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2】어메이징 타일랜드 2 ▣ 우이와 함께한 수요일
태국에서의 밤은 한국보다 짧다.
아직 이른 햇살이 창밖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보통 한국에서라면 햇살 때문에라도
더 깊이 자지 못하겠지만 오늘은 다르다.
전날 무리를 한탓에 도저히 일어나질 못하겠다.
핸드폰 알람을 10분씩 연장해가며
1시간동안 계속 침대 속에서 해맸다.
9시가 다되서야 겨우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다.
오늘은 할일이 아침부터 많다.
오늘 할일(했던 일)을 간단히 표로 만들어보면..

대충 이렇다.
씻고 아침으로 옌타포 컵라면 하나를 해치우고 나서
맡겨놓고 갈 짐과 가져갈 짐을 구분하느라고
아침 10시부터 짐과의 전쟁이다.
선물 20키로 때문에 정신이 없다.
일단 낫을 위한 선물과 내 짐만 간단하게 추스려서 빼내고
나머지 옷과 선물들은 큰 캐리어에 집어넣었다.
깐짜나부리에서 돌아오는날 숙소에 들러서
애들 선물만 가지고 나갈 생각이었으나..
이것도 나중에 어메이징 방콕의 시초가..-_-^
어쨌든 짐까지 정리하고 나니 11시가 훌쩍 넘어간다.
아침부터 과도하게 짐정리를 해서 그런지
외출 하기도 전에 지쳐버렸다.
-Rrrrrrrrrrrrrrrr
때마침 벨이 울리고 우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우이야~"
"응, 일어났어?"
"일어났지, 너 어디냐?"
"난 회사지, 이따 12시반까지 데리러 갈게 내 여자친구랑 같이 점심 먹자"
"응! 그래 알았어, 이따봐"
짐을 다 정리하고 나서 꽃단장 들어갈 시간도 없다.
그냥 후다닥 옷만 간추려서 입고나니
아슬아슬하게 12시가 넘어간다.
오늘은 꽃무늬 치마에 흰 나시에 흰가디건 그리고 흰 페도라까지 깔맞춤을 하고
오기전 새로 장만한 샌들을 신었다.

완전 돈/G/랄한 더블룸을 아쉬운 듯 한번 쳐다봐주고
서둘러 로비로 내려왔으나 말이 통해야 말이지..
체크아웃 하고 싶습니다까지 했으나
짐을 맡겨달라는 영어를 던질까 말까 망설여졌다.
역시 별 수 없으니 우이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서 통역을 부탁했다.
언제부터 호텔에 맡기고 언제 다시 올껀데
어쩌고저쩌고~ 블라블라~ 열심히 설명하고 나서
짐을 맡기는 것 까지 끝나자
벌써 12시 반이 되었다.
그리고 또, 어메이징 타일랜드 <시즌 2> 그 두번째 이야기
한참 로비에서 바깥을 구경하고 있었을까
우이가 데릴러 왔다.
녀석은 보기에도 피로감이 한가득인 얼굴을 하고 왔다.
"우이야!"
"응, 잘잤어?"
"너.. 어째.. 괜찮겠냐?"
"아.. 집에가서 잠 못자고 바로 회사갔더니 죽겠어"
"근데 이렇게 회사 조퇴해도 돼?"
"괜찮아~괜찮아~일단 밥 먹으러 가자"
이런말.. 하면 안어울리겠지만
너 잠 못자고 초최한 모습임에도
왤케 빛이 나는거니 ㅠㅠㅠㅠㅠㅠㅠ
뭔가 달라졌나 싶었더니 교정기를 빼고나서
한층 더 멋있어졌구나!! (아하!)
"뭘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봐?"
우이가 운전하는 차에 타서
열심히 차를 모는 옆모습을 구경하자니
또 나름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몰랐는데, 너 잘생겼구나?"
"..그걸 이제 알았단말야?"
"예의상이라도 사양하는 시늉 좀 해라"
"사실인데 뭐~"
"아..그래-_-"
오전의 호텔앞 사거리는 어젯 밤의 그 텅텅 빈 도로와 같은 곳이라고는
상상이 안될 정도로 차들이 빼곡하다.
아.. 이래서 러시아워라고 하는군..
"차들 대박 많다"
"이정돈 적은 편이지.."
"그나저나 너 여자친군 안데릴러 가도 돼?"
"괜찮아, 알아서 올거야"
"뭐야.. 그래도 여친인데 너무 방치하는거 아니냐고"
"걔도 자기 차있어. 거기서 만나기로 했으니까 괜찮아"
나는 우이의 차가 널찍하니 편해서 기분이 좋아졌다.
한국 왔을 때 힘들게 지하철 태워서 뺑뺑이 시킨게 못내 미안해질정도로...ㅋㅋ
미안! 내가 운전 못해서!!
우이는 차로 가는 내내 이런저런 얘기를 해주었다.
보통 태국 남자들은 18세가 되면
부모님들이 차를 몰도록 가르쳐준다거나
동생들을 데리고 가고 데려오는 일을 맡긴다는 둥..
아 참고로 우이에겐 금쪽같은 여동생들이 4명이나 있다. ㅋㅋㅋㅋㅋㅋ
다들 한 미모하기 때문에 유학 할때도
친구들이 동생 한번만 소개시켜달라고 난리도 아니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하나같이 미녀들이라고..
하지만 우이는 저얼대로 허락하지 않았다나 뭐라나..
그래서 작년에 왔을 때 '떤'도 나랑 놀다가도 시간이 되면
여동생을 데릴러 갔어야 했던거구나..
아무튼 이 태국 오빠들의 여동생 사랑은 눈물겹다.
그러고 보면 '닉쿤'의 여동생 사랑이 유별난게 아니라,
이 태국 남자애들의 마인드가 참 다 그런거 같다.
(부럽다.. 우리오빠는..안그런데.. 흠-_-;)
차가 막히는 시간대가 아니라서 생각보다는 빨리
센트럴 월드에 도착했다.
이곳이 이번 여행에서 나의 메인 활동처가 될 줄은..
참 몰랐네잉.. -_-
우이랑 같이 3~4층인가 위로 올라갔다.
핸드폰 대리점이 몇군데 즐비해있었다.
우이는 잠시 나에게 앉아있으라고 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멀리서 봤는데도 여자애의 자태가 호리호리하니 범상치 않아보인다.
허리까지 오는 웨이브진 긴 머리에
가녀린 몸매가 딱 우이가 좋아할만한 스타일이긴 했다.
혼자 멀뚱히 앉아 여자애를 분석하고 있으면 어느새 볼일이 다 끝났는지
둘이 같이 걸어나왔다.
와- 이쁘다.
상당히 어려보이는 미모의 소유자다.
"야 우이야 완전 이쁜데?"
"당연하지, 인사해 이쪽은 내 여자친구 '완'이야"
"아, 안녕하..아니지 싸왔디카!"
"이쪽은 내 친구 란티엔"
"사왓디카 ^^"
헐, 목소리마저 나긋하니 천상 여자다.
우이야 너 어디서 이런 훌륭한 여자친구를 만난거니.
약간은 뻘쭘 +어색한 첫 만남을 가지고 나서
일단 식사를 하기 위해 자리를 이동했다.
난 영어를 저~언혀 못하는 고로 우이가 중간에 통역을 해줘야 했다.
"너무 예쁘다, 니 여자친구"
"하하하하하!"
"니가 능력이 좋긴 좋구나"
"이제 알았냐고!"
"얼마나 사귀었냐?"
"흠.. 지금 6년인가.. 7년 됐지?"
-0-
난 그냥 입을 떡벌릴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아는 그 김우이가 맞나요?
우이 아닌거 같아!
맨 위층으로 올라가니 레스토랑이 아주 그냥 즐비~하다.
한창 점심 때라 맛있는 냄새가 마구마구 풍겨나온다.
"뭐 먹을래?"
"나 지금 아무거나 다 먹을 수 있을거 같아"
"하하하, 태국 음식 콜?"
"콜!!"
우이와 완은 여기저기 기웃거리더니,
이내 정했는지 빠르게 음식점으로 움직인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약간 캐쥬얼 태국 음식점으로
열대의 분위기도 살고, 목각인형이나 이런저런 분위기만으로도
충분히 태국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음식점이었다.
"와.. 여기 분위기 죽이는데?"
"맘에 들어?"
"엉! 완전 맘에 들어!!"
우이는 열심히 메뉴를 보고 뒤적거리더니..
무려 8개정도 되는 음식을 주문한다.
뭔가 종업원이 끊임없이 블라블라 하면서 메뉴를 읊는 것을 보고
심상치 않은 기류를 느낀 내가 중간에 컷트를 때렸다.
"야야야.. 너 뭐야, 너무 많이 시켰어"
"아 많아?"
"많다고.. 지금 몇개째냐;;"
"몰라 괜찮아. 먹고 싶은건 다시켜"
일단 쏨땀과 팟타이 종류 뿐 아니라
텃만꿍, 카오팟 등등..
먹을 수 있는 종류는 다 시킨것 같다.
"참 너 새우 좋아하지?"
"응! 완전 좋아하지"
"알았어 그럼 시킨다"
"아니! 좋아만 한댔지 언제 시키랬냐고!"
"저기요. 이거랑 이거주시구요.."
우이는 내 말은 귓등으로도 안듣는다-_-
좀 들어라 생퀴야!!
그렇게 음식을 잔뜩 시키고 나서 나와 완은 나란히 앉아서
나의 짧은 영어실력을 저주하면 가벼운 인사말을 주고 받았다.
그래봐야 니가 이쁘니 내가 이쁘니 하는 소리들 뿐이지만 말이다.
음식이 나올 동안 또 우리의 폭풍수다는 멈춤이 없었다.
"대단하다, 너네 7년씩이나 사귈 수 있겠어?"
"근데 7년이라고 해도 우리가 실제로 같이 지낸건 1년도 채 안돼"
"왜?"
"내가 대련에 있었고, 쟤도 영국에 갔다가 왔거든"
"아 그래?"
"근데 영국에서 오자마자 바로 일본으로 건너갔으니까"
"일본?"
"응, 일본에서 유학했..아 맞다! 너 일본어 하지?!"
"너 임마 그얘기를 왜 지금..-_-+"
"으하하하! 맞다! 너 일본어 하지!!"
뭔가, 답답한 대화의 창이 갑자기 활짝 열린 느낌이었다.
멍충이 우이녀석 때문에 괜히 되도 않는 영어 씨부린다고 머리 아팠거늘..
알고봤더니 우리의 스마트하신 우이 여친께선 일어도 수준급이시다.
"일어 할줄 아세요?"
"네네, 할줄 아시네요!"
"와와. 잘됐다, 엄청 잘하시네요"
"아니예요, 근데 일본어는 어떻게?"
.
.
이렇게 시작한 포풍 수다는 음식이 나오고 나서도 끝나지 않았다.
뭔가 우리끼리 수다 떠는걸 흐뭇한 아빠미소로 보고 있던 우이가
심심한지 놀아달라고 보챌 정도다.
"뭐야~난 못알아들어~"
"우이가 참 애같은 면이 있죠?(일본어)"
"그러네요 제가 참 힘들어요(일본어)"
"뭐냐고!! 나 못알아 듣겠다고"
"^___^씨익~ 너 잘났다고"
"아 진짜?"
진짜겠냐 ㅋㅋㅋㅋㅋ
완은 의외로 나랑 비슷한 과인가 보다.
농담치는것도 좋아하고, 스타일도 얌전해 보이는거랑 안어울리게 수더분한 면도 있다.
완도 우이에 대해서 꽤 많이 알고 있는것 같은데..
나중에 한국에 놀러온다 했으니 기회가 되면 우이의 진면목을 파헤쳐봐야겠다 ㅋㅋ
우이는 우리둘이 대화가 통하는게 그렇게 좋을수 없댄다.
아주 시종일관 싱글벙글이다.
"그렇게 좋아"
"응! 둘이 말 통하니까 너무 좋아"
"왜?"
"통역하는거 귀찮았거든^0^"
"개객끼"
"응?"
"아냐 이쁘다고"
해맑게 웃어대는 우이한테 상콤하게 대꾸해주고
다시 음식을 섭렵하기 시작했다.
이 얼마만에 먹는 태국음식이든가.......흐흐흐흐흐흐
"근데 완, 너무 안먹는다 그거 갖고 돼?"
이미 한참전에 개미 모이만큼 먹고 수저를 내려놓는 걸 본 내가 물었다.
그 많은 음식들은 나와 우이랑만 싹쓸이 하고 있으니...
"아 나 많이 먹었어요 괜찮아요"
"많이 먹기는, 완전 새모이만큼 먹었구만"
"완 쟤 많이 먹은거야 냅둬"
우이가 입에 음식을 한가득 문채 우물거리며 말한다.
너 지금 니 여친이 몸매관리 한다고 고정도 먹은걸 갖고
많이 먹은거라고 퉁치는거냐 -_-+ 이 개념 미탑재된 놈아
"여기 새우 아직 많은데 먹어~"
"아, 나 새우 못먹어요"
"뭐시라?"
"응, 쟤 새우 못먹어 냅둬"
이 똥고에 후시딘 바를 놈이..
지금 지 여친은 새우를 못먹는데 죄다 새우 음식만 시킨거???
"야! 김우이! 니 미친나.. 니 여친은 새우 못먹는다 카는데"
"괜찮아, 많이 먹었지?"
"응 많이 먹었어"
"거봐 많이 먹었대잖아"
그럼 이자리서 많이 안먹었다고 하냐 이上놈아!
정말 우이가 잘해주는건 알겠는데,
가끔 내 머리로는 이해가 안되는 게 너무 많다.
완은 한참 더 얘기하다가 친오빠 결혼식이 오늘이라서
네일아트 받으러 가야한다고 일어났다.
"다음에 또 만나서 놀아요"
"그래요 조심해서 가고요! 오늘 재밌었어요!^^"
"나 바래다 주고 올께"
"아냐, 여기 있어 혼자 가면돼"
"바래다 줄게, 란티엔 괜찮지? 5분만 기다려줘"
"아무렴요 니가 안바래다 주면 내가 할라 그랬어"
"ㅋㅋㅋㅋㅋ 그래 기다려 금방 올게"
우이는 됐다고 손사래 치는 완의 손을 "꼬옥-"잡고 바래다 주러 가신다.
아아~ 난 언제 저런 남친 만들어 보나...
안그래도 쓸쓸한데 한방 먹었구만..
근데 5분정도 걸린다는 우이가 5분도 채 안되서 금새 돌아왔다.
"뭐야? 왜 벌써와?"
"아 굳이 혼자 간대잖아"
"그래도 데려다 주지"
"안그래도 그럴라고 했네요.. 뭐 냅둬, 알아서 가겠지"
"쿨한 놈"
"이 오빠가 좀 쿨하잖냐"
"새우나 쳐드세요^^"
우이랑 완은 친구의 소개로 알게됐다고 한다.
완은 집안이 꽤나 하이레벨이라서..
우이도 잘사는 편인데도 그보다 훨씬 더 높다고 한다.
어쩐지 자태나 기품있는게 뭔가 좀 달라보이더라니..
대학 졸업하고 무려 첫차로 아우디를 선물 받으셨단다.
그런데도 아까 먹고 나서 계산하려고 돈 꺼내려는거 보고 되게 소박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지진 때문에 일본에서 유학을 관두고 돌아온지 얼마 안됐다고 한다.
어쨌든 왁자지껄하게 폭풍 식사가 끝나고..
나는 계산하려고 바트를 꺼냈다.
이 언니 이래뵈도 돈 좀 쓰는 뇨자...
"카드로 계산해주세요"
하지만 우이는 이미 카드를 냈을 뿐이고.
나의 바트는 -_- 순간 퇴색해서 빛을 잃었을 뿐이고...
"너..어..님"
"다음에 사 다음에 ㅋㅋ"
"어제도 돈 썼잖아 너"
"됐어, 얼마 안해"
"고마워, 잘먹었습니다!"
"네네~"
역시나 이번에도 얻어먹었습니다 (!!)
다음 코스는 나의 절대적(!) 주장으로 인해 스완센으로 갔다.
스완센은 초코아이스크림이 진리이므로..
나는 또 다시 초코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아..난 이거 골라야지, 넌 뭐 먹을래"
"음.. 난 그닥.."
"안좋아해?"
"일단 너 골라봐 주문할게"
우이는 뭐라뭐라 주문하기 시작했다.
사실 스완센은 작년에 한번밖에 안와봤지만..
처음 먹어본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어서 다시 가려고 마음 먹은 곳이다.
하지만 누구는 너무 달아서 머리가 아프다고 한다.
"스완센은 너무 달아"
"응! 그래서 좋아! 달잖아!"
"너~무 달아"
"아, 그럼 딴데 갈껄 그랬나?T_T"
"괜찮아~괜찮아~"
우이는 미안해하는 나한테 괜찮다고 손사래 친다.
그리고 드디어 기다리던 나의 미니 초코 아이스크림이 나오고!
우이는 물만 홀짝 이고 있다.
아.. 내것만 시켰구나 싶어서 흘낏 눈치를 보고 있자니..
갑자기 종업원이 내거의 3배만한걸 들고 온다.
"뭐야!!!!!!너!!!!"
"햐햐햐햐햐! 이건 내가 여기오면 항상 먹는거야"
"..이시키.. 또 날 속였겠다"
초딩마냥 메롱메롱 거리며 아이스크림을 흡입해주시는 김우이씨!
너 그러다 진짜 아이스크림통에 넣고 맨홀에 빠트리는 수가 있다.
"단거 싫어한다매!"
"내가 언제, 너무 달다고 했지 싫다곤 안했다?"
"... 우씨!"
"ㅋㅋㅋㅋㅋ 바보"
우이랑은 열심히 아이스크림을 쳐묵쳐묵하면서
친구 A의 뒷땅을 열심히 까기 시작했다.
뭔가 뒷땅이라기엔 팩트들이 많았지만, 어쨌든 친구 A의 만행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이 친구 A가 우이랑도 친구라서 같이 아는 애였다.
얼마전 태국 가기전에 A와 얘기한걸 꺼내면서, 나름 고충을 털어놓았다.
"그래서 A랑은 만날거야?"
"모르겠어, 스케쥴이 안될거 같은데 애들이랑 다 같이 보자고 해도 A는 싫다고 하니"
"그럼 만나지 마"
"그랬다가 나중에 난리 날텐데?"
"초딩도 아니고, 난리 치라그래 뭐가 겁나?"
"겁나는게 아니고, 그냥 신경쓰이니까"
"내가 나중에 A한테 말해볼게"
"너 지금 나랑 이렇게 만나는것도 A가 알면 난리 칠텐데"
"A가 나한테 그러면 죽지.. 큰일난다"
"그냥 지구는 둥그니까 다들 사이좋게 지내면 안돼?"
"내말이 그말이다."
결국 그냥 내버려두자는걸로 유야무야 결론내리고 나서
우이는 또 계산을 하신다.
이젠 돈 내려는 시도조차 포기하게 만드는군아.. 니가..
"이제 뭐하고 싶어?"
"어디가서 잘까?"
"뭐?!!"
"ㅋㅋ니 눈이 너무 졸려보이셔서"
"됐네요. 아 너 머리하러 안갈래?"
음?!머리?
솔깃한 소리긴 하지만..
우이야, 내가 이머리 한국서 꽤 비싼 거금을 들이고 한 머린데..
다시 돈 주고 망치고 싶지 않다 ㅠㅠ
이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그렇게 말하진 않았다.
난 착한 사람이니까!
"갑자기 머리는 왜?"
"아.. 더워서 머리 좀 자를까 하는데.."
"아, 그럼 가자"
"너 안할거면 안가고"
"난 구경만 하고 싶어. 머리는.. 음 하는걸 볼게^^"
"아냐 그럼 가지마"
"갈래 갈래 갈래 갈래 가자 가자 가자 가자"
무한 리플레이 조름으로 우이는 두손 두발 다들었는지 OK한다.
우린 우이가 자주 가는 미용실을 가기로 했다.
태국 미용실 구경은 처음 하는거라 두근두근 설렜다 (왜?ㅋㅋㅋ)
"그럼 씨암 스퀘어쪽으로 갈까"
"앗, 파라곤?"
"응 그 근처야"
"오케이! 렛츠고고고!"
우이는 또 열심히 차를 몰아서 스퀘어로 가주신다.
역시나 주차자리 없ㅋ음ㅋ
결국 주차장 찾아 삼만리 하고 30분이 걸려서야 겨우 주차를 할 수 있었다.
차를 가져오면 몸은 편한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차를 안가져오면 몸도 힘들고 시간도 많이 소요된다(!)는
사소한 진리를 깨달으면서 우리는 스퀘어 한복판으로 떨어졌다.
"진짜 머리 안할거야?"
"나 이거 그저께 한 거란 말야"
"헐 진짜?"
"나름 염색도 한거라규ㅠㅠㅠㅠ"
"어쩐지.."
"이쁘다고?"
"아니, 티도 안나더라고"
"얌마!!"
"ㅋㅋㅋㅋ"
오질라게 더운 바깥에서 걸어다니자니 금새 힘들어진다.
그래도 바짝 더운 태국은 습기는 없어서 그나마 낫다.
차와 사람이 바글바글한 곳을 지나가면서 우이가 갑자기 건물 위쪽을 가리킨다.
"쟤 어디서 많이 본거 같지 않냐?"
"누규?"
우이가 가르킨 건물에는 대형 광고판이 커다랗게 걸려 있었다.
샴푸 광고판이었는데 여자모델이 큼지막하니 떡하고 박혀있었다.
"누구지? 본것 같기도 한데"
"정말 기억안나?"
"누구여? 모르겠는데?"
"뻔이잖아"
"뻔..?"
뻔이 누구....아아아아아아앗!!!!!!
"설마, 작년의 그??!"
"ㅋㅋ 빙고!"
뻔이라고 하면 작년 우이가 한국에 왔을때 같이 온 여자친구였다.
아, 그냥 여자 사람 친구다.
잠깐의 "썸씽"이 있던 지나간 친구라고 해두면 되겠다.
이 뻔도 무쟈게 이쁜 미친 미모의 소유자라..
"설마.. 뻔이 왜 저걸?"
"응, 쟤 광고 모델이야"
"헐...? 헐헐??"
"옛날엔 광고 모델이었고, 지금은 아마.. 미국으로 갔나 그래"
우이야, 너 능력도 좋다.
재벌급 여친도 모자라 모델급 여자까지 만난거냐.. -_-
그래 사람은 이쁘고 봐야 한다지만..
갑자기 니가 부러워 지는구나 ㅠㅠ...흑흑...
난 우이한테 물어봤다.
"너 뻔이랑 아직도 연락해?"
"아니, 이젠 안하지"
"난 하는데?"
"...진짜?"
"응"
"으하하하 진짜?"
"응"
"하지마"
"왜"
"이젠 안해도 돼 진짜 ㅋㅋㅋ"
"생각해봐서"
"란퍼어엉~~~"
"메롱~"
내가 누구 좋으라고? ㅋㅋㅋㅋ 그렇겐 안되지
당황한 우이를 실컷 골려주면서 우리는 미용실에 도착했다.
그냥 보기에도 소박해 보이는 미용실은 완전 바쁘게 돌아간다.
다들 머리하러 왔는지 자리가 북적북적이다.
한 10평 남짓 좁은 공간인데도, 사람들이 바글하다.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금방 자르고 올게"
"응응~"
우이는 지갑이랑 맡겨놓고 자리에 가서 앉는다.
나는 주위를 휙휙 둘러 보았다.
게이 오빠들도 많이 보이공...
근데 하나같이 머리스타일이...
<엄하다>
이게 최신 방콕 유행 헤어스타일인지 모르겠는데.
빗자루 머리, 볶음콩머리, 빨래판머리..
뭐.. 나름 유행이라면 유행이겠지만..
오히려 머리하러 오기 전 스타일이 더 괜찮은거 같은데;;
어째 머리를 할수록 요란하고 더 해괴망칙한거냐!!!
내 앞에 앉아있는 덩치 큰 언니는 아주 짧게친 스포츠 머리를
오늘은 결혼식에 참석해야하니 아주 부드러운 웨이브로 부탁해요
포스를 뿜고 있었다.
담당 미용사가 쩔쩔매며 힘들게 머리를 말아올린다.
한무더기씩 머리를 동글동글 말아올리니..
이건 뭐..
안그래도 푸짐해진 인상이 더욱 푸근업그레이드다.
그래도 끝나고 나서 매우 만족(!)하셨는지 신나서 나가신다.
일단 그 장면을 목도하고 나니 우이가 심히 걱정스러워졌다.
녀석의 헤어스타일이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는건가..
한참을 샴푸하고 컷트하고 샴푸하고 반복하고 나서..
우이가 다시 내게 왔을 때는 엄..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머리 어때?"
"응 이쁘다, 괜찮아"
라고 밖에 말하지 못한 내가 미안해.
하지만 우이는 뭔가 불만인지 쌜쭉거린다.
"왜그래?"
"별 차이가 없는거 같아"
"자른게?"
"응. 너무 조금 잘랐나?"
아니야, 그정도라서 다행이야.
그정도기에 참사를 면한거야 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난 착한 아이니까 ^^
"지금도 이뻐! 걍 가자"
"그래, 알았어"
그래도 몇백밧이나 지불하는거 보고..
아무래도 다음엔 미용일을 배우는걸 고려해봤다.
짭짤해 짭짤해..-ㅅ-
"이제 어디갈까?"
"쇼핑을 해야지?"
"쇼핑?"
"응, 뭐 사고 싶은거 없어?"
"그냥 아무거나 사긴 사고 싶은데"
"가자고~"
우리는 근처의 쇼핑몰을 돌면서
본격 쇼핑을 시작했다.
동전지갑이나 향초같이 기본적인 품목부터
옷이나 신발등을 구경하자니 시간이 훌쩍 훌쩍 지나간다.
옷도 199밧밖에 안해서 무척 쌌다.
맘에 드는 하얀색 원피스를 발견했으나
왠지 입으면 터질것 같은데..;;;
"이거 맘에 드는데 입음 터질거 같지 않아?"
"안에 늘어나서 괜찮을걸?"
"음.. 이걸로 할까?"
"난 좋은데"
"오케이"
"무지 쉽게 산다 너 ㅋㅋ"
원래 쇼핑체질이 아닌데다가,
이것저것 비교하면서 시간 질질 끄는건 내 스타일이 아니다.
나는 뭐든지 속전속결로 하는게 좋기 때문에..
맘에 들면 그자리에서 질러버린다.
결국 그렇게 지르자 짐이 또 한가득이다.
"줘봐 들어줄게"
"내가 들게~"
"괜찮아, 이리줘"
아무리 봐도 아깝다.
이런 듬직한 녀석이 단지 친구라는게 너무 아깝다.
우이는 이미 전날 밤샘으로 매우 피곤한 상태임에도
날 데리고 이리저리 끌고다녀줬다.
녀석이 정말 수고가 많았다.
"너 피곤하지 않아?"
"아냐, 좀 졸린거 뿐이야"
"그게 그거지"
"달라 피곤한건 힘이 없다는거고"
"졸린건?"
"졸린건, 그냥 졸린거야"
"......-_-멍미?"
영양가 한그람도 없는 씰없는 소리를 하면서
우리는 스퀘어 한복판을 요리조리 돌아다닌다.
땡볕이 참 그윽하기도 하다..
어쩜이리 집요하게 나만 따라다니는지 ㅠㅠㅠㅠㅠㅠㅠㅠ
"아 여동생들 사진 보여줄게"
우이는 길 걷다 말고 갑자기 여동생들 사진을 보여준다.
정말로 4자매와 우이가 같이 있는거보니 묘하기까지 하다.
첫째,둘째,셋째,넷째 다 제각각 이미지가 다르지만
다들 하나같이 미인이다.
"와.. 셋째는 진짜 이쁘네"
"그지?"
"응, 한국 연예인 닮았어"
"누구?"
"..음 있어 이쁜연예인"
지금 이혼소송중인 이지아라고.. 말은 못하겠다..쿨럭
근데 묘하게 눈매나 이런부분이 많이 닮은거 같았다.
이집도 참 아들 딸들이 선남선녀라
부모님들이 안먹어도 배부르시겠다..-_-^
"아 목마르다.."
"그래? 그럼 잠깐 여기 들리자"
우이는 가는 도중에 전주나이차 가게에 들린다.
그리고 커다란 사이즈의 전주나이차를 사서 내손에 들려줬다.
헉.. 크다
아 이거 너무 빅사이즈라...
한통 다마시면 저녁 못먹을거 같은데...
"아, 맞다 아이폰 케이스 사야하는데"
"어? 왜"
"여자친구가 아이폰 오늘 샀는데 케이스 갖고 싶대서"
"음.. 그럼 케이스 보러 갈까?"
우리는 케이스를 보러 또 열심히 돌아다녀주신다.
우이는 나랑 달라서 쇼핑 스타일이 엄청나게 깐깐하다. ㅋㅋ
앞전에 봤던거랑 나중에 봤던거랑 계속 왔다갔다하면서 비교하신다.
피곤하다면서 쇼핑에 이렇게 열정적인 놈은 또 처음이다.
"음.. 역시 아까 거기서 사야할까?"
"뭐야, 거기가 더 나?"
"모르겠어. 일단 다시 가보자"
"알았어"
몇번을 왔다갔다 하던 우이는 결국 최종적으로 맘에드는걸 골랐다.
쇼핑을 마치자 오후 6시가 되었다.
아까 5시에 낫한테 연락이 와서 저녁에 온다고 했었는데..
"낫이 온다고 하지 않았어?"
"온댔어"
"언제?"
"지금 오는 길인데 차가 막히나봐"
"음.. 그럼 어쩌지?"
"어디 들어가서 기다릴까?"
"그러자"
우린 근처의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2층엔 인터넷 카페도 있었다.
우이랑 나는 들어가서 음료를 시키고 인터넷카페로 올라갔다.
우이가 30분짜리 티켓 두장을 끊어서 왔다.
근데 여기서는 패스워드랑 아이디랑 치고 별도로 민증번호 같은걸 치나보다.
내가 접근을 못하고 있으니 우이가 자기 민증을 넣어줬다.
"자 간만에 인터넷 바다를 헤엄쳐 보실까~?"
"난 축구나 봐야지"
우이는 맨체스터 경기 본다고 삼매경이다.
난 덕분에 열심히 사이트를 열고, 잠시 회사 사이트 들어가서
상품 관리랑 광고 관리를 열심히 해주신다.
먼 이국땅에 와있어도 회사가 걱정되긴 되나부다 ㅋㅋㅋ
그리고 간단하게 태사랑에도 안부글을 하나 싸질르고 나니
어느새 30분은 다 차고 없어져간다.
결국 30분을 추가로 끊어서 열심히 하고 있는데
낫에게 전화가 왔다 금방 도착한댄다.
"어, 피낫 금방 온다나봐"
"잘됐네. 난 화장실 다녀올게"
"그래"
화장실은 한층 더 올라가서 있었다.
상당히 좁은 구조로 되어있어서
조심 안하면 문짝에 발가락이라도 찍....
-꽝
소리와 함께 나는 일시정지를 했다.
설마.. 하면서 아래를 내려보았다.
그 짧은 순간에 엄청난 고통이 밀려왔다.
"하아아아아아아......."
발가락을 문에 찍혀본 사람은 알것이다.
살이 가장 연한 발톱 윗부분이 문 모서리에 아주 깊게 패여서
피가 그야말로 분수처럼 철철 넘치고 있었다.
새로산 베이지색 신발이 붉게 붉게 번져가고 있었다.
"오마이갓!!!"
일단 급한데로 화장실을 들어가 휴지로 지혈을 했다.
피가 멈추질 않고 정말 계속나온다.
아픈것보다도 이대로 피가 안멈출까봐 겁이 덜컥났다.
때마침 한국에 있는 친한 동생에게서 국제 문자가 왔다.
-언니 잘놀고 있어요~~^0^♪
-이언니 발가락 찢어져서 피난다
-헉!!!언니 무슨일이예요!!!병원가요!
-친구가 걱정할까봐 말을 못하겠어어 ㅠㅠㅠㅠ 아이고
그와중에도 문자를 주고받으며 피가 멈췄나 살펴봤다.
여전히 피는 계속 나오고 있었다.
우이한테 가면 분명 병원가지고 난리칠거 같고..
아 난 왜이렇게 조심성이 없어가지고 ㅠㅠ
가서 말을 해야하는데 참 피가 안멈추니 걸을수도 없었다.
한참 지난후 겨우 걸을만해쳐서 쩔둑 거리며 내려왔다.
우이는 폰으로 게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Rrrrrrrrrrrrrrrr
타이밍 좋게 낫한테 전화가 왔다.
"어, 피낫 여기 어디냐면..."
"우이야.. 저기.."
"어 잠깐만, 왜?"
"낫한테 약..좀 사오라고 해줘"
"약? 무슨 약"
"그게..."
우이는 그때서야 내 발을 봤고 상황을 바로 파악하셨다.
"너 임마! 왜 진작 말을 안하고!"
"..으잉~ 미안.."
"바보야 여기서 기다려 내가 사올게"
"미안해!"
한참을 휴지로 꼭꼭 싸매고 있으니 그제서야 피가 좀 멈추기 시작했다.
피가 멈추는걸 알고 나니 통증이 더 심해진다. ㅠㅠㅠㅠㅠㅠ
안그래도 새신발 신어서 물집 잡혀서 아픈 발인데, 거기다 상처까지 새로 얹어줬으니..
이 발로 남은 여행길이 막막해진다.
잠시후, 사라졌던 우이가 반창고를 사가지고 돌아왔다.
왜 다쳤는데 말도 안하냐고 뭐라뭐라 잔소리를 들으며 화장실로 다시 올라갔다.
구두에 묻은 핏물을 제거하고 다시 내려왔을 땐 낫이 앉아있었다.
"피~~~낫"
"멍충아 너 또 다쳤다며"
"헤헤.. 별거 아냐"
"다친건 괜찮아?"
"응응! 어떻게 또 이렇게 오셨어~"
"니가 왔잖아 밥팅아"
"흐흐흐흐"
오자마자 구박해도 어찌나 반가운지
입이 귀에까정 걸려가지고 헤헤거리고 있다.
일단 우리는 저녁을 먹기로 하고 아까전 갔던 쇼핑몰로 갔다.
이름은 기억안나는데, 계란으로 오므라이스처럼 만들어서
그 안에 토핑을 여러가지 선택해서 넣어 먹는 볶음밥 집이었다.
우리셋은 메뉴를 통일해서 세접시를 시켰다.
토핑은 베이컨과 치즈!
생각보다 참 맛있다. +_+
열심히 먹고 있으면 우이랑 낫은 못다한 얘기를 나누느라 정신이 없다.
간만에 또 태국어로 열심히 수다 떨어주시는구나.
"란펑, 여기서 괜찮은 애들 있냐?"
"응? 괜찮은 애들이라니?"
"맘에 드는 얼굴 있냐구"
"..흠.. 난 니 옆테이블의 남자가 괜찮은데?"
낫은 흘끔 옆자리의 남자를 보더니 요상한 표정을 짓는다.
뭐야 그 표정은 -_-+
그냥 괜찮다고 했지, 내가 언제 잘생겼대?
"나쁘진 않잖아"
"그렇구나.. "
"갑자기 그건 왜?"
"그냥 한국여자가 보는 태국 남자들 기준이 어떤가 싶어서"
"일단 내가 보통의 한국여자랑은 거리가 멀 뿐더러"
"응 그건 그래"(낫)
"여성성과도 거리가 멀고"
"응 그건 그래"(우이)
"그래도 예의상 좀 아니라고 해줘라 엉?"
"사실이니까^-^"
낫은 나쁜남자다.
우이도 나쁜남자다.
왜 그걸 새삼 깨달았을까!!! 아아아!!!
우리는 8시쯤되어서야 밥을 먹었지만
이미 30분만에 식사 종료를 외쳤다.
슬슬 우이를 보내줘야할것 같았다.
맛이 살짝 간 정도가 아니라, 거의 초인적인 힘으로 서있는거처럼 보였다.
"너 진짜 밧데리 소모 다한거 같다"
"그러니까.. 이제 좀 졸려"
"그럼 우이야 우리차 있는데까지만 데려다 주고 가 알겠지?"
"응 알았어"
피곤에 지친 우이는 우리를 근처에 데려다 놓고 집으로 퇴근하셨다.
수고하셨어요_!
"자 란펑, 우리도 가볼까?"
"응!!!!"
피낫은 익숙하게 운전을 해서 도심지를 빠져나갔다.
이제 조여사님을 데릴러 가야한다.
하지만 우린 처음엔 공항으로 가는게 아니었다.
"뭐야 우리 어디가?"
"아, 잠시 나 볼일이 있어서 볼일 보려고"
"무슨 볼일?"
"일하러 가야해 ㅋㅋㅋ 잠시 들렀다 가자"
낫은 목에 거는 작은 불상 같은걸 사들여서 되파는 일을 한다.
오래될수록 좋은거란다.
그래서 감정하는것도 하는데, 지금은 친구가 산 걸 감정해주러 간다고..
어느 노상에 있는 편의점에 도착해서는 친구로 보이는 태국 남녀 한쌍이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네~"
서로 가볍게 인사하고 낫은 볼일을 보고 나는 화장실로 갔다.
편의점 앞에는 테이블과 의자가 있었다.
화장실에 나와서는 발에 붙은 반창고가 너덜하길래 갈아줄 요량으로
카메라를 테이블 위에 올려 놓았다.
"란펑! 가자 이제!"
"응? 아 어어.. 같이가"
그렇다. 나는 그렇게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카메라는
쌔까맣게 정말 쌔까맣게 잊어버리고 낫이랑 떠나고 말았다.
그렇게 나는 카메라를 잃어버렸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_-
이 미친 어메이징 여행의 시작은
상큼하게 카메라를 잃어버린걸로 시작한다.
정말이지...!!!!
내 카메라!!!!!! 내 사진들!!!!!!!
나는 이 카메라 잃어버린걸 나중에 아유타야에 도착해서 알았다.
어쨌든, 나는 카메라따위 전혀 기억에 없는 채로..
공항에 도착했다.
일단 아직 비행기가 도착전이란걸 확인하고 나서
커피를 사마시기로 했다.
밤을 새기위해선 커피가 필수다.
커다란 통으로 커피 한잔을 다마시니까 얼얼해진다.
"커피 맛있냐?"
"응응, 근데 약국 좀 들리자. 발 쓰라려 죽겠어"
"멍충이.."
낫은 약국에 들러서 빨간약을 사주신다.
"덜렁거리지좀 마"
"미안해~"
그렇게 배회하고 다시 게이트 근처로 돌아갔다.
우리는 제시간에 공항에 도착했지만 조여사님은 나오질 않고 있다.
한참을 기다려도 나오지 않자 초조해졌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안으로 진입하지 못하게 해놨기 때문에
그저 밖에서 멍때리고 기다리는 수밖에..
내가 하도 불안하게 왔다갔다하니 낫이 진정하라고 난리다.
"긴장 좀 하지마 뭘 긴장해"
"왜 안나오지? 문제가 생겼나?"
"문제는 무슨 누나가 넌줄 알아?"
"있지 내가 작년에 나와봐서 아는데 이게 공항 구조가 이상해서 밖으로 나오면 패닉된다니까"
"기다려봐 나올거야"
한참을 기다리고 있으면 낫에게 갑자기 전화가 온다.
조여사님이 결국 나왔으나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서 전화를 때린거다.
우리는 설명해주면서 계속 앞으로 오라고 하지만
이언니는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그자리서 우왕좌왕하고 있다.
아 작년의 날 보는거 같구료 =_=
"언니 그냥 앞으로 쭉 걸어와요! 쭉!"
결국 몇번의 설득을 통해 언니와 상봉할 수 있었다.
낫은 도대체 이 좁은 통로에서 헤맬데가 어딨냐고 투덜거린다.
역시나 짐은... 나의 예상을 엄청나게 뛰어넘는 방대한 양이다.
"언니.. 짐이.. 설마 이거.."
"응.. 좀 많지?^-^"
완전 해맑게 웃고 계시는 조여사님.
이건 많은 정도가 아니라 거의 이민 수준인데요.
20키로짜리 뱅기에 이걸 들고 오신게 더 경이롭네요.
"이젼, 왜이렇게 많이 싸왔어"
"이거 다 애들 선물이야 내거 아니야"
"완전 싼타클로슨데요 언니 ㅋㅋㅋ"
"오늘이 무슨 성탄절이냐?"
우리는 짐들을 끌고 차로 이동했다.
이제부터 본격 아유타야로 떠나야 한다.
아유타야에선 낫의 친구들이 이미 술판벌려놓고 대기중이시라고..
작년의 그 친구들인가보다.
하지만 그 친구들이 작년에 갔던 <뻥>네 술집 다른 사장하고 사이가 안좋아서
이제는 그 술집에 가지 않는단다. 아쉽다!!!!
"다들 너 언제오냐고 물어봐"
"나를? 왜?"
"놀자고, 기다리고 있어 빨리 오래"
"나참..아 이 죽일놈의 인기란"
"니가 좋은 구경꺼리긴 하지"
"야!-_-+"
나는 언니와 한국어로 노닥거리고
낫과는 중국어로 샤바거리며
그 새벽에 아유타야로 향해 떠났다.
작년과 똑같은 거리를 멤버만 바뀌어서 다시 가고 있다.
반갑다 아유타야!!
[Oui-우이]
한살 어린 동생.
하지만 어엿한 사업가.
자칭타칭 꽃미남에 한 인기 하시지만..
무려 7년이나 사귄 여자친구가 있다.
작년 친구와 함께 한국에 들러서
삼겹살을 7만원어치 드시고 가신 장본인.
똑똑하고 매너도 좋아서 엄친아의 대표주자!
하지만 눈매 가득한 장난끼는 속일 수 없는 철부지 도령님!
[P'Nut-낫]
나보다 한살 많은 오빠!
작년에 이어 올해도 아유타야-깐짜나부리투어를 책임져주실 기사님.
여러여자들을 몰고다닌 화려한 과거가 있는 분이지만,
그래도 내여자에게만은 다정한 곧 죽어도 로맨티스트.
우체국은 관두고 잠시 치앙마이에 일하러 갔다가 다시 방콕으로 돌아왔다.
현재는 모종의 치앙마이의 녀성과 썸씽어택중...
폼생폼사, 폼에 죽고 못사는 로맨틱 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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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 없는 관계로 깨알같이 묘사하다보니 날이 샜네요.
스크롤 압박이라도 이해해주세요.
이날 정말 재밌었고, 사진도 많이 찍었는데..
카메라를 잃어버려서 .. 흑.. 지금도 마음이 아파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