뿌리를 자르는 모양을 하고 ”노”
머리카락을 들어 조금 자르는 모양을 하고 ”오케이? “
“응 알았어.그라고는 막 웃는다.
눈을 감았다.
어떻게 되든 알아서 하라고…….
“삐니쉬”
“음~ 나름 괜찮군”
백밧주고 땡큐하고 나왔다. 사천 원에 시원하게 깍고 나왔다.
참 착한 가격이다.
그렇게 마사지와 두루뭉술한 나날을 보내다 귀국을 하게 되었다.
이제 다시는 후기를 쓰지 않으려 했다.
마사지 받는 거 말고는 별다른 내용도 없고 해서…….
그런데도 이번 후기를 쓴 이유는 파타야에서 수완나폼 공항으로 오는 과정에서 고마운 사람을 만나서이다.
그 가족 신랑이 스마트폰으로 태사랑을 보는 것 같았다.
혹시나 이글을 보면 다시 한 번 고마운 마음을 전달하고 싶다.
좀티엔 쪽 롱루앙버스 터미널에서 수완나폼 공항으로 오는데,
한 가족(부부랑 아이 세 명)이 내 옆과 뒷좌석에 앉았다.
버스 출발 후 이십 여분이 흐른 뒤,
갑자기 배탈이 났다.
먼가 크게 잘 못 되고 있었다.
아랫배가 살살 아파 오는데 사람이 환장하겠더라.…….
창가에 앉은 나는 화장실을 가려 했으나,
그 가족 신랑이 통로 쪽에 앉아 잠이 든 것이다.
그래서 깨우기 미안해서 참고 참았다.
이때만 해도 참을 만을 했다.
그렇게 한 시간이지나, 신랑한테서 전화인지 알람인지 와서 다행히 신랑이 깼다. 속이 좋지 않아 화장실을 자주 갈 듯 하니 자리를 좀 바꿔 달라고 했다.
흔쾌히 바꿔줘서 통록쪽 자리에 앉아 있다가 도저히 참지 못해 버스 맨 뒤에 있는 화장실로 갔다.
헐~~~
휴지가 없다………….
하~~~
다시 자리에 와서 참고 참고 또 참고…….
도저히 안되어 운전석 옆에 있는 버스차장한테 갔다.
“아줌마 티슈 프리즈”
“왓?”
“토일렛 페이퍼”
뒤 쪽을 손으로 가리킨다.
“노 노 티슈, 페이퍼………….”
손으로 자꾸 뒤로 가란다.
우메 환장하겠네.…….
다시 돌아와 자리에 앉았다.
버스 차장이 화장실을 못 찾는 줄 알고 나한테 화서 화장실까지 안내해 준다.
“티슈”
버스차장 화장실 문을 열어준다.
“티슈, 토일렛 페이퍼………….프리즈”
버스차장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라고 손으로 계속 안내한다.
결국 화장실 안에 텅빈 휴지걸이를 가리킨다.
“NO”
시크하게 한마디 던지고 자기자리로 간다.
아~~~
환장하겠네.…….
자리에 앉아서 구글맵으로 공항까지 남은 시간을 본다.
“49분”
그래 죽기야하겠나…….
“46분”
내 가방에 들어 있는 물건들을 하나하나 떠올린다.
“A4용지 한 장”
“지폐”
“돋보기”
“돋보기 닦는 수건?????”
아!!!! 결정을 해야 한다………….
참자 참아~~~~
“20분”
결국 뒤를 돌아본다.
아이가 있으면 보통 휴지나 물티슈가 있을 거야…….
“저기 죄송한데요. 휴지가 있으면 좀 빌려주세요.”
“아 네 여기 있어요”
“이건 나에게 휴지가 아니라 하늘에서 내려온 생명줄 이였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바로 화장실로 가지 않고 생각에 잠긴다.
그 아이엄마 바로 뒷자리가 화장실이다.
정상적인 상태에서로 약간 민망한데…….
이런 상태면 굉장한 소음이 발생할 텐데…….
“그래 결심했어!!! 눈 딱 감고 가는거야…….”
한 시간을 참았으니 오죽하겠나.…….
최대한 조심스럽게 작업을 마치고 보니 공항이 거의 다 왔다.
5분만 있으면 공항에 도착인데…….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자리에서 편안한 맘으로 공항까지 왔다.
“애기엄마 다시 한 번 정말 고마워요~~~”
티케팅을 마치고 1층 스트리트 푸드 코너에서 마지막 밥을 먹고 남은 쿠폰을 돈으로 바꾸려는데 옆에 한국 아줌마랑 구폰 아가씨가 뭐라고 계속 이야기 한다.
내가 그분한테
“아마 쿠폰을 너무 많이 사서 그런 것 같은데요…….”
“여기는 한사람에 백밧정도면 어지간한 식사는 됩니다.”
“아 감사합니다………….”
그제야 한국 아줌마 쿠폰을 조금 적게 사는 것 같았다.
다시 1층에서 4층으로 가려는데 혹시 그 아줌마가 버스 안에서 휴지 빌려준 분이 아닌가 해서 3층에서 에스컬레이터를 유턴하여
다시 1층 식당으로 내려가 그분을 찾았다.
“저 혹시 좀 전에 버스에서 휴지 빌려주신 분 아니신가요?”
“아닌데요”
“아 죄송합니다. 남은 쿠폰은 사신 곳에 주면 돈으로 돌려줍니다.”
“아 감사합니다.”
버스 안에서 휴지 빌려준 분으로 착각을 한 것이다.
버스 안은 잠을 자라고 모든 불을 끄고 와서 컴컴해서 그분 얼굴을 착각 한 것이다.
공항으로 오는 두 시간이 이번 여행에서 가장 힘든 과정이었다.
귀국 전, 마지막 밤은 언제나 아쉽다.
늘 살아왔던 패턴이 그립기도 하지만 가끔은 이국적인 곳에서 이국적인 환경에 적응한 나의 모습에 신선함도 느낀다.
하지만 떠날 때 썽태우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던 나의 마사지사들의 얼굴에서 난 이들에게는 스쳐 지나가는 많은 외국인들 중 하나라는 걸 다시 느낀다.
이들의 삶이 어떤지는 모르지만 내가 느낀 한 가지.
단골 마사지 가게에서
한국에서의 생활은 늘 바쁘고, 바쁘지 않아도 바쁜 것 같고, 바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일상 속에서 서로 눈치 보며 사는게 힘들고 지쳐 이렇게 여행을 왔다고 했더니
다리가 불편한 엄마와 같은 가게에서 마사지 일을 하던 소녀가 내게 했던 말
”너는 이런 걸 경험 해 볼 수 있는 기회라도 있지 않니?”
13세 마사지 소녀에게 배웠다
머리가 멍했다
아들 동생뻘인 소녀에게…….
난 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라도 얻은 사람이었다.
난 그래도 지구에서 많은 혜택을 누리고 사는 사람 중 한 명이였다.
내 삶이 힘들게 아니다.
내 생각이 힘든 거다.
그럼 그냥 내 생각만 바꾸면 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