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 포 마사지 학교 연수기(4)
어렵사리 그럭저럭 방콕에서의 한 주가 정말 천천히 지나가고 있어요.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고, 조급증에 걸린 전형적인 한국인인 저는 느긋하게 사는 방콕 시민들이 너무도 놀랍고 부러웠어요. 길을 걷거나 교통수단에서 방콕 시민들이 보여주는 움직임들은 보고있자면 복장이 터질정도로 느렸어요. 저는 마사지 교육 과정도 너무 조급하게 서둘렀어요. 당연히 선생님한테 천천히 하라고 지적도 받았죠. 마사지는 서비스 받는 것보다 해주는게 정말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기초 마사지 교육 과정이라고 해서 아주 단순할 줄 알았는데, 발 끝에서 허벅지 허리 어깨 머리를 오락가락하는 마사지 순서가 암기하기에도 너무 복잡하고 연습하다가 헷갈려서 할머니 선생님한테 지적을 자주 받았어요. 바보가 된 느낌이었어요.
늦은 밤 시간 행선지를 못 찾아 방콕 시가지를 헤매이는데, 방콕 시민들은 음식 쓰레기를 일반 생활
쓰레기와 분리 안하고 비닐 봉지에 담아서 마구 길가에 버려요. 그 와중에 쥐 새끼(mouse가 아니라 rat) 몇 마리 쓰레기
봉지들과 길거리 음식점 사이를 분주히 오가요. 아마도 먹일 새끼들이라도 있었나봐요. 사람들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가족 좀
먹여살리겠다고 보도 위를 헤집고 다녀요. 문득 고국에 계신 그 분이 생각났어요.
손이 아파서 밤잠을 설치다가 그만 늦잠을 잤어요. 학교에 갈까말까 고민하다가 일어나 학교로 가는
수상 버스를 타고 가는 길에 지난 밤의 그 쥐새끼들을 생각하면서 “나는 꼼수다”를 들었어요. 태국 북부 지방에서 내린 폭우로 인해
강물은 수량이 많았고 물결고 거세졌어요. 왓포 학교에 가는 타 티엔 수상버스 정류소는 이미 침수 상태였어요. 상류에서 몰려오는
물과 하구에서 밀려오는 만조 때문에 타 티엔 정류소는 나무판으로 무릎 높이의 보행용 도보판을 만들어놨어요. 처음 그걸 봤을 때는 왜
이렇게 만들어놨나? 했는데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생활의 지혜였어요.
수업에 두 시간이나 늦었는데 선생님에게 부은 왼손을 보여주면서 아파서 잠을
좀 설쳤다며 변명했어요. 학생들은 이미 3 단계를 교육받았다네요. 저는 미국인 태린의 교재를 빌려서 영어로 쓴 노트를 보고 대충
한글로 제 교재에 옮겨 적었어요. 오후에는 마사지를 연습하는데 연습 상대가 되어준 뱅상과 옆에서 연습하던 다른 학생들이 한마디씩
던져요. 아마도 3 단계를 연습하는 데 도움을 주려는 의도였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 사람 저 사람 계속 참견을 하고 영어
안되는 할머니 선생님까지 이러쿵저러쿵 태국 말로 지도를 하니까, 머리가 멍해진 저는 순간 짜증을 냈어요. 순간 분위기가
냉랭해졌어요. 뱅상은 계속 뭔가 말해주려고 했지만, 저는 순간 이성을 잃고 입 닥치라고 말했어요. 다행기 뱅상은 영어 실력이
별로라 내가 한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Excuse me? what did u say? 라고 말했어요. 나는 손가락을 입에 대고
쉿!하면서 It doesn't help. I'm trying to concentrate.I need a english
speaking teacher! 다행히 이 날따라 점심 먹고 같이 커피를 마시다가 뱅상에게 썬크림 건네준 덕분인지 뱅상은 아무 말
안하고 넘어갔어요. 대인배였던거죠. 영어가 되는 말리 선생은 그 날 따라 쉬는 날이었어요. 그래서 수요일은 끔찍한 하루였어요.
같이 배우는 학생들은 모두 경쟁 의식을 느끼는지 옆에서 따라하기에도 어려울 정도로 빨리도 마사지를 연습했어요.
숙소에 돌아와서 마사지 배운걸 머리로 이미지를 그려가면서 연습해봤어요. 마음을 비우고 이미지를
그려보니 일련의 과정들이 줄줄이 연결되었어요. 시험 때 잘 못하면 떨어뜨릴까? 외국인들한테는 왠만하면 다 수료증을 준다던데?
오만가지 잡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가요. 목요일은 비교적 수월하게 지나갔어요. 할머니 선생님으로부터 지적받는 일도 거의 줄었어요.
마미! Do u hate me? 또는 마미! don't hate me! 결국은 마미! I love U! 실습장이 뒤집어졌어요.
저는 실습장 학생들 사이에서 고문관이 되었지만 굴하지 않고 열심히 연습하고 또 연습했어요. 말리 선생님이 잘 하라고 용기를
줬어요. 오후 수업 시간이 다 끝나갈 무렵 할머니 선생님이 제 손을 잡고 다른 선생님한테 데리고 갔어요. 선생님들 사이에서
원로격인 남자 선생님이었는데, 할머니 선생님으로부터 얘기를 듣더니 저의 부은 왼손을 잡고 마사지를 해주었어요. 어깨와 목 뒤
가슴, 손목 팔을 골고루 마사지해줬어요. 순간 돌리는 것조차 힘들던 제 손목이 돌아갔고 붓기가 단 몇 분만에 빠졌어요. 마사지를
통한 진정한 치료라는 것을 경험했더니 놀라웠어요.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제가 다음주에 발마사지를 배울거라고 말하니까 다음
주에 손목이 나으면 자기한테 와서 보여달라고 말씀하세요. 저는 고마움의 표시로 그 아저씨 선생님께 큰 절을 올렸어요.
금요일이 되었어요. 오전에는 학생 당 한 번의 기초 마사지 과정을 연습할 기회가 남았어요. 저는 무난히 연습을 마쳤지만 속도는 무지 느렸어요. 다른 학생들은 이미 다 마사지를 끝내로 룰루랄라 여유를 부렸어요. 점심을 먹고 학생들은 시험을 치를 방으로 이동했어요. 학교에서 간부급 선생님이 두 명 시험 감독관으로 들어왔어요. 외국인들로 구성된 우리 반과 태국인들로 구성된 다른 반, 두 개의 반이 동시에 시험을 치뤘어요.저의 파트너는 뱅상이에요. 뱅상이 먼저 시험 보겠다고 해서 그러라고 하고 시험 상대로 편히 누워서 그가 배운 걸 차분히 시험보는 걸 보고 머리 속에 기억해 뒀어요. 1 시간 30 분 정도가 지나고 뱅상과 학생들은 시험을 마쳤고 10 분간의 휴식 후에 이제 제 차례가 되었어요. 저는 차분히 하나 하나 배운 걸 천천히 감독관들 앞에서 실습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4 번째 과정에서 중요한 동작 하나가 생각나지 않았어요. 그래서 저는 감독관 선생님에게 Sorry. I just forgot! 말했더니 감독관 선생님이 친절히 다음 자세를 가르쳐줬어요. 그리하여 저는 무사히 시험을 마쳤어요. 시험의 마지막 과제는 마사지 하지 말아야 할 신체 부위를 구술하는 시험이었는데, 일본 학생들은 일본어로 대답해도 되어서 그게 너무 부러웠어요. 왓 포 학교에는 일본인 여 선생이 한 사람 있어요. 그래서인지 선생님들도 대부분 일본어를 적당히 구사했어요. 그들이 구사할 수 있는 우리나라 말은 오로지 천천히~ 뿐인 듯 했어요.
마사지 금지 신체 부위를 영어로 구술하고 이제 다들 긴장이 풀린 상태에서 대기하고 있었는데 감독관 선생님이 수료증을 들고
왔어요. 호명 순서가 성적 순서였던 것 같아요. 저는 꼴찌였어요. 그래도 기분이 좋았어요. 기초 과정을 마쳐야 다른 마사지 교육을
받을 수 가 있거든요. 저는 1 층으로 가서 직원에게 발 마사지 교육을 다음주 월요일부터 배우고 싶다고 말하고 수업료를
선불했어요. 그리고 봉투를 두 장만 달라고 해서 각각의 봉투에 500 바트 씩 넣었어요. 선생님들께 드릴 의도였어요. 뱅상이
간다고 저에게 인사를 건네왔어요. 저는 그에게 행운을 빈다고 악수를 했어요. 저는 봉투를 들고 선생님이 계신 실습장으로 갔어요.
일본인 학생들과 그 베트남 입양 독일 학생 셋 만이 실습장에 남아서 선생님들과 수다를 떨고 있었어요. 저는 문득 아! 돈을 주는건
내 방식이 아니다 싶었어요. 그런데 이미 말리 선생님이 제가 손에 쥐고 있던 봉투를 봤고 그 의미를 아는 듯 싶었지만 저는
봉투를 주지 않았어요. 할머니 선생님께 다음 주에 인사하러 또 오겠다고 인사하고는 실습장을 떠나려는데 입구에서 말리 선생님이
기다리고 있었어요. 저는 목례를 취하고 나가려는데 봉투를 받고싶었던건지, 선생님의 표정이 굳어졌어요. 하지만 저는 굳이 변명을
하지 않았어요.
방콕에는 아주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서민들이 즐겨찾는 로빈슨이라는 백화점이 있어요. 저는 주말에
방락에 있는 로빈슨 백화점에서 선생님들께 드릴 바디샵 립글로스를 두 개 샀다가 다음날 눈썹 그리는 연필로 교환했어요. 그리고
월요일이 되어 발마사지 교육을 받는 날 점심 시간에 기초 마사지를 가르쳐주신 선생님들을 찾아가서 선물을 드렸어요. 작지만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온 정성의 표시를 한 셈이어서 마음이 뿌듯했어요. 말리 선생님에게 하나 드리고 할머니 선생님은 어디 계시냐고
물었더니 이미 다른 학생을 가르치고 계신 할머니 선생님을 가리켜주었어요. 저는 다가가서 무릎꿇고 할머니 선생님께 선물을 드리고 두
손을 잡았는데, 울컥하고 감정이 치밀어올랐어요. 저를 달래주는 할머니 선생님의 위로에 간신히 진정하고 정말 고맙다고 선생님의
손들에 입을 맞추고는 큰 절을 드렸어요. 꾸준히 연습 열심히 하라는 말씀을 듣고 일어났어요. 말리 선생님과 다른 반 여선생님들께
말없이 눈빛으로 고마움의 인사를 드렸어요.
럿신 병원 응급실입니다. 본 건물이 리모델링 공사중이라 병원 옆에 콘테이너 가건물을 마련하고 진료 중이었습니다.
방콕의 화장실들은 변기들이 작고 앙증맞았습니다. 좌변기 옆에는 비데용 샤워기가 있었습니다. 태국 사람들에게 왼손으로 악수를 건네면 안되는 거라고 들었습니다.
세번째 게스트하우스인 타라 하우스는 가장 싼 옥탑방에서 머물렀는데, 자기 전에 창 밖으로 내다본 라마 8 세 다리의 야경입니다. 서울의 올림픽 대교와 비슷해보였습니다.