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딸, 행복한 방타이 일기 - 2011년 8월 1일 월요일(날씨:비)
50대 중반이란 어떤 나이일까요?
좀 오래전이라면 온 가족이 모여 장수를 축하하고 기뻐했던 환갑을 곧 앞두고 있었던..?
그러나 평균수명이 길어진 지금은 한창 쌩쌩한 나이인가요?
저희 어머니는 작년에 다리 수술을 받으셨습니다.
다리가 너무 아프셔서 병원에 가보니 무릎연골이 닳았다고 하네요.
긴 시간 열심히 일하신 노력의 상처라고.. 어머니를 위로해 드렸습니다.
엄마덕분으로 지금 우리가 이렇게 잘 자랄 수 있어서 감사드린다는 말도 함께요..^^;
사실 그 때, 저희 가족들은 조금 걱정이 되었습니다.
등산을 좋아하시는 우리 어머니의 취미 생활을 못하게 되는건 아닐까.. 싶었거든요.
그리고 올해 초, 어머니와 이비인후과에 방문했습니다.
예전부터 한쪽 귀가 잘 안 들리신다고 하셨거든요.
예상대로 거의 청력을 상실하셨습니다.
보청기를 껴야할까..?
지금의 청력을 유지하고, 나머지 다른 한 쪽의 청력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네요.
그래서 어머니는 올해부터 보청기를 사용하십니다.
이 두 가지 사건으로 저희 어머니는.. 조금 침울해지셨습니다.
내가 너무 늙었나보다..
이제 건강하지 못한가보다..
우리는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어머니 본인이 그렇게 생각하시니 어쩔 수가 없더라고요.
저희 어머니는 왼쪽 귀가 잘 안 들리십니다.
아직 젊으신분이라 다른 사람 앞에서는 티를 잘 내지 않으시려고 하지만,
사실 왼쪽에서 말씀하시는 분들의 말은 거의 듣지 못하세요..^^;
이번 여행에서 전 엄마의 귀가 되어 드렸습니다.
여러 사람들과 대화하는 자리에서 종종 대화를 놓치시면,
엄마는 나중에 무슨 이야기를 했느냐고 가끔 물어보셨거든요!
그러면 즐겁게 어머니께 이야기해드렸지요.
그때서야 다른 사람들이 왜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이해하시고 웃으셨습니다.
저와 제 동생들은 엄마와 눈을 마주치며 대화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목소리를 더 크게 내야 하고, 가끔 엄마 왼편에 앉아서 아무 생각없이 말을 해버려,
엄마가 미안해하는 표정을 봐야 할 때는 정말 정말 마음이 아프지만..ㅠ_ㅠ
그래서 더더욱 엄마의 눈을 바라보며 대화합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엄마의 눈가 주름이 어디에 위치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마무리를 앞둔 여행기에 저희 어머니 이야기를 왜 하냐구요?
첫번째는 이번 여행기는 "오마주 투 마미(Hommage to Mommy") 이기 때문이구요 ㅋㅋ
두번째는 제 글 댓글에 나도 어머니 모시고 가고 싶다~ 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으신데!
꼭,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 다녀오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랍니다.
모두들 아시겠지만..
어머니란 분은 엄청 강하신 분이지만 점점 약해지는 자신의 모습을 어디인가에 꼭꼭
감춰두고 계시는 분이시니까요..
꼭 한 번 어머니 손을 잡고 근처 산책이라도 다니시길 바란다는 마음을 담아 길게 적어봤습니다.
"엄마가 조금 약해진 이유는 이제 우리들보고 엄마 생각 좀 하라~는 엄마의 신호인거야!"
오늘은 1박 2일 "꼬사멧" 여행을 위해 호텔을 떠나는 날입니다.
하지만.. 날씨를 알아보지 않은 저의 큰 불찰입니다!!
지금 꼬싸멧보다 더 큰 꼬창이 모든 투어가 취소될 정도로 날씨가 엄청 안 좋답니다.
꼬창이 이 정도이니, 꼬창보다 작은 꼬싸멧은 아예 배가 안 뜰 확률이 높다는군요..
설사, 오늘은 섬에 들어가도 내일 못 나오면? 큰일이지요.
저희 비행기는 내일 밤 11시 15분 태국을 떠나거든요..
고민에 빠집니다.
전 한국에서부터 미리.. 꼬싸멧 탈레이 리조트를 3,500B 주고 예약해 놓았거든요..
우아아아아아아아아악~~~~~~~~~
배려심 넘치는 어머니의 권유로 꼬싸멧 여행은 "다음"으로 미룹니다.
아고다 사이트를 통해 예약했는지라 취소도 안되요..
그래서 급하게 태사랑에 글을 올립니다.
영어로만 타이핑이 가능했지만..ㅠㅠㅋㅋㅋㅋㅋ
믿어봅니다~ 제발 어느 누구라도, 꼬싸멧에 계시기를..
제가 제 호텔 무료로 양도합니다!! 프라이빗 비치까지 있는 멋진 전통 리조트에요~
그러나 결국.. 아무도 안 계셨어요.. ㅠㅠㅠㅠㅠ
태국 도착 후부터 고민하던 꼬싸멧행을 취소하니 마음이 편해집니다 ㅋㅋ
오늘 아침까지도 고민했거든요~ 가야해? 말아야해? 하면서요!
암파와 근처 위험한 철도라도 다녀올까, 하다가-
오늘은 호텔 수영장도 마음 편안히 이용하고, 카오산 구경을 하자고 합니다.
호텔 수영장은 넓지 않지만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습니다.
직원에게 부탁하면 물이 나오는 곳의 월풀같은 장치를 틀어줍니다.
그 곳에 허리를 대고 앉으면.. 시원하고 좋습니다!!
비가 내리는 데도 엄마는 수영장을 즐길 줄 아는 멋진 여성입니다.
잠시 후에 민베드로 오빠와 수영 솜씨가 일품인 서양 아저씨도 수영장에서 시간을 보내셨습니다.
다들 너무너무~ 멋쟁이!!
오늘은 호텔을 옮겨야 합니다.
꼬싸멧 취소로 오늘 묶을 곳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배낭자의 거리, 카오산 근처로 옮기기로 합니다.
엄마는 수영 후에 사우나실로 가시고, 저는 열심히 짐을 쌉니다.
이젠 제법 여행 다녀온 보람을 느낍니다.
엄청 빨리 짐을 쌉니다! ㅋㅋㅋㅋㅋㅋ
2일전 저녁, 엄마와 호텔 수영장 썬비치에 앉아 수영하며 맥주마실 때,
엄마가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내가 꿈꿔왔던 휴가를 우리 딸 때문에 이렇게 즐겨보는구나~"
어릴 적, 언젠가 어머니는 거대하고 웅장한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이젠 더 늦기 전에 어머니를 모시고 미국 한 번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홍오빠와 민베드로오빠와 함께 호텔을 나섭니다.
내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호텔을 뒤로하고 나오려니 마음 한 켠이 아쉬워집니다.
비싸고 편한 것이.. 좋긴 하더라구요^^;;
홍오빠와 동대문 사장님 덕분으로 어제 미리 예약한 에라완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풉니다.
그리고는 곧바로 카오산으로 고고~
여전히 비는 주룩주룩 내립니다.
사실, 저도 카오산은 잘 몰라요~
늘 카오산보다 사람이 비교적 적은 람부뜨리에서 식사 등을 해결하고, 쌈쎈에서 잠을 잤는지라..
하지만 "로띠"를 먹기 위해 카오산으로 향합니다 ㅋㅋ
저희 어머니가 반하신 이 맛! 바나나 호떡!! ㅋㅋㅋㅋㅋㅋ
또띠가 익숙해서인지, 저희 어머니는 또띠~ 또띠~ 헷갈리셨지만!
함께 로띠를 먹으며 비오는 카오산을 걸었습니다.
저녁은 홍오빠와 민베드로오빠가 있는 DDM에서 삼겹살 파티로 대신합니다.
내일 저희의 출국을 아쉬워하는(?) 자리였을꺼라 믿어요^^;
아, 이 날 ㅋㅋ 정신차렸어야 하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
제 스스로 명명한 이 날의 기억 "우리들의 일그러진 기억" 편 ㅋㅋㅋ
돌아와서 보니 찍은 사진들이 모두 흔들렸네요;;
엄마, 나, 홍오빠와 민베드로오빠, 어제 만난 희*씨, 오늘 점심 때 만난 성*오빠,
DDM 준스탭 자전거 여행하시는 분!
그리고 저녁 먹고 함께 고고바에 가기로 급 정해진 정*씨, 배낭여행 온 대학생 친구들 2명..
이 함께하는 거대한 술자리(!)가 되었거든요~
제 기준으로는 정말 신나게 재미있게 많이~ 마시고..
폴라로이드 사진도 펑펑~ 찍으면서, 그 때 스피커에서 나왔던 노래 중 한 구절..
"어쩌다 마주친"이 우리의 사진 제목이 되고~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냈답니다.
그리고나서요?
엄마는 피곤하시다면서 숙소로 돌아가시고, 나머지 멤버는 고고바~로~!
고고바 후기는 따로 올리지 않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음.. 그저 그랬어요~^^;
이 날.. 자제했어야 하는데.. ㅠ_ㅠ
다음날 어머니는 저 때문에 엄청 고생하셨다지요..? ㅠ_ㅠ
벌써.. 여행의 마지막 밤이 지나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